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브리스틀 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는 영국 남서부의 중심도시 브리스틀(Bristol)에 있는 대학으로, 학문적 성향이 강한 영국의 전통적인 명문대학이라고 합니다. 저는 2013년 가을학기에 교환학생 과정(Study Abroad Program)에 참가하여 인문학부(Department of Humanities) 중 역사학 과정(Historical Studies)에서 수학하였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2.1. 수강신청 방법
브리스틀 대학교 측에 교환학생을 신청할 때(Offer letter에 답장을 할 때), 기본적으로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를 1-6순위까지 적어 보내야 합니다. 브리스틀 대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60학점(credit)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제가 신청한 인문학부 역사학 과정의 강의는 모두 20학점씩이었습니다. 교환학생은 학부와 학년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과정의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 학기 교환학생일 경우, 각각의 학기(TB: Teaching Block)마다 열리는 강의가 다르고 과정과 강의에 따라서는 1년 과정을 모두 참가할 때만 들을 수 있는 것도 있으니,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해당 학기에 브리스틀 대학교에 도착하면 국제화본부에서 사전에 신청한 강의의 목록과 신청가능 여부를 표시한 양식을 나누어줍니다. 실제 강의 등록은 이 양식을 참고해서 정해진 등록 기간에 각 학부 담당자를 찾아가 직접 해야 합니다. 여러 학부의 강의를 신청할 경우 시간표가 겹칠 수도 있으니 대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수강신청을 담당하는 학부 등록 담당자님께서 친절하게 상담해주시고 도와주시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2.2. 기숙사
처음에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Offer Letter를 보낼 때, 기숙사 신청기간을 안내해 줍니다. 브리스틀 대학교 기숙사는 브리스틀 전역에 흩어져 있으며, Accommodation Office 웹페이지에서 자세한 위치와 시설, 비용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 내에 1지망과 2지망 기숙사와 가격, 식사 제공 여부 등 기타 요청사항을 기입하여 신청하면 Accommodation Office에서 기숙사를 지정해 줍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고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적었더니 기악과 학생과 중국인 학생들을 플랫메이트로 지정해 준 걸 보면, 기타 요청사항도 최대한 고려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인기 있는 기숙사를 신청할 경우 원하는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신청 시에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안내해줍니다.
기숙사는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Catered 기숙사와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 Self-catered 기숙사가 있는데, 대부분의 Catered 기숙사는 가격도 비싸고 맛도 없으며 식사 시간에 맞추어 기숙사에 돌아가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Self-Catered 기숙사를 추천합니다. 기숙사는 보통 Stoke Bishop, Clifton, City Center, 학교 주변 네 군데에 몰려 있습니다. Stoke Bishop 지역의 경우 큰 기숙사들이 몰려 있어 기숙사 내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고 쉴 공간도 많은 반면, 학교나 시내에서 반드시 버스를 타야 이동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학교 측에서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기는 합니다). Clifton은 브리스틀에서도 중산층 거주 지역으로 학교에서도 가깝고(도보 15분) 주변 지역도 안전하지만, 시내까지 나가려면 30-40분이 걸립니다. 시내(City Center)는 버스나 기차역, 대형 쇼핑 센터가 가까워 생활에는 편리하지만 기숙사 가격도 비싸고 밤에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학교 주변의 기숙사(Hawthorns, St. Michael’s Hill 등)가 학교 시설도 가깝고 대형 슈퍼마켓 등 편의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어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저는 Clifton 지역에 있는 Goldney Hall에서 지냈는데, 기숙사 내 공동체도 잘 형성되어 있고 여러 영화와 드라마(나니아 연대기, 셜록 등)의 촬영지로 이용될 만큼 건물도 멋져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담당자: David Line, Nia Evans
부서: International Office
메일: swap-in@bristol.ac.uk
전화: +44 117 331 8504
홈페이지: http://www.bris.ac.uk/international/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역사학과 전공 강의인 ‘영제국사 입문(Introduction to the History of the British Empire)’, ‘근대 영국의 사회운동(Social Protest in Modern Britain)’, ‘급진주의와 계급(Radicalism and Class: 1750-1850)’ 3개에 참여했습니다. 평가는 모든 강의에서 에세이 50% + 논술형 학기말고사 50%로 이루어졌습니다.
