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나의 교환학생 지원 동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독어교육과 학생으로서 현지의 생생한 문화를 체험하고 언어 실력을 키워오는 것이었다. 외국어고등학교 시절부터 독일어를 배우며 어느덧 대학교 4학년까지 약 7년 간 독일어를 공부했다. 그러나 이전까지 독일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했다. 교환학생을 통해 여행이 아닌 거주, 학습을 하면서 현지의 문화를 몸으로 익히고 지금까지 배워왔던 독일어를 실제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단지 관광이 아닌 삶으로 체험하면서 부딪혀보고 싶었다. 7년 동안 많이 읽고 접했던 문화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교환 파견 학기 직전 교생 학기를 경험하면서, 만약 독일어 교사가 된다면 내가 직접 겪어본, 살아본 독일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나 자신을 쉬게 하고 싶었다. 어쩌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가 상충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국의 급박한 생활양식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독일에서 공부를 한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휴학 한 번 없이 달려왔던 대학생활에 약간의 숨구멍을 찾고자 했다. 한국에서는 나 자신이 편하게 쉬지 못할 것 같았고,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안이 생길 것 같아 유럽 곳곳을 여행하기 좋은 독일로 파견을 신청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나는 독일의 본에 있는 본 대학으로 파견을 다녀왔다. 본은 서독의 옛 수도로, UN과 한국 대사관이 위치해 있다. 대사관이 있다는 점에서 혹시나 불편이 발생했을 때 빠른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약 20분 거리에 대도시 쾰른이 존재하며, 근방에는 약 3개의 공항이 있다. 정리하자면, 본은 거주하기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주변에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 있었다. 본 대학교는 나의 지도교수님의 출신 대학이라 더욱 친숙했다. 한국학과가 있기에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은 점도 좋았다. 나와 언어교환을 할 학생도 많고 친해지기 훨씬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 교수님도 많이 계셔서 대학생활에 고충이 있을 때 찾아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상기에서 설명했지만 내가 다녀온 독일 본은 조용하면서도 주변에 인프라가 많이 갖추어 있는 도시이다. 특히 주독한국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한국주간’과 같은 행사가 자주 열린다. 게다가 독일 전체의 한인회 회장님이 본에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해외생활 중 한국인 그룹에 도움을 요청하기 편하다. 한식당도 약 2개 정도 있고, 시내에 아시안마켓이 있어서 한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또한 거주 인종이 다양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인종차별이 심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본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위치한 인구 30만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대도시인 쾰른으로의 접근성이 매우 좋고, 공항으로 직행하는 버스도 있다. 또한 베토벤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베토벤 생가, 베토벤 할레(공연장) 등이 위치해 있으며 도시 전체에 베토벤 관련 표지가 있다. 또한 유명한 젤리인 하리보의 공장이 있어서 다른 지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맛의 하리보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 방문해보면 좋을 장소는 상술했던 베토벤 생가, 베토벤 할레, 하리보 공장 뿐 아니라 독일연방공화국 예술 및 전시관, 본 미술관, 아데누알레 공원 등이 있다.
본 대학교는 독일 내에서 수준급의 의학과 신학으로 유명하고 박사과정이 잘 유치되어 있어 독일 학생들도 많이 선호한다. 또한 아시아학과가 유명하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 유학생들, 그리고 아시아학과에서 공부하는 독일인들이 많다. 따라서 동양인과의 만남이 다른 도시보다는 쉽다. 그리고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독일인 학생들과 친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본 대학교의 international club은 매주 다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개최하므로 그곳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학교에서 교환학생에 대한 처우를 굉장히 신경쓰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본 대학은 시내 곳곳에 캠퍼스가 흩어져 있어서 도시 전체가 대학교를 품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서울대학교보다 단과대 건물 사이 거리가 멀다. 기숙사 또한 시내 전체에 산발적으로 위치해 있다. 하지만 본 자체가 크지 않아서 모두 어느 정도 대학 건물, 시내와 가깝다.
다음은 내가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살아보면서’ 느낀 특이한 점,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보았다.
- 신호등: 독일은 그나마 유럽 중에서는 신호를 잘 지키는 편이었다. 독일에는 신호등 유무에 따라 횡단보도가 둘로 나뉜다.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는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이다. 그리고 신호등이 있는 곳에는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곧 파란불로 바뀐다. 그리고 보행자가 파란불에 출발했으면 횡단 중 빨간불로 바뀌더라도 보행자의 시간이기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 바퀴친화적: 대중교통이 바퀴친화적이라고 느꼈다. 도착 첫 날부터 대형 캐리어 3개로 공항~기숙사까지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버스, 트램, U-Bahn 모두에 계단이 없고 승하차 때 차체가 지면으로 기울어진다. 그래서 유모차, 휠체어, 캐리어가 다니기 편한 것이 특징이다.
