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저는 2013년 1학기 본부교환학생으로 일본 홋카이도 대학(Hokkaido University) 문학부 일본사학과에 파견되었던 동양사학과 09학번 김지원이라고 합니다.
홋카이도 대학교는 홋카이도(北海道) 도청 소재지인 삿포로(札幌) 시내에 위치한, 일본의 舊 7개 제국대학 중 하나입니다. 삿포로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동경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일본 정부는 메이지 유신 이후 현재 삿포로 역 주변을 중심으로 개척 사업을 진행하였고, 이 지역의 효과적인 개간을 위하여 삿포로 농학교를 세우고 외국인 교원을 초빙하였습니다. 이 학교는 이후 홋카이도 대학의 모체가 되었으며, 여기에 초빙되었던 외국인 교원이 바로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을 남긴 클라크(Clark) 박사입니다. 개척 도시답게 격자형의 반듯한 도로를 갖춘 삿포로, 그 삿포로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홋카이도 대학은 삿포로 농학교 시절부터 있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캠퍼스를 가득 수놓고 있어서 관광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홋카이도 대학의 캠퍼스를 누비는 일은 교환학생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2.1 수강신청
개설 강의 조회는 개강 약 1개월 전부터, 홋카이도 대학 수강 조회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강신청은 일본에 도착한 이후 이루어집니다. 홋카이도 대학교는 수강신청 변경 기간이 약 15일 정도로 대단히 길기 때문에, 직접 수업을 들어보면서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합니다. (2013년 1학기 기준 개강은 4월 5일, 수강정정 마감은 4월 22일)
교환학생의 경우,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지정된 양식에 적어서 개강 3주차에 각 단과대학 사무실에 직접 제출합니다. 전공 과목의 경우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2외국어 과목이나, 일본인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과목은 원칙적으로 수강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박물관 실습’을 수강하고자 하였으나, 일본 학생들의 학예사 취득 필수 과목인 관계로 신청이 반려되었습니다.
2.2 기숙사
1월 중에 E-mail로 기숙사 안내문 및 신청서가 도착합니다. 이를 읽고 1지망부터 4지망까지 입소를 원하는 기숙사 우선 순위를 정해서 제출합니다. 기숙사 합격 여부 역시 2월 말 E-mail을 통해서 통보됩니다. 기숙사에 한 번도 입사한 적이 없었던 외국인 학생에게 입사 우선순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교환학생 중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여학생이 갈 수 있는 4개의 기숙사 중, 일본인 학생들과 같이 거주하는 Sosei-Ryu는 외국인 학생 TO가 4명이기 때문에 사실상 입소의 가능성이 없어 나머지 3개의 외국인 기숙사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거주했던 Hokkaido University International House Kita8의 경우, 캠퍼스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최근에 지은 기숙사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방은 모두 1인실로, 방에는 취사 시설(인덕션과 싱크대), 욕조가 딸려 있는 화장실, 냉장고, 옷장, 책상 및 의자, 침대, 가스 난방기(히터)가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캠퍼스 중심까지는 도보 20분, 자전거로 10분 정도 걸리며, 도보 10분 거리에 삿포로에서 손꼽히게 큰 대형 마트가 있기 때문에 생활 환경은 대단히 쾌적합니다. 한 달 기숙사비는 18000엔이며 전기, 수도, 가스비를 별도로 납부해야 합니다. 전기세는 1000~2000엔, 수도는 2달에 3500~4000엔 정도 부과되기 때문에 한국과 큰 차이가 없으나, 홋카이도의 지역 가스 회사인 KITAGAS의 가스비는 일본 내에서도 비싼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처음에 고지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난방이 필수인 4월의 경우 8000엔 정도 나오며, 여름에도 온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3000~4000엔 정도 꾸준히 부과됩니다.
