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실 어릴 적 짧게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 그 시절이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언젠가는 꼭 다시 해외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속 본가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학생 때도 통학을 했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서 해외에서 4개월 간 지내는 것은 저의 삶에서도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언젠가 해외에서 꿈을 펼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 전문가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 더 넓은 세상을 살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은 이런 제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경험, 두려움 없이 영어로 대화해볼 수 있는 경험 등을 제공해주리라 생각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한 학기 동안 수학한 대학교는 캐나다의 서부 해안 도시인 밴쿠버에 있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 SFU)입니다. 흔히들 캐나다 밴쿠버의 대학으로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UBC)을 떠올리는데, 실제 현지에서는 SFU와 UBC가 밴쿠버의 대표적인 두 대학으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UBC가 조금 더 연구에 특화되어 있다면 SFU는 경영학과 범죄학으로 유명합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SFU에 지원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제 주전공과 비슷한 전공으로 지원했지만, 범죄학을 포함해 다양한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밴쿠버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계속 비가 오는 것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대신 전반적으로 기온이 온화한 편이며, 2학기에 수학하시는 경우 눈을 보기 전에 돌아오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제가 수학한 2022년 가을학기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고, 상당히 춥고 눈이 많이 왔습니다. 많은 눈이 오지 않는 도시라서 폭설에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았고, 학교가 산에 있어 버스가 다니지 못해 고립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또 어떨지 모르니 이러한 날씨를 잘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캐나다에서 6개월 이내로 수학할 경우 따로 비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인터넷으로 단기 체류 허가와도 같은 eTA를 신청하시면 됩니다. 승인도 신청 후 2-3일 내 빠르게 나는 편이고, 입국을 위해서 크게 비자 때문에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미국을 경유해 캐나다에 입국하는 경우 미국 ESTA를 신청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때에 출국을 했기 때문에 예방접종증명서와 음성확인서 등 다양한 서류를 구비해 갔습니다. 역시 미국을 경유하게 되면 입국심사가 상당히 까다로우니 입학허가서를 비롯한 서류를 꼼꼼하게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출국 전 준비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것은 환전과 카드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현금은 그렇게까지 많이 쓰지는 않으나 가끔 현금만 받는 곳이 있거나 팁을 줄 때 현금이 편리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환전은 많이 하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가장 편했던 것이 바로 ‘트래블월렛’입니다. 트래블월렛 어플을 미리 다운받고 실물카드를 발급받아 가시기를 바랍니다. 트래블월렛 카드는 비자카드라서 해외 결제가 가능하며, 수수료 없이 그때그때 어플에 연결된 한국 은행의 계좌에서 캐나다 달러를 충전해 쓸 수 있습니다. 미국 여행을 가게 되면 미국 달러를 충전하면 됩니다. 이 외에도 혹시 모르니 마스터카드, 신용카드 등 다양한 카드를 들고 갔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누가 훔쳐갈 수도 있으니 꼭 카드를 나눠서 갖고 계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외에 출국 전에 준비할 것은 아무래도 본교 지원과 기숙사 신청, 수강 신청 등이 있을 텐데요, 이는 교환 신청 시 기재한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시어 안내받은 대로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강의 수강
저는 동남아시아 언어문명을 주전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SFU에서는 Global Asia 전공으로 수학을 신청했으며, 관련 전공 하나, 범죄학 전공 하나, 그리고 불어 강의를 하나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환학생들은 3-4개의 강의를 수강합니다. SFU의 모든 강의는 Lecture와 Tutorial로 구분되는데, 교수님이 강의를 하시는 시간이 Lecture, 그리고 조교님이 진행하시는 강의가 Tutorial입니다. Tutorial 시간에는 학생들끼리 토론도 하고, 조별 과제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다른 교환학생 귀국보고서에서 Introduction to Criminology 강의를 추천해주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이 강의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단순 학점만 생각했을 때 소위 꿀강은 맞으나, 강의에서 얻어가는 바가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제 전공 과목과 불어 강의가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불어의 경우 캐나다 동부로 여행을 가실 거라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여행을 가서 불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동부로 가는 순간 영어보다 불어로 많은 것들이 먼저 표기되어 짧게 배운 불어라도 아 이게 이런 뜻이였구나, 하면서 실제 사용되는 양상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강의보다 학생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 정말로 언어 강의로써는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2) 교통
SFU는 사실 밴쿠버 다운타운이 아니라 근교의 버나비(Burnaby) 시에 있는 버나비 마운틴 위에 있습니다. 근교이긴 하지만 다운타운 및 다른 도시로의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버스 하나를 타면 바로 다운타운이나 메트로타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합니다. 나중에 본교 교환이 확정되면 학교 보험과 U-pass라는 것을 신청하게 되는데, U-pass가 바로 대학생들을 위한 교통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리 돈을 내고, 밴쿠버에 가서 스카이 트레인 역에서 Compass 카드를 발급받습니다. 이후 인터넷에서 Compass 카드를 등록하면 돈을 따로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제한없이 탈 수 있습니다.
(3) 기숙사와 학생식당(Dining Commons)
저는 개인적으로 지원 당시 기숙사 신청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지원 과정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원하는 기숙사를 배정받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SFU에서는 다양한 기숙사 형태를 지원하는데 각 기숙사별로 특징이 너무도 뚜렷해 원하지 않는 기숙사에 배정받을 경우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도, 우선은 입주 후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기숙사를 옮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원하는 기숙사에 배정받지는 못했으나, 저는 그냥 그대로 생활했습니다. 어느 기숙사에 배정을 받든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잘 고려해서 자신에게 맞는 기숙사를 지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Application을 넣기 전부터 기숙사 신청을 하라는 안내가 나오는데, 일자가 되자마자 바로 신청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저는 바로 신청했음에도 1지망 기숙사에 탈락했지만, 아예 놓치면 더 어려워진다고 들었습니다.
