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University College London(약칭 UCL)은 옥스브리지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영국 내에서 위상이 높은 편입니다. 영국에서 최초로 여성 및 외국인의 입학을 허가한 대학이기도 합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우선 수강신청과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Art and Sciences(BASc) 학과 소속으로 파견됩니다. 수강신청 자체는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신청 과정에서 BASc의 교환학생 담당자와 면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강신청과 관련하여 필요한 정보는 모두 이 담당자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UCL 규정상 수강 가능 과목은 한 학기당 총 네 과목이며, 이 중 두 과목 이상을 소속학과의 과목을 들어야 합니다. 즉, BASc 학과의 과목을 두 개 이상 들어야 하는 것이죠. 나머지 두 과목의 선택은 자유이지만, 이 역시 개설 학과의 담당자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수강신청 기간에 되도록 빨리 학과에 접촉해보시면 좋습니다. 과목에 따라서 소속학과 학생만 수강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들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UCL의 기숙사는 다양한 편입니다. 우리 학교와는 달리 기숙사가 캠퍼스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으며, 특정 기숙사의 경우에는 도보 30~40분 정도의 거리까지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시설 조건 역시 다양한데, 싱글룸/트윈룸, en-suite(화장실이 방 안에 갖추어진 경우) 여부, catering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기숙사 신청은 파견 이전에 온라인으로 하게 되는데, 특정 기숙사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세분화된 항목들을 통해 자신의 선호를 표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맞지 않는 기숙사가 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캠퍼스에서 매우 가깝고(도보 3분) 방값이 싼 편이었지만, 다소 오래된 건물이고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Campbell House에서 거주하였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Admission 분과로 연락하시면 될 것입니다. www.ucl.ac.uk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주로 이메일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으며, 이메일 답장은 빠르게는 하루 안에도 오지만 업무가 밀릴 경우 일주일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시간이 촉박하실 때에는 전화로 문의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UCL 규정에 따라 최대 4과목까지 수강 가능하며, 두 과목은 소속학과인 BASc의 과목을 들어야 했습니다. 나머지 두 과목은 복수전공 과목은 art history 전공으로 수강하였습니다.
1) Approaches to Knowledge
BASc학과의 1학년 전공입니다. BASc는 학문적인 ‘융합’을 추구하는 학과로, 학과 개설 과목들은 대부분 연구 방법론이나 학제간연구에 대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목의 경우 신입생들이 이에 대한 감을 잡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개설한 강좌입니다. 담당 교수님의 강의와 여러 특강으로 진행되며, 수업 내용 자체는 고등학교 사회문화와 상당히 유사하여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두 개의 에세이를 비롯하여 여러 자잘한 과제들로 평가합니다. 수업 내용 자체보다는 tutorial이나 조별 과제를 통해 현지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2) Qualitative Thinking
BASc학과의 2학년 전공입니다. 질적 연구방법론에 대한 것으로, 언어, 예술, 정치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룹니다. 매시간 특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비교적 깊이 있는 편이며 사전에 제시된 리딩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BASc의 방침에 따라 이 과목도 tutorial 시간이 따로 있으며, 이 시간에 평가 과제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BASc 과목들은 튜토리얼 시간이 있고, 조별 과제가 있다는 점에서 현지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3) Thematic Seminar: Renaissance Portraiture
Art History 학과의 1학년 전공 수업입니다. Thematic seminar 수업은 교양 수업과 전공 수업의 중간 수준 정도로,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현장수업을 하며 신입생들의 안목을 키워주는 수업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타과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수업들도 개설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강좌는 thematic seminar 중에서도 르네상스 초상화라는 상당히 좁은 주제를 갖고 진행되었습니다. 강의를 하셨던 Alison Wright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공자이신데, 해박한 지식, 뛰어난 강의력 및 겸손한 인품 때문에 현지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르네상스 초상화가 많이 소장된 National Gallery에서 주로 수업을 하였고, 두 시간 동안 작품을 실견하면서 그에 대해 분석하고 비평해보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높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영어 수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초적인 서양 미술사 지식을 갖고 있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4) Photographic Self
Art History 학과의 2학년 전공 수업입니다. 주로 근대의 사진사를 다루는데, 단순히 작가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사진과 관련된 철학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대해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됩니다. 우리 학교의 고고미술사학과에서는 사진만을 다루는 수업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롭게 배울 점이 많은 수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기초 지식이 없으면 수업을 따라 가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현지 학생들의 경우 사진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수강하기 때문에, 리딩 자료를 꼼꼼히 읽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야만 따라갈 수 있는 수업입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영어 습득 정도는 개인의 적극성 및 목표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을 잘 활용하고 현지 학생 및 교환학생들과 자주 어울리다보면 듣기와 말하기가 꾸준히 향상됩니다. 그러나 눈에 띄게 비약적으로 늘기는 어려우며, 파견 이전과 이후에 꾸준히 노력하면 이 때의 체류 경험이 영어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학습 방법
