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1559년에 칼뱅에 의해 스위스 제네바 주에 설립된 제네바대학교는 스위스 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대학으로, 140 여 개국에서 모인 16000명의 학생이 수학할 정도로 매우 국제적인 교육환경을 자랑합니다. 생명공학, 물리학 등의 이공계 분야에서의 뛰어난 연구로 유명하며 스위스 제네바 내에 위치한 다양한 국제 기구들(WHO, ITU, ICRC 등)과의 교류를 통해 질 높은 교육과 연구 수준을 자랑하는 학교입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제네바대학교는 비교적 유연한 수강신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현지 교환 담당자의 안내 메일을 받은 후 개강 이전에 수강편람 웹사이트 (http://wadme.unige.ch:3149/pls/opprg/w_rech_cours.debut)를 통해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선정한 후,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목록을 간단히 작성하여 보내면 보낸 목록 중 본교의 교환학생 수강 관련 수칙에 따라 어떤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지, 수강 조건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답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수강과 관련한 기타 의문 사항 또한 자유롭게 이메일을 통해 문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강 계획 과정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공식적인 수강신청 과정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출국 전 이메일을 통해 수강 계획을 알릴 때에는 반드시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며, 차후 계획이 수정되어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략적인 수강 계획을 세운 후, 개강한 후에는 약 한 달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말하자면 개강 이후 한 달은 ‘수강변경기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계획한 수강목록대로 수업을 들어도 되며, 여타 강의들도 자유롭게 청강해볼 수 있습니다. 단, 교환 오리엔테이션에서 공지될 ‘수강신청 마감일’ 전까지만 자신의 소속 학과 사무실에 ‘수강신청 서류’를 제출하면 됩니다. 이는 사실상 ‘지금 작성한 과목들에 대하여 시험을 치르고 학점을 이수 받고자 한다’라는 의사 표시로,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수강신청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최종 신청하는 과목은 초기 수강 계획과 상이하여도 상관없습니다. 수강신청 양식은 모든 학과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기숙사의 경우 제네바대학 자체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도시 내에 여러 건물들이 흩어져 있음)와 Cite Universitaire de Geneve라는 이름의 기숙사(일종의 학사라고 볼 수 있다)로 나뉘어져 있는데,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보다는 Cite Universitaire에 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Cite Universitaire에 머물렀는데, 대부분 여러 명이 공유하는 스튜디오의 형태 내지는 1인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는 1인실을 사용하였습니다. 기숙사비는 월별로 지불하는데, 제가 머무른 A동 기준으로 한화 약 60만원에 해당했으며 이는 제네바 물가 기준으로는 비교적 저렴한 수준입니다. 기숙사 부대시설로는 구내 식당, 편의점, 학습실, 체육 시설 등이 있으며 매달 기숙사 주최 파티를 비롯한 여러 행사들이 개최되기도 합니다. 또한 2주마다 방을 청소해주고 베게 커버나 침대 시트, 수건 등을 교체해주기 때문에 위생 면에서도 관리가 철저한 편입니다. 시설 자체는 꽤나 오래되었지만 한 학기간 생활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많지 않았습니다. 단, 부엌과 냉장고, 샤워실, 화장실은 모두 공동시설이라는 점이 유의할 만한 사항입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제네바대학교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Claire Giordano-Kaufmann
담당부서: Université de Genève > Relations Internationales > Accueil des étudiants
담당자 연락처: Tel) +41 22 379 89 73 Fax) +41 22 379 80 80
E-Mail) Claire.Giordano@unige.ch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매 학기마다 수강편람은 다르겠지만, 제가 수학한 학기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경제학 강의가 절반이었기에 정치외교학부 소속인 저로서는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영어로 진행되는 정규 강의 2과목(미시경제입문, 글로벌 보건의 개념과 쟁점)과 불어로 진행되는 랭귀지 코스 2과목(회화, 문법 및 작문)으로 총 4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미시경제입문(Introduction to Microeconomics)’- 영어로 진행이 된 본 과목은 서울대학교에서의 ‘경제학개론’이나 ‘경제원론1’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학습하는 강의로, 저는 이미 한국에서 경제원론을 수강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미 익숙한 내용을 복습함과 동시에 유럽 선진국인 스위스의 관점에서 여러 경제 이론들을 재조명해볼 수 있었습니다. 강의 방식은 매 주 교수님의 강의와 조교님의 세미나(문제풀이)가 병행되는 방식으로, 서울대학교의 경제학부 수업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영어로 진행되기에 수강생들 중 교환학생의 비중이 크며, 수업이나 시험의 난이도는 매우 평이합니다.
