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제가 한 학기 동안 파견을 나간 학교는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sity; ANU)입니다. 호주수도 캔버라에 위치한 국립 종합대학교로서, 전체 학생 16,000여명중 국내(호주) 학생이75%, 국제 학생이 25% 정도를 차지하는 학교입니다.호주에서 유일하게 주법이 아니라 연방법에 의해 설립된 학교이고, 처음에는 연구에 중점을둔 대학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연구 중심의 학풍이 강합니다. 호주에서 멜버른 대학교, 시드니 대학교와 함께 최고 대학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명문 대학이며, 유일하게호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학부가 따로 개설되어 있어 이 지역의 안보 및 외교 이슈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캔버라는 호주의 수도입니다. 하지만 시드니와 멜버른이 호주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발달해온 도시인데 반해 캔버라는 수도 건설을 위해 인공적으로계획된 도시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대도시라기보다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곳의 느낌이 강합니다. (우리나라의세종시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시가 굉장히 조용하고 깔끔했고, 편의시설은 완벽하게 구비가 잘 되어 있어서 나 스스로의 일상에 집중하기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수도이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국립 시설들(국립 미술관, 국립 도서관, 국립 초상화 미술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파견되었던 2013년은 캔버라 수도 건설 100주년을 맞이해 여러 가지 행사가다채롭게 펼쳐졌던 한 해여서,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호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국 연방이고, 오세아니아에 속한 대륙이며,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것 정도?의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한 학기를 호주에서 보내면서 호주라는 나라의 특성, 국민적인 성향등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연방으로서 영국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고, 선진국답게 여유와 배려가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구밀도가 매우낮아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개입하고 관심을 갖기 보다는 자신의삶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말이나 행동들이 종종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타국에서 홀로 머무르면서 그 사회를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제 호주라는 나라에 왠지 모를 애정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국제협력본부에서 교환학생 합격자 발표가 난이후부터는 교환학생에 합격한 학생 스스로가 모든 절차를 챙겨야 합니다. 아마 합격한 학교로부터 안내메일이 올 것이고, 그 메일에 수강신청 절차, 기숙사 지원절차 등이 모두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빠짐없이 안내 사항을 읽고 일정을 체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ANU의 경우 그 쪽의 국제협력본부와 같은곳인 ANU Mobility Program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등록금을 내고 등록을 하듯이, Enrolment 절차를시작하게 됩니다. 토플 성적표, 서울대 영문성적표 등을 첨부함과동시에 등록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것과 함께 ANU의 수강편람을보고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골라 적어서 4개를 보냅니다. 학교에서연계된 보험에 가입하는 비용까지 납부하고 나면 등록 심사를 거쳐 다시 확답 메일이 옵니다. 그 메일에서내가 수강신청했던 과목들을 들을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저는 4개중에 1개 강의가 개설되지 않는 걸로 바뀌면서 ‘이것들중 이 강의는 열리지 않습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이후에 Enrolment Day가 학기 시작 전에 열리는데, 이날 수강신청을 완전히 새로 갈아엎을(?)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Melville Hall이라는 아주 큰 Hall에서, 각 단과대학의 담당자들이 단과대 이름을 달고 테이블 별로 앉아 있습니다. 내가듣고 싶은 과목의 단과대 담당자에게 가서 그 과목을 듣고 싶다고 말하면, 그 과목을 듣기에 적합한지(2학년 이상의 수강생을 위한 과목인 경우에 서울대 영문성적표를 요구합니다. 