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브리스톨 대학교는 영국 남서쪽에서 가장 큰 도시인 브리스톨에 위치한 연구 중심 대학교입니다. 1876년에 설립되어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매년 각종 대학 평가에서 전세계 50위권 안에 포함되는 명문대입니다. 브리스톨은 문화적으로 굉장히 풍부한 도시입니다. 브리스톨에서 트립합(Trip hop)이라는 독특한 음악 장르가 발달하기도 했고 도시 곳곳에 뱅크시 같은 그래피티 작가의 흔적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강의실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학교가 전반적으로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각종 문화시설을 즐기기에 편리합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학기가 시작하기 전 브리스톨 측 International Office에서 보내 온 수강신청 서류를 작성하여 수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간혹 폐쇄되거나 수강이 불가능한 과목들이 있는데 첫 2주간 수강신청 변경을 할 수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수강신청 시스템이 아직 전산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강신청 변경을 할 경우 각 과 사무소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브리스톨의 기숙사는 강의실과 마찬가지로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위치와 시설에 따라 각각 가격도 다양합니다. 알아두셔야 할 점은 브리스톨의 경우 기숙사는 주로 1학년 학생들이 머물고, 1학년의 경우 성적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1년 내내 기숙사가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만약 예민하신 분이라면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제가 머문 기숙사는 Nothwell House로 캠퍼스 쪽에서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Northwell House가 위치한 Gloucester Rd.는 브리스톨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아기자기한 소규모 상점들과 다양한 펍이 줄지어져 있습니다. 4-8명이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을 공유하는 플랫 구조의 기숙사였는데 제 플랫에는 총 8명이 살았습니다. 저 말고 모두 영국 사람이었고 저를 제외하면 모두 만 18세였습니다. Northwell House는 기숙사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그러나 학교 및 다른 기숙사들과 거리가 좀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립된 만큼 기숙사 내부에서는 잘 뭉쳐서 놉니다.
브리스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숙사는 Hawthons입니다. 기숙사로부터 1분 거리에 대부분의 강의실들이 위치해 있을뿐더러 사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낮이건 밤이건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립니다. 만약 민감하시거나 조용한 편을 선호하신다면 Hawthons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Goldney House도 꽤 인기가 좋습니다. 셜록 시즌 3에서 왓슨의 결혼식을 촬영한 기숙사로 정원이 무척 예쁩니다. 다만 학교에서 좀 거리가 있는데 그래도 걸어 다닐 만 합니다.
모든 기숙사를 가본 게 아니라 다 설명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도심에 위치한 기숙사의 경우 밤에 취객들 때문에 소란스럽다고 들었고 가격 대비 시설이 불만족스럽다는 평을 자주 들었습니다. Stoke Bishop에 위치한 기숙사들은 추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기숙사가 참 멋들어지긴 한데 일단 학교로부터 거리가 무척 멉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교환 학생 담당자는 Nia와 David입니다. 문제가 생기시면 이분들에게 바로 연락하시면 되고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십니다.
-Email swap-in@bristol.ac.uk
-Tel +44 (0)1173318504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Psychological Experiments and Statistics
심리학의 양적∙질적 연구 방법론을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양적 연구 파트에서는 강사님께서 미리 디자인 해 놓으신 실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프로그램은 SPSS를 사용하고, 데이터는 수강생들에게서 취득하기 때문에 별로 고생스럽지 않은 수업이었습니다. 다만 수업 자료 중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을 구글링했을 때 위키피디아에서 똑 같은 내용을 발견한 건 아직 좀 충격입니다. 질적 연구 파트는 조모임을 해야 했습니다. 각 조마다 주제를 정해 인터뷰를 하고 스크립트를 작성해 분석해야 했는데 처음 해보는 질적 연구라 그런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Social Psychology and Individual Differences
네 분의 강사님께서 팀티칭을 하십니다. 사회심리학과 성격심리학 수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네 분의 강사님 모두 진화론적 접근을 하셔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수업의 후반부는 각 조별 발표로 진행되고, 모든 조원이 한 번씩은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대형 강의라 약 100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영어 발표를 했던 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감동스러웠던 부분은 발표가 끝난 날 약 1시간 후 강사님께 개인적인 피드백 메일을 받았던 점이었습니다. 브리스톨 대학은 강의가 무척 체계적이라 강사, 채점자, 보고서 관련 조교 등 역할이 분산되어있기 때문에 원하시는 만큼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Spanish (Post A-level)
언어 수업의 경우 대부분 1년 동안 진행됩니다. 각 학기 말에 말하기, 쓰기, 독해, 듣기 시험을 보고 두 번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멕시코 출신 원어민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수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고역이었던 수업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꽤 들었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계속 공부하고자 선택한 수업이었습니다. DELE C1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문법이나 독해 파트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회화와 작문 파트에서 급우들에 비해 매우 실력이 뒤쳐지는 게 명백히 표시가 났습니다. 영국의 외국어 교육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회화 중심인지, 모두가 말하기에 너무 능숙했습니다. 매 수업간마다 ‘마약 합법화’, ‘예술의 경계’ 같은 시사적 주제로 토론을 시키거나 파트너와 각 단원 주제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게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수업방식에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지만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시는 분은 외국어 수업 들어보세요! 수강신청 전에 원하신다면 과사에 요청하셔서 레벨테스트를 볼 수도 있어요.
-Clinical Psychology
이상심리학 수업입니다. 서울대에서 이상심리학 수업에서 각각의 정신 병리와 증상, 진단법, 치료 방법 위주로 배우는 반면 브리스톨의 이상심리학 수업에서는 실제 필드에서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영국은 의료 보험에 상담치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NHS(National Health System) 안에서 임상심리학자의 역할과 다른 분야의 전문과 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게 되는지, 정신과적 접근과 심리학적 접근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임상심리학자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전혀 다른 체계에 대해 전망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지만, 이 수업은 영국에서 임상 심리 쪽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할 듯 합니다.
