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는 SMU, NTU와 더불어 싱가포르의 3대 명문 대학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곳으로 평가됩니다. 인문 자연 계열을 모두 포괄하여, 다양한 전공이 개설되어 있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과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고학년은 물론이고 새내기들도 모두 굉장히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여, 굉장히 학구적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편의 및 복지 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교내에는 두 개의 수영장을 비롯하여, 각종 체육 시설이 잘 관리되고 있고, 학생들을 위한 식당도 깔끔하게 잘 운영됩니다. 학기 중간중간에 학교 및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다양하게 개최되며,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생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우리가 기존에 하던 방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교환학생의 경우, NUS 본부에 자신이 듣고자 하는 강좌를 신청하며, 이 강좌들의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수강신청의 기본적인 방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선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자신이 신청(apply)한 강좌들에 한해서만, NUS 측에서(approve/disapprove) 여부만 결정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차적으로 수강하는 강좌가 결정되며, 학기 초에 다시 수강 변경 기간이 있습니다. 이 때 기존에 수강 신청했던 강좌를 취소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강좌를 수강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수강 신청 변경은 서울대에서 하는 것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기숙사는 학기가 시작하기 한참 전에 따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말기간에 경황이 없어서 1차 기숙사 신청을 놓치고 말았는데, 다행히 2차 신청을 성공해서 무사히 기숙사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의 경우 웬만하면 다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NUS의 기숙사에는 크게 University-Town(U-Town), University Hall(Hall), PGP(무엇의 약자인지 까먹었네요)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U-Town이 제가 묵었던 기숙사인데,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이곳에 머물게 됩니다. U-Town은 들어선 것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시설은 3종류의 기숙사 중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으며, 음식점, 매점, 스타벅스 카페, 스터디 룸 등과 같이 거의 모든 것을 U-town 단지 내에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 학생들이 많기에 외국 친구들을 사귈 기회도 많습니다. Hall은 주로 현지 학생들이 많이 묵는 곳이며, 친구들에 의하면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 슬리데린처럼) 해당 기숙사 고유의 커리큘럼이 굉장히 잘 정립되어 있다고 합니다. Hall에 들어가게 되면 해당 기숙사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한 학기를 충분히 바쁘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PGP는 다소 애매한 성격인데, 위에서 말한 두 기숙사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NUS에는 교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분이 교환학생들과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잘 없는 듯 합니다. 대부분은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의 담당자 분을 통해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총 4과목을 들었는데 모두 교양 강좌였습니다. 전공 과목이 아니었기에, 해당 과목에 대해서 심도있는 설명은 힘들 것 같고, 개괄적으로 말하자면, 강의의 질이 대체로 아주 높습니다. 다양한 체험 학습과 조별 발표도 이루어지는데, 그 중 하나를 추천하자면 ‘Asian Theatre’라는 과목을 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시아의 연극에 관한 수업인데, 기말 평가회 때 조별로 연극도 발표하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영어권 국가이기에 대부분의 의사소통도 영어로 이루어지며, 분명히 어느 정도 회화능력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싱가포르 학생들의 경우 특유의 억양이 강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업도 모두 영어로 진행되고, 조별 모임 및 행사 진행도 모두 영어가 토대가 되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가 많이 익숙해지고 또 많이 늘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 여부라고 생각됩니다. 방에만 박혀있는 것 보다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많이 놀러 다니면 그만큼 더 영어능력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학습방법은 특별한 건 없고,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수업 내용 자체는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서 복습을 게을리 했다가 기말고사 때 큰 낭패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매주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투자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내용인데, 그것이 몇 달 쌓이면 1~2주 가지고는 다 읽지도 못할 만큼 분량이 많아지기에, 너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사실 대부분(아니 모든)물품은 현지에서 조달가능 합니다. NUS의 경우, 지하철로 20분만 나가면 큰 대형 마트들도 많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기숙사 방에 침대만 있을 뿐 베게, 침대 시트, 이불 등은 모두 개인이 지참해야 하므로 이것은 꼭 챙겨가면 좋을 듯합니다. 사실 나머지 물품을 들고 가면 오히려 부피만 차지하기 때문에, 생필품들은 도착한 당일에 친구들과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물가 수준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게 느껴지며(생필품의 경우), 큰 부담 없이 장볼 수 있는 나라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캠퍼스 내에 보건소, 은행, 버스 정류장 등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걸어서 10~15분이면 모두 갈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와 마찬가지로, 각 단과대마다 은행이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셔틀버스의 경우 주말이든 평일이든 낮이든 밤이든 항상 운행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다만 은행을 비롯하여, 우체국, 편의점 같은 경우, 한국에서 만큼의 서비스를 기대해선 절대 안됩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굉장히 굼뜨고,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많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풍부하고 또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식사라고 생각됩니다. 푸드코트가 캠퍼스에 여러 개 있고, 이 외에도 각종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맛도 괜찮습니다. 특히, 할랄 음식이나 채식 등이 항상 제공되는데, 이런 식단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3. 여가 생활
우선 체육 시설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 사람들 자체가 운동을 워낙 좋아하기에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운동은 언제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매우 덥기 때문에 운동을 할 시간 및 실내운동인지 실외운동인지 여부 등도 잘 생각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싱가포르에서 수영을 많이 했는데, NUS 수영장은 시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다만 모두 실외 수영장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면(우기에는 거의 매일 번개가 치곤 합니다) 경보음과 함께 수영장 밖으로 피신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체육 시설을 제외하면 다른 여가 생활은 한국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영화관의 수도 많지 않고, 설사 가더라도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에 아무래도 갈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의 홍대라고 할 수 있는 ‘클락키’가 있지만, 이런 장소는 아무래도 별로 없고(싱가포르 전체에 두 세 곳 정도), 자주 가기에는 금전적인 부담도 큽니다. 싱가포르는 술과 담배에 대해 무지하게 큰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한국에서 음주가무를 즐기시던 분들은 가서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각자가 정의하는 여가 생활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딱 잘라 얘기할 순 없습니다만, 싱가포르는 다소 심심한 나라라고 말하는 교환학생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도 안 마시게 되어 건강이 일시적으로나마 매우 향상될 수 있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싱가포르의 다른 학교도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NUS 같은 경우는 한국 학생들이 매우 많습니다. 국제협력본부에서 보내준 학생들 뿐만 아니라, 각 단과대 별로 보내준 학생들을 포함하면 서울대에서만 10명 이상의 학생들이 파견되었고,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모두 포함하면 60~70명은 될 정도로 한국 학생들이 많습니다. 물론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말로 외국 그 자체의 생활을 즐기고 싶은 학생들은 다른 대학교를 택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한류의 영향으로 싱가포르 현지 학생들이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입니다. 한국 가수나 드라마 얘기를 통해 친구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으며, 한국 연예계 뉴스에 대해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하는 것 만으로도 어느덧 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번 교환학생은 생애 처음으로 외국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하게 된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을 갔다 온 지 벌써 2달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싱가포르에 가있는 한 학기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우고 온 것 같습니다. 사실 외국에 나가 있을 때는 교환학생 생활의 소중함이나 역동성을 스스로 느끼기 힘들 수 있습니다. 한국이 그리워질 수도 있고, 영어로 생활하고 의사 소통하는 데 대한 피로감이 갑자기 몰려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하나하나도 돌이켜보면, 저한테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게 된다면, 정말 쉬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혀보고 느끼고 배워오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가 못 다 이룬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열정적으로 한 학기 혹은 일 년을 보내면 분명히 훨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