- 아이와 노인: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길거리에서 아이와 노인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독일에 와서 한국의 출산율이 심각하게 낮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산, 육아제도(특히 Mutter, Vaterzeit), 교육 분위기 덕분인지 길거리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하고 있었다. 또한 정말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독일에서는 오후 3시가 되면 카페에서 자리를 찾기가 힘든데, 이 시간이 연금생활자(Rentner)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티타임이기 때문이다. 본인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차려입고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부러웠다.
- 독서: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참 많았다. 다들 핸드폰보다는 종이책을 들고 있었다. 전자책보다도 종이책을 선호하는 아날로그 러버들 덕분에 나도 에어팟을 잠시 넣어두고 책을 읽곤 했다.
- 지연: 위의 것처럼 모든 것이 아름다우면 좋겠다만, 독일에서는 모든 처리가 다 느리다. 특히 대중교통은 출발시간을 지키는 법이 없다. 지연과 취소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중앙역은 연결규모에 비해 역이 몹시 협소하고 선로가 부족해서 기차가 제 시간에 오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또한 모든 행정처리가 몹시 느리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 발짝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 휴무: 일요일은 쉰다. 연휴와 일요일에는 거의 대부분의 식당과 가게(프랜차이즈 포함)가 쉬지만 본 중앙역의 리들은 오후 9시까지 연다. 하지만 모두가 리들로 달려가기 때문에 토요일에 모든 장을 다 봐두어야 한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출국 전에 비자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독일에서 비자를 받는 것은 몹시 지난하고 억울하며 험난하기 때문이다. 출국 약 3개월 전부터 주한독일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테어민)을 잡아야 한다. (https://seoul.diplo.de/kr-ko/service/-/1694286) 하지만 항상 자리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예약을 잡고 준비서류를 지참하여 들고 가면 한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실패하여 독일에서 비자를 신청하게 된다면, 먼저 거주지 등록(안멜둥) -> 비자신청(그러나 답변을 받지 못할 확률이 아주 높다) -> 직접 담당관에게 이메일 -> 서류 제출(담당관마다 상이) -> 간단한 인터뷰 -> 비자 카드 발급(인터뷰 후 약 6주 소요) 과 같은 지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비자를 받지 못한 상태로 출국하여 무비자 체류 가능한 90일 중 89일차에 겨우 비자를 받게 되었다.
2. 숙소 지원 방법
기숙사에 거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단순하며, 저렴한 선택지일 것이다. 본은 대학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기 중에 집을 이미 구해두었을 것이다. 따라서 본 대학교 신청 단계에서 기숙사를 선택하고, 만약 1인실을 원할 경우, 비고 란에 1인실을 선호한다고 제출하면 대부분 1인실로 배정해주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독일 대학은 학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 신분으로 대학에 등록할 때는 사회기여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한 학기에 약 40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이를 지불하면 노스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교통 전체를 한 학기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숙사 비용은 1인실의 경우 보증금 약 80만원, 월세 40만원 정도였다. 개인실에 개인 화장실, 샤워실, 주방, 냉장고까지 포함되어 있어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법에 따라 티비를 보지 않더라도 1인실에 거주하면 방송수신료를 매월 약 5만원 지불해야 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대학교에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과, 비자 발급을 위해 필요한 재정능력증명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있다. Expatrio의 패키지로, 공보험 가입과 슈페어콘토 발급을 같이 진행할 수 있다. Expatrio는 한국어 블로그, 카카오톡채널 문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주 답답한 독일 행정처리 중 그나마 빠르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 꼭 출국 전에 보험과 재정능력증명을 처리해야 한다. (https://www.expatrio.com/korea)
출국 전, Vivid 또는 N26 계좌를 발급해서 가면 편하다. 나는 Vivid 계좌를 사용하였으며 이것으로 슈페어콘토에서 월별로 돈을 받았다. 프라임으로 사용하면 페이백을 꽤 많이 모을 수 있다. (https://vivid.money/en-eu/)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인텐시브 코스와 정규 학기 코스가 있다. 인텐시브 코스는 정규학기(4,10월) 시작 전인 3월 또는 9월 한 달 동안 독일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코스이다. 이는 따로 이메일 안내가 오는데,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간단한 독일어 레벨 테스트를 보고 그에 맞는 반에 배정된다. 이 코스를 수강한다면, 학기 시작 한 달 전에 입국해야 한다.