‘영제국사 입문’은 1학년 대상으로 브리스틀 대학교 역사학과의 주력 분야인 영제국사를 개관하는 강의로, 1주일에 1시간짜리 대형 강의 두 번과 1시간짜리 세미나 한 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5명 정도의 소규모 세미나는 매주 지정된 읽기자료를 읽어가서 토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근대 영국의 사회운동’은 40명 정원의 2학년 대상 세미나로, 역시 매주 읽기자료를 읽어가서 2시간 동안 강의와 토론을 병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전반부에서는 사회학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역사적 사건을 분석하였고, 후반부에서는 주제별로 현대 영국의 사회운동을 다루었습니다. ‘급진주의와 계급’은 20명 정원의 3학년 대상 세미나로, 1750년부터 1850년까지의 영국사를 급진주의 운동과 시민사회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정치사 강의였습니다. 역시 매주 지정된 읽기자료가 있고, 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하여 세미나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서양사학 전공학생으로서 영국 현지에서 영국사 수업을 듣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모든 강의가 유익했습니다. 하지만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는 다른 교환학생들께는 ‘영제국사 입문’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강의는 다른 학과 전공학생에게도 열려있는 강의(Open Unit)라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고, 1학년 대상의 개관 강의라 다른 전공 강의에 비해 내용도 쉬운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세세하게 다루지 않는 영제국사를 다양한 주제와 지역,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어 전공 공부에 유익했습니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를 경험한 한국인으로서 제국주의 개념 자체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세미나 시간에는 영국 학생들과의 시각차이를 느껴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다른 교환학생 경험자들도 지적하듯, 4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경험으로 영어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현지인들이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영어나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국 대학에서는 대부분의 강의가 세미나 형식이고 평가도 장문의 에세이와 논술형 시험으로 이루어집니다. 매주 적지 않은 영어 읽기자료를 읽고, 영어로 강의를 듣고, 세미나에 참여하고, 에세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술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영어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영어 참고문헌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제겐 큰 수확이었습니다.
3. 학습 방법
한 학기에 허용하는 학점을 꽉 채워 들었지만, 영국 대학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강의나 세미나에 참여하는 시간은 매주 7시간 정도였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주 읽어가야 하는 읽기자료의 양이 만만치 않고, 이를 읽어가지 않으면 강의에 참여하거나 이후 시험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집니다. 강의 수준도 높고 지정해주는 읽기자료도 해당 주제에서 핵심적인 논문인 경우가 많으므로 열심히 준비해간다면 학문적인 면에서도 많이 얻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고학년 세미나의 경우 에세이 제출 전후에 교수님이나 세미나 튜터와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이외의 경우라도 메일을 보내서 면담을 신청하면 흔쾌히 수락해 주십니다. 개인적으로는 ‘급진주의’ 강의와 ‘영제국사 입문’ 강의에서 개인 면담을 통해 에세이 내용과 형식에 관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학교 바로 앞 큰길(Park street)에 대형 슈퍼마켓인 Sainsbury’s와 생활용품점인 Wilkinson이 있고, 시내 중심가에는 Cabot Circus라는 대형 쇼핑 센터도 있어 대부분의 필요한 물품 구입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학교에서 버스로 10분, 도보 30분 정도의 거리에 한인 슈퍼마켓도 있어 한국 요리 재료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의 겨울은 으슬으슬 추운 편이고 기숙사 난방이 충분치 않을 수 있으므로 추위를 많이 탄다면 작은 전기장판이 있으면 좋습니다. 영국 콘센트는 한국이나 다른 유럽 대륙에서 사용하는 콘센트와 다르므로 어댑터와 220V 제품을 여러 개 연결할 수 있는 멀티어댑터 연결선(?)이 있으면 편리할 듯합니다. 사실 워낙 유학생이 많다 보니 어댑터는 학교 앞 Wilkinson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현지 물가는 확실히 한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비싼 편입니다. 특히 기숙사 등 주거비나 교통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가 슈퍼마켓이나 생활용품점 등이 많아 예상보다는 생활비가 적게 듭니다. 외식을 줄이고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해 먹는다면 생활비를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2.1. 교통
기숙사가 Stoke Bishop 지역이 아니라면 브리스틀 내부에서는 도보로 다닐 수 있습니다. 조금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 경우 시내 버스 체계도 잘 되어 있고, Wessex 버스는 학교 기숙사 거주자라면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브리스틀은 잉글랜드 남서부의 중심 도시이기 때문에 시외 교통도 편한 편입니다. 영국 기차가 비싸서 저는 주로 고속버스(coach)를 이용했는데, 런던까지는 2시간 반 정도, 웨일즈의 주도 카디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National Express 버스회사에서 대학생 대상으로 30% 할인 카드를 만들어줍니다. 시내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에 브리스틀 국제공항도 있어 저가항공을 이용하여 유럽 내의 다른 도시에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2.2. 의료
저는 의료시설을 이용한 적은 없지만, 학내에 학생과 교직원의 의료 문제를 전담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1년 교환학생이라 Tier 4 비자를 신청한다면 국가의료서비스(NHS)의 수혜를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으므로 무료로 예방접종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한 학기 교환학생이라 개인적으로 유학생보험에 들었습니다. 시내 곳곳에 Boots 등 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약국도 많이 있습니다.