총 기숙사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단독주택 형태인 Town House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파트 느낌의 기숙사 시설인데, 모두 1인실입니다. 화장실과 공용룸만이 공용 공간으로 존재합니다. 저는 기숙사 중에서 North Towers에 살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신축 건물인지라 각 방이 상대적으로 넓고 시설은 좋았으나, 공용 주방이 없고 전자레인지와 싱크대만이 층별 공용룸에 구비돼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선택한대로 여성 전용 층에 배정을 받았는데, 남녀 공용층도 존재합니다. 그러면 화장실과 샤워실 또한 남녀가 같이 사용해야 하므로 이런 점이 불편하신 분들은 기숙사를 신청하실 때 고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녀 공용층은 다른 기숙사에도 물론 존재합니다. 기숙사 청소의 경우 매일매일 화장실과 공용룸을 청소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저는 나름대로 만족했습니다.
North Towers는 학생식당인 Dining Commons 이용이 필수입니다. 한 학기 동안 학생식당을 무조건 이용하도록 되어 있어 기숙사비와 함께 학생식당 비용을 내야합니다. 이게 상당히 커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기숙사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생식당은 뷔페식이며 철판야끼, 피자부터 샐러드, 디저트, 커피까지 메뉴가 다양한 데다가 하루에 아침/점심/저녁으로 메뉴가 세 번씩 바뀌고, 하루에 입장 제한이 없어 상당히 만족스럽게 이용한 편입니다. 제가 수학한 2022년 가을학기 이전까지는 메뉴도 제한되어 비용 대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평이 많아 저도 걱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학한 학기부터 학생식당을 확장하고 개편해 많은 학생이 학생식당 등록이 필수가 아님에도 n회 이용권을 끊거나 종종 돈을 내고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North Towers에 배정받으실 경우 그냥 한 학기 이용권을 등록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원할 때 언제든 가서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숙사와 학생식당은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고, 학생식당은 24시간 운영이므로 계속 커피를 마시며 학생식당에서 밤새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3) 날씨
본래 밴쿠버는 비가 많이 오기로 유명한 도시라서, 레인쿠버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교환학생으로 갔던 가을학기 시즌에는 내리 비가 내리는 시기인데, 기후변화 때문인지 비가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가 쨍쨍한 날들이 계속되었으며, 따뜻한(상대적으로 캐나다의 다른 도시에 비해) 밴쿠버의 날씨에 보지 못할 줄 알았던 눈, 그것도 폭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폭설은 정말 흔치 않은 현상이라 밴쿠버 도시 전체가 눈으로 뒤덮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교통이 마비되곤 했습니다. 특히 산에 학교가 있는 만큼 학교 위에 있는 학생들은 산 밑으로 내려가지도, 산 밑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올라오지도 못해 수업과 시험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제 이후에 수학을 가실 분들 또한 어떤 날씨 변화를 마주할지는 모르겠으나, 원래는 비가 많이 오는 도시라는 생각을 갖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비에 너무 익숙해서 우산을 잘 쓰고 다니지 않는데, 저도 끝에는 정말 비가 많이 오는 게 아니면 후드를 뒤집어 쓰고 다니곤 했습니다. 학교가 말 그대로 1자형으로 쭉 건물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는 형태인데, 구조에 익숙해지면 비를 맞지 않고 모든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는 길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4) 치안
밴쿠버의 치안은 다른 국가에 비해 좋은 편입니다. 다만, 해외 어디를 가든 한국만큼 치안이 좋지는 않아 웬만하면 밤 9시 이전에는 기숙사에 들어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다운타운의 Hastings Street/Main Street 근처에는 이른바 홈리스들이 텐트를 쳐놓고 상시 거주하는 곳이라 걸어서 지나칠 일은 최대한 없으면 좋습니다. 물론 다른 국가의 홈리스들처럼 먼저 다가오거나 보행자를 해치는 홈리스들은 없지만, 그래도 혼자 다니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밴쿠버에서는 야외 음주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대마초는 합법입니다. 그래서 밴쿠버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가끔 캠퍼스 내에 있을 때 대마초의 냄새가 납니다. 홈리스들도 대마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홈리스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일은 잘 들어보지 못했기에, 스스로 조심하시면 큰 일 없이 즐겁게 생활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 GCP
다른 사항들은 직접 와서 또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생략하지만, 한 가지 SFU 교환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GCP인데요, 한국에 있을 때 SFU에서 오는 메일을 잘 살펴보다 보면 Global Community Program에 대한 안내/홍보문이 옵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외 학교에서 마찬가지로 교환을 온 학생들, 혹은 해외 고등학교에서 SFU에 입학한 International Students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네트워킹을 하며, 밴쿠버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GCP를 통해 저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을 만났으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기도 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 등 본래 입장료가 필요한 활동들은 GCP에서 단체로 가는 경우 무료로 갈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수업을 정말 고학년 강의로 채우지 않는 이상 기숙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비롯해 대부분 18, 19살의 어린 새내기들을 친구로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GCP에는 배경과 나이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조금 더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렇게 써놓고 나니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못다 적은 말도 많지만, 남은 것들은 뒤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SFU가 아니라 어디를 가든 서울대학교 소속이라는 신분을 유지한 채 해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이점입니다. 영어를 비롯한 언어 및 의사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분들도 계실 테고, 해외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 해외 수학 교환학생은 이 두려움을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갈 만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귀국 후 어렵고 버거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해외에서 이런 상황을 내가 해결했었는데, 이런 일도 겪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곤 합니다. 우스울 수도,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교환학생이라는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각과 삶에 대한 태도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그것도 좋은 쪽으로 주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