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습니다. 원래 2학년 즈음 교환학생을 신청하려고 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후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며 이번 기회에 교환 프로그램을 신청하였습니다. 여지껏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던 가장 큰 까닭은 새로운 환경에 단기로 살아보는 경험 그 자체 때문이었습니다. 교환이 아니라면 해외에, 그것도 다른 교육 환경의 학교에 학생 신분으로 단기로 다녀볼 경험이 없으리라고 생각했고, 학사 졸업 후 언젠가 해외 유학을 염두에 둔 입장에서 실제로 유학을 가기 전 해외 생활을 한 번쯤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결과적으로 교환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하고, 6개월의 경험은 추후 유학을 가더라도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겠다는 용기까지 북돋아 주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을 간 대학은 영국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University College London이었습니다. UCL은 흔히 런던 대학교라고 불리는 대학 그룹 중에서도 주요한 대학에 해당하고,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받는 학교는 서울대밖에 없습니다. 저는 교환 프로그램을 참가하기 전 유럽에 가본 적이 없어 유럽이라는 새로운 대륙에서 6개월 동안 살아보고 싶었고, 유럽 국가 중에서는 영어권이며 주변국을 여행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뮤지컬과 연극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해 ‘West End’라고 불리는 공연 단지가 조성된 런던을 최종 지역으로 선정하였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영국의 경우 한국인은 최대 6개월까지 비자 없이 생활이 가능해 저는 비자를 발급받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이 6개월이라는 기간도 순수하게 영국에서만 머무른 기간을 의미해서, 중간에 비쉥겐 국가에 여행을 다녀오면 그 기간은 제외하고 계산이 되어 실질적으로는 6개월 이상도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 대해서는, 영국의 학기가 시작하기 두어 달 전 자신이 원하는 조건 항목에 체크해 폼을 제출하라는 학교 측의 메일이 왔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항목으로는 기숙사에 식사가 제공되는지 여부, 화장실/부엌을 공용으로 사용할지 여부, 그리고 최대 생각하고 있는 금액 등을 물어보았습니다. 학교로부터 희망 거리를 묻는 항목은 없었는데, 학교 웹사이트에 기숙사 목록이 나와 있으니 본인의 희망 조건에 맞는 기숙사 중 원하는 거리에 있는 기숙사의 비용을 추려 해당 기숙사의 납부금으로 최대 금액을 적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Beaumont Court라는, Zone 2에 위치해 학교에서 도보 1시간, 튜브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기숙사에 배정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아 경제적 이유(매일 지하철로 통학한다면 예상 금액보다 초과한다)를 적어 기숙사 변경을 요청했고, 다행히 영국으로 떠나기 2주 전쯤 Frances Gardner House라는 곳으로 변경되었다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학기 중에 기숙사를 옮긴 친구들도 있는 걸로 보아, 타당한 사유가 있다면 기숙사를 변경해주는 것 같으니 혹 기숙사가 불만족스럽다면 메일을 보내보시길 추천합니다.
교환 프로그램에 신청해 파견을 나간 것이니 Student/Tuition fee는 지불하지 않았지만, 기숙사 비용은 당연히 지불해야 하였는데 저 같은 경우 개인 화장실이 딸린 En-suite를 신청해 주당 267파운드(약 45만원)를 기숙사 비용으로 지출하였습니다. 영국의 물가가 한국보다 비싼 것도 있지만, 1존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굉장히 좋은 자리였다는 점, 혼자서 화장실을 썼다는 점 등이 비싼 비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숙사 비용은 학기별로 납부하는데, 제가 갔던 기간은 2학기와 3학기로, 총 2번에 거쳐 학교의 온라인 계좌로 납부하였습니다.
IV. 학업
우선, UCL은 한 학기당 4개의 강의를 들어야 하며 그중 최소 2과목은 전공 과목으로 채워야 합니다. 저는 Arts and Science(BASc) 전공으로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는데, 수강신청 전 학교에서 BASc 전공의 강의 제목과 소개가 담긴 PDF 파일을 전송해 주어 어떤 수업을 들을지 미리 목록을 추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교환학생들은 본교 학생들보다 수강신청 기간이 늦어 인기가 많은 수업은 거절될 수 있으니, 최소 2~3안까지는 생각해두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수강한 과목은 Object Lessons, Game Theory, Language and Cognition, Psychology and Education의 4과목으로, 앞의 두 강의가 BASc 전공, 뒤의 두 강의가 제 본래 전공인 Psychology 전공의 강의들이었습니다. 심리학 전공의 강의들은 타과 교환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들을 수 있는 강의 수가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둘 모두 일방향 Lecture 형식이었습니다. BASc 전공 강의인 Object Lessons가 제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데, 이 강의는 신기하게도 박물관학을 가르칩니다. 큰 개요는 UCL 소장품 중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한 개씩을 배정하여 한 학기 동안 배정 받은 소장품을 공부하는 수업입니다. 첫 5주는 자신의 오브젝트에 대한 Book Chapter를 쓰기 위한 수업을 들었고, Reading Week 다음의 5주는 조별과제를 통해 각 조원의 소장품들을 웹사이트에 전시하는 Virtual Exhibition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모든 오브젝트와 연관될 만한 전시 주제를 논의하고, 그를 바탕으로 각자 사이트의 페이지를 제작하였습니다.
