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 입학 때부터 언젠가 한 번쯤 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부 3학년이 되자, 학교에 다니고, 과제를 하는 일상이 반복적으로 느껴지고, 지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간관계, 진로 등 여러 개인적인 고민들이 많아졌는데 나아가지 못한 고민들의 흐름을 한 번 끊기 위해 새로운 환경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적 자극을 얻고 싶었고, 제 자신이 바뀌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또한, 안정적인 신분으로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교환학생이 유일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가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 지역을 우선 고려했습니다. 학기 중에도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럽권 국가를 희망했고, 런던은 그 중에서도 영어권 국가라는 점과, 활발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파견 가능한 런던 내 대학 4~5 개교 중에서 University College London은 런던의 가장 중심가에 위치해 있고, 여러 국제 대학 랭킹에서 10위권에 늘 포함될 정도로 높은 국제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어서 지망하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제가 파견된 지역은 영국의 수도 런던입니다. 한 학기 런던에서 수학하고 난 후 교환학생 친구들과 공통적으로 나눈 후기는 런던에 반년이나 살았지만, 아직까지 볼 게 남아있다는 놀라움이었습니다. 런던아이,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영박물관 등 여러 대표적인 관광지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자연사 박물관, V&A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 여러 박물관 및 미술관이 대부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고 뮤지컬이나 여러 음악 공연도 활발합니다.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특징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세 가지인데, 다양한 특색을 가진 지역들, 활발한 북숍과 도서관 인프라, 공원에서 휴식하는 문화였습니다. 쇼디치나 브릭레인과 같이 젊은 힙스터 거리, 센트럴 런던의 쇼핑거리는 물론 템스강 남부의 재개발 구역들이나 카나리워프의 금융지구 등 모든 지역들이 특색이 있고 굉장히 발전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문대학 학생으로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 중 하나가 런던의 독서 문화였는데, 작은 북숍과 북토크들, 공공 도서관의 시설과 강연 프로그램이 모두 굉장히 활발하고,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런던에 생활하며 느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도심 속 공원이었는데, 하이드 파크, 리젠트 파크, 배터씨 파크, 세인즈 제임시스 파크 등 자연이 잘 보존된 푸른 휴식 공간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습니다.
덧붙여 런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문화 도시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런던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인 만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래서 유럽권에서 비교적 인종차별이 덜하다는 인식이 있기도 합니다.
UCL은 런던의 명문 대학으로 제레미 벤담의 이념을 이어받아 제임스 밀의 주도 하에 설립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입니다. UCL은 인종, 성별, 계급, 종교의 차별을 극복한 교육을 하기 위한 이념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런던 대학교의 연합체인 런던 대학 그룹에 포함되어, 런던 정경대, 킹스 칼리지 등의 대학과 활발한 교류 및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UCL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런던의 가장 중심인 블룸스버리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UCL는 위치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런던에서 가장 치안 수준이 좋고 번화한 센트럴 런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저는 영국에 6개월 미만으로 체류하여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런던에 한 학기 교환을 가는 경우 비자 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은 비자가 필요 없더라도 현지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목적으로 학생 비자를 신청하여 취득하고 온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저는 UCL이 제공하는 학생 기숙사인 Schafer House와 Astor College 두 곳에서 살았습니다. UCL은 교환학생 지원 이후 학교에서 기숙사 신청 이메일이 오는데, 신청 절차가 친절히 안내되므로 학교의 기숙사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여 신청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사설 기숙사보다는 UCL에서 제공하는 학생 기숙사에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UCL에는 대략 20개가 넘는 학생 기숙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숙사를 지원할 때는 특정 기숙사를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catering(식사 제공), 방 형태(개인 화장실 유무), 예산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기숙사 방을 배정해줍니다.
