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파리 13 대학 (Université Paris 13 Nord)은 파리 소르본느 대학 중 하나이며 파리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프랑스의 많은 대학들과는 다르게 캠퍼스로 되어있고 총 5개의 캠퍼스(Campus d’Argenteuil, Campus de Saint-Denis, Campus de Villetaneuse, Campus de La Plaine Saint-Denis, Campus de Bobigny)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문대나 사회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은 Campus de Villetaneuse에 위치해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 관련하여 학교에서 따로 안내 메일이 오지는 않습니다. 학교 등록과 기숙사에 관련한 메일이 오는데 따로 수강신청에 대해 문의하면 전년도 수강편람 pdf파일을 메일로 보내줍니다. 전공 필수 같은 과목들은 매년 동일하고 나머지 과목들도 비슷하게 열리기 때문에 전년도 수강편람을 참고하시면 시간표를 짜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와 달리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처리해야 할 부분은 없습니다.
개강 전주에 전체 OT가 있는데 그 때 각 단대, 과별로 행해질 OT에 대해 안내를 해줍니다. 학과 OT에서 수강편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은 미리 해야 할 것은 없고 원하는 수업에 들어가 수업시간에 나눠주는 출석부에 자신의 이름을 적으면 됩니다. 한달 쯤 후에 수업 시간에 확정된 시간표를 적어내도록 하는데 그때서야 수강신청이 마무리되므로 수강변경 기간이 약 한달쯤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강 신청이 간단한 관계로 불안하실 수도 있는데, 이 절차대로만 한다면 문제가 없고, 혹시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과사무실이나 Service des Relations Européennes et Internationales (국제협력본부에 해당)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학교와 연결되는 기숙사는 크게 세 군데(CROUS EPINAY-SUR-SEINE, CROUS BOBIGNY, CROUS SAINT-DENIS)가 있습니다. 배정은 무작위로 해주지만 원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으로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CROUS EPINAY-SUR-SEINE가 가장 가깝고, 시설은 CROUS SAINT-DENIS가 가장 좋으며 지하철과의 근접성은 CROUS BOBIGNY가 제일 좋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세 군데 모두 파리 북쪽 근교에 위치해 있어서 파리에서의 삶을 꿈꾸시는 분이라면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위치적으로도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1년 교환학생을 하시는 분에게는 파리에서 개인적으로 방을 구하시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파리 13대학은 SREI(Service des Relations Européennes et Internationales)라는 곳에서 교환학생 업무를 모두 처리합니다. 담당자는 Fabio Villaba이며, 처음 안내 메일이 오면 연락처를 알 수 있습니다. 공식 메일주소는 incoming@univ-paris13.fr인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이 곳으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일처리는 메일로 가능하지만 빠르게 처리하고 싶으실 때는 SREI 사무실에 찾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기관에서 교환학생 환영 행사, 언어교환 등의 프로그램을 주관하므로 주기적으로 SREI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학교 메일을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주전공인 프랑스어학 강의 7개와 프랑스어 회화 수업 1개를 들었습니다.
Fondamentaux de Grammaire 1 (CM) (TD) Fondamentaux de Grammaire 2 (CM) (TD)
불문과 전공 수업이지만 사전 지식이 없거나 프랑스어를 잘 못하는 학생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수업입니다.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인데 프랑스어의 문법을 틀리면 안 되는 문법으로서가 아닌 언어학의 연구 대상으로서 수업시간에 다룬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수업입니다. 한국에서의 프랑스어 문법 시험에 지치신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Savoir dire Savoir Écrire
강의명 그대로 말하기와 쓰기에 대한 수업인데, 그 중에서도 대학에서의 말하기와 쓰기에 대해 배웁니다. 서울대학교의 대학국어와 비슷한 수업이나 좀 더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매 수업시간 발표 준비나 쓰기 과제를 내주는데, 과제를 하다 보면 프랑스어로 말하고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인 친구들 사이에서 잘 부족한 프랑스어로 발표하는 것이 떨릴 수 있지만, 학생 참여가 활발한 덕에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습니다.
Syntaxe 2
통사론 수업으로서 1~2학년을 위한 수업이기 때문에 통사론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들을 배웁니다. 강의는 9월학기에 Syntaxe1, 1월학기에 Syntaxe2가 열리는데 1년간 교환학생을 하신다면 두 수업을 연달아 듣는 걸 추천합니다. 강의 내용의 난이도는 무난한 편이고 특히 선생님이 매우 친절하셔서 수업시간에 다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수업이 끝난 후에 따로 불러 설명해 주시거나, 함께 공부할 프랑스인 친구를 연결해 주시기도 합니다.
Introduction aux sciences du langage 2
프랑스어학 개론에 해당하는 수업입니다. 전공 필수 과목이라 다른 수업들에 비해 수강 인원이 많아 수업 시간에 조금 정신이 없을 수 있습니다. 역시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되는 수업이다 보니 1과 2를 연달아 들으면 좋지만, 파트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1을 듣지 않고 바로 2를 들으셔도 문제는 없습니다. 2번의 서평 과제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으며 시험은 조금 까다로운 편입니다.
