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누구나 하와이를 알고 있지만 막상 하와이에 대해서 얼마나 아냐고 물어보면 와이키키 해변과 훌라, 야자수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하와이 대학 마노아 캠퍼스는 하와이의 여러 섬 중 가장 번화한 오아후에 위치한 대학입니다. 하와이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지상 낙원으로 손꼽히는 하와이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함이라는 모순된 조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학업과 휴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치열했던 한국에서의 삶으로부터 잠시 떨어서 다른 관점에서 인생의 의미를 숙고할 수 있는 곳으로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교환학생들에게 수강신청과 기숙사 관련 정보를 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하와이 대학에서 보내주는 모든 메일을 꼼꼼하게 읽고 그대로만 따라 하면 학교 생활을 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수강신청은 본교 학생들이 모두 수강신청을 한 다음 교환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데 서울대학처럼 치열한 수강신청 경쟁이 이루어지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만약 수강신청 정원이 다 차더라도 교수님께 자신이 타지에서 학업을 목표로 홀로 하와이에 도착한 교환학생이며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십사 부탁한다는 절절한 메일을 보내면 무리 없이 추가 정원으로 받아주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 입니다.
학교 안에는 여러 기숙사건물이 있으며 학교 밖에도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는 외부 기숙사가 있습니다. 이것도 학교 홈페이지와 메일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미리 기숙사 신청기간을 숙지하고 원하는 조건에 맞는 기숙사를 선정하길 바랍니다. 저는 학교 내부 기숙사가 아닌 YMCA에서 거주했습니다. YMCA에서는 싱글룸부터 최대 4명의 룸메이트가 방을 공유하며 생활할 수 있으며, 룸메이트가 있는 경우 방값이 조금씩 저렴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빠른 적응과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혼자 방을 쓰는 것보다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토에서 온 학생들이나 하와이 현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 금새 친구를 사귀어서 처음부터 외롭지 않은 하와이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생존을 위한 영어실력도 덩달아 늘게 됩니다.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애리조나에서 하와이 대학으로 온 미국 학생과 같은 방을 썼는데, 매주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가르쳐주어 농담으로 하와이에서 만난 제 2의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절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교환학생 담당자는 Darrell Kicker이며 메일 주소는 kicker@hawaii.edu입니다.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주전공은 국어국문학이고 복수전공을 미술사학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와이 대학에 가기 전부터 미술사 대학원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되도록 하와이 대학에서는 미술사 전공 수업 3개와 ELI writing 수업을 들었습니다.
Survey of Global Art 1
:전공 수업이지만 이 수업은 미술사 교양강의 수준인 100 레벨로 강의 내용이 쉽기 때문에 세계 전반의 미술사에 대해 지식을 쌓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서양 고대, 중세 미술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미술이나 동양권의 미술에 대해서도 개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다른 과제는 없고 중간과 기말고사만 치면 되며, 여러 개의 짧은 서술형과 두 개의 에세이를 시험지에 쓰면 되는 비교적 평이한 시험입니다.
Early Art of Japan
: 초기 일본 미술사에 대한 수업입니다. 하와이는 일본계 교포들이 많고 동양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척되어 흥미롭게도 다양한 동양 미술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 미술사 수업도 있지만 제가 갔을 때는 개강하지 않아 일본미술사를 듣게 되었습니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없는지라 백인 교수가 가르치고 동양인이 아닌 타 인종 학생들이 모여 흥미롭게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보며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미술과 유사한 점이 많은 일본 미술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익숙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많았는데, 저는 동양의 문화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특이하게 느껴진다는 차이를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수업이라기보다 서구 문화권에서 받아들이는 동양문화의 모습과 그들의 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하며 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색다른 시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300레벨 수업으로 에세이 형식의 중간과 기말고사, 그리고 논문 비평 과제가 있습니다.