‘글로벌 보건의 개념과 쟁점(Concept and Controversy on Global Health)’- 본 과목은 제네바에서만 접해 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과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목과 같이 본 수업은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는 보건 문제와 관련된 개념이나 쟁점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수강생들 간의 토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초청 강연, 학생 발표, 관련 국제기구 견학을 모두 수반하는 강의입니다. 이 때 수업 내용의 초점은 질병이나 건강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라기 보다는 ‘국제’적인 보건 이슈, 그리고 그에 대한 국제정치적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교양을 쌓기에 좋은 강의입니다. 이러한 강의를 제네바에서만 접해볼 수 있다고 하는 이유는, 적십자사, 세계보건기구, 국제이주기구, 글로벌 펀드 등의 각종 국제 기구가 위치한 제네바이기에 본 수업에서의 견학 프로그램이나 연사 초청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료복지가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인 스위스의 관점에서 학생들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기회가 있었으며, 더불어 미국의 보스턴대학교 학생들과의 ‘연합 강좌’였기에 미국 학생들의 관점 또한 엿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입니다. 외교학을 전공하는 저 또한 제 전공과 연관되면서도 비교적 생소하던 ‘보건’ 문제에 대해 국제정치학적 안목을 기를 수 있어 매우 애착을 갖고 있던 과목입니다.
‘불어 랭귀지 코스-말하기’- 불어 랭귀지 코스는 인문대학에서 개설하는 유료강좌지만, 교환학생에 한해서만 2개 강의만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최종 평가에서 통과하면 적게나마 이수 학점도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학습 단계와 내용에 따라 강좌가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지만, 저의 경우 교환 학생으로 수학하기 이전 서울대학교에서 중급프랑스어1까지 수강하고 간 상태라 B1에 해당하는 수준의 강의 2개를 수강하였습니다. 두 수업 모두 ‘불어를 배우기 위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불어로 진행되는’ 강의였기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오히려 원어로 설명을 들으니 완전히 상이한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때보다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말하기 수업의 경우, 매주마다 특정 주제를 선정하여 그에 대한 영상자료를 시청한 뒤 그에 관한 문제 몇 가지와 표현들을 익힌 뒤 조별로 5-10분간 돌아가며 관련된 내용을 발표를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때에 따라 찬반으로 나누어 토론을 병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유럽권 교환 학생들의 월등한 말하기 실력에 부담을 느껴 긴장할 순 있으나, 불어로 자연스럽게 말하고 듣는 법을 익히고 일상 불어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데에 매우 도움이 되었던 수업입니다.