학습 방법은 한국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제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 장벽이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토플 성적을 맞추어 갔으나 실질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과 조원/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였으나 후에는 적응하여 오히려 모르는 것에 대해 먼저 물어보고, 설령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한들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저 스스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실생활의 영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었고,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습니다.
V. 생활
저는 ISIC 국제 학생증(VIVA G), VIVA X, 트래블월렛 카드를 가져갔고, 현지에서는 monzo 인터넷 뱅킹을 통해 영국 계좌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환율이 떨어졌을 때 트래블월렛에 파운드화를 미리 환전한 뒤 사용하는 식으로 생활했고, monzo 카드는 친구들끼리 파운드화를 송금하거나 받을 때 사용하였습니다. VIVA G나 X는 트래블월렛이 되지 않을 때만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giffgaff 유심을 받아갔고 16~25 Rail Card도 미리 발급신청을 해 앱에 다운로드 받아 갔습니다. giffgaff 유심은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영국을 벗어날 경우 EU 지역에서 한 달에 5GB밖에 지원되지 않아 그 점이 다소 불편했습니다.
생활용품으로는 제가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 한국에서 사용하던 수분 제품과 상비약을 챙겨갔고, 전기장판, 손톱깎이, 텀블러, 클린 장갑, 수저 세트, 사골 육수 큐브, 밀키트, 우산, 멀티탭, 멀티어댑터 등을 가져갔습니다. 이 중에서 필수라고 할 만한 물건은 손톱깎이, 수저 세트, 사골 육수 큐브, 밀키트, 멀티탭, 멀티어댑터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전의 후기 글에서 전기장판은 필수라는 내용을 많이 보아서 전기장판을 따로 들고 갔는데, 저는 기숙사에서 온방이 잘 되어 전기장판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석회수를 대비한 샤워 필터도 몇 개씩 챙겨 갔으나 샤워기가 일체형이라서 사용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물건들도 사 가면 유용하지만 영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이라 가서 구매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현지 물가는 한국의 1.5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식료품점은 한국보다 싸서 요리해 먹으면 식비는 생각보다 많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거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등은 확실히 한국보다 물가가 비쌌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요리 해 본 적이 거의 없어 생활을 시작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작 요리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기니 매일 요리해먹을 정도로 손에 맞게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의 경우 친구가 이전에 쓰던 오이스터 카드를 줘서 그 카드를 사용했는데, 혹시 지하철을 매일 탄다면 Student Oyster Card를 사서 정기권 할인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지하철을 자주 타지 않는다면 일반 오이스터 카드나 Contactless Card를 사용해 다니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UCL은 9~12월이 1학기, 1~3월이 2학기, 4~6월이 3학기로 총 3학기제인데 2학기와 3학기 사이에 1달 방학이 있고, 2학기에도 중간 한 주는 리딩 위크라고 모든 수업이 휴강을 해서 실질적으로 강의가 없는 기간이 길었습니다. 더구나 3학기는 수업 없이 시험만 치는 학기이므로 제 경우에는 5월 초에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이후 기간은 런던에서 관광을 다니거나 주변국으로 여행을 다녔는데, 저는 틈틈이 여행한 것까지 포함해 스코틀랜드·아일랜드는 물론이고 핀란드·스위스·그리스·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벨기에·모나코 등의 유럽 국가를 여행하였습니다. 영국은 저가항공이 굉장히 잘 발달해 있어 이른 새벽이나 밤 비행기 등 값싼 항공편을 찾으면 왕복 100파운드가 되지 않는 돈으로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런던은 총기 소지가 금지돼 있어 총기 난사 사건 등의 범죄는 없지만, 소매치기는 다소 잦은 편입니다. 특히나 거리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자전거/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낚아채는 수법이 흔합니다. 다행히 저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지만, 제 친구들은 2주 동안 3명이 그러한 방식으로 휴대폰을 도난당했을 만큼 길가에 걸어가실 때는 항상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거주지가 런던 중심가였던 만큼 밤이 늦어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때때로 새벽에도 기숙사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만, 번화가가 아닌 부분은 다소 위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귀국 보고서를 쓰고 있는 지금, 교환학생으로서의 경험이 비로소 마무리되는 기분입니다. 지난 6개월은 처음으로 혼자 타지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일축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개인적인 여유를 되찾고 성장의 발판이 제공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을 만남으로써 삶의 경로가 하나로만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중에서도 런던에 머물렀던 것에 후회란 없고, 언젠가 다시 한번 꼭 방문하고 싶을 만큼 좋은 기억이 주를 이룹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난 6개월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