대부분의 강의는 읽기과제가 많은 편으로, 이것을 의무적으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외국인 학생의 입장에서는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읽기자료를 올려주시기 때문에 자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교수님과 학생 간의 소통이 자유로운 분위기이기 때문에, 교수님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찾아가서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런던은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서도 물가가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주거비와 교통비, 외식비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학교 식당을 이용하거나 직접 요리를 해먹을 경우 지출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UCL과 가까운 대형 슈퍼마켓으로는 Waitrose, Tottenham Court Road의 Sainsbury 및 Tesco, Camden지역의 Lidl 등이 있습니다. 순서대로 재료의 질이 좋고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익히 아시겠지만 전기장판을 구입해오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난방이 잘 되는 편이어도 습하고 외풍이 있기 때문에 전기장판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체류 기간이 짧아 현지 계좌를 사용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씨티은행을 이용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Oxford Street에 씨티은행 런던지점이 있으며, 이곳의 ATM에서는 낮은 수수료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통신비의 경우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했습니다. Brunswick이라는 주상복합 건물(King’s Cross 역 근처)에 Three 통신사 대리점이 있어 이곳에서 유심칩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환전소 등에서도 유심칩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용해보지 않아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달 바우처를 구입한 뒤 전화를 하여 요금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Three의 강점은 한 달에 15파운드를 내고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요금제가 있다는 점, 그리고 특정 유럽 국가(프랑스, 독일 등)에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영국 국내 요금과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전자의 경우 제가 런던을 떠나기 전에 해당 요금제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서 아직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교통비의 경우 지하철은 2파운드가 넘고, 버스는 1파운드가 넘는 가격입니다.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하여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교통비가 비싸고, UCL의 위치가 런던의 중심부와 가까운 편이어서 도보를 자주 이용하였습니다.
3. 여가 생활
런던은 여가 생활을 위해 최적의 공간입니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대도시이면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녹지도 충분히 확보된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특히 UCL은 주요 관광지 및 문화 시설과 인접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런던의 주요 미술관들로, 많은 곳이 무료이거나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들입니다 British museum이 가장 가까우며(도보 10분), 방대한 양의 회화작품을 소장한 National Gallery 역시 도보 30분 정도의 거리이며 두 곳 모두 무료입니다. 현대미술로 유명한 Tate Modern과 영국 미술사를 주요 테마로 하는 Tate Britain도 추천합니다. 비교적 한산하면서도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들입니다. 상설전시는 모두 무료이지만, 유료로 진행되는 특별전시들도 볼만하니 관심 있으시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설 갤러리들이 있으며, 근교에 위치한 미술관들은 정원과 주변 경관 또한 아름답습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런던의 공연 문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뮤지컬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런던에는 뮤지컬 이외에도 다양한 공연 행사가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학생 할인이 되기 때문에 매우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작곡가 헨델의 생가에서 매주 열리는 리사이틀 공연이 있으며, 실제로 헨델이 작곡을 하였던 조그마한 방에서 연주를 들을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Barbican Center에서는 Young Barbican membership에 등록하면 학생 전용 좌석을 저렴한 가격에 예매하실 수 있어,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트라팔가 광장의 St. Martin-in-the-Fields 교회 역시 공연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교회 사이트에서 무료 공연 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Time out London 사이트에서 여러 행사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정확히 일 년 전에는 UCL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기숙사 등의 문제 때문에 마음 졸이며 힘들어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벌써 제가 이렇게 귀국 보고서를 쓰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일을 하고 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기는 하지만, 제게 있어 교환학생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움직이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