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홍콩중문대학교(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CUHK)는 아시아 대학 평가 순위에서 꾸준히 10위 안에 들 정도로 아시아의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홍콩의 3대 명문 대학교 중 하나입니다. 홍콩 신계(New Terrirory)지역에 위치한 홍콩의 명문대이고, 서울대처럼 산에 위치하여 공기도 좋고 경치도 아름답습니다. 홍콩중문대는 50년의 역사를 가지며, 마침 2013년이 개교 50주년이어서 교내외에서 다양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중국 본토의 명문대인 칭화대나 북경대 등에서 학생들을 스카우트 해오고 있고, 전반적인 학생들의 학구열이 서울대 학생들 못지 않습니다. 타 대학들과 교환학생 협정이 많이 체결되어 있어서 교내에 교환학생이 상당히 많고, 학교 자체에서 교환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이고 다양합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개강 1달 반~2달 정도 전에 인터넷으로 수강신청 페이지에서 했었습니다. 학교에서 미리 이메일로 수강신청 관련 서류를 보내주고, 본인이 듣고 싶은 강좌를 찾아본 후에 신청일에 본인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합니다. 그리고 나면 대학에서 심사하여 일괄적으로 수강신청 결과를 알려주는데, 대부분 본인이 신청한 강좌를 들을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 변경기간은 개강 후 3주 정도여서, 교환학생들은 이 기간에 시간표를 많이 바꿉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변경기간이 여유로워서 직접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시간표를 수정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기숙사는 본인의 college preference만 선택하고 나면 학교에서 임의로 배정해줍니다. 홍콩중문대는 여러 college들로 구성되는데(우리나라의 단과대학과는 다른 개념), 각 college마다 기숙사 건물이 있고 수업을 제외한 현지 full-time 학생들의 활동이 각자 본인이 속한 college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각 college별로 시설 차이는 크게 나지 않지만, Morningside college 기숙사나 S.H.Ho college 기숙사는 신식 건물이라서 시설이 비교적 깔끔합니다. 기숙사 시설보다도 위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학교 입구에서 가장 멀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Shaw college에서 살았지만 제가 듣는 수업 강의실들과는 멀지 않아서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아시아지역 교환학생 담당자는 Jasmine Wong(jasminewym@cuhk.edu.hk)입니다. YIA에 위치한 OAL(Office of Academic Links)에 방문하면 만날 수 있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중국어 1과목(Special topics: 商业汉语/Business Chinese), 중국사 3과목(Modern China, Contemporary China, Sino-US relations since 1949) 경제학 2과목(Game Theory, China, Hong Kong, and world economy) 총 6과목 18학점을 들었습니다. 교환학생이 18학점을 듣는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 바쁘긴 하더라도, 실제로 수업 때만 집중해서 열심히 듣고 시험 준비만 제대로 하면, 중간 중간 연휴나 주말에 여행도 다닐 수 있을만큼 여유롭습니다. 저와 같이 있던 한국인 교환학생들이 대부분 본인의 전공 중심으로 18학점을 들었습니다.
