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마오쩌둥과 장카이섹(장제스)은 중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는데 장카이섹이 패배하고 타이완으로 오면서 오늘날의 대만이 만들어집니다. 국립정치대학교는 예전 장카이섹이 초대교장으로 있었던 학교로 중국 대륙에 있을 때에는 국민당 간부를 기르는 학교였지만 타이완에 오면서부터 종합대학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공계는 빈약하고 주로 사회과학, 어문계열이 발전했습니다. 특히 정치대학교 한국어문학과는 대만 최고 수준으로, 타이완국립대학교의 과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단 건국 영웅이 초대 교장으로 있었던 학교이니만큼 대만 내부에서의 인지도는 최고라고 할 수 있으며, 대만 사람들에게 최고의 대학을 꼽으라고 하면 두번째, 세번째로 오르내리는 학교입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인터넷으로 이루어집니다. 홈페이지나 기타 자세한 것은 정치대학교 쪽에서 메일로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다만 특기할만한 점은 수강신청이 선착순이 아니라 일단 모든 학생이 기간 내에 수강신청을 하고 난 후 각자가 선정한 우선순위에 따라서 수업이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 중에는 원하는 수업에서 떨어져서 서울대의 초안지와 비슷한 R-M Form을 들고 교수님을 찾아가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정치대학교의 기숙사는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I – House이고 두번째는 학내 기숙사입니다. 기숙사가 떨어지게 되면 학생들이 집을 알아보아야 한다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주변에서 기숙사에 떨어진 학생을 본 적이 없습니다.
I – House는 1인실로 시설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학내 기숙사는 4인실로 보증금을 포함해서 일년에 두차례 10,000NT 정도를 냈었습니다. 물론 종류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제가 있었던 기숙사는 서울대 구관보다 조금 더 낡았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Melody Chang(mcusa28@hotmail.com)이 교환학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메일로 물어보면 빠르고 친절하게 답장이 올 것입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수업은 크게 정치대 일반 수업과 교환학생 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뉩니다. 이미 제가 갖고 있던 정치대학교 ID가 삭제가 되어버려서 구체적인 수치를 찾을 수가 없는데 간략하게만 말씀드리자면, 정치대 일반수업 중에서 영어강의 비중이 서울대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 아랍어, 한국어 등등 다양한 언어의 강의도 많이 있습니다.
교환학생 특별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다른 수업들과 개강일, 종강일이 다르고 일반 수업보다 현장 체험의 비중이 높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특별 프로그램 중에서 타이완 역사 수업과 경극 수업을 들었는데요, 덕분에 거의 공짜로 다양한 역사 유적지 탐방을 할 수 있었고, 경극 수업에서는 직접 경극을 배워서 경극무대에 올라보기도 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서울대의 언어교육원과 같은 기능을 하는 언어중심에서는 중국어 수업을 Beginner 1~3, Intermediate 1~3, High 이렇게 7가지로 구분을 하는데, 저는 처음 배치고사를 보고 I1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많이 알았던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뒀을 뿐 실제로는 중국 사람들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I1의 수업이 어렵다고 느껴서 수업 전날에는 I1 수업의 예·복습을 하면서 수업이 없는 날에는 혼자서 B3의 교재로 독학을 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공부했더니 I2를 공부할 때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혼자서 I3 과정까지 독학할 수 있었고, 덕분에 그 다음 학기에는 I2에서 바로 H반으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H반 학생의 대부분은 화교로 어렸을 적부터 집에서 중국어를 써오던 학생들이고, 화교가 아닌 경우에는 대략 5~6년 정도 중국어를 공부한 학생들입니다. 처음에 한마디 말도 못하던 제가 고작 1년만에 이런 친구들과 같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중국어는 무작정 사람들을 만난다고 느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단어가 동사냐 명사냐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지도 않기 때문에 단어 하나를 모르면 문장 전체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혼자서 공부하면서 단어의 용법과 성조를 정확하게 익히는 시간과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익힌 단어를 사용해보는 시간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대만은 110V를 사용하기 때문에 만약 한국 기계를 들고 간다면 110V로 변환해주는 어뎁터를 준비해가셔야 합니다. 그 외에는 이미 대만에도 한국 물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것은 따로 없습니다.
2013년 현재 기준으로 대만돈 1NT가 한국돈으로 38원 정도입니다. 현지에서 생활하실 때는 현지 가격에 40을 곱해보는 식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학생으로서 중요한 것은 교통비와 식비인데, 둘 다 한국보다 훨씬 쌉니다. 버스 한번 탈 때 12NT(대학생 할인), 적당한 수준의 식당에서의 한끼가 80NT 정도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비 및 교통비에 대해서는 위에서 설명했고, 의료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대만은 의료보험이 잘되어 있습니다. 저는 대만에 있는 동안 사랑니를 뽑았는데, 50NT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의료보험카드는 매년 1월 1일에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9월에 갔기 때문에 세달 정도는 의료보험 없이 지내야 했는데, 다행히 저는 아픈 적이 없었지만 한국인 룸메이트는 의료보험 없을 때 감기에 크게 걸리는 바람에 병원비로 500NT 정도를 냈었습니다. 12월에 Melody가 의료보험카드를 신청하는 것을 도와주었고 1월 초에 의료보험카드를 받았습니다.
핸드폰은 버디가 안쓰는 핸드폰을 저에게 준 덕분에 선불폰을 만들었습니다. 핸드폰을 많이 안쓴 달은 200NT 정도로 한달을 버틴 적도 있고, 전화를 많이 사용한 달도 1000NT 내외로 나왔습니다.
3. 여가 생활
저는 주말마다 타이베이나 타이베이 근교에 놀러나갔고, 한달에 한번은 먼 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했습니다. 식비와 교통비가 싸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부담이 적었습니다. 다만 한국에 비해 숙박비가 비싼 편인데, (1000~1500NT) 그래서 주로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야간버스를 이용하는 식으로 경비를 줄였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관련 정보들을 블로그에 모아두었는데 대만에서 생활하실 분들은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blog.naver.com/gwijoka)
4. 기타 보고 사항
대만은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로부터 정식적인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대회에 참가할 때도 국가가 아닌 지역의 이름로 참가하고 있구요.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대만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크게 고마워하곤 합니다. 대만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대만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대만에서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술을 마시면서 노는 문화가 없어서 친구들끼리 만나면 농구나 배구를 하면서 서로 어울립니다. 덕분에 저도 일년동안 금주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는 일년이 아니었나 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사실 서울대에서 4학년 2학기를 마치고 대만으로 교환학생을 떠났습니다. 교환학생을 끝낸 직후에 바로 졸업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서 대만에서 1년을 보내고 난 다음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또 다시 한학기를 다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자면 저는 6학년 1학기를 다니고 대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것인데요. 뒤늦은 교환학생 생활이었고, 이것 때문에 졸업, 취직 모두 한참 늦어지게 되었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서 벗어나서 이방의 국가에서 이방인이 되어 생활을 해보는 것은 삶에서 꼭 한번 해볼 법한 경험입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나’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아쉽게도 졸업을 하고 나면 취업, 결혼 등의 문제로, 그 이후에는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이런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일 때 꼭 한번 교환학생을 신청해보시길 바랍니다.
몇몇 학생들은 재정적인 이유로 교환학생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대만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권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생활비가 더 적게 들기도 합니다. 저는 국내에서 장학금을 받았으며, 대만에서는 성적우수자로 언어중심 수업을 무료로 듣기도 했습니다. 자신만 열심히 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