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Maastricht University는 네덜란드 남동부 마스트리히트에 위치한 신생 대학교입니다. 도시에 있던 오래된 건물들을 사들여서 각 단과대학 건물로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학 시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졸업 규정상 필수로 교환학생을 다녀와야 하는 학교인 만큼 상당히 다양한 학교들과 학생교류협정을 맺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학교는 FASoS나 UCM으로만 파견 갈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영대인 SBE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하고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특이한 점은 모든 수업이 PBL(Problem Based Learning)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행정상의 문제였던 것인지 수강신청 마감기한이 지난 뒤에 UM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다소 느긋하고 덜렁대는 면 있어서, 연락이 너무 늦다 싶으면 정말 깜빡한 것일 수도 있으니 제때 다시 연락을 취하셔야 합니다.
때가 되면 UM 측의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오는데, 마스트리히트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학기에 열리는 강좌의 강의계획서를 보고, 메일에 첨부된 서식에 맞춰서 듣고 싶은 강의들을 체크해서 보내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나 미국의 대학들이 학점제credits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럽의 대학들은 ects를 사용하는데,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으나 UM에서는 이것이 Lecture+Tutorial+Self-study+Work load를 모두 합친 개념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학기에 총 30 etcs를 들을 수 있는데 Course 하나가 12 ects, 거기에 딸린 Skill 하나가 3 ects 이런 식이라 실제로는 네 과목 정도밖에 신청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학교의 경우 15시간=1학점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skill은 0~1학점으로밖에 인정되지 않으니,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실질 두 과목 정도 수강하는 셈이 됩니다.
UM은 캠퍼스 부지가 따로 없어서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가 따로 없습니다. 대신 사설 게스트하우스(P빌딩, C빌딩 외) 사이트를 메일로 보내주기는 합니다.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P, C, M빌딩이 모여 있는 Main Guesthouse에 거주하는데, 다들 어디서 정보를 수집했는지 저를 비롯한 다수의 한국인 학생들이 M빌딩에 거주했습니다. 사이트는 sshxl.nl 이고, 저는 월 390유로(한화 약 48만원)에 2인실을 사용했습니다.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하고, 괜히 다른 기숙사 기웃거리면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무조건 M빌딩 거주하세요. 그리고 좋은 방은 빨리 나가니까 미리미리 계약해두시길 바랍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i.mourmans@mastrichtuniversity.nl
T +3143 3882770
아시아 교환학생 담당자이십니다. 가끔 문법을 틀리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굉장히 친절하게 답변해주십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1) The European State
권형기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정치학원론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1학년 때 이 강의를 수강하셨다면 굉장히 수월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의 중세시대부터 시작해서 국가가 어떻게 형성, 변모해왔는가를 다루는 수업입니다. 1학년들을 위한 수업이어서 그런지 서울대에서 들었던 학부수업에 비해 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았고, (교과목 코드 EUSNXXX에서 N에 들어가는 숫자가 학년을 의미합니다)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2) EU Politics
유럽 연합(EU)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수업입니다. 일련의 조약들을 중심으로 EU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조직구성 및 기능방식은 어떤지 대해 배우는, 다소 개론적인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어들이 너무 낯설어서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누구나 한국 정치 시스템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은 아니듯 유럽 출신 학생들에게도 이런 내용들이 낯설긴 마찬가지라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정규 수업은 아니었으나 Language Centre에서 초급 프랑스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행복으로 가득했던 교환학생 생활 중 유일하게 후회하는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수업을 수강했던 것입니다. 우선 유럽의 외국어 학습법은 한국의 것과는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강사의 지속적인 인총차별적 언행에 상처를 받고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메일을 보냈음에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수강료만 날렸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모두의 수기에서 얘기하듯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언어는 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리딩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고,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3. 학습 방법
평소에는 리딩하면서 수업시간에 얘기하고 싶은 내용 한두 가지 정도 정리해놓으시면 좋습니다. 제가 들었던 강의는 아니었지만 참여도를 칼 같이 체크하는 튜터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서울대 외교학과 시험에 비한다면 시험 자체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수업 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기만 하다면 별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리딩의 양이 많기는 한데 대부분 studydrive에서 요약본을 찾을 수 있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현지 물가 수준은 한국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마트 물가는 훨씬 저렴하고, 외식 물가는 샤로수길+a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옷도 H&M, Bershka 등에서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네덜란드 사람들 정말 옷 못 입고 체격조건도 너무 달라서, 괜히 밤에 한국 인터넷쇼핑몰 들어가서 눈물 흘릴 바에는 입고 싶은 옷 잘 챙겨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 약만큼 한국인에게 잘 듣는 약 없습니다. 비상약 꼭 챙겨오시고, 렌즈 끼시는 분들 인공눈물 꼭 챙겨오시고 쿠션 쓰시는 분들 퍼프 꼭 챙겨오세요.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저렴하기도 하고, M빌딩의 경우에는 주방도 잘 되어 있어서 요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근처의 brusselspoort라는 쇼핑센터가 있는데, 그곳에 대표적인 마트 브랜드 jumbo와 알버트하인이 입점해있습니다. mineola라는 과일이 우리나라의 한라봉과 맛이 비슷해서 자주 사먹었습니다.
M빌딩은 원래 병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있는 거라, 지하에 아직도 병원과 약국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예약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진료비도 굉장히 비쌉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비상약을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한 학기 머무를 거면 굳이 계좌 개설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시길 바랍니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유럽에 있는 동안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하시게 될 거고, 특히나 네덜란드 내에서 이동하실 때 Group Ticket을 구매하시려면 ING 계좌는 필수입니다.
버스도 도착하자마자 OV칩카드 바로 발급받으시길 바랍니다. 현금으로 지불하면 3유로인데, 카드 찍으면 1.xx유로입니다.
통신은 여러 통신사 중에서 프로모션하고 있는 곳의 sim card를 구매하고 data top-up을 해서 사용하시면 되는데, OT날에 15유로 충전된 Lebara 칩을 주긴 하지만 사용해본 결과 Lebara는 가성비가 정말 좋지 않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vodafone을 사용했습니다. 보통 10유로에 1기가 정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3. 여가 생활
시간이 날 때면 일주일에 두 번씩도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기숙사에 있을 때에는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 룸메이트와 동네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UM 자체는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에 이상적인 학교라고 볼 수 없지만 마스트리히트, 그리고 유럽에서의 여유로운 삶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중간에 성적표가 분실되는 바람에 학기가 끝나고 네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 세세한 것들을 떠올리려니 가물가물하네요! 처음에는 갑작스레 찾아온 여유로운 삶에 적응도 안 되고 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요새는 캠퍼스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제게 결핍된 것들을 채워주는 따뜻한 시간이었고, 삶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고, 새로운 목표도 생겼습니다. 이런 경험을 만들어준 우리 마스 친구들과,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주신 서울대학교 OIA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