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북경대학교는 중국 최고의 종합대학으로, 문사철 분야에 특히 강하다. 북경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북경대의 학술적인 지위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혁명이 시작된 곳이 북경대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위치적으로는 북경의 북서쪽에 치우쳐 있으며 북경대학교 동문 지하철역과 인접해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교환학생의 수강신청 절차는 전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교환학생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 자신이 속한 부서의 사무실에서 수강편람과 수강신청원을 받는다. 자신이 속한 학과 이외의 수강편람은 북경대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학생은 개강 후 2-3주동안 자신이 듣고자 하는 수업에 들어가 분위기를 살펴보고,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싶은 경우 수강신청원에 해당 과목 교수님의 싸인과 그 과목이 속한 과 사무실의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 이후 소속학과에서 공지한 날짜 전까지 수강신청원 작성을 완료하여 제출하면 수강신청이 완료된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교환학생은 웬만하면 거의 모든 과목을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으며, 정원이 초과되었더라도 교수님의 허락 하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단, 해당 과목 성적표가 필요한 경우 수업 중 교수님이나 조교에게 이 사실을 확인시키고 성적표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해두어야 한다.
국제협력본부를 통하여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는 서울대 학생들은 무료로 기숙사 배정을 받게 되어있다. 북경대 측에서 공지한 오리엔테이션 날짜에 맞춰 입학수속을 마친 후 기숙사 배정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서울대학생이라면 중관신원 2인실 기숙사에 자동 배치 받도록 되어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이현지, 국제협력본부, 아시아 "SNU exchange(Asia)" <exchange_asia@snu.ac.kr>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내가 수강한 과목 중 대부분은 중문과 과목이었다. 언어학개론, 맹자 선독, 중국 당대문학, 중국 민속과 사회생활, 중국 인문지리, 중문 공구서 사용이 중문과 과목이었고, 이 외에도 국제관계학과의 국제관계학개론, 사회학과의 중국사회, 광화관리학과의 문화간의 경영 관리(영어 수업) 그리고 정부관리학과의 중국 정치와 정부과정을 수강하였다.
나는 중국에서 전공 지식보다는 중국의 사회 현실, ‘중국’ 그 자체를 배워가고자 했기 때문에, 사회학과의 중국사회라는 과목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수업에서는 최근 뉴스화되는 중국의 여러 사회문제들을 놓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북경대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또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중국이 지금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그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한 북경대 학생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중국 민속과 사회생활은 전통적인 중국의 문화와 절기 풍속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중문 공구서 사용 수업을 통해서는 중국의 다양한 사전을 찾는 방법을 배웠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는 실제 기술을 익힐 수 있어 좋았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나는 교환학생을 가기 전 HSK 6급 125점인 상태였다. 그래서 language course로 빠지지 않고 첫 학기부터 북경대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첫 한 학기 동안에는 하루에 수업 한 시간만 들으면 녹초가 될 정도로 언어적인 스트레스가 컸는데, 차츰 적응해나가더니 2학기 때는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도 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것 외에도 나와 언어교환 할 북경대 친구를 찾아 일주일에 1-2회 정기적으로 함께 공부를 하였다. 또 동아리를 들거나 수업시간에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등의 방법을 통해 중국인 친구들을 꽤 많이 사귀고 또 그들과 최대한 많이 교류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일상적인 소통에는 문제가 없고, 학술적인 주제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해졌다. 지금 HSK 점수는 169점이다.
3. 학습 방법
솔직히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학술적으로 얻을 것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서울대 중문과 수업에 비해 나은 점이 딱히 있지도 않았고, 오히려 서울대 수업이 그리워졌을 정도였다. 그래서 사실 수업시간은 listening 실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들은 것이 크다. 이 목적을 위해 2학기 때 수업을 선택할 때는 교수님의 화법이 내 청취실력에 비해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정도를 기준으로 했을 정도이다.
수업보다는 친구들과의 교류가 중국어 실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중국에서 있는 동안 정기적으로 교류했던 중국인 친구가 약 10명은 되는 것 같다. 이들과의 교류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성이다. 그들은 바쁜 일상 중에 있는 것이고, 나는 비교적 한가로운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이상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기는 힘들다.