Explication de texte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스스로 분석하는 법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처음 한 달 간은 선생님께서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법, 예시들을 가르치시고 나머지 기간에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발표수업을 진행합니다. 교환학생들도 본교 학생과 마찬가지로 30분 정도 되는 발표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 학기에 한 번만 발표를 하면 되지만, 매 시간 발표자의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A4 두 장 분량 정도로 써서 선생님께 제출해야 합니다. 매 주 과제를 해야 하는 수업이지만 그만큼 텍스트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Lexique 1
프랑스어의 어휘장에 대한 수업입니다. 외국인 학생으로서 수강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수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강의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비프랑스어권 학생으로 동일한 평가 방식을 적용할 때 시험에서 매우 불리하지만,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면 시험 시간에 불불사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없는 관용어들이 주로 나와 사전 사용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한 번쯤 들어볼 만한 수업인 것 같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이미 프랑스어로 소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라면 획기적인 실력향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인 친구들이나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점점 더 일상대화가 편해지고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재미있는 단어들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Espace Langue(언어교육원에 해당) 진행하는 FLE ORAL 수업이나 DELF/DALF 시험 준비 수업을 수강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교환학생에게는 Espace Langue에서 지원하는 모든 수업이 무료이기 때문에 여러 개의 강의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모든 수업이 TD(실습 수업)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짜리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비해 수업 시수가 적고 주어지는 과제는 조금 더 많거나 비슷한 편입니다. 과제 중 대부분의 과제는 서평 과제라는 점에서 외국인 학생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 있으나 열심히 해간다면 선생님도 어느 정도 감안해서 채점하시는 것 같습니다. 시험은 모두 서술형으로 진행되므로 프랑스어로 답안을 작성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Espace Langue나 Tandem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답안 작성법을 익혀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비자를 받는 과정이 조금 까다롭기 때문에, 출국 전에 급박하게 비자 신청을 진행하기 보다는 출국 두 달 전쯤에 비자 신청을 하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입국 시 특별히 필요한 물품은 없고 거의 모든 것을 현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조금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자주 아픈 곳이 있다면 미리 약을 처방 받아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파리는 한국 유학생이 많은 도시이고 또 큰 한인 마트도 여러 개 있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물건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만큼 난방 시스템이 좋지 않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이라면 전기 장판을 준비해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로 환율이 많이 떨어져서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입니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서비스에 관련된 것들(레스토랑, 완제품 등)은 비싼 편이지만 과일이나 생필품 같이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한국보다 오히려 저렴합니다. 균형을 잘 맞춰서 생활하신다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재밌는 행사도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먼저 학교에 등록하고 학생증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 보험이라는 것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이 때 주치의의 건강확인서가 필요한데, 이 때 주치의도 정하시고 건강 검진을 받으시면 됩니다. 주치의는 굳이 한국인 의사 선생님께 진료 받고 싶으신 게 아니면 집에서 가까운 클리닉에 전화로 문의하시고 예약 후 방문하시면 됩니다. 프랑스 병원은 예약제로서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으면 미리 병원에 전화로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급하게 병원을 가야할 경우에는 큰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시면 됩니다. 진료비는 영수증을 받아 두었다가 학생보험 사무실에 영수증을 제출하면 시간은 좀 걸리지만 통장으로 다시 환급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 역시 병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담당자와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학교와 연결된 은행이나 집 가까운 은행에 가서 계좌를 열고 싶다고 하면 약속을 잡아줍니다. 약속한 시간대에 방문해 담당자와 함께 계좌를 열고 여러 문서를 작성한 후에 체크 카드와 보안 카드가 집으로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사용하면 됩니다. 일처리 속도가 한국보다 한참 느리지만 대부분의 업무 진행은 한국과 유사합니다.
25세 이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Imagine-R라는 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용지를 받은 후에 Imagine-R 사무실로 필요 문서와 함께 신청서를 보내면 집으로 카드를 보내줍니다. 파리 1-2존을 신청한다면 한 달에 30유로 정도를 내고 파리 내에서 메트로, 버스, 트램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바캉스 기간에는 5존까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통신사가 있는데 통신사들이 제시하는 서비스와 가격을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더 적합한 곳으로 개통하시면 됩니다. 저는 Free mobile를 이용했는데 인터넷은 가장 잘 안 터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3개월 이상 사용하면 유럽 내 모든 국가에서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3. 여가 생활
파리는 손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로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 강 주변이나, 파리 시내에 있는 여러 공원에 피크닉을 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은 거의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루브르와 오르세 같은 큰 미술관뿐 아니라 작은 갤러리들까지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파리는 유럽 각지로 연결되는 교통이 매우 편리한 편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만 주어져도 벨기에와 독일 같은 주변 국가를 갈 수 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학기 중 방학, 시험 전 준비 방학, 주말 할 것 없이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가곤 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다른 나라에서 일 년 동안 지낸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익숙해져 있던 것들에서 떠나, 전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분명 어려운 일인데, 교환학생이라는 신분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더 쉽고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교 공부나 친구를 사귀는 일, 행정 처리 등이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은 학교 생활로 지쳐있던 저에게 쉼이 되었고 동시에 앞으로의 삶의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