Art of the 1st Half of the 20th century
: 이 수업은 근현대 서양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수업을 듣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 뉴욕에 있는 여러 현대 미술관과 갤러리를 방문했는데,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그림을 접하며 확인하는 즐거운 기회가 되었습니다. 400레벨의 전공 수업으로 두 번의 take home exam과 에세이 형식의 중간,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서양의 근현대 미술은 다양한 해프닝과 실험이 벌어지기 때문에 수많은 작가들과 그림들을 보고 외우는 일부터 만만치 않지만 수업만 잘 들어도 미술 사조에 대한 흐름이 잡히고 시험 자체는 예상 주제를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take home exam의 경우 자신이 정한 주제에 대해서 충분히 고찰하고 강의 교재 외 참고문헌들을 스스로 공부하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는 성실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ELI writing
: 이 수업은 토플점수에 따라 선택적으로 듣게 되는 수업으로 서울대학교 수강 과목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부족했던 저에게는 자신감과 실력을 모두 키워주었던 수업이었습니다. 대상은 교환학생이나 외국인 신분으로 학사, 석사과정에 진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다들 마음 놓고 Broken English를 쓰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여러 편의 에세이를 쓰고 강사 분의 꼼꼼한 첨삭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이며, pass or fail로 성적을 처리하기 때문에 성실하게 과제만 한다면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한 회화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저는 해외 생활 경험 없이 한국에서 한국식 영어교육만을 받았기 때문에 영어 듣기와 읽기에 비해 말하기와 쓰기가 부족하고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타지에서 생존을 위해 아등바등 하다 보니 영어 말하기도 일상 생활에서는 무리 없을 정도로 자신감을 얻었고, 영어 쓰기도 에세이 과제와 서술형 시험 준비를 하며 여러 번의 글쓰기 연습을 해 이전보다는 현저하게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3. 학습 방법
말하기의 경우 교환학생을 간 한국인 학생들과 너무 몰려다니지 않고 현지 친구들을 많이 사귄다면 저절로 늘게 됩니다. 특히 하와이 사람들은 항상 여유롭고 오래 전부터 타지인과의 접촉이 늘 있어왔기 때문인지 이방인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친절함을 베풀어줍니다. 영어도 부족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이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쉽게 융합되지 못했던 것을 보며 친구도 사귀지 못하는 우울한 교환학생이 될까 지레 겁을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에 틀어박혀서 있기보다 기숙사 로비에 앉아서 인사를 나누고 같이 공동 주방에서 요리하고 밥을 먹다 보면 친구를 사귀려고 애쓰지 않아도 기숙사 내의 모든 학생들과 매니저들까지 편한 가족 같은 친밀한 관계가 됩니다.(기숙사의 규모가 작은 YMCA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하와이 현지 친구를 사귀게 되면 파티에 초대받아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귀기도 쉽고, 차를 얻어 타고 여행책자에도 나와있지 않는 현지인만이 아는 숨은 명소도 빠짐없이 가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외롭다고 한국인 친구를 먼저 찾기보다 외국인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영어 말하기 걱정은 없게 됩니다. 외국에서는 노는 것도 공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놀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어 쓰기의 경우도 별 다른 처방이 있다기 보다 수업시간에 내주는 에세이 과제와 서술 시험 준비를 하다 보면 늘게 됩니다. 그냥 시키는 과제만 빼먹지 않고 잘 해가도 얻어가는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ELI Writing에서 꼼꼼한 첨삭 피드백을 받고 여러 번의 고쳐 쓰기를 통해 문법 오류나 문장 다듬기가 보다 수월해 졌으며, 전공 수업에서도 여러 페이퍼를 제출하고 교수님이나 조교의 도움으로 글을 첨삭 받아 여전히 부족한 쓰기 실력이라도 이전보다 나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공 수업의 특성상 영어로 글을 쓸 일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글쓰기 상담 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진행하는데 자신이 직접 쓴 글에 대해 조언과 수정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 활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하와이는 연중 평균기온이 20도 이상으로 항상 따뜻한 날씨이기 때문에 여름철 옷가지만 가볍게 챙기면 됩니다. 