나머지 2개 기숙사인 Hokkaido University International House Kita23과 Hokkaido University International House Kita24의 경우, 월 기숙사비가 공과금 포함 18000엔 정도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취사와 화장실, 샤워 시설이 공용입니다. 또한 캠퍼스 중심까지 도보 4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눈이 많이 와서 자전거 통학이 어려운 가을학기 파견생의 경우 통학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홋카이도 대학의 경우, 인접 공항인 신치토세 공항까지 도우미 학생이 마중을 나옵니다. 도우미 학생은 공항 마중뿐만이 아니라 기숙사 입사 수속 및 은행 계좌 개설, 지도교수 면담, 학내 신분증(학생증, 도서관 이용증) 교부 등 3일간 외국인 학생에게 필요한 절차를 전부 안내해줍니다. 도우미 학생의 안내를 받아 기숙사에 도착하면, 24시간 상주하는 관리인에게서 여러 가지 안내를 듣고 방을 배정받습니다. 이 때 원하는 경우 세탁비를 내고 침구류를 빌릴 수도 있습니다. 관리인 아저씨들께서는 기숙사생의 모든 우편물을 받아주실 뿐만 아니라 이전 거주자들이 두고 간 생활용품을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자전거를 수리해주시는 등 거주하는 학생들을 세심하게 돌보아주시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기를 권합니다.
2.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홋카이도 대학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2013년 1학기 기준, 2014년부터는 새로운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처럼 특별청강생으로 파견되는 경우입니다. 특별청강생은 각 전공에 소속되어 전공 과목을 수강하는 교환학생으로, 소속 단과대학 사무실에서 직접 관리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문학부 일본사학강좌 소속이었기 때문에 문학부 사무실과 문학부 국제교류실에서 저와 관련된 모든 행정 업무를 관리해 주었습니다. (문학부 국제교류실 담당자: AOYAMA Yuko, ryugaku-sup@let.hokudai.ac.jp)
두 번째로 HUSTEP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들은 일본어 코스를 이수하면서, 영미권 원어민이 영어로 진행하는 일본 문화 수업을 이수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소속된 학생들의 경우 홋카이도 대학 국제본부 소속으로 특별청강생과는 그다지 교류가 없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홋카이도 대학의 교환학생 지원 시스템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우선 특별청강생 모두에게 지도교수가 배정이 되며, 입국 및 거주 정착을 돕는 서포터가 3일간 행정 업무 처리를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희망 시에는 지도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교환학생에게도 튜터를 배치해줍니다.
저는 수강할 과목을 정하면서, 또한 수업을 들으면서 교환학생 지원 시스템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저는 지도교수님과 면담을 하여 일본에서 수강할 전공 과목을 정했습니다. (물론 최종적인 신청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저의 경우 지도교수님은 제가 졸업논문까지 작성한 고학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저학년 수업부터 대학원 수업까지 전부 경험해보는 편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고, 저는 최종적으로 일본사학개론, 일본근현대정치사, 일본사학연습(학부 고학년용 세미나) 등 세 과목을 정식으로 수강하였고 또한 대학원 세미나 수업을 한 과목 청강하였습니다.
세미나 수업 이수를 위해서는 반드시 발표를 해야 했는데, 이 또한 튜터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 튜터는 일본사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일본인 남학생이었는데, 발표문의 일본어를 꼼꼼하게 교정해주고, 도서관 사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삿포로 시내 서점과 헌책방 위치를 직접 알려주는 등 다양한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지도교수님과 튜터의 도움을 받으며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어가 비약적으로 늘었고, 홋카이도 대학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저는 동양사학 전공자이며, 일본사 관련 과목을 많이 이수하여 일본어 전공 용어에는 익숙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교환학생 파견 직전학기에 본교에서 일본어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을 이수하였고, 이는 일본에서 수업을 듣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홋카이도 대학에는 국제본부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수준의 유학생용 일본어 수업이 있으니, 일본어 수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강하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1.1 비자 발급과 입국 수속
보통 1월 말에서 2월 사이에 국제협력본부를 경유하여 입학허가서와 재류자격인정증명서가 도착합니다. 재류자격인정증명서가 있어야 인터뷰 없이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 관련 업무는 인사동에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이 아니라 광화문에 있는 일본대사관 영사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영사부에 방문하여 비자신청서를 작성하고 여권, 신분증 복사본, 증명사진, 재류자격인정증명서(원본과 복사본 1부)를 제출하면 다음 날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일 발급은 불가능합니다.)
