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이 실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기 이전에 실시되므로 국제협력본부 혹은 파견대학 측의 공지사항에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현지학생들과는 달리 별도의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학생이 직접 과목들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교환학생 담당자의 중개를 통해서 수강신청이 이루어집니다. 먼저 자신이 듣고자 하는 과목을 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과목명만 확인하고 섣불리 신청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과목들의 개요는 보통 그 과목을 개설하는 과의 홈페이지에 가서 학부과정 혹은 과목개요 메뉴를 타고 들어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마다 홈페이지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검색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 학기 동안 자신의 수강계획을 짜는 것인 만큼 꼼꼼하고 신중하게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과목들을 정했다면 현지 교환학생 담당자가 메일로 보내주는 수강신청 양식서에 과목명과 과목코드 학점 수 등을 입력해서 제출합니다. 그렇지만 선수 과목이 필요한 경우나 현지대학에서 수강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과목들은 수강신청이 거절될 수 있으므로 대체과목 몇 개를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SFU에서는 교환학생이 학기당 (3학점 기준) 4과목 이상 듣는 것을 추천하지 않고 있으므로 만약 5과목 이상 듣고자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사유를 함께 작성해서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과목당 학습분량이나 요구하는 수준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4과목을 초과해서 수강하는 것은 저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숙사도 미리 신청을 받습니다. 때를 놓치면 입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강신청과 마찬가지로 공지사항을 자주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SFU의 기숙사는 들어가는 데 드는 비용이 낮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접근성이 뛰어나고 본인이 그리 부지런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학생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첫 학기를 Townhouse에서 지냈는데 다른 기숙사들에 비해서 조용하고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우선 2명이 한 층을 공유하기 때문에 두 학생 간에 성격이 맞는다면 상당히 친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보통 개인 공간을 존중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보통 이 기숙사는 고학년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물론 단위 공간 당 거주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값은 나머지 기숙사들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비쌉니다. 만약 자신이 Townhouse에 배정을 받았는데 위에서 제가 설명한 점들이 별로 장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캠퍼스 바깥에 사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 개인의 정보 수집 능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적당한 옵션을 가진 집들을 Townhouse와 거의 비슷하거나 어쩌면 적은 비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두 학기 동안 SFU에 지내면서 한 학기당 세 과목씩 총 여섯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전공이 영문학인지라 수강한 과목들이 모두 인문학입니다. 따라서 팀별 프로젝트나, 실험, 혹은 잦은 시험 등은 경험해보지 못하였고 주로 강의와 토론, 에세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설명할 수강과목들에 대한 판단과 의견은 개인적인 것인 만큼 완벽하게 객관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SFU는 학기마다 같은 과목일지라도 교수가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ENGL 203 19th Century Literatures in English
강의명에서 알 수 있듯이 19세기 영국문학을 다룹니다. 주로 낭만주의 시인들을 다루는데 남성작가 뿐 아니라 Anna Letitia Barbauld나 Charlotte Smith 등의 여성작가, 그리고 Walter Scott의 소설도 함께 다룹니다. 또한 당시 정치 시스템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온 프랑스혁명이 영국의 문학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작가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도 함께 배웁니다. Leith Davis라는 선생님이 당시 이 과목을 맡으셨는데 이 시기 영국문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장려하고 메일로도 성실한 피드백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 분의 수업을 듣는다면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권장합니다. SFU의 영문학 과목들은 에세이에서 높은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과 글을 긴밀하게 조직하는 능력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교환학생은 현지학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영어를 외국어로 구사하는 경우 힘이 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담금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HUM 202 Great Texts in Humanities II
제가 SFU에서 가장 감명깊게 들은 수업입니다. 서울대학교와는 달리 SFU에는 인문학부(Humanities Department)가 따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학제를 넘나드는 통섭적인 과목들이 주로 열립니다. 이 과목은 르네상스 시기부터 2차대전 이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인문학적 전통 속에서 중요한 텍스트들을 선별해서 읽는 수업입니다. 문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텍스트를 다루는 만큼 관심분야가 넓게 퍼져 있는 학생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과목입니다. 수업에서 다루는 시기가 넓고 작품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리딩분량이 많지만 Ian Angus 선생님의 강의 능력이 매우 출중하기 때문에 읽어가는 만큼 얻는 것도 많은 수업입니다. 또한 이 수업은 튜토리얼(강의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세미나의 일종)을 선생님께서 직접 담당하시기 때문에 논의의 방향을 설정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용이하였습니다. 이 과목은 별도의 시험은 없이 에세이 세 번과 발표 두 번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에세이 분량이 짧지 않아서 긴 호흡의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가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학생이라면 수강을 고려해보길 추천합니다.
ENGL 203 Early Modern Literature
다시 영문학 수업입니다. 이 과목은 초기근대 영국문학을 다룹니다. 주로 르네상스 시기 텍스트들을 읽었고 형이상학파 시인 중 John Donne을 배웠습니다. Torsten Kehler라는 선생님이 담당하셨는데 이 분은 따로 강의계획서를 배포하시지 않고 매 시간마다 다음에 읽을 작품들을 정해주십니다. 학생들에 따라서는 학기 계획을 세울 수 없게 만드는 수업이라고 불평하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강의를 잘하시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유머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수업이 지루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Shakespeare나 Marlowe의 희곡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수업입니다.
ENGL 216 Introduction to Theory and Criticism
문학비평과 이론을 읽는 수업입니다. 별도의 작품들을 거의 읽지 않고 다양한 문학이론 사조들의 중요한 텍스트들을 읽어나가는 수업이기 때문에 특히 리딩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Paul Saunders 선생님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텍스트들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데 매우 능하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수업은 없었습니다. 또한 강의가 세 시간의 세미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수업입니다.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맑시즘, 정신분석학 등 굵직한 이론적 흐름들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이 과목을 듣기를 추천합니다.
HUM 360 Great Themes in the Humanistic Tradition--Time, Memory, & Historical Consciousness
이 과목은 4학점 짜리 수업으로 제가 두 번째 학기를 보내면서 나름의 도전정신을 가지고 들어본 수업입니다. 주로 모더니즘 시기에 시간성의 개념을 다루는 텍스트들 (문학, 철학, 역사학 포함)을 읽어나가는데 Wayne Knights 선생님이 6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편하게 이끌어 나가셔서 어려운 텍스트들을 읽는다는 압박감이 그리 심하게 들지는 않았습니다. 19세기 후반 진보에 대한 믿음이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Sartre, Benjamin, Woolf 등의 작품을 통해 읽어나가는 수업입니다. 이 시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수강을 권장합니다. 또한 긴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르고 싶고 원전과 자신의 생각을 접목시키는 능력을 기르길 원하는 학생도 들어봄직한 수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