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한국 너머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호기심, 외국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갈망, 전공과 관련하여 해외 대학에서는 어떠한 커리큘럼이 제공되는지 궁금한 마음, 생활 면에서 자립심을 기르고자 하는 목표 등이 결합해 교환학생 프로그램 신청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로 파견되었다. Term 2 (2023. 1. 9. ~ 2023. 4. 28.)에 수학하였다. 밴쿠버는 서안해양성 기후로 온난한 편이지만 특히 가을, 겨울, 봄에는 강수량이 많다. 이러한 기후적 특성은 생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꼼꼼히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ⅰ. 필수로 준비할 것
출국 전에는 항공권, 여권, eTA 혹은 Study Permit, 여행자 보험 등을 준비하면 된다. 항공권은 합격 레터를 수령한 이후 가격 동향을 지켜보며 적정한 시기에 구매하면 되는데, 귀국 일정이 확실하지 않다면 출국 표만 구매하는 것도 괜찮다. 6개월 이하 체류 예정이라면 eTA를 발급 받으면 되고, 그 이상 체류 예정이라면 Study Permit을 준비하면 된다. eTA는 인터넷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다. 단,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에 유의하여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유심의 경우 필자는 4개월 동안 eSim의 형태로 사용하였다. 실물 유심을 끼우는 수고를 덜 뿐더러 만약 휴대폰이 ‘듀얼 심’을 지원하는 기종이라면 한국에서 사용하던 유심과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은행, SNS 등의 본인인증 혹은 중요한 문자 수신 문제 때문에 한국 번호를 남겨두어야 한다면, 그리고 휴대폰이 듀얼 심을 지원하는 기종이라면 eSim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통은 한국에서도, 캐나다 현지에서도 가능하지만 도착해서 다른 할 일이 매우 많기 때문에 미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ⅱ. 기숙사
입학허가서 수령 이후, 기숙사 신청에 대해 안내하는 이메일을 받을 것이다. 제공되는 링크로 접속하면 많은 종류의 기숙사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순위를 정하여 제출해야 한다. 교환학생은 주로 Walter Gage Residence의 6인실 혹은 Fairvew Crescent의 4인실을 신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숙사마다 교환학생 TO가 다른데, 추정하건대 앞서 언급한 Walter Gage Residence와 Fairview Crescent에 넉넉한 편인 듯하다. 선호와 현실적 배정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애초 교환학생 TO가 없거나 적은 기숙사를 높은 순위로 신청한다면 탈락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학한 Term 2 기준으로 ‘Housing Lottery Results'라는 제목의 이메일로 기숙사에 합격했는지 여부를 먼저 알려주고, 이후에 구체적인 건물, 호실을 알려주었다.
ⅲ. 비용
필자가 파견된 Term 2를 기준으로 'Tuition and Student Fees' 항목에서 502.14CAD를 지불해야 했다. 등록금은 서울대학교에 납부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UBC 측에 수업료 명목으로 납부하는 금액은 없지만 iMED(의료보험)와 UPass(교통 패스) 이용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기숙사 금액은 가장 저렴했던 Walter Gage Residence가 1월 9일부터 4월 29일까지 체류하는 데 총 3693CAD이었다.
이외에 준비해야 할 비용은 생활비(식생활, 통신비, 의생활 등), 여행에 필요한 비용(미리 계획하고 준비해놓는 것을 적극 추천★) 등이 있다.
IV. 학업
ⅰ. 수강신청 방법
Application 과정에서 Proposed Course List라는 이름의, 수강 희망 과목들을 UBC에 제출한다. 이때 UBC 수강신청 사이트에 나와 있는 강의 목록을 살펴 작성하면 되는데, 이때 적은 내용은 실제 수강신청과는 무관하다. 입학 허가를 받은 다음, 정식 Course Registration 과정에 대해 이메일로 안내해주기 때문에 기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메일 창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좋다. 수업 시간, 선이수 사항 등을 고려하여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하면 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학교 측에서 수업 간 시간대 겹침 문제, 수강반 제한 문제, 정원 초과 문제를 고려하여 설계한 시간표를 학생에게 제공하는데, 필자의 경험상 제출한 수강 희망 과목들 중 일부만 살아남는다. 이때 정해진 시간표에 2~3과목밖에 없어서 당황할 수 있는데, 다행히 수강 변경 기간이 존재하며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GoGlobal이라는 국제처에서 오리엔테이션 때 상세히 안내해주신다.
ⅱ.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수강한 수업들 중 외국어 교양이 가장 흥미로웠다. 필자는 ‘Beginner's Italian Ⅰ’ 강의를 수강했는데, 교수님께서 1시간 20분이라는 수업시간을 빈틈없이 운용하신다. 이론형 수업이라기보다는 체험형, 학생주도형 수업에 가까운데 개인적으로는 외국어 습득에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음악, 영화, 드라마를 활용한 과제와 활동이 많고, 받아쓰기 연습, 독해, 회화 훈련, 조별 협업 퀴즈 등 을 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듣기/쓰기/읽기/말하기 각각의 영역에서 역량을 균형적으로 함양할 수 있다.