입국 시에 여권을 제시하면 출입국 관리 직원이 여권을 확인하고, 비자를 개시해줍니다. 이 때 자격외활동허가서 발급 여부를 물어봅니다. 자격외활동허가서란 일본 내에서 학생 이외의 활동, 즉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허가증입니다. 학생 비자의 경우 학기 중에는 1주에 28시간 동안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자격외활동허가서를 받지 않더라도 나중에 외국인관리국에 신청을 하면 발급이 가능하지만, 수속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혹시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공항에서 바로 신청하기를 권장합니다.
2012년 7월부터 개정된 외국인관리법에 의거하여, 외국인에게는 재류카드라고 하는 신분 증명용 카드가 발급됩니다. 하네다, 나리타, 간사이, 츄부(나고야) 공항의 경우 입국심사대에서 바로 재류카드를 발급해주지만, 신치토세 공항의 경우 바로 발급되지 않으며 구약소에서 거주 등록을 한 이후에 우편으로 발송되니 주의를 요합니다. 구약소에서 주소를 등록하면 3~4일 후 거주지로 재류 카드가 배달됩니다. 그 동안 신분증이 필요한 경우 구약소에서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를 발급받아서 여권과 같이 제시하면 됩니다. 발급수수료는 350엔입니다.
1.2 준비물
대부분의 물건을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도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추가 요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짐을 가져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전기장판은 한국에서 꼭 가져올 것을 권합니다. 저는 전기장판이 없어 4~5월에 큰 곤란을 겪었습니다.
1.3 현지 물가 수준
현지 물가 수준은 파견 당시의 환율(100엔당 1150원)을 고려했을 때 교통비와 공과금을 제외하고는 한국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습니다. 공과금의 경우에는 기숙사 항목에서 설명한 것처럼, 난방이 필요한 계절에 상당히 문제가 됩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경우 사실상 교통비가 필요 없으며, 학교에서 시내에 외출하는 경우에도 삿포로역부터 이어지는 지하보도를 통해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교통비를 직접 체감할 일은 그다지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참고로 삿포로-신치토세 공항 편도 교통비는 1040엔, 삿포로 지하철의 기본 요금은 200엔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2.1 일본의 의료보험
2012년 이후 일본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소득이 없는 학생의 경우 한 달 보험료로 약 2000엔 정도를 납부합니다. 병원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까웠지만, 보험에 가입하면 병원비가 한국과 그다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안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시기 바랍니다. (미납하면 일본 재입국 시 건강보험료를 정산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2.2 은행 이용
교환학생의 경우 우체국에서 계좌를 만드는데, 이는 체류 기간이 짧은 교환학생의 경우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은행이 우체국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체국에서 계좌를 만들기는 하지만, 우체국 ATM은 전국 어디에서나 인출 수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합니다.
주민표(혹은 재류카드)와 여권, 도장을 가지고 우체국에 가면 친절하게 계좌 개설을 도와줍니다. (외국인의 경우 도장이 없으면 싸인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통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받을 수 있지만, ATM 이용 시에 쓰는 현금카드는 3~4일 후 거주지로 배달이 되기 때문에 계좌 개설 시에 주의를 요합니다.
