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제가 파견되었던 Maastricht University는 네덜란드 남부 도시 Maastricht에 위치한 종합대학입니다. 교환학생의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국제화된 대학교이고 제가 파견되었던 UCM에 경우 모든 수업이 영어로만 진행이 됩니다.
또한 Maastricht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3개국 국경에 인접해있고 예전에 로마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라 우리가 상상하는 유럽의 전형적인 모습을 띤 도시입니다. 제가 가을학기에 파견되어서 그다지 좋은 날씨를 경험하지는 못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입니다.
먼저 Maastricht University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와는 달리 캠퍼스가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은 거의 파견되는 단과대학 건물에서만 듣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이 없습니다. 도서관은 2곳이 있구요.
수강신청은 교환학생에 경우 파견되기 전 지원서를 작성할 때 수강하기를 원하는 과목을 이메일로 교환학생 담당자에게 보내게 됩니다. 약간 불편했던 점은 과목의 시간표를 미리 알 수 없고 시간표가 나온 뒤에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일주일 동안은 변경을 하거나 드랍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것도 모두 수동적인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또 과목 변경을 하는 경우에는 듣기를 원하는 과목의 정원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어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GuestHouse에 머무르게 되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이 곳이 기숙사 같은 개념이 아니라 다른 외주 업체에서 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학교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기숙사들도 도시 곳곳에 위치해 있구요, 가격이 다 다릅니다. 가격이나 시설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unimaas.nl/guesthouseum/
정규 학생들처럼 방을 구해서 사는 것보다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절차가 간단하고 관리를 잘 해 주기 때문에 GuestHouse에서 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Majellastraat 에 살았었는데, 학교에서 조금 멀기는 했지만 가격이 싸고, 시설도 괜찮았습니다. 기숙사라기보다 약간 가정집 느낌이었구요, 같은 건물에 사는 외국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GuestHouse가 꽤 빨리 마감이 되기 때문에, 파견 일정이 나오시면 얼른 예약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또한 교환학생이 워낙 많은 학교인 만큼 각 단과대학마다 교환학생들을 위한 부서들이 있고 담당자가 있습니다. 행정적인 업무가 있을 때 메일을 보내시거나 찾아가시면 많은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II. 학업
제가 공부했던 UCM에서는 한 학기가 3개의 period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period는 8주로 이루어져 있고 교환학생들은 보통 2과목 정도를 수강합니다. (일반 학생들은 2과목과 skill이라는 과목까지 수강합니다.) 마지막 period는 4주간 project를 수행하는 것인데 교환학생들에게는 의무가 아닙니다.
Maastricht University에서는 특이하게 PBL(Problem Based Learning)이라는 수업 방식을 이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토론을 하는 수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5 credit의 과목은 매주 2시간의 강의와 2시간씩 2번의 PBL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PBL수업은 10~15명 정도의 학생과 1명의 tutor(조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 시간 학생 1명씩 돌아가면서 discussion leader와 writer(칠판에 필기하는 사람)을 담당하게 됩니다. Tutor는 토론 전반의 흐름을 관리해주고 학생들이 모르는 내용들에 대해 답변을 해 줍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토론이 학생들의 주도로만 이루어지게 됩니다. 첫 시간 PBL에는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 주제와 문제 등을 학생 스스로가 토론을 통해 정하고 두 번째 PBL 시간에 그 것에 대한 결론을 내고 정리를 하게 됩니다.
오리엔테이션 주에 PBL에 대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교환학생들, 또 유럽아이들까지도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점점 적응을 하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유럽학생들 사이에서 기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서울대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사실 얘네들이 말을 잘해서 그렇지 잘 들어보면 정말 이상한 말을 할 때도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토론 시간 자체뿐 아니라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매 번 복습을 하고 토론을 준비해야 수업에 따라갈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마지막에 시험을 볼 때 미리미리 공부를 해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몇몇 수업에서는 마지막에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끼리 서로 summary를 해 놓은 것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III. 생활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서류는 바로 거주허가증을 받기 위한 서류들인데요,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비자 면제 협정이 되어있지만 3개월 이상 체류를 하려면 거주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 비자를 받는 절차와 비슷한데 유의하실 점은 수수료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 외에 서류들은 준비하시기에 별로 복잡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학교에서 대행을 해주기 때문에 시키는 데로만 잘 하면 쉬우실 거에요.