이들과 일상 대화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뿐 아니라, 점점 심도 있는 대화를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언어교환 시간 때 북경대 친구의 정치 사회 의식이나 최근 뉴스에 관한 의견을 자주 물었다. 또한 좀 더 정치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는 어찌 보면 상당히 민감할 수도 있는 중한 양국간의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곤 했다. 이러한 교류들을 통해 중국어 실력을 쌓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수업에서 얻을 수 없는 값진 지식과 경험들을 쌓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소중한 친구들로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전히 함께 양국의 미래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출국 전 씨티은행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매달 현지에서 4-50만원 정도 뽑아 쓰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므로 꼭 카드를 만들어 가도록 한다. 그리고 최초 출국 시 현금 50만원 정도를 환전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 그 외 필요한 물건에는 옷(중국에서 쇼핑하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너무 안 예쁘거나, 예쁘면 한국보다 비싸다.), 3M 마스크(공해가 심하다. 현지에서 구입해도 좋다), 겨울이라면 두꺼운 옷을 비롯한 보온 용품과 전기 장판, 전자사전, 중국 친구들에게 줄만한 조그만 기념품 등을 챙겨가면 유용할 것이다.
한 끼 식사로 만약 학교 식당을 이용할 경우 메뉴에 따라 7위엔~20위엔까지 다양하지만 보통 10위엔 안쪽으로 든든히 먹을 수 있다. 외부 식당을 이용할 경우 한 사람당 50위엔 정도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통비의 경우 버스는 1위엔, 지하철은 2위엔이며 택시는 기본요금 13위엔부터 시작해 북경수도공항에서부터 북경대까지 약 100위엔이 든다. 중국에서 의류 관련 브랜드 제품을 사기는 너무 비싸다. 대부분 한국에서 사는 가격보다 2~3배는 더 주고 구입해야 한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북경대 주변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관촌에 있는 씨티은행을 이용한다. 매달 초 씨티은행에서 현금 2500위엔 정도를 뽑아 쓰면 한달 생활비로 적절하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상비약을 준비해갔기 때문에 북경의 의료시설은 이용해본 적 없지만, 약국을 이용할 때는 북경대 캠퍼스 내부에 있는 약국을 이용했다. 교통의 경우 버스 이용이 너무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지하철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때문에 전동차를 구입해서 친구들과 타고 다녔다. 중관촌과 오도구에 다양한 식당과 상가 등이 밀집해있기 때문에 쇼핑하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 좋다. 특히 오도구에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도 많이 들어서있다.
3. 여가 생활
학교 공부하는 시간 이외에는 대부분 중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학교 안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고,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중관촌에 나가 함께 식사를 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북경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틈나는 대로 여행을 했다. 만리장성, 이화원, 원명원 등을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으며, 가까이 있는 칭화대 정도도 좋은 나들이 장소이다.
4. 기타 보고 사항
수업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중국을 경험하고, 중국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중국의 미래를 고민해보는 것이 훨씬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수업의 질로 따지면 솔직히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것이 낫지, 북경대라고 해서 꼭 수업을 다 소화해야 이득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중국에 ‘사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교환학생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유학 가있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 그들의 고충 또 그들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공부이다. 너무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때론 과감히 중국 그 자체를 탐구해보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 것 같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일 년이 마무리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이젠 다시 중국에 혼자 고생하면서 오지 않을 거다!’라는 것이었다. 떠나기 전에는 일 년 동안 완벽한 생활을 하고 오리라 다짐하고, 또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빨래, 요리, 청소 등 생활에 관련된 것도 직접 해야 하고, 행정 처리가 한국만큼 빠르고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매번 골치가 아프다. 또 수업 듣는 것도 꽤나 스트레스가 커서, 처음 두 달 정도는 수업 한 시간만 들어도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곤 했다. 나중에 가서는 중국 음식에 질리고, 중국 음식을 사먹기만 하면 탈이 나고, 공기도 너무 안 좋아져서 밖에 나가기는커녕 환기조차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악조건이 겹치자 정말 포기하고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내가 일 년을 악물고 버틴 것은 그 속에서 중국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국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더 없는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환학생이 끝난 후 변화가 생겼다면, 이제는 중국이 너무 좋아서가 아니라, 답이 보이지 않는 이 중국이 어떤 돌파구를 통해 발전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어서 중국학을 하고 싶어졌다는 점이다. 또 북경대에 실망해서 서울대를 더욱 사랑하게 된 점도 있고, 질서 없는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가다가 갑자기 잡초처럼 억세졌다는 점도 있다. 이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확실한 것은 교환학생 기간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고생스럽고,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고, 가장 새롭고, 가장 기억에 남는 기간일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