한국에서 돈을 송금 받을 때에는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가 있으면 편리합니다. 2013년부터 인출 수수료가 인상되기는 했지만, 최근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시티은행을 통해서 환전하는 편이 더 저렴합니다. 또한 이후 휴대전화 계약이나 시험 응시 등 해외결제가 되는 카드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꼭 하나 만들어 가시기를 권합니다. 시티은행 삿포로 지점은 삿포로역 도보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인출이 크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2.3 한국에서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하는 법
유학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대부분 2년 약정이기 때문에 교환학생의 경우 상당한 금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이 B-Mobile이라는 회사에서 USIM 카드만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http://www.bmobile.ne.jp)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요금제를 선택하고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서 업로드하면, 4~5일 내로 USIM 카드가 배달이 됩니다. 이 카드를 한국에서 가져간 스마트폰에 넣으면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요금도 저렴한 축이어서, 가입비가 약 3200엔 정도이며, 전화 30분에 3G 데이터(속도 제한 있음, 사용량은 무제한)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월 2300엔 정도입니다. 속도 제한이 없는 요금제라고 하더라도 3000엔 선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요금 결제를 위해서는 해외 거래가 가능한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교환학생들이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3. 여가 생활
3.1 삿포로 시내 탐방
삿포로는 일본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고, 홋카이도 관광의 거점이기 때문에 ‘소비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삿포로역 자체가 거대한 쇼핑 센터이기 때문에 의류, 잡화, 문구류 쇼핑을 모두 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고,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뿐만 아니라 삿포로는 공원의 도시입니다. 오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자전거로 20~30분 이내에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 많아 주말마다 산책을 나갔습니다. 오오도리 공원은 6월에는 요사코이 소란 마쯔리, 여름에는 맥주 축제, 겨울에는 눈 축제가 열리는 삿포로시 행사의 중심이므로, 자주 나가서 분위기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3.2 여행
저의 경우 일본 주요 도시 대부분을 여행했던 경험이 있어, 교환학생 기간 중에는 홋카이도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홋카이도에는 3대 야경으로 유명한 하코다테,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인 오타루, 소지섭이 카메라 광고를 촬영했던 비에이, 7월의 라벤더가 유명한 후라노, 무한도전의 유빙 워크 촬영으로 유명한 아바시리 등이 있습니다. 저는 종강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홋카이도 동부 여행은 하지 못했지만, 주말과 공강을 이용해서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홋카이도는 남한의 3/4 정도의 크기이고, 관광지 간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교통비가 대단히 많이 듭니다. 특급열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JR HOKKAIDO 유학생 패스도 학부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학생증이 있으면 고속버스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이 있다면 계획을 세워서 빠르게 예약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3.3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제 교환학생 생활에서 남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 같은 전공 소속인 일본인 학생들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다는 점일 것입니다. 보통 교환학생들은 같은 외국인 학생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많지만, 현지 학생들과 친해지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친해진 일은 아직도 놀랍기만 합니다.
홋카이도 대학 문학부는 학과별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실이라는 공간은 학과 도서실과 학생 휴게실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생, 대학원생 할 것 없이 연구실에 와서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연구실에 앉아서 책도 읽고, 딴 생각을 하기도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곤 했습니다. 연구실에 앉아서 서투른 일본어로 이것저것 하는 외국인 학생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2주일 정도 지나니 같이 공부하던 학부생들이 가볍게 말을 걸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말문을 한 번 트고 났더니 그 다음부터는 즐거운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각자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발표 준비를 하면서는 늦은 시간까지 간식을 먹으면서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일본사학 연구실에는 조리기구가 여러 가지 있었고, 선배들이 선물로 사온 일본주가 많았기 때문에 가끔 모찌를 구워서 청주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 날도 많았습니다. 귀국 직전에는 연구실에서 타코야끼 500개를 구워 먹으면서 분에 넘칠 정도의 환송 선물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세미나 수업을 듣는 일본사학과 학생들과 1박 2일로 온천 합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귀국 이후에도 꾸준히 일본사학과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며, 2014년 2월에 홋카이도 대학을 다시 방문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흔히 일본인은 진심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귀국하는 날 자전거 주차장까지 따라와서 눈물을 글썽이던 친구들의 모습을 본 저는 이제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진심을 다하면, 언어의 장벽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에게 교환학생은 학업과 진로 문제 등이 여러 가지로 얽혀 있던 복잡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졸업을 미루고 교환학생을 간다는 이야기에 주변에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지난 학기에 너 교환학생 가길 참 잘했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에게 교환학생 5개월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목표를 다시 세우고, 또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의지를 굳게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교환학생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건강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사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을 볼 후배들께 “홋카이도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세요!”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제가 느낀 행복과 평화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삶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