정규학기 코스는 이메일로 교수님들께 각각 수강신청을 한 뒤(자유양식), ETL과 같은 수강 프로그램에 수기로 작성한다. 교수님께 수강 허락을 받는다면 교환학생 수강신청 담당자가 승인을 해서 등록해주신다. 수강신청 방법은 줌 세션과 이메일 안내를 통해 입국 전 자세한 안내를 받았다. 의학, 법학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에는 교수님께서 수강을 허락해주시는 편이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나는 인텐시브 언어코스 1개와 정규학기 독일어 수업 2개, 한국학과 수업 1개, 독어독문과 수업 1개를 수강했다.
인텐시브 언어코스는 되도록 수강하길 추천한다. 입국 후 바로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독일어 실력을 기를 수 있었고 친구를 사귀기에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정규 학기 때는 토론 수업과 문법 수업을 수강했는데 아주 체계적이고 수업 자료도 좋았다. (독일어 레벨과 학기마다 수업명과 강사가 변동된다)
한국학과 수업은 Modernes Korea로 현대 한국사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었다. 독일인 학생과 같이 한국의 역사를 독일어로 배워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독어독문과 수업은 문학 및 문화학개론이었는데 독일어로 진행되는 수업 중에서도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문학과 문화학 전반에 대한 기초를 닦기에는 좋은 수업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언어코스를 3개 이상 수강하길 추천하고, 나머지 정규학기 강의는 본인의 전공에 맞게 또는 관심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인해 듣지 못했던 학과의 과목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3. 학습 방법
나는 독일어로 수업을 수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어 강의보다는 학습에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교수님께서 제공해주시는 학습 자료를 꼼꼼히 읽고 번역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쉬는 시간에 교수님 또는 조교님께 질문했다. 모든 강의마다 조교님과 질문할 수 있는 세션이 따로 제공되니 그때를 활용하는 것이 아주 좋은 방법이다. 또한 함께 수강하는 독일인 친구를 사귀어 같이 공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나는 독일어 능력을 수업보다는 사람, 실전을 통해 키웠다.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학과에 직접 문의해서 독일인 탄뎀 파트너를 배정받았다, 본 대학교 한국학과에서 따로 안내를 해주지는 않으나, 메일을 보내면 독일인 탄뎀 파트너와 매칭해주니 꼭 시도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보다는 독일어를 우선 사용한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음식을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물론이고, 경찰 앞에서도 거주지 등록할 때도 대학교에 문의를 할 때도, 전화로 문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보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요구와 생각을 분명하게 독일어로 표현하는 데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독어교육과라는 배경 덕분에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독일 친구들과 직접 만나기도 하고 무작정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그래서 정석적인 표현보다는 유행어, 구어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독일인 친구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 다 알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독일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재미있게 학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독일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품은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것들은 한국에서 더 싸고 편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져오기를 추천한다.
여행 관련 물품: 기내용 캐리어, 미니 손저울(캐리어 무게 재는 용도), 칫솔 살균기
생활 물품 : 코인락스(청소용), 날개형 생리대, 본인에게 맞는 기초화장제품
음식: 코인육수, 코인사골, 블록국(미역국, 된장국 등), 작은 참기름
2. 현지 물가 수준
한국에 비해 식료품은 아주 저렴한 편이다. 특히 과일, 고기가 저렴하다. (ex. 망고 하나 900원) 장을 봐서 요리를 해먹는다면 식비를 아주 아낄 수 있다. 한국 식재료는 비싼 편이나, 장류 등은 한 번 사면 오래 먹을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라면, 햇반, 참치 등의 한국 식재료가 한국에 비해 약 2~3배라고 생각해야 한다. 외식비용은 아주 비싸다. (평균 3만원) 독일 학생들도 외식을 자주 하지 않고 직접 요리해먹는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본 시내에는 다양한 식당이 있다. 하지만 상술했다시피 가격이 비싼 편이다. 저렴하게 외식을 하고 싶다면 학교 식당인 멘자(Mensa)를 가거나, 케밥 등을 사먹는 것이 좋다. 맥주의 나라 독일답게 시내에 펍이 많다. 추천하는 펍으로는 본쉬가 있다.