선수과목에해당하는 것을 서울대에서 수강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리 서울대 영문성적표를 챙겨가세요.) 확인한 후 시간표에 넣어줍니다. 총 4개까지 들을 수 있고, 학생비자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3개는 들어야 합니다. 서울대처럼 변경기간, 드랍기간이 다 있기 때문에 날짜에 유념해두세요.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수강신청을 할 때까지강의 시간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이게 가장 힘들었는데, 일단수강신청을 모두 한 이후에 강의 시간이 배정됩니다. 현지에 도착해서Melville Hall에 갈 즈음이면 아마 강의 시간이 나올 텐데, 그러다 보니 미리신청했던 강의들의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대부분의 강의들이 우리 학교의 eTL 같은 곳에 동영상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강의가 겹치면 한 강의는직접 가서 듣고, 다른 한 강의는 이후에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동영상은 수업 장면을 직접 녹화한 것은 아니고, 컴퓨터와 마이크가같이 기록되는 것으로 피피티를 사용하는 교수님이라면 피피티 화면과 함께 교수님의 음성이, 그렇지 않은교수님이라면 교수님의 음성만이 저장되어 수업이 끝난 즉시 자동으로 업로드됩니다. 저는 따로 강의를 이렇게챙겨 들을 자신도 없고, 강의를 듣기만 하는 것과 직접 현장에서 교수님의 표정, 몸짓 등과 함께 보는 것 중에 후자가 훨씬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여, 제가미리 신청했던 시간표가 겹친다는 것을 알고 (여기서는 clash라고표현합니다) Melville Hall에서 시간표를 겹치지 않도록 조절하였습니다. 그래서 미리 대체 강의를 생각해 가시는 것도 유용합니다.
기숙사는 가장 기숙사비가 저렴한 곳(B&G Hall)을 신청했습니다. 기숙사 신청용 홈페이지가따로 있고, 아마 처음 등록 안내를 해 주는 메일이 올 때 그곳에 이 주소를 알려줄 겁니다. 제가 신청할 때에는 accom.anu.edu.au였습니다. 실제로는 Fenner Hall로 배정되었고,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합니다. 기숙사 합격 발표가 난 이후 48시간 이내에 보증금 및 각종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항상 꼼꼼하게메일, 그리고 홈페이지를 확인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궁금한게 생기면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세요. 빠른 시간 안에 답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숙사 생활이 교환학생 생활의 거의 8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행도 많이 다니지만, 기숙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ANU에서 유일하게 교외에 지어진 Fenner Hall이라는 기숙사에머물렀습니다. 9층짜리 건물 2동으로 지어진 Fenner Hall은 모두 1인실이며 각 방 안에 세면대까지 설치되어있는 구조입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이고, 부엌은 건물 1층에 2동을 연결하는 형태로 매우 크게 지어져 있습니다. 각자의 냉장고와 찬장이 배정되고, 그 안에 식료품과 조리 기구를넣고 자물쇠를 잠그게 되어 있습니다. 매일 저녁 요리를 하면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즐겁게 식사를함께 했습니다. 각종 파티, 쿠킹 클래스, 야외 활동 등 모든 활동의 중심이 기숙사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ANU에서는학과 활동이나 선배나 후배가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 등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만나는친구들이 ‘대학 친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밤에 친구 방에모여서 같이 영화를 보고, 피크닉을 가기 위해 대량(?)으로요리를 하고, 몸이 아픈 날에 약을 챙겨주기도 하면서 사귀었던 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지금까지 연락도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제가 교환 파견을 준비하면서 연락했었던 담당자가 지금은 바뀌어서, 담당 부서의 연락처만을 남기겠습니다. The Student Mobility Program, Division of International Operationsand Student Recruitment, Building X-005, 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CT0200 Australia. T: 6125 8106 F: 6125 5550, exchange.info@anu.edu.au,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정치학전공생이지만 이미 졸업에 필요한 전공 이수 조건을 모두 채운 상태였기 때문에 전공에 국한된 강의만을 들은 것이 아니라 수강편람에서 흥미롭다고 생각되는강의를 골라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과목명보다는 과목코드로 강의명을 이야기하는데, 과목코드에서 첫 번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권장 학년입니다. 