2.3. 통신
저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들고 가서 현지 통신사의 USIM만 따로 구입해서 사용하였습니다. Vodafone 등 다양한 통신사가 학교 주변에도 있으므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 번 USIM을 구입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계약할 수도 있고, 그때그때 충전하는 pay-as-you-go 방식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영국에서 4개월만 체류했기 때문에, pay-as-you-go USIM을 구입한 다음 매달 일정량의 통화/문자/데이터를 제공하는 묶음 요금제(goodybag, pack 등 통신사마다 이름이 다릅니다)를 이용했습니다.
2.4. 은행
저는 한국에서 비상용 국제 체크카드를 만들어 가서 영국 생활 초기와 여행시에 사용했고, 영국에 있을 때는 영국 은행 계좌를 개설한 다음 한국에서 송금해서 사용했습니다. 브리스틀 대학교 주변에 Barclays, HSBC, Lloyd 등 대부분의 은행 지점이 있어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 은행보다는 일 처리가 느린 편이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학기 초에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해 주고,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도 준비해 주니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나중에 기숙사 보증금을 영국은행 계좌로 돌려주고, 영국 쇼핑몰이나 National Express 등 몇몇 인터넷 결제 사이트에서는 영국 체크카드만 받는 경우도 있으니 한 학기만 체류하더라도 계좌를 개설하는 편이 좋습니다.
3. 여가 생활
원래도 여행을 좋아해서 남은 시간에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학기 중에는 런던, 바쓰, 카디프, 케임브릿지, 옥스포드 등 영국 남부를 여행했고, 학기 중에 한 주 쉬는 Reading week 주간에는 아일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영국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한 달, 크리스마스 휴가 3주, 학기가 끝나고 한 달 동안 해서 합치면 거의 3달 정도 유럽 각지를 여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2달 정도는 혼자 다녔는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영국은 대륙에서 뚝 떨어진 섬나라이지만 주요 저가항공사가 영국(easyjet)과 아일랜드(ryanair)를 기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가항공 티켓 구입은 오히려 다른 국가보다 저렴하고 연결편도 많습니다. 저가항공은 일찍 끊을수록 싸기 때문에 여러 저가항공사 홈페이지나 항공편 가격 비교 사이트(skyscanner.com) 등을 자주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브리스틀 대학교에는 서울대학교의 스누버디처럼 학생 개개인마다 멘토를 붙여주는 제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BISC(Bristol International Student Centre)라고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단체가 있어, 다양한 문화 체험 행사를 개최합니다. 매주 세 번씩 티타임이나 식사 시간도 있어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며 보낸 6개월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언가 정체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3학년 1학기를 훌쩍 벗어나서 한숨 돌리면서도, 성격 면에서나 학문적으로나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완전히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이 되어본 교환학생 기간은 저를 둘러싸고 있던 환경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저 혼자 생활하고 여기저기 여행한 경험은 무엇이든 일단 부딪혀 보아야 한다는 주체성과 도전 정신을 길러 주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여행이면 여행, 공부면 공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꼭 정해 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의미 있는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