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UBC는 캐나다 서부 British Columbia 주의 주립대학입니다. 벤쿠버에 있지만 벤쿠버 시내(downtown)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습니다. 버스로 30분입니다. 지도 보시면 알겠지만 서울대학교 캠퍼스의 대략 3배의 크기이고요, 해안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캠퍼스 내에 숲 수준으로 나무가 많습니다. 그냥 가로수 정도 크기가 아니고 세쿼이아류의 거대한 나무가 많습니다. 흙바닥이 많고 비가 자주 오는 기후이기 때문에 아끼는 신발은 신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도착해서 산 장화를 잘 신고 다녔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교환학생 담당자 분께 메일을 드려서 해야합니다. 과목에 대한 안내는 유비씨 공식홈페이지로 들어가면 편람이 있습니다.
저는 Fairview에서 살았습니다. 4명이서 한 집을 같이 쓰는 구조인데요, 각자 방이 있고, 부엌/거실/화장실 2개를 같이 씁니다. 집이 예뻐서 전 맘에 들었지만 사실 캠퍼스에서는 조금 멉니다. 물론 빨리 걸어가면 15분 안팎에 도착하지만 살다보면 아침수업엔 간당간당하게 가게됩니다.. 그리고 가운데에 Beanery 라고 까페가 있는데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가끔 집에서 공부하기 싫증나지만 도서관가기에는 귀찮을 때 자주 이용했습니다. 저는 식비도 절약할 겸 자주 요리했는데 나중에는 룸메와 번갈아가며 요리했습니다. 기숙사내에서 다람쥐를 아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빨래는 laundry card를 충전해서 세탁방에서 사용하면 되는데 이 카드는 5불을 주고 사야합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원래는 Go global office 의 Florine Lawrance florine.lawrance@ubc.ca 이 분이 담당하셔야 하는데, 제가 있을 때는 잠시 출산휴가를 가셔서 Breanne이라는 분이 맡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다시 복귀하셨을것 같아요. 궁금하거나 잘 모르는 것들 메일로 질문하시면 친절히 알려주십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주로 이과쪽 과목을 들었습니다. 한번은 미술사 수업을 들어갔는데 첫수업부터 그룹 토론을 시키더라고요. 배경지식도 없는데다가 매우 aggressive 하게 토론을 해야했기 때문에 수강정정을 했습니다.
CLST 301
일명 학점부스터라고 불리는 과목입니다. 의학용어의 어원에 대해 배우는 과목입니다. 저는 어원에 관심이 많아서 무척 재밌게 들었습니다. 거의 매주 퀴즈를 보고 중간 기말을 보는데 단순 암기라 평소에 성실히 해두면 학점 받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300번은 라틴어에 기초한 일반 용어에 대한 것이었는데 제 관심사와는 조금 달라서 듣지 않았습니다.
BIOL 204
Zoology-vertebrate 에 관련된 과목입니다. 교수님이 무척 자상하시고 재밌게 수업하시는 분입니다. 할로윈이라고 코달린 안경을 끼고 오시기도 했습니다. 실험수업이 의무인데, 뼈 구조들과 전반적인 기관계에 대해 배우고 해부도 합니다. 서점에서 파는 해부용 도구는 2명당 하나씩 사면 되는데 전 제 조원이 샀기 때문에 사지 않았습니다. 실험수업에 계시는 교수님도 무척 친절하십니다. 그리고 실험수업시간에 돌아다니면서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시고 작은 질문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십니다. 교수님 두 분 다 정말 열정적이십니다.
FNH 330
일명 와인클래스라고 하는 수업입니다. Wine Science라고 하는데 그냥 와인에 대해 전반적인 것을 배웁니다. 종류/역사/지방/분류법/만드는 법/라벨 읽는 법 등등을 전부 배우는데 공부하려면 상당히 힘듭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역/지역별 기후/잘 자라는 포도의 품종 등등을 전부 알아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랩수업이 의무인데 여기서 매주 2-3종류의 와인을 시음합니다. 처음에 랩 참여비로 50불을 내야하지만 여기에 와인잔 3개와 와인, 빵 등 간단한 음식값이 포함되어있다고 합니다. 매주 배운 수업의 내용에서 배운 와인의 특성을 알아 보는 것인데 기말 시험때 실기 시험으로 두 종류의 와인을 맞춰야 합니다.. 물론 뚜렷한 특성을 가진 와인들이어서 그 중에서 고르면 되지만 쉽지 않습니다.