‘불어 랭귀지 코스-문법 및 작문’- 본 수업은 명칭 그대로 불어 문법을 익히고 배운 문법을 기반으로 작문과 독해를 익히는 강의였습니다. 한국에서의 불어 수업과 가장 유사한 방식으로, 매주 문학 작품이나 기타 자료에서 발췌한 지문에 대한 분석과 본 지문에 포함된 문법 및 표현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수업입니다. 또한 작문의 경우 그 주에 배운 표현을 바탕으로 하는 짧은 글쓰기 과제를 통해 익히게 되는데, 매주 교수님이 꼼꼼히 첨삭하여 돌려주시기 때문에 작문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의 경우 이미 서울대학교에서 중급프랑스어1을 통해 배운 문법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를 원어민의 설명을 통해 재확인하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문법 실력을 다질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제네바는 인종이 다양하고 수많은 국제기구가 위치한 국제적인 도시이기에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불어권 도시입니다. 저는 출국 당시 불어를 학내 강좌로만 2년 간 수강한 상태였기에, 문법과 독해 위주로만 습득했을 뿐 생활불어에 능숙하지 못하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불어로 진행되는 정규강좌를 수강할 수 있으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고, 불어권인 제네바에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염려가 많았습니다. 또한 주변에서 ‘고작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는 언어 실력 향상에 큰 기대를 걸어선 안된다’는 조언들을 많이 들었기에 제네바에서 불어실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저는 제네바에서 단 5개월을 머물러 있으면서도 제 불어 실력이 이전보다는 훨씬 향상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으며, 돌아보건대 제네바 대학에서 수학하게 된 것은 제 불어 실력에 있어서는 전환점에 가까울 정도로 큰 도움이자 값진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Bonjour(안녕하세요)’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하던 제가 불어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불어로 수업을 들으며, 불어 원서나 신문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스위스에 오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토록 불어 실력에 있어 큰 변화를 겪게 된 데에는 제네바대학교의 교육 환경과 시스템이 크게 기여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제네바대학교의 교육 환경은 불어를 익히기에 최상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 내의 타 학교에 비해 불어를 중시하는 제네바대학교는 교환학생들에게도 ‘기본적인 불어 의사소통 실력’이 전제되어 있기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이나 기타 안내 메일이나 행정 문서 등이 모두 불어로 이루어져 있고, 앞서 언급하였듯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의 개수도 매우 한정적입니다. 이러한 학교 시스템 내에서 공부하면서 저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불어 사용 빈도를 급격히 늘려갈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이 불어 학습에 있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실력 향상 요인은 본교에서 운영하는 ‘탠덤(Tandem)’이라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탠덤’은 자신의 파트너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언어와 자신이 가르쳐줄 수 있는 언어를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교류 학습 프로그램인데,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분류된 파트너 목록이 뜨는 등 꽤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제도입니다. 언어 선택이 자유로워 반드시 한국어나 불어가 아니더라도 여러 언어를 배워볼 수 있는 제도이며, 복수로 진행할 수 있어 친구를 사귀기에도 매우 유용하였습니다. 저의 경우 불어 사용 빈도를 늘리고 현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은 마음에 총 4명과 탠덤을 진행하였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건 제네바대학교 내에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는 탠덤을 통해 사귄 불어권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더욱 불어 노출 빈도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냥 여타 경로를 통해 만난 친구들보다도 탠덤을 통해 만난 친구들이 더욱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탠덤을 시작할 때에 이미 서로가 ‘언어를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부담없이 질문하고 연습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네바대학교의 이러한 교육환경과 유익한 제도의 수혜자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3. 학습 방법
제네바 대학교의 정규 강의들은 기본적으로 출석부를 별도로 기록하지 않으며(단, 불어 랭귀지 코스의 경우 특별 강의이므로 출석을 체크하며, 3번 이상 결석 시 이수가 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중간고사 없이 종강 이후 별도의 시험기간 내에 ‘기말고사’ 한 번만으로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학습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말고사 한 번으로 강의의 모든 내용을 평가하려 하다 보니 막상 시험기간이 되면 방대한 시험 범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제네바 대학교 학생들은 주로 평소에 복습을 철저히 해두고 시험 준비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게 계획하는 편이 많았습니다.