예를들어 제가 들은 과목 중 film2008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이때 2가 바로 권장 학년입니다. 호주의 대학은 3년제이기 때문에 1, 2, 3이 있는데, 권장 학년에 따라 수업 난이도가 많은 차이를 보이고 교수님들이 요구하는 정도도 다르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한 과목이 강의로만 구성되는것이 아니라, 강의와 튜토리얼로 구성됩니다. 강의는 한국에서와마찬가지로 교수님이 직접 파워포인트나 여러 가지 자료를 가지고 강의하는 것을 말하고, 튜토리얼은 수강생들이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져 10~15명 정도가 해당 시간에 모여 그 주에 강의한 내용 혹은 강의계획서에제시된 다른 주제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경제학이나 수학, 공대쪽 등은 우리 학교의 TA 시간과 비슷하게 문제 풀이 연습 시간으로 구성되는 것 같았습니다. 강의도 강의지만, 튜토리얼 시간이 더욱 부담이 되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은 정치학, 사회학,인문학, 아시아 태평양학이었는데, 학문의 특성상자신의 생각을 논의하는 부분이 많아서 토론이 아주 활발했습니다. 튜토리얼에 들어오는 교수님(혹은 튜토리얼 전담 강사)도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 적극적으로토론을 진행하시기 때문에, 튜토리얼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리딩을 하고 수업을준비했습니다.
1) POLS2096 Genocide Studies : 정치학 2학년수업으로,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제노사이드의 모든 것에 대해 다룹니다.대량학살이 발생하는 이유, 발생하는 과정, 발생을촉진하는 요소, 대량학살의 사례 연구 등 굉장히 강의가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Rachel 교수님은 당시 문건이나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 생생한 자료를 많이 사용해 강의를 진행하셨고 튜토리얼 시간 역시 학생들의 토론을 이끌어내는 데 굉장히열정적이셨습니다. 시험은 따로 없고 중간 에세이, 기말 에세이두 편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첫 번째 에세이 주제는 ‘Is Holocaust humanly possible?’, 두 번째 에세이 주제는 ‘Is The Rape of Nanking agenocide?’였습니다. 굉장히 넓은 주제로 여겨지기도하는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강의 전반을 다시 훑고 도서관에서 많은 참고문헌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ANU에서는 학부생들이 에세이를 쓸 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과 함께 적절한 참고문헌을 사용해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데, 그를 위해 이 하나의 주제에만큼은 내가 전문가가 되겠다는생각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에세이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 동양인이 한두명 정도뿐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특별하게 동양 혹은 아시아, 한국의관점을 많이 궁금해해서 튜토리얼 시간에도 더욱 활발히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 STST1001 Introduction to Asia-Pacific Security : 아시아 태평양학 1학년 입문 수업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전반적으로다룹니다. 북한의 핵 실험으로 인한 동북아시아 안보 위기부터 남태평양 지역에서 호주의 역할까지, 다양한 관점에서의 안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수업입니다. 수업초반부는 국제정치학개론과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Liberalism, Realism 등 외교이론에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관련 수업을 한국에서 수강하고 갔다면 확실히 쉽게 느껴집니다. ANU가아시아 태평양 학부가 따로 있고 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만큼 수업 때 외부 인사 초청도 많고 수업 외의 시간에 특별 강연도많이 이뤄집니다. 아무래도 동북아시아 안보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핵심을 이루다 보니 한반도의 상황을논의하는 비중이 높아 흥미로웠습니다. 이 역시 시험은 없고, 중간에세이, 기말 에세이, take-home exam, 튜토리얼시간에서의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많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에세이 평가방식이었습니다.