FNH 200
Food science라고 하는 과목입니다. 처음에는 각종 음식의 다양한 가공/보관에 대해 배우고 매번 작은 샘플들을 맛보는 수업입니다. 그룹과제가 있고 퀴즈가 4번 있습니다. 아시안계의 교수님인데 악센트가 꽤 세게 남아있으신 편입니다. 또 조사해서 제출하는 과제가 있는데 자잘하게 할 것들이 많은 수업입니다.
FREN 101
언어수업은 서울대에서 학점인정이 안된다고 해서 첫학기땐 듣지 않았는데, 알차다고 하기도 하고 친한 프랑스인 친구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겸사겸사 들었습니다. 수업은 재미있게 들었지만 아무래도 캐나다에는 프랑스어를 고등학교까지 배우다 온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시험이 어렵게 나옵니다.
MICB 202
병원성 미생물 및 기초면역학 수업입니다. 교수님 3분이서 나눠서 강의를 하십니다. 이 강의에서도 3종류의 반이 있고, 각자 다른 교수님들이 담당하시기 때문에 교수님이 어땠다고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가능한 조합의 수가 많네요. 나중에 과목 담당교수님 이름을 ratemyprofessor.com에서 검색해보세요.
ANAT 391
제가 듣는다고 했더니 생화학과의 친구가 진심이냐고 물어본 수업입니다. 그냥 책 한권을 정말 통째로 외워야 하는데 한글로 해도 어려운 과목을 영어로 했으니.. 500명의 대형강의입니다. 인도에서 오신 교수님이신데 무척 유쾌하십니다. 인디아 악센트가 조금 남아있으신데 ‘I think my indian accent is quite sexy’라고 하십니다. 망가짐을 불사하시면서 열정적인 설명을 해주시지만 정말 과목이 너무 어렵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많이 늘었습니다. 갔다온 직후에 토플을 보았는데 모의연습을 한 번도 안하고 가서 그런지 점수는 사실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표현들이 교과서적인 표현보다 실생활적인 표현을 많이 익힐 수 있습니다. 최대한 다른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language exchange신청하라는 메일을 받고 신청했는데요, 제가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고/영어를 배우고 싶다 라고 하니 반대 경우인 친구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매우 빠르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또 현지인이다 보니 여러 맛집이나 놀러가는 데에 저를 계속 데려가 주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아시아지역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도 일주일 가량 머물렀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캐나다인들보다는 다른나라에서 온 교환학생하고 더 친해졌는데요, 다양한 나라 얘기는 재미있긴 했지만 영어가 느는 측면만 생각한다면 다소 불리한 편입니다. 룸메이트와 친하다면 정말 하루종일 붙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저희에게 선택권은 없지만.. 심한 경우에는 방에서 대마를 피우거나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네 그렇습니다. 룸메이트들과 대화로 해결이 안되면 residence advisor한테 호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물가는 한국보다 약간 비싼 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벤쿠버는 12%의 택스가 추가로 붙기때문에 체감 물가가 더 비쌉니다. 특히나 외식비가 많이 드는 편인데 12%의 택스+15%의 팁을 줘야하기 때문에 평균 한 끼당 20불은 가볍게 넘는 편입니다. 패스트푸드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주류는 많이 비쌉니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보드카/와인등 수입주류가 쌉니다. 맥주는 꽤 비싼편입니다. 빌리지에 있는 주류판매점은 평일에도 저녁전에 닫고 일요일에는 닫습니다. 소주와 백세주도 파는데 세전 소주가격이 11불입니다.
미국브랜드들은 한국에 비해서 좀 싼 편입니다. 미국에서 사면 더 싸긴 하지만 그래도요.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Richmond라고 차이나타운이나 아시안이 운영하는 식당은 보통 메뉴에 택스가 이미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다운타운보단 리치먼드의 음식이 더 취향에도 맞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양은 한 사람이 먹기엔 좀 많은 편입니다. 대신 여기는 거의 중국이기 때문에 웨이터들도 아주 짧은 영어만을 사용합니다. 저는 중국계 친구가 여기저기 데려다 주었는데 영어보단 mandarin으로 말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하기는 했습니다.
저는 기말고사 기간에 갑자기 위에 탈이 나서 정말 고생을 했었는데요, 하루종일 물만 먹어도 토하는 상태였습니다. 버티다가 안되겠어서 밤에 유비씨 부속병원을 갔는데 혈압이랑 체온만 재고 ‘You’re not sick enough to see the doctor immediately’라고 말하면서 1시간 넘게 기다리게만 했습니다. 대기실에서 제 옆에 있던 여학생은 기침하다가 피를 토했다는데 4시간 반을 기다려서 진료를 받았다고 해서 전 그냥 집에 왔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타이레놀을 먹고 숙면을 취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요. 8달 동안 꼬박꼬박 낸 의료보험비가 정말 아까웠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안나지만 합계 300불 정도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공립병원은 의사 수가 매우 적고 환자는 많기 때문에 몇 시간의 대기는 기본이라고 합니다. 사립병원은 적게 기다리고 쾌적하지만 따로 돈을 내야한다고 했습니다. 또 위치도 다 시내에 있기 때문에 차가 없는 저로써는 가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비상약들을 최대한 많이 챙겨오세요.