중국어는 가장 수준이 높은 과목을 골라서 들었는데, 중국인 선생님이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면서 수업을 진행했고,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 모두 중국어 실력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제 전공인 중국사 과목을 3개 들었는데, 근대 중국과 현대 중국 두 수업은 중국학과 수업, 중미관계사는 역사학과 수업이었습니다. 역사를 배운다는 점에서 내용의 깊이는 중국학 수업보다는 중미관계사 수업에 더 있었습니다. 특히 근대 중국 수업은 고등학교 수업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현대 중국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다양한 글을 읽고, 강의를 듣고, 학생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지금도 배운 내용들이 생생할 정도로 좋은 수업이었고 교수님이 정말 좋은 분이셨습니다. 중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경제도 제 전공이라서 수업을 두 개 들었는데, 게임이론 수업은 안타깝게도 교수님이 게임이론 수업에서는 잘 쓰지 않는 교재를 사용하셔서 흔히 생각하는 게임이론 강좌와는 조금 달라서 과제를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국, 홍콩, 세계경제 수업 역시 중국 경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큰 부담 없이 들을 만합니다. 수업 제목에서도 짐작 가듯이, 교환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수업 중 하나입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중국어 또는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홍콩에 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중국어와 영어 실력을 쌓아놓은 상태라면, 마음껏 사용하면서 실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이자 외국어 사용이 더욱 편해질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홍콩은 광동어가 제 1언어이기 때문에, 어디를 돌아다니든 들리는 언어는 광동어가 대부분입니다. 처음에 이것 때문에 상당히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와 푸통화도 대부분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광동어를 못 하더라도 생활에 불편함이 거의 없습니다. 덧붙여서 우리가 쓰는 한자(번체자)도 잘 읽는다면 더욱 좋습니다. 대체적으로 대학생들은 영어를 잘하고, 외국인 학생들도 많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기 때문에 학교 안에 있으면 영어에 많이 노출됩니다. 특히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중문대에는 한국인 교환학생 수가 많은 데다가 실제 full-time 한국인 유학생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한국인들과 많이 어울리다 보면 수업 외에는 영어를 거의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는, 음식점이나 슈퍼 등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중국어(푸통화)를 사용하면 다 통합니다. 교내 중국어 수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더욱 연습하고 싶다면 학교 자체에서 language partner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셔서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과 교류하시면 좋습니다.
3. 학습 방법
외국에 나와있다고 한들 외국어를 많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나온 만큼 무언가 얻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꼭 하셔야 합니다. 교환학생들과도 많이 어울리시고, 계속 외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업 내에서도 꾸준히 영어 강의를 듣고, 리딩 자료를 읽고, essay 등의 과제를 제출하다 보면 영어를 쓰는 것이 더욱 편해집니다. 또한 홍콩 현지 학생들이 한국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한국 학생들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친해지면 수업, 학교 생활, 여행 등 모든 것에 대해 정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고, 굳이 광동어 수업을 듣지 않아도 기본적인 광동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수업과 관련해서는, 강의 스타일과 평가 방식 모두 서울대와 거의 비슷하고, 수업 외 tutorial이 있다는 것만 조금 다릅니다. 수업에서는 교수님들이나 조교님들이 학생들에게 친절한 편이시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봄학기에 홍콩을 다녀오신 모든 분들이 똑같이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로 1월에는 전기장판이 필요합니다. 난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침저녁에는 방에 있으면 춥습니다. 홍콩은 한국과 같이 220V를 사용하지만 콘센트 모양이 달라 어댑터가 필요하고, 멀티탭도 가져가셔야 합니다. 현지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서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만들어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씨티은행 ATM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비는 한국에서 쓰던 것의 평균 1.5배 정도 썼습니다. 아무래도 초기에는 생활용품을 장만하느라 돈이 많이 들고, 잦은 외식과 여행으로 지출이 늘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홍콩에서 외식할 경우 한국에서보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예산을 넉넉히 잡으셔야 합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각 college마다 식당(canteen)이 있어서, 본인의 선호 및 강의실이나 기숙사와의 거리를 고려하여 골라서 가시면 됩니다. 가격은 보통 3000원 정도부터 시작하는데, 4000원 정도는 되는 메뉴를 시켜야 먹을 만합니다. 서울대 식당에서는 매일 메뉴가 바뀌지만, 중문대 식당에서는 메뉴 개수가 훨씬 많은 대신 항상 메뉴가 동일합니다. 학생 식당 말고 staff canteen에서는 샤브샤브나 일반 중국 요리, 딤섬 등을 싼 가격에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라면이나 과자 등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은행 이용은 조금 불편한데, 항셍은행이 있긴 하지만 이용하기에 편리하지도 않고 교환학생이라면 굳이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말씀 드렸듯이 씨티은행 계좌만 만들어 가시면 다른 계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홍콩은 한국만큼이나 지하철 이용이 편리합니다. 중문대는 대학(University)역에 위치해있는데, 두 거장 거리인 샤틴(Shatin)역을 자주 가게 되실 겁니다. 대형 쇼핑 센터가 있고, 마트가 여러 개 있어 장을 보러 가기에도 좋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점들이 여러 개 있어서 자주 갈 수밖에 없었던, 중문대 이상으로 애정이 많이 남은 곳이 샤틴입니다.
