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저의 파견대학은 싱가폴 국립대학(NUS)로, 싱가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종합대학이자 세계대학순위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대학입니다. 명성에 걸맞은 우수한 교육제도와 교수진,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NUS Non-graduate Exchange Programme Application 직후 이루어집니다. 학기가 시작하기 몇 달 전에 미리 교환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약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10개 정도 선택하도록 하고, 그 중에서 수강허가가 난 강의 중 순위가 높은 것부터 3개가 신청됩니다. (NUS는 교환학생들에게 3과목 정도 듣도록 권장) 이후 학기가 시작하는 Week 0-1에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온라인으로 추가 신청할 수 있고, 이 허가 여부는 메일로 알려줍니다. 서울대학교의 초안지처럼 Application Form을 작성해서 과 사무실로 직접 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숙사 역시 Application이 끝나고 나서 신청하게 되는데, 처음 기숙사 신청시에는 AC(Air Conditioner)가 있는 방을 선호하는지 없는 방을 선호하는지, 독방을 선호하는지 아닌지 정도만 체크하게 되어 있습니다. NUS에는 기숙사가 많아서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 크게 University Town의 기숙사들과 PGPR, 기타 흩어져 있는 기숙사 건물들로 구분합니다. University Town은 말 그대로 큰 기숙사 타운인데, 부대시설 등이 좋아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합니다. 이 안에 Residence 4, Alice & Peter Tan, Sinnamon, University Residence 등 세부 동이 있습니다. 기숙사 각 동이 고유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숙사 내부 프로그램도 많고, 시설이나 식사 제공 여부도 달라집니다. 한편 PGPR은 NUS 캠퍼스 안의 지하철 역인 Kent Ridge 역과 가까이 있는 기숙사로, 에어컨이 없거나 시설이 낙후된 방이 종종 있어 학생들이 크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역시 단지가 커 많은 학생들이 거주합니다. 이 외에도 캠퍼스 곳곳에 기숙사 건물이 많고 기숙사 운영은 각각 개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교육학 주전공, 사회학 부전공생으로 NUS에서는 Sociology로 전공을 신청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수업은 아무거나 신청해서 들어도 무관한데, 저는 전공학점인정을 조금이라도 받기 위해 최대한 전공과 가까운 과목을 선택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대학교에서 교환학생 학점 인정을 잘 해주지 않는 부분이 많으므로 학점인정을 포기하고 듣고 싶은 강의를 마음대로 듣는 편이 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실제로 NUS 수업 시수가 13주*3시간으로, 15주*3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서울대학교에서는 1주일 3시간 강의 과목도 2학점으로 인정합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중국, 말레이, 인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로, 실제로 다양한 인종과 Mother-tongue language를 가진 친구들을 사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어나 말레이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수업을 들어도 좋을 것 같고, 역사, 문화 관련 수업도 유익해 보였습니다.
저는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나갔지만 1, 2학년 전공과목을 주로 들었는데, 기본 과목이더라도 배우는 내용이나 깊이에 있어서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강조하지 않는 부분이나 깊이 있게 토론하지 않는 부분들도 다루고, 특히 제가 주로 수업을 들었던 인문사회대(FASS라고 부릅니다. Faculty of Art and Social Science 의 약자입니다.)에서는 2주일에 2시간씩 열리는 Tutorial 시간에 약 10-15명 정도의 학생들과 Tutor가 충분히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식의 수업이 많아 유익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저는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파견 전에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파견 직후에도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거나 수업을 따라가는 데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고생을 했습니다. 특히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더군다나 싱가폴에서는 특유의 ‘싱글리시’ 억양이 있어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숙사 친구들에게 계속 물어보고, KCSS라는 한국문화동아리에 들어가 한국에 관심이 많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친구들과도 친해지면서 조금씩 극복해 나갔습니다. 수업에서는 강의를 계속 녹취하거나 끈기 있게 리딩을 마치는 정도로 공부를 했고, 어려울 땐 교수님이나 Tutor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참 없었는데, 몇몇 친구들이 ‘너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건 모두가 안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말을 해 주어 못들은 건 다시 물어보고, 더 천천히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지냈습니다.
약 4개월동안 외국에서 산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두려움은 줄고 자신감은 커지게 되었습니다.