3) FILM2008 FILM and Music : 인문학부 2학년수업으로, 영화 쪽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전문적인 수업입니다. 이수업을 Melville Hall에서의 수강신청 시간 때에 변경해서 넣었는데, 자세히 강의계획서를 읽어보지 않고 간단한 강의소개와 강의명만 보고 신청해 듣다가 조금은 후회를 하기도 했던수업입니다. 영화학 전공생이나 음대생들이 듣는 과목이라 단조, 장조부터시작해 굉장히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호주의 영화 산업이나 개봉 영화 등을 예로 들어가며설명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수업을 이해하고 튜토리얼에 참여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습니다. 대신 2주에 한 번씩 영화를 감상하면서 수업이면서도 재충전되는 시간을가질 수 있었고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자신의 분석 등을 얘기하는 데 교수님께서 많은 독려를 해 주셔서 항상 즐겁게 튜토리얼 시간을 보낸 것이 기억에남습니다. 수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영상예술의 이해’ 정도를 생각하시면 안 되고, 좀 더전문적인, 음대 수업에 가까우니 이 점을 유의하세요.
4) GEND1001 Sex, Gender and Identity: Introduction to Gender Studies: 사회학 영역에 속하는 젠더학 1학년 수업입니다. 1학년입문 수업이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다양한 활동(게임이나 다큐멘터리 감상, 토론하기, 앙케이트 등)을통해 지도하려고 하십니다. 페미니즘 운동, 성소수자 담론등 여성학 수업에 그치지 않고 성과 그 정체성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대규모 수업에 남학생들이거의 없어서 굉장히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때로는 그것들이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역시 시험은따로 없고, 중간 에세이, 기말 에세이, 그리고 중간중간 짧은 라이팅 과제들이 많았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어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영어로 말하기나 듣기, 읽기나 쓰기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하는 ‘영어포비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상황에 마주치더라도 어떤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제 뜻을 완벽하게 전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통역’의 과정을 한 번 거치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완벽하게 전하는 데에도 실패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통역’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영어단어 혹은 문장들을 떠올리면서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특히 현지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면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문법적으로는 맞아도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문장을 내가 쓰는 경우에 지적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로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이 때 역시 영어만을 사용하면서 소통이 잘 되지 않더라도 한번씩한번씩 영어로 자신의 뜻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면 종국에는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수업 튜토리얼을 준비하기 위해 리딩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는데,처음에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지만 이후에는 좀 더 빠른 속도로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공의 특성상 객관식 문제를 푸는 시험이 아니라 장문의 에세이 평가가 많았던 덕분에, 에세이 쓰기 실력도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에세이를 쓰고 난후에 현지인 친구에게 proofread를 부탁하고, 시간이남으면 학교 글쓰기 센터에 첨삭을 부탁해 어색한 부분 교정과 글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물론 아직도 네이티브만큼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이전의 저보다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점은 느낄 수 있습니다.
영어 실력의 향상은 개인마다 편차가 큰 것 같습니다. 인터넷도 잘 되어 있고, 한국인 친구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말 마음만 먹으면, 수업 이외에는 하루 종일 한국어만 쓰면서 살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 실력의 향상을 꿈꿔서는 안 되겠죠. 영어를많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튜토리얼 시간에 입을 한번 떼고, 하는 한번 한번의 노력이 변화를만들어 냅니다.