저는 거의 이사를 가듯 짐을 바리바리 챙겨갔는데 기타 생활물품은 미국 공산품 가격이 싸기 때문에 한국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포들이 운영하는 한국 마트도 학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참기름, 간장, 김치, 라면, 참이슬, 기타등등 한국 식재료도 모두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하와이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뉴욕보다도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외식이나 각종 서비스업을 이용할 때에는 지출이 큰 편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교환학생 조건에 보험을 드는 것이 전제되어 있지만,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보험 시스템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최대한 아프지 않기 위해 노력해 병원에 간 적은 없어 의료 시설에 대한 부분은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은행은 학교 안에도 American Savings 은행이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해외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따로 계좌를 개설하기 번거로워 한국에서 씨티은행 국제 체크카드를 만들어가 필요할 때마다 편의점에서 한 번에 300달러 정도씩 돈을 뽑아 사용했고, 비상용으로 큰 액수를 지출할 때를 대비하여 국제 신용카드를 만들어가 기숙사비 등 기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하와이는 미국에서 제일 우수한 버스 시스템으로 손꼽히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느리고 운행시간이 불규칙적입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지 몰라도 하와이에 살다 보면 하와이 타임에 어느새 적응해 같이 앉아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하며 느긋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돈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던 저는 버스로 하와이 곳곳을 누볐습니다. HI bus라는 하와이 버스 노선 앱을 핸드폰에 깔아놓고 일주일 정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버스를 몇 번 잘못 타며 하와이를 한 바퀴 돌아보면 지독한 길치가 아닌 이상 오아후의 지리가 훤하게 보일 것입니다. 또한 구글 맵과 GPS가 있다면 작은 트레일도 지도에 나와있기 때문에 깊은 산속 하이킹도 겁 없이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핸드폰의 경우는 하와이에서 개통할 수도 있지만 저는 한국에서 T-mobile을 개통해서 가지고 있던 스마트 폰에 usim만 끼워서 갔습니다. 3g라고 하지만 사실 2g 속도입니다. 기숙사나 학교에서 공용 wifi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전화하고 싶을 때는 카카오톡 전화나 스카이프를 사용했습니다.
3. 여가 생활
하와이는 겨울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여가 생활의 절정을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하와이의 바다가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곧 학교 끝나자마자 달려가 선탠을 즐기며 모래사장에서 책을 읽는 꿈 같은 나날이 보통의 일상이 됩니다. 번화한 와이키키 해변 외에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여러 해변을 돌아다니며 수영과 서핑을 하거나 열대어와 바다거북 무리와 함께 스노클링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핑 수업도 열리고 바닷가 대여소에서 따로 서핑수업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퍼보드나 스노클링 장비도 마트나 전문 판매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매번 대여를 하기보다 개인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바다가 질리면 언제든지 한국의 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하와이의 산을 오르며 하이킹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는 운동을 싫어했지만 하와이에서는 자연을 즐기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간만 나면 Yelp를 검색해서 여러 하이킹 코스를 가곤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의 일출과 일몰, 새벽산행을 하며 본 밤하늘의 별들은 지금도 가슴이 뛰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하는 여가생활 외에도 주말마다 열리는 클럽 파티와 매월 첫 번째 금요일에 열리는 차이나 타운의 클럽데이, 할로윈 거리행렬,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을 즐기며 관광지로서의 하와이의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대학에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하와이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한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학업적 측면에서 전공 수업을 들으며 개인적인 열정과 역량을 평가하여 대학원 진학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짧은 교환학생 기간이었지만 하와이는 저에게 평생 마음 속에 두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하와이에 가는 학생들 모두 하와이의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진짜 하와이를 만나는 소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