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저는 영국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University College London(UCL)에 1년 과정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UCL은 대학 평가기관들의 랭킹에서도 옥스퍼드나 캠브릿지 대학 바로 다음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의 명문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UCL은 다양성을 가장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는 점 또한 좋았습니다. 또한 UCL은 런던 정경대학(LSE)이나 Kings College London(KCL)과 더불어 University of London이라는 런던대학연합에 포함되어 있는데 저의 경우는 UCL이 실제로 이 런던대학연합의 다른 대학들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숙사와 여러 행정부분들을 공유하고 있어 런던대학연합의 다른 대학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UCL로 교환학생을 신청할 시 전공에 관계없이 전부 Arts and Sciences(BASc) 전공으로 배정이 됩니다. BASc는 인문,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융합을 추구하는 학과로, 일종의 자유전공학부 비슷한 학과입니다. 따라서 여러 학문분야를 융합한 다양한 과목들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행정적으로 BASc의 학생이므로 학생회 등 여러 행사들은 BASc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므로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특정 전공이 있다면 그 전공의 수업들을 듣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그 전공의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UCL은 커리큘럼이 1년 단위 3학기제로 운영이 되며, 1학기와 2학기에는 수업을 듣고 3학기에는 1학기와 2학기에 수강한 과목들의 시험을 치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대부분의 수업들이 시험 대신 에세이를 요구하였으므로 3학기에는 시험치는 하루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아래의 모든 행정적 내용은 동일한 시기 교환학기를 다녀온 이건 학우가 굉장히 자세하게 작성하였으므로 이건 학우의 보고서를 읽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건 학우와 다른 경험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겠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1) 수강신청 방법
우선 수강신청과 기숙사 배정 모두에 있어 이메일을 자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다행히 같이 파견 가는 학우가 알려주어 제 때에 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요. 파견 3-4개월 전부터 메일함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또 함께 파견 갈 학우는 메일을 받았는지 함께 확인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UCL의 수강신청 방법은 서울대학교와 굉장히 상이하므로 주의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UCL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한번뿐이니까요. 굉장히 중요한 이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경우에도 조금 더 애를 써서 수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았겠다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간표는 먼저 담당자로부터 온 이메일에 따라 온라인으로 자신이 무슨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선호를 보내면 됩니다. 저는 이것이 거의 최종확정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현지에 도착해야 시간표가 최종적으로 확정됩니다. 개강 후 첫 2주가 수강변경 기간인데, 그 때 수업의 수용인원, 다른 전공 담당자의 허용여부에 따라 BASC교환 담당자 면담을 통해 시간표를 최종 확정하게 됩니다. BASc전공의 경우는 수강확정이 되는 경우가 많으나 제가 신청한 psychology in real world 라는 수업의 경우 인기가 너무 많아 수강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에 수업의 교수님께도 따로 메일을 보내보고 담당자에게도 몇번이나 애원(?)해보았지만 결국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제 주관적인 느낌에 의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순 있지만 무언가 선착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므로 그 면담 시간을 되도록 빨리 잡아 먼저 자리를 확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이후 다른 수업에서 만난 BASc친구가 자신도 처음 같은 과목에 거절을 당했으나 이후 시간표가 충돌하는 등 어떠한 이유를 대니 수락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따라서 정말 듣고 싶은 과목이 있으시다면 조금 더 간절하고 더 빠르게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타 학과 전공의 경우 해당 학과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Basc전공 3개와 정치학전공 4개, 심리학전공 1개를 들었는데요. 정치학 전공의 경우 원래 듣고 싶었던 몇몇 수업들 (Human Rights and World Politics 등) 은 계속 거절을 당해서 결국 시간표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이 또한 수업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애원(?)해보았으나 수용인원이 다 차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하더군요. 정치학 전공의 경우 교환 담당자가 정치학 전공 담당자와 연락을 한 후 저에게 알려주는 방식이었으나 심리학 전공의 경우는 제가 직접 담당자에게 메일으로 연락을 하여 허락을 받은 후에 교환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심리학 전공의 경우도 몇몇 과목들은 거절을 당했고 Social psychology라는 대형강의의 경우는 승인을 받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승인이 안되는 경우도 많으니 수강신청에 실패할 마음의 준비도 하시는게 좋습니다..
