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저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두 학기간 프랑스의 Sciences po (IEP paris)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한국엔 '파리 정치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씨앙스포는 정치학이 특화된 그랑제꼴입니다. 일반 대학(Universite)가 아닌 그랑제꼴(Grandes ecoles)이다보니 재학생들의 지적 수준 및 열의가 높고, 자긍심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프랑스 정계의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이 학교 출신입니다. 정치학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학, 사회학, 법학, 경제학 등등 다양한 사회과학 관련 강의가 매년 개설되며, 학생들의 교양을 위해 개설되는 인문학 강의의 수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재학생 전원이 3학년이 되면 1년간 해외로 교환학생을 나가야 하며, 그만큼 씨앙스포에 오는 교환학생의 수도 많기 때문에 상당히 국제적인 학교이기도 합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 수강신청방법
씨앙스포는 프랑스 학교치고는 상당히 현대적인 시스템을 가진 학교입니다. 다른 프랑스 학교들은 직접 학교를 찾아가 손으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씨앙스포의 경우는 수강신청이 서울대와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서울대 측에서 씨앙스포로 각종 서류를 보내고 나면, 씨앙스포에서 서울대로 빨간 파일 홀더를 보내줍니다. 그 홀더 안에 들어있는 서류가 지시하는대로 메일 계정에 로그인하면(아이디@sciences-po.fr 의 형태인 씨앙스포 메일 계정입니다.) 그 메일로 행정 관련 안내 메일들이 옵니다. 메일은 불어 및 영어로 표기되어있으므로 불어를 못 하는 학생이라도 잘 읽고 안내대로 하면 됩니다. (scolarite.sciences-po.fr에 가서 로그인하고, 지정된 날짜와 지정된 시간에 수강신청을 하면 됩니다.) 수강신청 경쟁은 서울대보다 훨씬 덜한 편이니, "교과목 코드"를 미리 적어두고 차근차근 입력하면 다 넣을 수 있습니다. 망했을 경우에는 담당자에게 특정 형식의 파일을 첨부해 메일을 보내면 받아주기도 합니다. (파일 형식 및 담당자 메일 주소는 씨앙스포 교환학생들 페이스북 그룹에서 알 수 있습니다. )
- 기숙사
씨앙스포는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공립 기숙사와 연결시켜주려는 노력도 일체 없으므로 씨앙스포로 오는 학생들은 거주 문제를 자체 해결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유학원을 통해 수녀들이 운영하는 사설 기숙사를 구해 들어갔지만 규율이 너무 엄격하고 시설이 그리 좋지 않아 6개월만에 나왔습니다. 프랑스존, pap.fr에서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제가 이 사이트들을 통해 둘러본 집들 역시 가격 대비 좋은 집들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에 지인이 있는 경우 지인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씨앙스포 교환학생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오는 집들 중에서 구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accueil.administratif@sciences-po.fr
9, rue de la chaise 75007 Paris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씨앙스포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대형 강의 하나, 세미나 식의 소규모 수업 2-3개, 교양 수업 1개 정도를 수강신청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1) 대형 강의
저는 Espace Mondial과 History on Trial and in Memorials 라는 대형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Espace Mondial은 불어로 진행되는 국제 관계학 수업으로 씨앙스포 내에서도 유명한 수업입니다. 로드가 정말 많은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은 수업이므로 국제 관계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History on Trial and in Memorials는 영어로 진행되는 역사 수업으로 각종 학살, 재판 등에 대해서 배웁니다. Espace Mondial이 워낙 대규모의 수업이라 강의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이 수업은 대형 강의치고는 수강 인원이 적어서 토론 비중이 높고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도 많았습니다. 각종 논문, 비디오 자료 등을 수업시간마다 접할 수 있었는데 흥미로웠습니다.
2) 세미나 식의 소규모 수업
소규모 수업은 정말 다양하니 관심사에 따라 강의 계획서를 잘 살펴보고 골라야 합니다. 15명 정도 되는 인원이 수업을 듣기 때문에 대형 강의에 비해 친해지기도 쉽고 수업을 따라가기도 수월합니다. 다만, 12주 2시간 수업이다보니 한 수업을 이수해도 1학점을 이수한 것으로밖에 처리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저는 제 원래 전공인 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철학, 사회학 쪽 수업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정치학 수업도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대형 강의에 비해 수업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3)교양 수업
글쓰기, 연극, 사진, 그림, 스포츠 등등의 교양 수업이 열립니다. 수강 신청을 할때 한 강의 당 20만원 정도를 내야합니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신청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불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보다 훨씬 얻어가는 게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씨앙스포는 워낙 교환학생 비율이 높아 교수님들이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을 배려해주는 편이니 불어가 어느 정도 되는 학생들은 힘들더라도 불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듣는 편이 낫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씨앙스포는 프랑스 내 다른 학교들에 비해 불어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프랑스 내의 생활을 위해서는 불어를 어느 정도 익히고 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프랑스어 입문 과목이나, 델프 시험 준비 등을 통해 미리 공부하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불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대부분 학교 측에서 B2이상에게만 권장하고 있습니다.
레벨에 상관 없이 씨앙스포에서 개설되는 불어 수업을 꼭 듣기를 추천합니다. 수준별 , 소규모 수업이라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불어를 늘리기에 좋습니다.
언어 교환인 Tandem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거의 없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3. 학습 방법
첫 학기는 모두 불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신청했는데, 언어 때문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특히 주전공이 아닌 전공 과목들을 들으려다 보니, 이중으로 못 알아들어서 첫 몇 주는 꽤 헤맸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출석에 의의를 두고 꾸준히 수업에 나가다 보면 점점 많이 알아듣게 됩니다. 또, 정 못 알아듣겠으면 주위 학생들에게 사정을 말하고 필기를 빌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워낙 교환학생들이 많은 학교이다보니 외국인 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 잘 도와주는 편입니다.
레포트나 개인 발표 과제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나 조교와 직접 메일을 주고 받으며 피드백을 받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씨앙스포만의 고유한 레포트/발표 양식(Problematique, grand I, grand II)을 숙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짧은 설명을 듣게 됩니다.
언어적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수업시간에 자주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기본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아포스티유 및 공증을 받아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후에 주택 보조금(Allocation)을 신청하게 될 때 꼭 필요한 서류들입니다. 지원서, 입학 허가서, 여권 및 비자 복사본, 증명 사진 등을 넉넉히 가져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파리의 물가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물가보다 훨씬 비싼 편입니다. 특히 외식비나 바에서 먹는 술값등이 한국과 비교해서 매우 비싼 편입니다. 잡다한 생활 용품도 꽤 비싼 편이니 한국에서 어느 정도 챙겨가거나, 도착한 뒤 귀국하는 학생들에게서 싸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