만약 영어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고 그것을 개선하고 싶다면, 토론, 토의, 발표 중심의 수업을 수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리학 강의에서 매주 조별 토의를 하면서 영어로 학술적 주장을 전개하는 연습을 하였다.
V. 생활
ⅰ. 챙겨오면 좋은 물건
- 110V 전기장판 : 냉방은 경험해보지 못했으나, 기숙사 난방은 아쉬운 편이다. 따라서 추위를 많이 탄다면 미리 챙겨오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 돼지코 많이 or 돼지코 1 + 멀티탭 1 : 캐나다는 한국과 정격 전압이 다르다. 일명 ‘돼지코’로 불리는 변환어댑터를 넉넉히 챙겨와서 전자제품(충전기 등) 각각에 사용하든, 돼지코 하나에 한국식 멀티탭을 연결하여 사용하든 상관없다.
- 장화 : 밴쿠버의 봄, 가을, 겨울은 비가 자주 온다. 아끼는 신발이 상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장화를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
- 압축팩 : 귀국 직전 짐이 급격하게 불어나 가져온 캐리어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택배를 보내거나 끝내 몇몇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때 압축팩으로 두꺼운 옷의 부피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 침구류, 식기류는 부피와 무게를 많이 차지하므로 캐나다에 와서 Amazon Prime 이용하여 주문하는 것이 교환학생들 사이에서 보편적이었다.
ⅱ. 식생활
정확한 비교가 어렵고, 음식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지만 뭉뚱그려 이야기하면 외식비는 한국의 2배 정도인 것 같다. 팁문화가 있다는 점도 체감하는 물가가 높은 이유 중에 하나이다. 다만 식재료는 한국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편, 마트를 이용하면 과일, 채소,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여 기숙사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Food Bank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캠퍼스 내 식당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버거, 라멘, 롤, 샌드위치, 포케, 레바논 음식, 쌀국수, 한식, 펍, 아이스크림, 스무디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카페 또한 많아서 취향껏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다만 캠퍼스 내 식당이라고 해서 딱히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ⅲ. 캠퍼스 내 놀거리
UBC는 넓은 면적의 캠퍼스를 자랑하며, 바다와 맞닿은 덕분에 학교의 구성원들은 밴쿠버 최서단 자연지형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다. 필자와 친구들이 특히 좋아했던 것은 바다 구경이다. 캠퍼스 내 유명한 바다는 Wreck Beach와 Tower Beach 두 군데이다. 날씨가 쾌청하든 궂든, 수업이 끝나고 혼자 또는 친구들과 바다로 곧잘 향했다. Nitobe Memorial Garden과 같은 정원도 있고, Beaty Biodiversity Museum, Museum of Anthropology와 같은 박물관도 있으며, Morris and Helen Belkin Art Gallery에서는 종종 전시를 열기도 한다. 문화생활과 자연 탐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캠퍼스이다.
더불어, 학생회 혹은 기숙사에서 흥미로운 행사들을 자주 주최하는 편이다. 스포츠, 친목, 음악, 음식, 자선 등 주제가 다양하다. 학기말에 개최하는 Block Party라는 음악 행사에는 연예인을 초대한다. 이번 세션에는 기숙사생들을 대상으로 Cruise Party를 열기도 하였다.
ⅳ. 그 외
UBC 캠퍼스는 밴쿠버에서도 최서단에 위치해 있는데, 한적한 분위기의 동네인 키칠라노에는 버스로 20분 정도, 도시 정경을 즐길 수 있는 다운타운까지는 4~5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캠퍼스와 키칠라노 근방은 저녁 시간에도 돌아다니기 괜찮았지만, 다운타운은 시간이 늦어질수록 다소 무서운 분위기였다. 또한, 다운타운의 일부 거리는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거처로 삼는 곳이기도 하니 근처에 갈 때는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일행과 함께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새로운 언어·문화적 환경에 직면하고 적응하며 일상을 꾸려갔던 경험 자체로 값졌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 아니며 친교도 활발히 했다고 할 순 없지만, 혼자 사유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소수의 친구와 깊이있게 교류하는 생활은 분명한 장점이 있었다.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타인의 감정, 생각과 주장을 받아들이고 또 내가 사고한 바를 표현해야 하는 환경은 낯설었다. UBC에서 수학했던, 크게는 밴쿠버에서 보낸 4개월동안 생활과 학업에 관련하여 투입한 능동적인 노력은 비단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서 고수하거나 혁신해야 할 태도를 숙고하는 기회를 창출해냈다. 교환학생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여 가장 크게 성장한 영역은 삶에 대한 주인의식이다. 타인의 도움 없이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실현할 수 있었다. 주인의식을 되새기며 삶과 꿈에 대한 의지 또한 고양할 수 있었다. 교환 생활이 주체성에 더해 적극성을 삶의 기치로 정립하는 기점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