(2) 기숙사
교환학생으로 가시는 대부분 학생들은 기숙사에 거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입생과 교환학생은 우선적으로 기숙사에 배정되니 떨어질 염려를 하실 필요는 없지만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옵션들이 존재하므로 자신의 선호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런던의 기숙사 비는 굉장히 굉장히 비쌉니다. 런던 자체의 렌트비가 비싼 것에 더해 옵션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기숙사들이 런던의 1존인 완전 중심지역에 있으므로 더욱 비싼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숙사 신청시 가격범위, 룸메이트 여부, meal plan 제공 여부 등을 주요하게 물어봅니다. 저의 경우는 싱글룸을 쓸지, 룸메이트와 방을 공유할지 굉장히 고민을 했었는데요! 혹시 맞지 않는 룸메이트를 만날 경우 스트레스가 크다는 경험담을 듣고 싱글룸을 신청했습니다. 런던의 외식비는 정말 비싸서 음식을 해 먹거나 기숙사의 meal plan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고, 저는 요리를 직접 해먹을 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므로 고민없이 meal plan을 선택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intercollegiate hall(런던대학 연합 기숙사로서 UCL뿐만 아니라 다양한 런던의 대학 학생들이 함께 거주하는 기숙사) 중 하나인 International Hall에 배정되었습니다.
학부 신입생들이 다수를 이루지만 석 박사 대학원생들과 교환학생들이 함께 거주하는 가족같은 분위기이며 특히 UCL뿐만 아니라 다양한 런던의 대학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저는 좋았습니다. Meal plan을 이용하여 돈을 굉장히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I Hall의 경우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브런치와 저녁이 제공되었고, 정해진 식사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샐러드나 간단한 대체 음식도 신청할 수 있어 알차게 이용하여 돈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제대로 된 공용 주방이 없어 요리를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주방이 방안에 있는 Studio에 사는 친구들의 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고, 냉장고나 포트 등 간단한 도구들은 구비되어 있어 즉석음식들은 간단히 먹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는 양 옆집에 살았던 기숙사 친구들과 굉장히 친해졌고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모두 타 대학에 다니는 신입생 친구들이어서 새로운 사실들을 이 친구들을 통해서도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Hall 전체에 한국 학생들이 거의 없어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한 학기에 최대 4과목까지 수강이 가능하며, 한 학기 파견가시는 경우 두 과목 이상을 BASc강의로 채우셔야 합니다. 1년 파견 가시는 경우 총 8개의 수업 중 3과목 이상을 BASc 강의로 신청하셔야 합니다. 이하는 순서대로 제가 들은 3개의 BASc, 4개의 Political Science, 1개의 Psychology 수업들입니다.
(1) Migration and Health(BASc)
이주와 건강과 관련한 이슈들을 학제적으로 접근하는 강의입니다. 기본적으로 주 1시간의 lecture와, 1시간의 소규모 seminar로 구성되어 있었고 사실 로드가 없고 상당히 평이한 수업이었습니다. 전지구적인 인구의 이동들, 그 주요한 패턴들에 대해 배우고 기본적인 역학(epidemiology)과 관련한 지식을 배우며,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이주민의 건강을 사회경제적 요인들에 주목하여 분석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UCL은 특히 다양한 출신 배경과 다양한 이주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존재하므로 세미나에서 자신의 개인적 경험들을 공유하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평가는 에세이에 대한 개요 제출, 최종 3000words 에세이로 가벼웠습니다.
(2) Religion, State and Society in Modern European History (BASc)
Hebrew and Jewish studies의 전공수업으로 현대 유럽사에 있어 종교적 공동체 혹은 문화가 정치와 맺고 있는 역동적 관계를 탐구하는 수업입니다. 하나의 종교에 집중하기 보다는 정치와 종교 간의 역동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룹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같은 정치철학적 텍스트들도 읽고, <만들어진 신>과 종교적 근본주의를 비판하는 텍스트들을 포함한 최근의 텍스트들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유럽 정치의 맥락에서 God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한편 최근 떠오르는 ISIS를 어떤 맥락으로 이해할 것인지 등 흥미로운 논의를 했습니다. 더불어 프랑스의 Laicite와 프랑스혁명, 정교분리, 터키의 세속화와 이슬람주의로의 회귀, 그리고 이스라엘의 헌법 등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유럽과 중동 정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적을 뿐더러, 정치에 있어 종교가 가지는 역할과 의미를 조명하는 수업도 적으므로 저에게는 신선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였으나 제가 조금 더 정치철학적 종교적 역사적 배경지식이 많았더라면 더 폭 넓게 이해하고 더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큰 수업입니다. 교환을 가서 배워야지 보다는 교환을 떠나기 전에 기본적인 서양사나 정치적 맥락에 대해 공부해부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주 lecture 2시간과 seminar 1시간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평가는 2000 words의 에세이 2회였습니다.