저의 경우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공부하던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학습하기는 하였으나, 글로벌 보건 강의의 경우 시험 없이 학생 포트폴리오 제출과 최종 에세이로 평가하였기에 유럽권의 글쓰기 형식이나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현지 학생들이나 교수님들께 질문을 자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다르다는 것 외에는 한국에서의 보고서 작성 방식과 크게 상이하지는 않았으며, 각주나 참고문헌 정도만 기타 자료를 참조하여 형식을 달리하였기에 수학하는 데에 있어 크게 지장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네바 대학교 교수님들은 대부분 개방적인데다 질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잘 모르는 사항이 생기더라도 주저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입국 시 준비해야 할 것들은 여타 유럽권 국가들과 크게 차별되는 점은 없었습니다. 주거지 내에서도 신발을 신기에 실내화를 준비해가야 한다거나 콘센트 전압이 달라 변압기를 챙겨가야 한다는 점은 기타 유럽지역에 갈 때에도 고려해야 될 사항들이었습니다. 단, 차이가 있다면 제네바에는 타 유럽국에 비해서도 한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식당이나 한식 재료를 파는 상점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아 필요한 한식재료가 있다면 사전에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네바의 물가는 알려진 바대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스위스 자체가 물가 수준이 높은 국가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취리히나 제네바는 특히 높은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입니다. 따라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으로서 생활하기에 경제적 부담이 큰 곳인 것은 사실이며, 늘 생활용품이나 식료품을 저렴하게 구할 방도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학용품이나 외부 식당의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웬만한 학용품은 한국에서 구매해 오는 편이 저렴하며, 외식을 하기보다는 Migros 나 Coop과 같은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류나 화장품, 마트 내의 식재료는 가격이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다 종종 한국보다 저렴한 것들도 발견할 수 있어 비교적 부담이 적습니다. 제네바는 프랑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가끔 제네바에 거주하는 한인들이나 현지 학생들 중에서는 버스를 타고 근방의 프랑스 지역으로 가서 스위스 마트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Carrefour와 같은 프랑스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문화:
앞서 언급하였듯 제네바는 스위스 중에서도 특히 물가가 높은 도시이기에, 학생 입장에서는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마저도 세트메뉴 기준으로 약 12-15프랑(한화로 약 14400-16000원)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외식비용이 어마어마하므로 교환학생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외식을 자주 하지 않으며 주로 집에서 음식을 싸오거나 그나마 저렴한 학내 카페테리아(이마저도 단과대마다 가격이 상이한데, 비싼 곳은 외부식당과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를 이용합니다.
스위스에서 주로 먹는 음식은 일반적인 유럽 음식으로, 파스타나 피자, 샌드위치, 샐러드 등 한국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단, 대체로 한국에서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양보다 훨씬 양이 많거나 열량이 높기 때문에 식사 시 이 점에 유의해야 했습니다. 물론 거주민들의 인종이 워낙 다양한 곳이라 아시아 음식이나 중동 음식 등도 있지만, 아시아 음식은 재료가 흔치 않아 비싼 편입니다. 전통 음식으로는 퐁듀, 라끌렛, 로스티 등이 있지만 이는 일상 속에서 자주 먹는 음식들은 아닙니다. 흔히들 알고 있듯 스위스는 초콜렛이나 치즈로 유명한 국가인지라, 대형마트에 가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초콜렛과 치즈들이 진열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류의 치즈들이나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치즈들이 많기 때문에 스위스에 체류하는 동안 한 번쯤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공서:
관공서의 경우 스위스 내에서도 독어권이냐 불어권이냐에 따라 꽤나 상이한 특성을 보인다고들 하는데, 불어권인 제네바의 관공서들은 대체로 ‘일처리가 느리고 임의적이다’라고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제네바의 모든 관공서는 문을 일찍 닫고 주말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상 근무를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이는 일반 상점이나 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업무시간과 대기 시간을 고려해 아침 일찍 가야 했습니다. 예컨대, 제네바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스위스 비자뿐만 아니라 비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주허가증(Permis)’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저는 OCP(Office Cantonal de Population)라고 하는 일종의 ‘이민 사무소’ 같은 곳을 자주 방문해야 했습니다. OCP의 경우, 근무 시간이 9시 30분경부터 오후 3시 30분 정도로 매우 짧았고, 그마저도 점심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기 때문에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또한 거주허가증에 필요한 서류에 관해 직원들마다 안내 사항이 달랐으며 거주허가증이 실제로 수중에 들어오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려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습니다.