3. 학습 방법
수업에서 저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했던 것은많은 리딩을 읽고 그에 바탕해 토론을 하거나 에세이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토론의 바탕이 되는 리딩을충실히 하고, 에세이는 기한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서 써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평일 저녁에 잠을 설칠 정도로 과제 및 공부량이 많아 힘들었지만, 시간이갈수록 빠르게 속도가 붙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수준
대부분의 친구들에 비해 저는 짐을 크게 많이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가져가고 싶은 것들이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의물품들을 현지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돌아올 때는 반드시 짐이 늘어나기 때문에(저는 선물, 현지에서 구매한 교과서 등으로 7~8kg 정도가 늘었습니다), 많은 짐을 무리해서 챙겨갈 필요는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수하물로 보낼 캐리어 1개, 기내용 캐리어 1개, 백팩, 크로스백 이렇게 짐을 꾸렸습니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 반드시챙겨야 할 것은 사용할 한국 전자제품 및 충전기, 본인에게 필요한 한국 의약품 등입니다. 저는 현지에서 카메라가 고장났고 핸드폰에도 잠시 문제가 생겼었는데, 호주에서는전자제품의 수리가 우리나라처럼 곳곳에 있는 A/S 센터를 방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건을 모아 광역센터같은 곳으로 보내어 수리를 받아 오는 방식이라 수리하는 데 한달 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단념하였습니다. 공유기도가져가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현지 물가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제가 머무를 당시 환율이 1 호주달러에 원화 1100원선이었고, (그리 고급이 아닌) 외식을 한번 하려면 15~20달러 정도가 들었습니다. 식료품은 저렴한 데 비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으려면 상대적으로 매우 비싸 기숙사에서 밥을 다 해 먹고 점심은도시락을 싸 다녔습니다. 의약품, 그리고 책이 매우 비싼편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식사 : 앞서 말한 것처럼 외식 비용이 부담스러워 주로 기숙사에서 요리를 해서 먹었습니다. 기숙사 1층에 위치한 큰 부엌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곧 친구들과 함께어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요리를 하나도 하지 못하던 저였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면서 즐겁게요리하고 또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매일 저녁이 참 즐거웠습니다. 1층 키친에서 거의 공동 생활의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식료품은 굉장히 싼 편이고, 한국에서 본 적 없던 재료들을 가지고 즐겁게 요리하면서 몸도건강해지고 친구들과의 교류도 늘려 갔던 것 같습니다.
2) 의료 : 현지에서 몸이 좋지 않았었던 적이 없어서 병원을 직접 가지는 않았는데, 몸이좋지 않은 친구들은 학교 내에 있는 보건소를 이용했습니다. 처음 학기 등록을 할 때 학교에서 보험에가입하도록 하는데, 이 보험에 가입하면 보건소를 이용하는 것이 무료입니다. 하지만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을 하더라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것이 흠입니다. 일반적인 약은 약국에서 살 수 있는데, 현지약의 가격이 다소 비싼 수준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필요한 약이나 응급 처치에 필요한 것들은 한국에서 준비해 오시는 것을 권합니다.
3) 통신 : 휴대폰은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가지고 와서 호주 통신회사의 유심칩을 사 선불폰으로 사용했습니다. 한국에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습니다. 옵터스, 보다폰 등 여러 가지 업체가 있는데, 시내에 있는 캔버라 센터에 모든 매장이 있기 때문에 둘러보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서비스를 구매해 이용하면 됩니다. 저는 현지에 도착해 매달 30불 선불 옵터스 유심칩을 사 끼웠는데동작이 안 되어서 그날 하루 종일 매장에 붙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는데, 결국 해결을 하지 못해서돌아갔었습니다. 그 다음 날이 되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그 이후로 휴대폰을 문제 없이 사용했습니다. 혹시모르니 스마트폰에 컨트리락이 걸려 있는지 한국에서 꼭 확인하고, 걸려 있다면 해제하고 오세요.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컨트리락이 걸려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한국에서해제하지 않으면 해제가 안 된다고 하니 꼭 대리점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4) 교통 : 캔버라에는 다른교통 수단이 없고 버스와 택시가 공공 교통 수단입니다. 마이웨이라는 버스 카드를 만들면 우리나라에서처럼환승을 하면서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이웨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버스 요금의 차이가 약 2배 정도이니 오래 머무르시는 교환학생들은 마이웨이를 만드시는 게 좋습니다. 학교안 우체국 옆 매점에서 마이웨이 카드를 만들고 충전할 수 있습니다. 택시는 길거리에서 잡는 경우는 거의없고, 택시회사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을 해서 이용합니다. 하지만택시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주말 같은 경우 버스가 일찍 끊기고 밤에는 위험하기때문에 택시를 이용할 것을 권합니다.