저는 catering 없이, 개인 화장실 없는 기본 1인실에 주 250파운드 정도의 예산으로 적었습니다. catering을 하면 요리 시간 단축이나 식비 절감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식사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그리 높은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기숙사 지원의 가장 큰 기준은 예산일 텐데, 런던의 기숙사는 워낙 비싸서 저는 화장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의 기본방을 배정받고자 했고, 그에 맞는 예산을 고려해 250파운드 정도를 제출했습니다. 기숙사 지원 전에 UCL에서 20개 정도의 기숙사와 룸 타입, 주당 가격을 정리한 파일을 함께 보내주므로, 원하는 방의 형태를 고른 뒤 그에 맞는 예산을 적어서 제출하며 됩니다.
저는 처음 Schafer House에 배정받았는데 기숙사 생활에 불만이 생겨 2주 정도 살고 다른 UCL 기숙사인 Astor College로 옮겼습니다. Schafer House는 오래된 건물이고, 저는 저층에 배정받아 늘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중국인 플랫메이트가 생활에 불편함을 많이 주어서 이러한 사정을 잘 설명하여 새로운 기숙사로 옮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UCL 학생 지원 사이트 및 기숙사팀과 전화로 소통했는데, 학교에서도 최대한 학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고 느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기숙사 방을 배정받아 들어갔는데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시는 분들은 빠르게 학교와 소통하며 방을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UCL은 파견 대학에 따로 지불하는 비용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에 해당 학기 등록을 마치고 등록금을 내면 UCL에 따로 지불하는 비용은 발생하지 않고, 기숙사 비용만 지불하면 됩니다. 기숙사 비용은 학교 이메일을 통해 발행된 invoice를 보고 결제했습니다. 저는 큰 금액을 당장 파운드화로 바꿀 수 없어서 한국 신용카드로 결제했는데, 미리 환율이 좋을 때 영국 카드를 만들어 파운드화를 사둔 뒤 지불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기숙사비를 한 번에 내라고 메일이 오는데, 분할 지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총 세 번에 나누어 냈고, UCL 기숙사 포털을 통해 세 번에 나눈 지불 계획을 설정하고 각 시기에 맞추어 내면 됩니다. 이때에 또 환율을 고려해보면 좋은 게 제가 산 방은 월에 환율이 낮을 때는 140만원대였지만 환율이 안 좋을 때는 월에 160만원을 낸 만큼 꽤 큰 금액 차이가 발생합니다.
런던 교환학생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거비 및 생활 물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숙사비가 많이 듭니다. 주변 교환학생들을 보면, 주로 저와 같이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개인 화장실이 없는 기본 방에 사는 경우 월 130~150만원 정도, 최신식 시설이거나 개인 화장실이 방 안에 딸린 경우 월 180~200만원 정도를 기숙사비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출국 전 여러 교환학생 블로그에 나온 정보들을 취합해 giffgaff 유심을 주문했고, 국제 학생증을 발급 받았습니다. 실제론 유심은 giffgaff에서 배송이 오지 않아서 현지에 가서 다시 구했고, 국제 학생증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카드는 하나카드에서 나오는 비바x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은 미리 트래블월렛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환율이 좋을 때 현지 통화로 결제해두니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핀 인증앱 다운, 네이버 해외 로그인 차단 해제, trainline(철도앱) 가입 및 railcard 구매, 보험 가입 등을 했습니다. 카드 원화결제 차단을 하는 게 좋은데, 현지에서는 한국카드를 사용하더라도 현지통화로 결제해야 이중 수수료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걸 몰라서 큰 금액을 해외 원화결제 차단이 되지 않은 카드로 결제했다가 수수료를 굉장히 많이 냈습니다. 사실 출국 전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해도 현지에서 다 해결할 수 있긴 하지만, 한국 번호를 정지시키고 나면 한국 핸드폰 인증이 어렵다보니 아이핀 인증 같은 본인인증 수단을 미리 확인하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UCL은 서울대학교와 달리 선착순 수강신청이 아니어서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두면 배정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수강 신청 가능한 모듈의 리스트와 수업 개요 등을 담은 파일을 보내주고, 학과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강신청 때문에 처음에 혼란을 겪기도 했는데, 수강 신청 이후 과목 수강 승인까지의 과정이 꽤 오래 걸려서 현지에 도착하여서 까지도 수강 승인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인기가 많은 강좌거나 심화 내용이어서 학습에 대한 증빙이 필요한 경우 미리 구글 폼이나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리 꼼꼼히 확인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모듈(과목) 4개를 듣게 되는데, 소속 학과 강의를 최소 2개는 수강해야 합니다. 나머지 두 강좌는 타과의 수업을 들어도 되긴 하지만, 수강 승인이 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의 본전공과 관련이 있는 타과 수업을 신청하였다가 수강이 승인되지 않아서 수업을 변경해야 했지만, 개강하고 나서도 충분히 수강 변경의 기회가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UCL 에서의 수업은 주로 강의, 세미나, 워크숍 등의 형태가 있었습니다. 보통 강의와 세미나가 둘 다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강의는 다 같이 모인 수업이라면 세미나는 소그룹으로 나뉘어 주 1시간 정도 해당 주차의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토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워크숍의 경우는 세미나와 유사한데 팀 프로젝트나 기말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등의 활동도 했습니다.