네덜란드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자전거인데요, 네덜란드 총 인구보다 자전거가 더 많을 정도로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닙니다. 눈이 와도 도보에는 제설을 안 하지만 자전거 도로에는 할 정도에요.;; Maastricht 자체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기숙사가 멀 경우에 걸어다니기에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버스를 타기에는 또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번 타는 데 1.6유로, 조금 멀리 가면 2.4유로) 저는 매일 자전거를 이용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가시는 것이기 때문에 새 자전거를 구입하시기 보다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Facebook에 Maastricht에 사는 학생들끼리 중고 자전거를 사고 파는 페이지도 있으니까 들어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자전거 앞 뒤에 라이트를 꼭 다시고 어두울 때는 켜고 다니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벌금을 문다고 하네요.
의료는 병원을 이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홈닥터라고 해서 지역마다 병원이 정해져 있어서 그 곳을 이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보험을 드실 테니까 병원비는 나중에 한국을 가셔서 받으시면 되겠죠! 하지만 보험도 안될뿐더러 워낙 병원비가 비싸니 아프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요. 한국에서 간단한 비상약 같은 것은 챙겨가시는 센스!
은행 같은 경우에는 ING bank에서 계좌를 만들어주긴 하지만 저는 개설하지 않았습니다. 계좌를 개설할 때도 돈을 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한 20유로 정도? 그래도 1년 정도 있으실 분들은 만드셔도 좋을 것 같네요. 계좌를 만드시면 철도 40% 할인 카드를 만드실 수가 있거든요. Maastricht가 남쪽 끝 도시라 암스테르담에서 오시려면 기차값만 25유로 하거든요. 할인 카드가 55유로이긴 한데, 몇 번 이용하시면 충분히 본전은 뽑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Maastricht가 작은 도시이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구요, 네덜란드에서도 쇼핑 밀도?? 아무튼 부지 넓이에 비해 가게들이 있는 밀도가 가장 높다고 하네요. 쇼핑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구요, 사실 가격이 문제죠! 그런데 유럽에서 여름, 겨울이 끝날 때 큰 세일을 한다고 하니 그 시기를 잘 노려보세요. 저도 크리스마스가 끝나고부터 시작되는 겨울 세일을 잘 이용해서 쇼핑을 많이 했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음식 문제! 저는 워낙 한국에서부터 빵이나 파스타 같은 서양 음식들을 좋아해서 한 학기 사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요, 여기에 동방행이라는 큰 아시아마켓이 있어서 라면이나 김치, 된장, 고추장 같은 재료들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구요. 또 인터넷 사이트 중에 http://www.homemart.nl 이라는 곳에서는 한국음식 재료들을 배달해준다고 하네요.
식료품을 사시려면 가장 유명한 마트로는 Albert Heijn이라는 마트 체인점이 곳곳에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세일 품목이 바뀌어서 그 것을 기다리면서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신 세일을 받으시려면 보너스 카드를 만드셔야 해요. 마트 앞에 있는 창구에서 만들어달라고 하시면 바로 만들어줍니다. 그 외로는 Aldi나 Jumbo등이 있는데 저는 Albert Heijn이 바로 코 앞이라 매일 그 곳만 이용했습니다. ^^
저는 보통 점심은 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가서 먹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식비가 100유로 이내로 들었던 것 같구요. (외식 한 번 하시려면 15~20유로 정도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그 외에 기숙사비가 월 300유로 정도, 여행이나 기타 비용까지 해서 한 달에 5~6백 유로가량 썼던 것 같습니다.
특별한 여가생활은 없었구요, 저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Maastricht가 국경지역이라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독일 아헨이라는 도시에도 갈 수 있고 벨기에는 심지어 걸어서도 갈 수 있습니다. ^^ 또 저가 항공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조그만 마을에도 공항이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만 가시면 아인트호벤 공항에도 가실 수 있구요. 시기만 잘 맞추면 정말 저렴하게 티켓을 구할 수 있어요. 저가항공 사이트로는 http://whichbudget.com 이 곳을 추천합니다. 또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있는 벨기에의 리에주라는 도시에서는 유로라인 버스를 탈 수 있는데요, 그 버스를 타고 저렴하게 파리나 런던에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은 매우 오래 걸립니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은 여기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UM sports center라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에 다니기도 하더군요. 스포츠센터는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이용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아!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가게들은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기억해 두세요!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영어시험을 보고, 또 생활비를 번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이런 글을 쓰고 있네요. 제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외국에서의 생활을 기대하시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경험하시고 젊음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Maastricht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