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위치한 오슬로 대학(UiO)은 인문과 사회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 건물이 Blindern 캠퍼스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학 부지 자체는 지하철역 두 개에 이르는 넓이로 많은 학생들이 비교적 새롭고 깔끔한 건물에서 공부합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교환학생이 확정되면 오슬로 대학 측에서 이메일이 도착합니다. 오슬로 대학 홈페이지에서 영어로 제공되는 강의 리스트 중, 자신이 수학하는 학기에 열리는 강의를 보며 골라둔 뒤 수강신청 기간에 Studentweb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주로 30크레딧을 수학하는 것이 평균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주의 사항은 학기 초에 열리는 수강신청 OT에서 설명해주고, 직접 수강신청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보통 한국 대학에서 하듯 치열한 다툼은 없지만 인기강좌는 간혹 일찌감치 자리가 차기도 합니다. 드랍의 경우에도 각 수업별로 역시 Studentweb에서 일정 기간 내에 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는 여러 군데가 있지만 교환학생들은 주로 송이나 크링쇼에서 생활합니다. 다른 후기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해당 학기 친해진 다른 교환학생들이 어느 단지에서 더 생활하는 지는 랜덤합니다. 제가 생활한 송은 학교가 있는 블린던Blidern역에서 매우 가깝습니다. 인문대에서 수업을 들으면 블린던 역 하나 전인 Forskningsparken역에서 내리게 되는데, 송이 있는 Ulleval Stadion 역 바로 다음 역이 이 역일 뿐 아니라, 송에서는 버스 한번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단지 내에는 1000 REMA라는 마트가 있습니다. 건물 자체도 크링쇼보다는 송이 아기자기하고 예쁩니다. 4명~7명이서 화장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건물도 있고, 각자 방에 화장실은 있고 부엌만 공유하는 건물도 있습니다.
크링쇼는 (우리나라 지하철에 해당하는) T-bane 6호선으로만 갈 수 있기 때문에 학교나 시내로의 교통이 불편합니다. 같이 이동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별 문제 없지만 친해진 친구들이 다 다른 단지에 살 경우에는 좀 외롭습니다. 다만, 단지 내에 KIWI라는 마트와 작은 별도의 마트가 더 있고, 우체국도 있다는 점은 매우 편리합니다. 송과는 달리 평지에 기숙사 단지가 위치해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까운 곳에 송스반 호수가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담당자 이름 : Theresse Gjessing
e-mail : therese.gjessing@hf.uio.no
교환학생들을 위한 수강신청 등 다양한 문의를 드릴 수 있는 친절한 분입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어쩌다보니 과정 끝에 60시간짜리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노르웨이어 수업 하나만 듣게 되었습니다. 오슬로 대학의 수업은 학생들이 알아서 열심히 하지 않는 이상 뭔가를 얻기 힘든 수업 방식입니다. 물론 어디나 그렇겠지만, 오슬로 대학은 출석체크도 잘 하지 않는 수업도 많고, 수업과 세미나를 병행하면서 알아서 과제만 제출하면 되는 수업도 많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노르웨이어 수업을 듣게 되신다면, Astrid 선생님의 수업을 추천합니다. 경력도 오래 되셨고, 아시아 출신 학생들도 많이 가르쳐보셨기에 아시아인 학생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잘 알고 계셔서 도움도 많이 주십니다. 질문을 하나 해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시고 발음도 기초부터 강조해서 가르쳐 주십니다.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친구들은 교재에 나와있는 본문도 대충 넘어가고, 발음 수업도 거의 하지 않으며 과제 피드백도 없어서 불평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Astrid 선생님께서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커피 타임이나, 학기 후반에 가끔 구워오시는 디저트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통해 선생님이나 다른 외국 학생들과도 친해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입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오슬로에서는 영어만 알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습니다. 제가 만나본 모든 노르웨이 사람들이 영어를 무척 유창하게 구사했습니다. 오슬로 뿐 아니라 북쪽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북유럽에서는 전반적으로 영어가 잘 통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타 지역에서 온 교환학생 중에도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 많았지만, 영어에 자신이 없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어차피 다들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저는 오히려 유럽 타 지역 학생들의 발음이나 영어 구사 방법이 물들어서 고생했습니다.
따라서 노르웨이어는 노르웨이어 수업을 듣지 않는 이상 거의 접할 수 없습니다. 사실 노르웨이어 수업을 듣더라도 약간이나마 대화할 수준이 되려면 60시간짜리 수업으로는 부족하고, 80시간 수업을 듣더라도 본인의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3. 학습 방법
오슬로 대학에서는 Buddy Group이라고 외국인 교환학생들을 묶어 팀을 짜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전공별로 묶었기에 한국인끼리 같은 그룹이 되는 경우도 있었던 듯 하지만, 요즘엔 국적별로 겹치지 않게 배려해주기 때문에 버디그룹만 활성화 되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필연적으로 영어를 사용해 지내게 됩니다.