교통 및 통신:
스위스의 대중교통은 버스, 트램, 기차로 요약됩니다. 스위스의 버스는 한국의 버스보다 훨씬 길이가 길다는 점이 특징적이고, 트램의 경우 한국에는 없는 교통수단인데다 주마다 조금씩 특징이 달라 흥미롭습니다. 또한 열차의 경우 스위스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열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비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 많지 않아 러시아워에도 교통체증이 잘 발생하지 않고 버스나 트램의 이용객 수도 양호합니다.
스위스의 1회 교통권은 비싸지만, 다행히 만 26세 미만의 학생에게는 정기권이 1달 기준 45프랑(한화로 약 54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데다, 해당 정기권을 구매하면 한 달 간 트램과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기에 꽤나 합리적입니다. 스위스 열차의 경우 스위스 내에서 타지역으로 이동할 때에 이용하게 되는데, 기차표 역시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Demi-Tariff(구입하면 1년 간 모든 기차표 가격을 절반만 지불하게 됨)나 Voie-7(본 옵션 추가 시 오후 7시-새벽5시 사이 모든 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음)를 이용할 경우 스위스 내에서 자주 여행을 다녀도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휴대 전화의 경우 제네바 주민들의 대부분이 한국에서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교환 학생들은 Orange, Swisscom과 같은 스위스의 주요 통신사에서 선불 USIM칩을 구매하여 사용합니다. 요금제나 선불 USIM 칩 모두 이용 가격은 한국과 유사하나, 국제전화를 사용할 경우에는 과도한 요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데이터의 경우, 스위스는 공공 기관이나 상점, 식당 등에서 한국만큼 와이파이가 공용화되지 않은 국가이기에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곳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3. 여가 생활
제네바의 학생들은 주로 방과 후에 파티에 참석하거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여 요리를 대접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가 생활을 즐깁니다. 교환 학생이었던 저의 경우 현지에서 사귄 친구들과 이러한 활동들을 함과 더불어 스위스 및 타 유럽국가를 여행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스위스의 지리적 유리함 때문에 유럽 여행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했습니다. 특히 제네바는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불과 15분이면 프랑스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프랑스의 리옹, 안시 등의 근거리 지역은 단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어 당일치기로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이러한 국가들로는 기차나 버스를 통해 여행할 수 있으며, 소요 시간과 비용(한국이나 기타 유럽 국가와 비교하였을 때)도 매우 적은 편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5개월 간 유럽에서 총 7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또한 스위스 내 타 지역도 많이 여행하였는데, 이는 주로 앞서 언급한 스위스 내 열차를 이용하였습니다. 스위스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산, 호수 등의 자연 경관이 매우 뛰어나며, 그러한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또한 총 4개 국어(로망슈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국가이기에 각 언어권마다 문화, 음식, 사람들의 특성이 달라 한 국가 내라도 지역마다 마치 다른 국가를 방문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흥미롭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진로나 학문적 차원에서 조금 덧붙이자면, 정치외교학도로서 제네바에서 한 학기를 수학하게 된 것은 정말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우선 제네바에는 UN의 유럽 본부가 위치한 곳임과 동시에 WTO, WHO, IOM, UNISEF, UNHCR 등 수많은 국제기구가 위치한 곳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제기구를 견학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외교 전문가들과 학자, 파견 공무원들이 모인 곳이라 제 진로에 있어 값진 조언이나 유익한 정보를 얻기에는 최상의 환경이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처음부터 제네바대학교에서 수학하려고 계획하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보면 제가 본래 가고자 했던 학교가 아니라 제네바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습니다. 제네바는 꽤나 애착을 갖고 있지만 늘 자신감이 없었던 저의 불어 실력을 단기간 내에 향상시켜준 곳이었고, 유럽에 첫 발을 내딛은 저에게 유럽의 각국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지리적 기반이 되기도 하였고, 외교 전문가를 꿈꾸는 저에게 있어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들을 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진로 탐색에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제네바 대학교에서의 교환 생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