의료 혜택은 기대하기 힘들다. 독일의 의료 시스템은 몹시 복잡하고 느리기 때문에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어떤 병원에서도 신규 환자를 받으려하지 않고, 테어민을 잡을 수 없다. Dr.lieb이라는 사이트에서 신규 테어민을 잡을 수 있는 의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테어민을 잡았더라도 당일 취소 당할 수 있다. 나의 친구는 귀에 중증염증이 나서 구급차를 불렀지만 장난치지 말라며 이송을 반려당했고, 결국 염증이 더욱 심각해져서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다. 독일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의료 시스템이기 때문에 만약 많이 아프다면 차라리 귀국을 결심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은행은 모두 시내에 위치해있다. 상술했던 Vivid, N26을 사용한다면 인터넷 뱅킹으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 현장 방문을 선호한다면 Komerz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현금 인출은 어플을 이용해서 가까운 마트나 DM에서 할 수 있다. 요즘은 독일도 카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은 최소한만 지참하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본 중앙역에서는 가까운 도시로의 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다. 지연과 취소를 견딜 수 있는 참을성만 있다면 꽤나 잘 돌아다닐 수 있다. 중앙역에서 버스 및 트램을 타는 것이 초반에는 조금 헷갈릴 수 있으나, 버스 정류장은 중앙역 건너편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대형 전광판을 보고 정류장 번호를 익힌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입독하자마자 Bahnkarte를 사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할인을 받는 것이다. 나는 3개월 이후에 이 카드를 알게 되어 혜택을 적게 보았지만, 다른 지역 이동 기차를 2번만 타도 이 카드의 본전은 뽑는 것이기에 꼭 바로 구매하여 혜택을 보길 바란다. 시내에서 기숙사까지는 주로 트램, 우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구글맵에서도 도착 및 출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것은 VRS 앱이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학교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있다. 특히 Unisport라고 대학생이면 다양한 스포츠를 아주 값싸게 배울 수 있다. 수영, 요가, 태권도, 댄스 등이 있는데, 한국의 수강신청 때만큼 서둘러서 신청을 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한 학기에 약 2만원 정도로 다양한 스포츠를 배울 수 있다. 이곳에는 각국의 학생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좋으나, 모두 스포츠를 취미 그 이상(프로)의 수준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약간의 실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 외에도 본 도시 안에 다양한 클럽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축구 클럽인데 여성 남성 축구 동아리가 유명하다. 매주 모여서 축구도 하고 놀러다니는데 친구를 금방 사귈 수 있다.
나는 파견 6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했다. 수업보다 여행에 비중을 두어 최대한 많은 도시를 여행하려고 했다. 독일 내를 이동하는 것보다 오히려 외국을 다녀오는 것이 시간이 적게 걸리기도 했다. 그만큼 유럽의 베이스먼트처럼 여러국가로 움직이기 좋다. 특히 겨울학기 때는 유럽의 온 도시에서 크리스마스마켓을 하기 때문에 꼭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야 울적한 날씨를 견딜 수 있다. 여행을 하기 위해 추천하는 어플 및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부킹닷컴(숙소 가격비교 사이트), Omio(교통편 비교 사이트->이곳에서 검색해서 시간과 대략적인 가격을 확인하고 해당 항공편 사이트로 접속해서 직접 구매하면 가장 저렴하다), 라이언에어(유럽 내 저가항공), 유로윙스(유럽 내 저가항공)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독일 특히 본은 소매치기 및 인종차별이 덜한 편이다. 다른 어떤 나라나 도시보다 안전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항상 주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휴대전화, 여권, 지갑은 항상 몸에 소지해야 한다. 한국처럼 카페에서 자리를 맡을 때 휴대전화를 두고 간다면 그냥 기부를 한 셈이다. 한국처럼 밤늦게 돌아다니면 치안이 위험하다. 특히 중앙역 부근에는 마약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혼자 있다면 10시 이전에는 귀가하는 편이 안전하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핸드폰 요금제는 알디톡을 추천한다. 구매, 등록, 충전 절차가 간편하고 대중화되어 있다.
생필품을 구매할 때는 아래의 가게 중 가까운 곳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테디, 유로샵, 볼프리덴, 에데카, 알디, 디엠, 페니, 레베, 로스만
주독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를 자주 접속해서 행사를 살펴보면 안전정보 확인 및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주간, 독일 거주 한국인 유학생 진로 토크쇼, 유엔 통일 포럼 등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인 서기관님과 친해질 수 있었다. 본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찾아서 참여하느냐가 교환학생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같은 지역으로 같은 시기에 교환학생 파견을 다녀왔더라도 각자의 생활은 모두 다르다. 출발 전에 나의 목표는 "강의실 밖에서 많이 배우자" 였다. 그래서 독일에 간다는 생각보다는 유럽에 6개월간 다녀온다는 느낌으로 길을 떠났다. 그래서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을 경험하고 왔다. 겨울학기 교환학생으로서 유럽의 흐린 날씨가 아쉽기는 했지만,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특유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나는 주도적으로 경험을 쌓았다. 조그마하지만 평화롭고 아늑한 이 도시는 서독의 수도로, 유엔 캠퍼스와 한국 대사관이 있었다. 나는 주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찾아다녔다. 대사관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석하다보니 다른 행사와 만찬에도 초대받았다. 외교학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는 나에게, "통일연구세미나", "Green Job Talk Concert", "한국의 밤" 등은 좋은 경험이었다. 또한 다양한 문화생활도 즐기며 노력했다. 독일어로 된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미술관과 박물관도 자주 다녔다.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신기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예술 분야는 나에게는 생소했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힘과 열정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한국 교회에 다니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독일에 정착한 한국인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았다. 특히 독일 유학생, 독일 이민자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었다.