자기가 속한 버디 그룹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는 전적으로 각각의 그룹 자체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만일 자신의 버디 그룹이 잘 모이지 않는다면 동아리에 참여해 활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오슬로의 물가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가히 살인적인 물가입니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물가의 3배, 최소한 2배는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외부 식당에서 파스타를 배부르게 먹고 싶다면 기본 3만원은 각오해야 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세금 때문에) 평균적으로 2만원은 내야 세트를 먹을 수 있습니다. 대신 KIWI라는 저가 마트에 가시면 First Price라는 최저가 브랜드가 있습니다. 빵, 과자, 치약부터 냉동식품류까지 다양한 제품을 포함하기 때문에 교환학생들은 이 브랜드에 많이 의존합니다.
일단 노트와 필기류는 미리 챙겨오시길 권합니다. 어차피 보통 한번 정도는 한국에서 소포를 받게 되어있지만 이 때는 주로 조미료나 인스턴트 음식 등을 받는 것으로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 공유기와 멀티탭 등도 필요합니다. 멀티탭은 전선이 길어 멀리서도 쓸 수 있는 종류여도 편합니다. 전기밥솥이나 전기장판 등은 아무래도 한 학기 앞서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올 학생들에게 받는 게 좋습니다. 한인교회에 다니실 분들께서는 거기에 여쭤보시면 (사실 안 다닐 분이어도 상관없지만) 거울이나 방석, 커튼, 조리기구 등 역대 교환학생들이 두고 간 다양한 물품들이 있으므로, IKEA 등에서 구매하시기 전에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습니다. 상기한 바대로, 차마 외식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 때문입니다. 사실 애초에 외식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아 마땅히 사먹을 곳이 없기도 합니다. 버디 그룹 학생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출신지 요리를 일주일에 한번씩 요리해 같이 먹거나, 각자 구워온 베이커리 류를 나눠먹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1인분씩 요리하는 것보다 다같이 요리해 먹는 게 단가가 절대적으로 싸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라면과 쌀밥 외에는 요리해 본 적도 없던 저도 오슬로에서 생활하며 파스타는 물론 각종 조림, 구이, 베이킹에 라자냐와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먹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교통은 우리나라의 지하철 같은 T-bane와 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교통카드인 Ruter 카드를 학생용 한달권으로 매달 충전해서 보통 쓰는데, 이 가격이 14년도 상반기 기준 390nok였습니다. T-bane의 경우 각 노선마다 타는 곳이 다른 우리나라와 달리, 한 플랫폼에 4호선 5호선이 도착합니다. 전광판이나 테반에 적힌 숫자를 보시고 탑승하시면 됩니다. 앱 스토어에 Ruter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는데 매우 유용하니 도착하시면 다운로드 받아 쓰시길 권장합니다.
휴대전화의 경우, 저는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을 가져가 유심칩만 바꿔 사용했습니다. 학기 초에 ESN이라는 학생회에서 저가 브랜드인 Chess의 유심칩을 공짜로 나눠주는 행사를 엽니다. 보통 이 유심을 사서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선불 충전 (Top-Up)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 ID number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통신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3. 여가 생활
여행을 가거나, 공연을 보거나, 친구 집에 혹은 공원에 모여서 요리를 해먹거나, 교내 카페에서 일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마음만 먹으면 다양하게 놀 수 있습니다. 물가는 비싸지만 학생에게는 비교적 친절하기 때문에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공연표의 가격은 학생에게는 압도적으로 저렴합니다. 산유국이라 재력이 있어서 그런지 소위 현대예술에 지원을 많이 해주므로 취향이 맞는 사람은 즐겁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또, 날씨가 좋으면 공원 등 야외에서 1회용 그릴에 고기나 소시지를 구워먹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가 워낙 운동을 권장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밤낮 가리지 않고 조깅하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겨울을 노르웨이에서 보낸다면 크로스컨트리 스키, 알파인 스키, 눈썰매, 스케이트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싸게 제공되는 헬스 시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검색엔진 등에 검색해보시면 수많은 교환학생들이 쓴 정보와 감상이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얘기를 하게 되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생활할수록 얻는 게 많다는 점입니다. 운 좋게 아시아나 한국에 관심이 있는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나눌 얘기도 많고 좋겠지만, 저의 경우 버디 그룹에 한국은커녕 아시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유럽인들 뿐이라 “한국에도 눈이 오냐”는 질문을, 무척 노력해서 물어봐 준 독일인 친구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악의를 지닌 것이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물어볼 생각도 미처 못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습니다. (아주 간혹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어쨌든 다 사는 건 똑 같은 사람들이니까 적극적으로 물어도 보고 대답도 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약 반년간일 뿐이었지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본래 여행을 다녀도 큰 교훈도, 감흥도 얻지 못했던 지라 이번에도 그냥 6개월 동안 혼자 살다가 그냥 돌아오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배운 것들이 많습니다. 사고 방식도, 가치관도, 사회 체계도 전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니 어떤 다큐멘터리나 책에서 접한 것과는 또 다른 진실성을 지닌 생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한국인끼리여도 외국에서 만났다는 동질감 하에서 여태 다른 친구들과는 해보지 못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제가 지닌 줄도 몰랐던 소위 “유럽인에 대한 환상”도 깰 수 있었고요. 항상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다 혼자 많은 것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감도 (뻔뻔함도) 많이 늘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전혀 색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배우는 것은 경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