교통은 유비씨 학생이면 학기초 낸 돈으로 매달 U-pass를 발급받는데 이것을 보여주면 Zone1내로는 무료로 다닐 수 있습니다. 가끔씩 검사하므로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통신.. 저는 Rogers를 사용했는데 초기에 100불의 보증금을 요구했는데, 제가 떠나기 전 주에 연락을 했더니 수표 발송에는 4-6주가 걸린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래서 통장으로 이체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포기. 여러분 Rogers 쓰지마세요. 그냥 귀찮음을 감수하고 다운타운 나가셔서 다른데 하세요. 전그냥 빌리지에서 했다가 이렇게 떼였습니다.ㅠㅠ
3. 여가 생활
휘슬러
세계에서 유명한 3대 스키장 중 하나였나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같이 버스를 빌려서 갔다왔는데 산이 정말 정말 큽니다. 설질은 최고지만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 편입니다. 스키를 타면서 제가 의료보험자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스키, 보드, 각종 옷및 필요 물품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씨애틀
그레이하운드라는 고속버스를 타면 편도 4시간 반정도에 시애틀에 도착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당일 여행은 좀 아깝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 내려가서 해변가를 걸으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캐나다보다 물가가 싼 미국이다 보니 쇼핑하러 가는 목적도 많은데요, 보통 쇼핑하러 가는 곳은 씨애틀 아웃렛입니다. 이 아웃렛들은 씨애틀 시내와는 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1박2일의 일정으로는 관광+쇼핑이 좀 빠듯할 수도 있습니다. 당일치기로 아웃렛만 다녀오는 일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볼만한 곳은 저보다 여행가이드 책들이 더 자세하게 알려줄 거에요.
미동부
약 2주 반 가량의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미국 동부로 갔습니다. 한 주동안 뉴욕에서 화려하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다음 한 주 동안 DC에서 정부건물들이나 스미쏘니언 박물관같은 관광을 했습니다. 특히 겨울방학동안에 뉴욕을 다녀오려는 다른 교환학생들도 많으므로 같이 여행계획을 짜거나 숙소를 나눠쓰는 등으로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서부 자동차여행
봄방학 일주일동안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차를 한 대 빌려서 미국 서부로 자동차 여행을 했습니다. 저희의 주 목적지는 오레건주의 포틀랜드였습니다. 운전은 국제면허가 있으면서 나이가 21살 이상인 친구가 했고요, 여러 명이서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험료도 적게 적용받았습니다. 포틀랜드는 크게 관광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면세지역이기 때문에 물가가 저렴합니다. 여행지는 론리플래닛으로 정했고요. 보통 큰 경로만 정해놓고 세세한 가볼 곳은 그날그날 정했는데 이런 종류의 로드트립 경험은 처음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그룹에서 제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는데, 서로의 모국어를 가르쳐주고 배우는건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배고파/목말라는 아주 유용하게 쓰더라고요.
빅토리아
부활절 주말을 이용해서 1박2일로 빅토리아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위도상 씨애틀보다 약간 위쪽으로 사실상 거의 미국쪽입니다. 그래서 날씨가 좀 더 화창하고요. 초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그랜빌아일랜드, 스탠리파크, 렉 비치, 등 걸어가거나 버스로 가볍게 갈만한 야외장소가 많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진기들고 친구들이랑 소풍가시면 재밌어요.
4. 기타 보고 사항
저는 sprouts와 Agora 에서 활동을 했었는데요, 한국 동아리만큼 교류가 활성화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타학교 교환학생/수업동기/룸메이트 정도로 한정되는 인간관계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런 저런 활동들을 할 수 있으니까 다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오랜만에 다시 교환학생 생활을 떠올리려다 보니 그 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소소하게 떠올라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말 특별했던 경험이고 이런 경험을 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은 영어공부+외국생활에 대한 약간의 동경 이었지만, 그 선택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교환학생 가시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리자면,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누리시기를 바래요. 혹시나 더 질문하시고 싶은 것 있으면 메일로 질문해 주세요, 제가 아는 한 답변해 드릴게요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