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시드니대학교는 1850년 호주 최초로 설립된 대학입니다. 호주 최고의 대학일 뿐 아니라 학문적 정통성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학교입니다. 제가 수업을 들은 인류학과의 경우 1925년 래드클리프 브라운이 호주 최초로 이 학교에 창설했습니다. 캠퍼스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고 체육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시드니대학교는 한 과목당 6학점으로 보통 한 학기에 4과목, 즉 24학점을 듣지만 최대 5과목, 최소 3과목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의 수강신청은 수강하고자 하는 교과목을 선택해서 시드니대학교의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담당자가 해당 수업에 학생을 등록시키는 형식입니다. 수강 과목 변경도 마찬가지로 담당자를 거쳐야 해서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과목마다 2시간의 lecture와 1시간의 tutorial이 따로 진행되는데 이때 lecture끼리는 시간이 겹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tutorial은 80% 이상의 출석이 필수이기에 tutorial 시간이 겹친다면 수강 과목을 바꾸어야 합니다.
기숙사는 시드니대학에서 제공해 주지는 않고 urbanest라는 학생기숙사 시설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담당자가 이 안내 메일을 누락하고 보내지 않는 바람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신청 시기를 놓쳐 학교 근처의 쉐어하우스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시드니 시내의 모든 urbanest가 학교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고 주세도 300달러를 넘어 무척 비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Priya Sivaraj | Sydney Abroad Officer |
Sydney Global Mobility
Global Student Recruitment & Mobility
DVC Registrar Portfolio
THE UNIVERSITY OF SYDNEY
Level 4, Jane Foss Russell Building (G02) | The University of Sydney | NSW | 2006
T +61 2 8627 8311
E priya.sivaraj@sydney.edu.au | W http://sydney.edu.au/sydney-abroad
CRICOS 00026A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The Ethnography of Southeast Asia
동남아시아 지역문화를 다루는 인류학과 전공 수업으로 우리 학교 인류학과의 ‘동남아문화의 이해’ 수업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남아시아라는 넓은 지역을 개괄적으로 다루다 보니 난이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로드는 매주 리딩, 발제 1번, 보고서 2개 정도였습니다.
Anthropology of Gender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인류학과 전공 수업입니다. 젠더 문제에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는 과목으로서 젠더와 인종, 성매매, 제3의젠더 등의 이슈를 폭넓게 다룹니다. Sex/gender 에 대한 기존 사고의 틀을 깰 수 있는 수업이고 리딩도 민족지 위주여서 쉽고 재미있어, 인류학을 전공하지 않는 분들께도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또 우리 학교에서 젠더 및 페미니즘 수업을 들을 때와는 강의 내용부터 학생들의 사고, 태도까지 사뭇 달랐던 점도 새로웠습니다. 저는 Wiss Rosemary 교수님께 이 수업을 들었는데, 학생들을 많이 배려해 주시고 수업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끄시면서도 카리스마 있으십니다. 로드는 매주 리딩, 발제 1번, 보고서 1번, 서술형의 take-home-exam 이 있었습니다.
Indigenous Australians and Modernity
역시 인류학과 전공 수업으로서 소위 ‘어보리진’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들에 대한 수업입니다. 다만 원주민들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내용은 Indigenous Studies 라는 학과에서 따로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수업에서는 현재 호주 사회에서 원주민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호주 정부의 원주민 정책 등을 공부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호주 사회에서 indigenous와 non-indigenous people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토론하는 수업입니다. 전통적으로 인류학의 영역일 것 같지만 교육, 보건, 법 등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아 리딩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교수님의 호주 억양이 너무 강해서 힘들었던 수업입니다. 로드는 매주 리딩, 3편의 리딩 메모, 보고서 개요 제출과 최종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사실 호주에 있는 동안은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이번 학기 한국에서 영어 수업을 들으며 제가 이전보다 훨씬 자신감 있게 영어로 말하게 되었고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 부담도 현저히 덜 느낀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거의 모든 수업의 자료와 강의 녹음이 blackboard에 올라오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tutorial 시간에 토론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웠는데,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분위기이니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마시고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호주의 겨울은 한국의 늦가을 정도 날씨로 10도 전후이니 한겨울용 두꺼운 옷은 가져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기장판 역시 K-mart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말씀해 주셨듯 호주는 공산품이 비싼 대신 농산품이 쌉니다. 인건비 때문에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것도 비쌉니다. 대신 최저시급이 높으니 기회가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호주는, 적어도 시드니는 풍부한 식재료에 비해 음식 문화가 발달한 곳은 아니라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호주 음식’이라 할 만한 것들보다는 중식, 일식, 태국 음식 등 다른 나라 음식점들이 가격도 싸고 더 맛있습니다. 저는 대체로 Coles, Woolworth와 한인마트 등에서 식재료를 사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는 방식으로 밥값을 아꼈습니다만 뉴타운 근처에는 한 끼에 8불 정도로 저렴한 편인 식당들도 있습니다.
교환학생이 출국 전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보험으로 학교 병원 등에서 거의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진료가 밀려 있어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약국에서 감기약 사먹었습니다. 독한 약은 약국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살 수 있고, 그 외의 약들은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도 팝니다.
시드니 교통카드인 Opal 카드는 학생 할인 카드(Concession card)를 발급받으면 교통비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등록된 학생임을 인증하는 정보를 Opal 측에 전달한 후에 opal 카드 홈페이지에서 개인적으로 신청하면 우편으로 할인카드를 보내 줍니다. 그 전까지는 성인용 오팔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하다가 할인 카드 수령 후 기존 카드의 잔액을 새 할인 카드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통신사는 Optus prepaid 30불 plan을, 은행은 학교에도 지점이 있는 commonwealth 계좌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호주 전역에 atm이 많고 체크카드 없이도 스마트폰 어플로 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하실 계획이 있다면 전 세계에 지점이 있는 은행들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3. 여가 생활
호주 대학은 학기 중간에도 일주일 가량의 방학이 있어 여행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기간과 종강 이후 두 달 가량 동안 호주 거의 전역과 뉴질랜드 남·북섬을 여행했습니다. 뉴질랜드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여러 액티비티가 잘 발달해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기 좋습니다. 저는 호주에서 서핑,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호주는 모든 종류의 행정 처리가 놀랍도록 느리고 미숙합니다. 일례로 저는 한 학기 교환학생을 신청했는데 시드니대 측에는 두 학기 등록하는 것으로 잘못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보를 수정하기 위해 귀국 후까지도 메일을 네 번이나 써야 했습니다. 행정 업무를 하실 때는 시간을 넉넉히 잡으시고, 그보다도 오래 걸린다면 전화해서 확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외국에 ‘살아 보았다’고 할 만큼 오래 체류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새로운 지형과 기후, 문화권, 다양한 민족 구성 속에서 부대끼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제가 익숙하게 젖어 있던 문화와 제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저도 모르게 갇혀 있었던 사고의 틀을 깰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기존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접하게 되었고 잘 몰랐던 분야에 관심이나 문제의식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환학생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에서 오는 여유와 그로 인한 행복감도 컸습니다. 시드니의 화창한 날씨를 즐기며, 어쩌면 교환학생 이후의 삶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이토록 한갓진 나날들을 보내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없을 기회를 주신 국제협력본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