유럽에 살면서 스스로의 모습이 참 많이 변했구나 느낀다. 먼저, MBTI로 설명해보자면 ENFJ였던 내가 완전히 반대인 ISTP가 된 기분이다. 뼛속까지 계획형이었던 내가 유럽 기차의 연착, 취소,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행정 처리 덕분에 즉흥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꽤나 시니컬해졌다. 유럽의 겨울 날씨 때문일 수도, 진심과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서의 실수, 덤벙거림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다르게 나의 체류, 생존 자체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해진 것 같다. 다른 선배들의 말을 들어봐도 독일이 사람을 시니컬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사색하고 고민하고 파고드는 나 자신이 낯설면서도 반갑기도 하다.
그리고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되었다. 가볍게는 옷차림부터, 정치적, 종교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처음 독일에 도착한 9월, 사람들의 개방적인 옷차림에 많이 놀랐었는데 후반에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헤어스타일, 체형, 피부색도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이건 남들에게도 그렇고, 나 자신을 볼 때도 그랬다. 그래서 한국에선 고민하던 옷들도 맘껏 입고 새로운 스타일도 시도해볼 수 있었다. 나아가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한국에서는 예민할 수 있는 정치적, 종교적 대화를 자유롭게 나누게 되었다. 대화거리가 떨어졌을 때 민초 호불호, 깻잎논쟁을 꺼내던 예전과는 다르게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부담없이 하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면서 삶의 군상과 그에 따른 생각은 참으로 다채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한국에서 수없이 나를 채찍질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현재 독일로 교환학생 파견을 고민하거나, 예정 중인 학우가 있다면 할 말이 많지만 간략하게 아래의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1) 교환학생은 정말 추천한다.
단 한 학기라도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파견가라고 해도 무조건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올 것이다. 단 6개월 만에 이렇게 많이 무너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고 성장할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우리 모두가 부인할지 몰라도 한국에서의 시간은 너무나도 치열하다. 졸업 사정, 취업 걱정, 진로 고민에서 잠시 물러나 타지에서의 '삶'을 누리길 추천한다. '여행'과는 다른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 두 학기 일찍 졸업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 Kein Stress, Alles gut
이것은 독일 생활 때에 배운 마법의 주문이다. Kein Stress, Alles gut! 스트레스 받지 마, 모든 게 잘 될 거야! 독일에서의 삶은 정말 답답함과 억울함의 연속일 수 있다. 유럽에서 실수로, 몰라서 쓴 멍청비용만 해도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비자를 받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그래도 나는 항상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다. 가끔은 '이 독일 온 땅이 나를 밀어내는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었다. 어느 밤에는 외로움이 물밀 듯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아있고 건강하다면 그걸로 됐다 생각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겼다. 정신승리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나의 젊음, 경험, 오늘이기 때문이었다. 교환학생으로 해외에서 살다보면 씩씩하게 잘 해나가다가도 "분명" 어려움을 겪을 텐데, 씩씩하지 않은 나의 모습도 '오호 나는 어려울 때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군' 이렇게 바라보고 다시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3) 경험에 머무르지 말고 성장에 주목하기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교환학생 경험을 나누는 건지,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아마도 교환학생 경험 자체가 자기계발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만약 다른 이가 독일 등으로 파견 가면 상기한 나의 경험과는 또 다른 모양과 질감의 그것들을 하게 될 것이다. 정말 새롭고 눈이 뜨이고 정신이 없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말고 내적 외적 성장에도 주목하길 바란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감정을 기록하고 나를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하루를 정리해서 사진을 올리고, 블로그에는 일기를 쓰고, 따로 감사일기와 영감일기도 작성했다. 이렇게 하면 매일을 한껏 감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고 나중에 보면서 이성적으로 나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