저는 4과목을 수강했는데, 소속 학과인 BASc에서 3과목, 인류학과에서 1과목을 수강했습니다.
1) Law in Action
이 과목은 법학 입문과 같은 느낌으로 영국의 법체계부터 판결문을 읽는 법 등 기초적인 내용부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주 리딩을 통해 판결문을 읽고, 정리하는 연습을 했는데 수업에서는 그 내용을 함께 토론하며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법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쓰일 수 있는 지 등 여러 생각해볼만한 지점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평가는 기말 과제 하나로 이루어졌고, 사법체계의 역할에 대한 큰 질문에 관해 수업에서 배운 케이스 하나를 분석하여 논증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느꼈고, 입문 수업이다 보니 교수님께서 모든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얻어가는 점이 많았습니다.
2) Understanding Cities and their Spatial Cultures
이 과목은 도시 환경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과목이었습니다. 문학, 철학, 사회학, 건축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글들을 읽어볼 수 있었고 수업이 이론적으로 이뤄지지만, 야외 수업이나 세미나, 워크숍이 매우 활발히 이루어진 점이 특징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수강할 수 있었는데, 수업을 통해 제가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해 한층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과제가 런던의 워킹투어를 개발해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어서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강자 대부분이 교환학생이어서 각 국가에서 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도 신기했습니다. 다만 투자 시간이나 과제양이 다른 과목에 비해 많긴 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트 작성하기, 런던 워킹투어 개발하기, 발표, 보고서 등의 과제가 있었습니다.
3) An Introduction to World Cinema
이 과목은 할리우드 상업 영화가 아닌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상영 시간과 강의 및 토론 시간이 있었는데, 토론 시간에서 영국 학생들과 소그룹으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토론의 내용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나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는 것이다 보니 즐거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영국 학생들이 많이 수강해서 친구를 사귀기도 좋았습니다. 과제로는 영화에 대한 리뷰와 기말 에세이가 있었습니다.
4) Rethinking Capitalism
이 과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과 대안을 배우는 과목으로 사실 수강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주로 강의에서 교수님이 이론을 강의하시고, 해당 주차의 내용과 관련된 전문가 분이 연사로 오시곤 했는데 내용이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서 영어로 강의를 수강하는 게 어렵긴 했습니다. 그래도 강의 이후 세미나에서 해당 주차 내용을 조교님과 복습할 수 있어서 강의의 내용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고,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굉장히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평가는 기말 에세이로만 이뤄졌습니다.