5) 은행 : 저 같은 경우는 우리은행과 호주의 대표적인 은행인 Commonwealth 은행이연계가 되어 있는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인터넷으로만 신청이 가능한데,이 연계 서비스를 신청한 후에 우리은행에서 발급한 해외송금전용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바로 호주에서 개설한 Commonwealth로 돈이 넘어오는 서비스였습니다. 만약에 이서비스를 이용하실 생각이시면, 최소한 출국 한달 전에는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호주 도착 직후 Commonwealth 지점을 방문했을 때바로 체크카드를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신청은 했으나 충분한 기간 전에 하지 않은 경우에는계좌는 열렸지만 카드는 수령하지 못한 채로 또 현지에서 기다려야 해서 불편함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른친구들의 경우에는 해외에서 쓸 수 있는 해외 체크카드나 부모님 신용카드 등을 가지고 와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3. 여가 생활
캔버라는 수도이지만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깔끔하고 조용한 도시입니다. 계획 도시인데, 도시중앙에 거대한 인공 호수가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여름에 기온은 높지만 전혀습하지 않고 겨울에도 0도 정도면 가장 추운 겨울이라고 할만큼 온난한 편이라 야외 활동을 하기가 정말좋습니다.
한국에서 제가 꿈꿨던로망이었던 것 중에 자전거타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하기 직전 학기에 이곳에 있었던 서울대 교환학생선배가 자전거를 저에게 넘겨주어서, 자전거를 많이 탔습니다. 호주에는조그만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자전거를 정말 많이 타고, 자전거도로도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학교 갈 때, 시내에 나갈 때, 호숫가에놀러갈 때, 자전거를 즐겁게 탔습니다. 햇볕이 눈부시게 반사되는호숫가를 자전거를 타고 돌 때의 쾌감과 행복은 잊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피크닉도 많이 나갔고, 주말마다 캔버라 구석구석을 누비며 유명한 곳들을 방문했습니다.
주로 많은 여가 생활들은기숙사에서 행해졌는데, 기숙사 안에 끊임없이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습니다. 쿠킹 클래스부터 댄스 클럽, 바,Mr.fenner 선발대회 등 모든 커뮤니티 활동 및 행사가 기숙사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기숙사학생위원회에서 많은 활동들을 계획하고 일정을 공지하는데, 이것들을 유심히 눈여겨본 후에 참여한다면 이것만으로도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학기 중간에 2주 간의 중간 방학(?)이 있습니다. 제가 갔던 그 곳의 가을학기 때는 3월에 부활절 방학이 2주 있었습니다. 이 때를 이용해서 호주의 다른 도시인 멜버른과 타즈매니아를여행했고, 귀국 직전에 시드니를 여행했습니다. 멜버른과 타즈매니아는친구들과 함께 새벽부터 일어나 밤까지 시종일관 웃으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고, 시드니는 혼자 여행하면서아름다운 도시를 즐겼습니다. 이제까지 여행한 곳 가운데 시드니에서의 시간이 가장 좋았을 정도로, 교환학생 활동의 마무리를 여행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시간과경제적인 여건이 가능하다면, 많은 여행으로 호주의 구석구석(그리고가까운 뉴질랜드도)을 다녀볼 것을 추천합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1) 아르바이트 : 현지 시급이 매우 높고, 현지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영어에 많이 서툴거나 이전의 경력이 없으면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지는 않으나, 적극적으로 resume를 돌리는 등의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아닙니다. 저는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 것 같아서, 그리고뒤에도 언급하겠지만 ‘4~5개월 있다가 가면서 무슨 아르바이트야’ 라는 생각에 일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교환학생 기간 중에서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로 남았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그곳의 삶을 느껴보지 못한 것 같아서입니다. 학업이나 친구들과의 교류 등에 들어가는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지 않는다면, 아르바이트를한번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