3. 학습 방법
사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학교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이나 과제 준비보다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데에 더 투자했는데, 이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NUS는 교육시스템이나 내용의 수준이 높아서 학업에 많이 투자해도 충분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싱가폴과 주변 국가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의미 있는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 제가 시도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실제 학업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거나 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과제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것은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IVLE라는 서울대학교의 eTL 같은 시스템에 접속해서 과제를 확인하고 제출하며, 시험은 특이하게 대강당에 모두 모여서 봅니다. 한 대강당에 대형강의 1개에서 소형강의 4-5개까지 한번에 들어갈 수 있어서, 시험 날짜도 학교에서 총괄하여 지정해줍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저는 입국 시 많은 물품을 들고가지 않았는데, 23인치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 정도의 짐만 가져갔습니다. 이불이나 베개, 샴푸 등은 현지에서 구매하였고, 기본적인 옷가지나 책, 노트북 등 소지품만 챙겼습니다. 그러나 침구류는 저렴한 것을 구매할 경우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필요에 따라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도 좋습니다. 현지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정도입니다. 학교 안에서 식사는 3-7 싱가폴달러 선에서 먹을 수 있고, 외식을 한다면 보통 20-30 싱가폴달러에 추가 Service Charge가 많게는 14%까지 붙습니다. 저는 기숙사에서 조식과 석식이 나와서 (조식은 5달러, 석식은 7-8달러로 기숙사비를 납부할 때 조식과 석식을 각각 100여 개씩 선 구매하는 시스템입니다) 점심을 캠퍼스 내부식당에서 해결하고, 주말에 친구들과 조금 비싼 저녁을 먹는 정도로 생활하면서 한달에 약 50만원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의료의 경우 학교 내부의 병원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유는 외부 병원의 의료비가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인데, 이후 보험을 적용 받더라도 학생으로서 부담하기 꽤 큰 금액들이므로 최대한 학교 내부 병원을 이용해야 합니다. 학교 내부 병원도 진료비가 꽤 비싸므로 여행자보험을 꼭 가입하시고, 무엇보다 아프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은행은 저의 경우 Citi Bank 계좌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학교 내 지하철역이나 곳곳에 Citi Bank ATM이 있어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NUS 학생임을 증명하면 현지 은행인 DBS 등의 계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싱가폴은 교통시스템이 아주 잘 잡혀있기로 유명합니다. 구글 맵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데 필요한 교통수단을 확인하고, 근처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를 구매해 충전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교통비는 한국보다 조금 비싸고, 철저히 거리비례제를 적용합니다.
핸드폰은 현지에서 유심을 구매하면 되는데, 보통 공항에서 SingTel 등의 통신사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SingTel을 사용했고, 공항에서 유심을 구매하는 것을 깜빡해 University Town 내부의 Fair Price라는 슈퍼에서 구매했습니다. 유심은 각종 슈퍼나 7-eleven 등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여권과 충전하고자 하는 금액만큼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유심을 일정 금액을 주고 사면 그 이후부터는 20-30달러씩 충전하면 되는데, 저는 보통 1달에 20달러 정도를 충전해 10달러로는 데이터 팩을 사고, 10달러로는 전화나 문자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싱가폴 주요 통신사들은 국제전화도 현지통화와 거의 같은 가격으로 제공해서 한국의 가족과 통화하는 데에도 편리했습니다.
3. 여가 생활
싱가폴은 작은 도시국가여서 관광할 곳이 많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구석구석 볼 것이나 즐길 것들이 많아 저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어 맛집이나 예쁜 거리들이 많고, 사파리나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도시의 규모가 작다 보니 외국으로도 많이 나가게 되는데, 저는 Recess Week(중간고사 전 1주일동안 강의가 열리지 않는 주간입니다)에 주말을 연결해서 호주로 여행을 다녀왔고, 주말에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짧은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싱가폴에서는 비교적 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으므로 동남아시아 각국을 여행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싱가폴은 깨끗하고 치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늦은 밤에 돌아다니거나 택시를 타는 것에 현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아 했고, 외국인 여성으로서도 큰 불안 없이 다닐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없는 편이지만, 사회 내부적으로는 중국계가 각종 정치, 경제 권력을 쥐고 있어 말레이계에 대한 차별이 실재합니다. 한국인에 대해서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긍정적이며, 북한이나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현지 친구들이 물어보기도 하는데 대부분 순수한 관심과 궁금증입니다. 전반적으로 다른 문화에 대해 포용적이어서 외국인으로서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할 만한 것은 바로 날씨입니다. 싱가폴은 위도 1도에 위치하고 있는 열대국가로, 우기와 건기의 구분이 있을 뿐 1년 내내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입니다. 실제로 많이 더워서 오전 수업을 다녀 오면 지쳐 기숙사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관광지를 다니면서도 오래 걸어 다니기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실내에는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어 겉옷이 꼭 필요했고, 그래서 실내에 있다 밖으로 나오면 따뜻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날씨는 더워도 그늘에 들어가거나 바람이 불면 꽤 시원하게 견딜 수 있는 정도이고, 비가 자주 와 학교 내부에는 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비를 피할 수 있는 Ceiling이 쭉 이어져 있습니다. 비의 경우 우기에는 하루에 한두 번씩 거세게 내리는데, 천둥번개가 심하게 쳐서 새벽에 잠을 깨기도 합니다. 건기에도 스콜성으로 갑자기 세게 내리는 비가 종종 오니 우산을 계속 챙겨 다녀야 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귀국보고서를 작성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억이 어렴풋한 것도 있고,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도 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은 매 순간순간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어려워하던 것이나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져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4개월동안 저는 이런 생활을 통해 이전과는 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고 자란 곳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에서 오롯이 나 혼자서 살아보는 경험, 다른 나라의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을 사귀는 경험은 참 값진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원래의 자리에 돌아가게 되지만 그 느낌은 싱가폴을 가기 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때의 경험은 아마 앞으로의 학교생활과 그 이후의 제 삶에도 일상을 살아가고 삶의 방향을 잡아가는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본부와 NUS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