-Madness: A Modern History
제목은 으스스하지만 의학사(醫學史)입니다. 다만 푸코의 주장에 입각하여 비판적인 시선으로 정신의학의 발달 과정을 살펴 봅니다. 빅토리아 시대 히스테리아부터 현대의 프로작까지를 총 망라하며 정신 의학계의 주요 이슈들과 이 이슈가 문화 컨텐츠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었는지 살펴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이 구성되었고 수강 인원은 총 15명 정도로 소규모였기 때문에 토론을 피할 수 없는 수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수업이라 자료를 읽어가지 않으면 고스란히 들어났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성실해져야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Special Topic Project
Madness 수업과 연계하여 본인의 소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수업입니다. Madness 수업을 듣는다면 필수로 동반 수강해야 합니다. 매 주 한번씩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며 약 15분간 강사님께서 자료 찾는 법, 글 쓰는 법, 주제 정하는 법 등 소논문 작성 팁에 대한 수업을 하시고 나머지 45분 동안 돌아가며 주제 발표나 진행 과정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주제/경과 발표는 앞에 나와서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블라인드 미팅처럼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5분 간격으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하기도 합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영어 사용이 좀 더 편해졌고 청해가 향상 되었다는 느낌은 있지만, 특별히 눈에 띠는 정도로 영어가 유창해 지진 않았습니다.
3. 학습 방법
솔직히 그리 성실하게 공부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학습의 방향성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면 튜터에게 상의를 많이 했고 보고서의 경우 플랫메이트들에게 교정을 부탁했습니다. 영국인들은 외국인이 영어를 사용하며 저지르는 작은 실수들을 즐기는 듯(?)하니 망설임 없이 물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는 같은 기숙사에 있는 스페인어권 출신 유학생들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영국 물가가 악명 높은 건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도 인건비가 요구되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한국보다 크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가령 외식은 정말 비싸지만 식재료는 오히려 싸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통비고 한국에 비하면 꽤 비싼데 브리스톨 내에선 기숙사에서 제공해주는 교통카드를 사용하실 수도 있고 걸어다녀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꼭 챙겨와야 하는 물건도 딱히 없습니다. 여성분들의 경우 로드샵에서 파는 매니큐어나 마스크팩이 그리우실 수도 있겠네요. 영국은 어떤 가게에서 쇼핑을 하냐에 따라서 비슷한 물건도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처음 입국 시 기본적인 침구나 주방용품을 찾으실 땐 Primark나 Wilkinson에 가시는 걸 추천 드려요.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의료 만약 Tier4 비자를 발급받아서 가신다면 영국인과 똑 같은 의료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캠퍼스 근처에 의료 시설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진료는 다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는 쉽게 아픈 체질이 아니라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은행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에 가시면 아마 몇몇 은행에서 홍보 나와있을 거에요. 여권 들고 가시면 번거롭게 은행가서 대기하지 않으시고 바로 카드랑 계좌 신청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Barclays를 이용했는데 대부분 친구들이 다 Barclays를 신청 했었네요.
교통 기숙사 신청을 하신다면 Wessex 버스를 이용하실 수 있는 교통카드가 나옵니다. 탑승 할 수 있는 노석이 제한되어 있지만 중요한 곳은 그 노선만으로도 가실 수 있어요. 저는 중고 자전거를 구입해서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습니다.
통신 기숙사랑 학교에는 기본적으로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3. 여가 생활
브리스톨엔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습니다. 아마 매일 다른 펍에만 가셔도 일년을 재미있게 보내다 오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펍마다 취급하는 맥주도 다르고 진행하는 행사(라이브 음악, 테마 파티 등)도 달라 매일 매일 새롭습니다. 브리스톨은 박물관이나 갤러리도 많고 그냥 걸어만 다녀도 낮잠자기 좋은 공원이나 잔디밭이 나오는 예쁜 동네랍니다.
브리스톨 대학 내에 다양한 동아리도 많은데 동아리 소개제를 학기 초에 매우 성대하게 진행하니 가셔서 구미에 맞는 걸 한 번 골라보세요. 취미 생활 한 번 키워보겠다 하시는 분들은 브리스톨에서의 생활이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저는 하이킹 동아리랑 미술 동아리에 갔는데, 하이킹 동아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국립공원에 가서 하이킹을 합니다. 그런데 비가 내려도 막 20km씩 강행군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포기. 미술동아리는 매 주 life drawing을 기본으로 합니다. 소묘수업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미술 동아리도 추천 드려요.
인간관계는 보통 기숙사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딱히 여행을 안 다니고 기숙사에만 붙어 있어도 외국인 입장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 터라 전 기숙사 생활이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브리스톨은 영국에서 자전거 도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근교 도시로 여행도 많이 다녔네요-
4. 기타 보고 사항
-National Express 학생용 버스 카드는 따로 발급받지 않으셔도 되요. 이 카드 가격이 약 10 파운드인데 브리스톨 대학교 학생이라면 National Expres를 탈 때 카드 소유자와 같은 조건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운전에 자신 있으신 분이라면 꼭 국제 면허증을 발급받아 오세요. 긴요하게 사용하실 일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영국 렌터카는 대부분 매뉴얼 방식이라는 점 숙지하시고 도로 체계도 한국과는 반대라는 점 기억하셔요.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최고의 한 해였습니다. 물론 항상 유쾌한 날들의 연속인 것만은 아니었고 체류 중에 힘든 일도 생겨서 두문불출하고 훌쩍거리던 나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추억처럼 느껴지네요. 언젠가 돌아가 볼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