학교 안에 병원이 있는데, 학생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심하게 아파서 외부 병원을 가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학교 병원을 이용하면 큰 불편함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한 학기 내내 벌레에 심하게 물려서 다리가 계속 퉁퉁 부었었는데, 그 때마다 병원을 자주 찾아서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학교가 산에 위치하다 보니, 벌레가 정말 많은데, 물렸을 때 한국에서 가져온 연고로는 붓기도 가라앉지 않고 가려움도 달래지지 않으므로 학교 병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의사선생님들도 친절하고 좋습니다.
유심은 편의점이나 통신사 대리점에서 사셔서 본인이 사용하던 핸드폰에 넣으시면 됩니다. 저는 도착하자마자 공항의 세븐일레븐에서 심카드를 사서 제 핸드폰에 넣었습니다. 대부분 교환학생들은 선불제 유심(prepaid simcard)을 쓰고 요금을 다 쓰면 편의점에서 충전해서 씁니다. 3g는 쓰지 않고 Wifi만 쓰는 요금제도 있으므로 본인이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3. 여가 생활
저는 18학점을 들었지만 수업은 주4였기 때문에 목요일 밤부터는 매우 여유로웠습니다. 평일에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다른 교환학생들과 함께 외식을 하거나 재료를 사와서 기숙사에서 밥을 해먹었습니다. 또한 기숙사에 있는 music room에 가면 혼자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수도 있어서 공강 시간에 자주 갔습니다. 연휴와 주말에는 교환학생 및 홍콩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습니다. 중국 국경 부근에 위치한 심천, 홍콩 내의 여러 섬들, 마카오 등에 다녀왔습니다. 홍콩 친구들이 사는 동네에 놀러 가기도 했는데, 사실 저는 이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홍콩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알고 가는 것이 제 교환학생 생활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여행책자에는 나와있지 않은 것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홍콩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2월의 홍콩 날씨는 정말 좋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 춥지만, 한국의 가을 날씨인 데다가, 한국의 1~2월처럼 건조하지도 않고 제가 있을 때에는 정말 매일 화창한 날씨여서 돌아다니기 너무 좋았습니다. 이 때에 꼭 많이 돌아다니시기 바랍니다. 2월 말 정도부터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고, 몇 주씩 쉬지 않고 비가 내립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마치 미스트를 뿌려주듯이 빗방울이 날립니다. 저는 심천, 마카오, 홍콩의 여러 섬들에 여행을 모두 3~5월에 갔는데, 매번 비가 내려서 우산을 쓰고 돌아다녔습니다. 아무래도 날이 맑을 때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돌아다니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덥지 않아야 걸어 다니기 좋기 때문에 1~2월에 많이 여행 다니시길 추천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벌써 홍콩에서 돌아온 지 두 달이 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학기가 1월 초에 시작하다 보니, 한국에서 학기를 마치자 마자 허겁지겁 준비하여 떠난 데다가, 출국할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상당히 걱정이 됐지만, 홍콩중문대에서 지냈던 한 학기는 그저 너무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교환학생을 가면 타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외로울 때도 있고, 힘든 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잊게 해줄 만큼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고,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부에만 얽매였던 한국에서의 대학생활과는 달리, 많이 돌아다니면서 제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또한 내 자신에 대한 생각, 내 진로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