3. 학습 방법
가장 도움이 되는 학습 방법은 리딩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대한 미리 시간을 확보해서 리딩을 해야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세미나에서 한 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데 그런 경험이 있어야 무언가를 얻어가는 배움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리 리딩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수업을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시험을 본 과목이 없었고, 모든 과목이 에세이와 프로젝트로 평가가 이루어져서 많은 학습량이 요구되지는 않았습니다. 에세이를 작성할 때에는 모국어가 아니다보니 최대한 문장의 뜻이 명확히 전달되도록, 정확한 단어를 찾아서 사용하기 위해 영어로 해당 내용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과목들이 에세이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제공해주셔서 이를 통해 학습하고 수정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영어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세미나나 워크숍에서 발언 기회가 있을 때 발표를 하려고 노력하자고 마음을 먹었고,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회화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초반에 영어 회화가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부딪혀보려고 마음을 많이 다잡았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제가 수강한 과목들에서는 늘 교수님과 조교님들이 학생들과 대화하길 원하신다고 느꼈습니다. 수업 수강 중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화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가장 잘 사용한 물건은 1인용 밥솥이었습니다. 런던은 외식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요리해 먹을 일이 많은데 금세 한식이 그리워져 자주 밥을 해먹었습니다. 런던에는 워낙 한인마트가 많아서 ‘오세요’, ‘서울플라자’에서 한국 식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살 때보다 한식 요리가 는 것 같은데, 마트에서 기본 식재료를 사고 한인마트에서 소스류를 사서 요리해먹었습니다.
수저, 젓가락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긴 한데 저는 부피가 크지 않으니 한국에서 챙겨가 잘 사용했습니다.
여성분들은 사용하는 화장품과 스킨케어를 챙겨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화장품은 거의 사지 않았을 정도로 한국 제품을 다 챙겨가서 사용했습니다.
사실 가져가서 좋은 물품보다는 챙기지 않아도 좋았을 물건이 더 많았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Sainsbury나 Tesco 같은 마트나 Primark 에서 충분히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전기장판은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상비약은 영국에서 구매하기 쉬워서 크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옷은 많이 챙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부피를 크게 차지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옷을 많이 챙겨 와서 입지 않아도 버리질 못해서 다시 들고 가는 게 많았는데, 영국 현지에서 TK maxx, 자라, h&m, Primark 등 저렴하게 쇼핑할 곳이 많아서 와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조금 옷 스타일이 달라서 영국에서 새로운 옷도 많이 시도해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런던은 물가 수준이 높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실 비용적인 면 때문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한 파견지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간단한 식사를 사 먹을 때가 5~10파운드 정도,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 20파운드 정도가 나오는데 한화로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이 외에도 모든 물가가 한국의 1.5배 정도는 된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마트에서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 경우 식비를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교환학생들이 최대한 요리를 많이 해먹고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조금 더 물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직접 요리를 해먹으려 노력하고, 생활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요리를 많이 하려 노력하긴 했는데, Tesco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meal deal이나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게 조리된 식품을 많이 구입해 먹기도 했습니다. Pret 샌드위치나 학교 앞 B bagel에서 간단히 먹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외식의 경우 Blacklock 선데이로스트, Dishoom 커리, Bao가 기억에 남고, 주로 소호나 차이나타운에 가서 외식을 했을 때가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은 Pret 정기권 구독인데, 월에 30파운드를 내면 매일 Pret에서 판매하는 음료 5잔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커피값을 많이 아꼈습니다. 5잔이다 보니 친구와 나눠서 하면 카페 지출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병원을 이용하려면 GP에 등록해야 하고 예약을 잡기가 까다로워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이나 마트에서 약을 사먹었지만, 위급한 상황에는 한국 보험사 긴급 연락망을 잘 활용해 주변 응급실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Monzo 사에서 영국 계좌를 만들었는데 카드 발급 및 신청과정이 매우 편리하고 앱 사용도 편리해서 잘 사용했습니다. 한국 돈을 ‘모인’ 앱을 통해 파운드화로 환전해 Monzo 카드에 넣어서 생활비로 사용했습니다. 여러모로 친구들과 비용을 나눌 땐 파운드 송금을 할 일이 많아서 유용했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Monzo 카드 발급이 여러 차례 거부당해서 hsbc 등 다른 영국 은행 카드를 발급 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절차가 조금 더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런던에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과 버스인데, 저는 학교 가까이 기숙사가 있어서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지하철은 비용이 비싸서 주로 버스를 타거나 걸어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학교와 먼 기숙사의 경우 통학을 위해 정기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초반에 정기권을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giffgaff 유심을 받아서 매월 10파운드~15파운드 정도의 플랜을 구매해서 사용했는데 큰 문제없이 잘 사용했습니다. 다만, 영국 외의 지역에서는 EU 데이터 로밍이 5기가 까지만 가능해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달에는 다른 나라 유심을 따로 구입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Giffgaff가 저렴하다보니 많이 사용하는데, 주변에서 Three 심도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쇼핑할 곳을 잘 몰라서 지나치게 비싼 물건을 사거나 돈을 낭비한 경우가 많았는데, 필요한 물건은 Tesco와 Primark에서 구할 수 있고, 생필품은 Lidl에서 할인하는 품목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땐 우선 나열한 곳들을 가보고, 아마존 앱을 통해 비교해보는 식으로 구매했는데, 주로 Tesco에서 대부분 해결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학교에 중앙 도서관, 학생 식당, Bloomsbury Theatre, 학생 카페 등이 다양하게 위치하여 좋았습니다. 특히 UCL 중앙 도서관을 자주 다녔습니다. 또 목요일 오후에는 Farmer’s market이 있어서 친구들과 같이 밥을 사먹고 대화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따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학기 초에 동아리 소개 부스가 열리기도 하고 원한다면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Japan society의 일본 문화 행사에 참여했는데, 동아리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여러 행사들에 참여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는 Hiking society를 즐겁게 활동했던 것 같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더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선 동아리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을 통해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영국도 분명 좋은 선택지이지만, 유럽 내륙 중앙 쪽 (독일이나 네덜란드)이 더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영국에서는 국외로 나가기 위해선 거의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그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미리 여행 계획을 잘 세워두어 비행기와 숙소를 미리 예약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1학기라 할 수 있는 1월에서 6월 사이의 유럽에서는 유명한 행사나 축제들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다니려 노력했습니다. 베네치아 가면 축제, 네덜란드 튤립 축제 등에 갈 수 있었고, 날씨를 고려하여 움직여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보고, 프랑스 니스에서 바다 수영을 하는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지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다양한 장소를 보며 즐거움을 얻고, 생각이 많이 정리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영국 국내에서도 옥스퍼드, 브라이튼, 바스, 코츠월드 등 좋은 여행지가 많아서 학교 수업이 바쁜 시기에는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UCL은 학생들을 최대한 돕기 위해 노력해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숙사 변경이나 이후 학생증 연장 등으로 학교와 소통할 일이 많았는데, 우선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BASc의 경우 교환학생들 관련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빠르게 도와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잘 모르는 문제의 경우 Student centre 에 있는 지원센터에 찾아가 문의하니 친절하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무엇이든 어려운 점이 있다면 빠르게 학교와 소통하고 도움을 얻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런던에서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가까운 문제로는 소매치기가 있는데, 교환학생 생활 중에도 UCL 바로 앞에서 휴대폰 도난(주로 차도 근처 길가에서 핸드폰을 하면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낚아채는 형태나 가게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면 종이나 물건 등으로 가리고 빼가는 수법)이 잦아 교환학생 대상 안내문이 붙기도 했습니다. 늘 길가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중요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 잘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런던에서는 강도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UCL 바로 앞이나 학교 기숙사가 위치한 센트럴 런던의 경우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남부 런던이나 다른 외진 지역에서는 밤에 여자 혼자, 또는 여자끼리만 다니는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워낙 대도시고 범죄가 많다고 느껴서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통해 아직 말로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많은 내적 변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은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많은 시간적, 심적 여유를 갖게 되는데 이를 통해 정말 스스로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이만큼의 여유시간이 생긴다면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무엇을 선택하는지 관찰하다보면, 자신에 대해 몰랐던 사실이나 취향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구체화하지는 못했지만 교환학생의 경험이 제 자신에 대한 또 다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습니다. 가족들,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처음이어서 외로움을 타기도 했고, 불안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겪으며 제 스스로가 더욱 단단하게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러한 시간과 경험 모두 소중한 배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내적인 이해와 힘을 가지고 한국에서의 학업과 삶을 잘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