(3) Law in Action (BASc)
기본적으로 법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입문 수업입니다. 미국의 동성혼 판결 등 미국과 영국의 기념비적인 판결들을 중심으로 수업하며, 실제로 변호인측과 검사측이 되어 변론을 진행해보는 경험, 배심원이 되어 평결을 논의해보는 경험들도 수업 중 할 수 있었습니다. 기념비적인 판결들을 찬찬히 읽고 분석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미국과 영국의 법체계를 간략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수업입니다. 추천드립니다!
(4) Welfare Politics (Political Science)
복지국가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에스핑 엔더슨의 텍스트를 기본으로 했으며 교수님이 계량적 방법론을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저는 복지에 대해서는 처음 배웠고 리딩을 충실히 하진 못해서 점점 흥미를 잃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재밌었던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쓰는 에세이도 통계를 돌려 양적 분석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세미나에서 관심있는 복지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것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5) Democratic Challenges and Innovations (Political Science)
공교롭게도 British Politics 수업의 교수님과 동일한 Allan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Allan 교수님께서 강의력도 좋으신 편이고 수업준비도 열심히 해오셔서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는 개개인마다 리딩을 분담해서 엑셀로 올려주시기 때문에 리딩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똑똑한 교수법을 쓰셧습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정부들이 직면한 한계 및 도전들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다루는 수업으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다만 첫학기 영어와 제 발음에 주눅들어있을 시절이라 세미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수업은 매우 추천드립니다!!
(6) British Politics (Political Science)
영국에 교환을 왔으니 정치학도로서 영국 정치의 기본적 뼈대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된 강의입니다. 영국 정치와 관련해 국가체계, 정당체계, 법체계 그리고 역사 등 매주 주제별로 다루는 수업인데 영국정치와 관련한 기본지식들에 대해 배우기에는 부족함없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정치학개론 정도의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그것을 토대로 영국정치를 비교정치적으로 더 깊이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7) Gender and Politics (Political Science)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수업 중 하나입니다. 교수님이 일본교수님으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시고 목소리를 내시는 분으로 수업 외적으로 안내해주시는 행사들에서도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첫 시간에 기본적으로 여성운동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다룹니다. 이후 gender, the body, and masculinity/gender and political participation/Gendered states/ Gendered International/Gender, violence and armed conflicts 등과 관련한 이슈들에 있어 주마다 교수님께서 지정 리딩들을 내주시고 돌아가면서 발제를 하며 그 쟁점들에 관련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젠더에 관해 본격적으로는 처음 공부를 시작하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리딩의 내용들이 굉장히 신선하고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강력추천합니다!
(8) Social Psychology (Psychology)
원래는 다른 응용 심리학 수업들을 더 듣고 싶었지만 유일하게 승인된 심리학 강의입니다. 기본적으로 대형강의이고 팀티칭으로 진행됩니다. 평가는 3학기에 치는 시험 1회이므로 사실 수업시간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도 종종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팀티칭이기에 교수님마다 강의스타일은 다르지만 대부분 대형강의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진행하시기에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사회심리학의 입문 느낌의 강의이기에 지적으로 생각거리를 마구 던져주진 않지만 테드톡을 듣는 느낌으로 매 주제를 들었고, 수업 내용도 가볍고 흥미로운 편입니다. 저는 심리학 복수전공을 하여 기본 지식들은 있었으므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소한 영어 용어들이나 실험들에 대해 숙지하는데 조금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시험도 어떤 문제들이 나오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기출을 올려주시고 시험에 대한 질의응답도 받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실 겁니다. 참, 저는 기숙사 친구도 공교롭게 같은 수업을 듣게 되어 외롭지 않게 함께 들을 수 있었는데 세미나가 없는 대형강의라 독강이시라면 조금 지루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슨 무모한 자신감인지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영어가 현지인처럼 쑥쑥 나올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현지인급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습니다. 스스로 정말 부지런히 부단하게 노력하시고 계속 공부하셔야 합니다. 모르는 단어도 계속 찾고, 모르는 표현도 계속 물어보고, 자신이 틀린 표현도 계속 고쳐달라고 친구들한테 얘기하시면서 노력하셔야 합니다. (제가 다 했다고 말씀드리진 않았습니다.) 물론 어릴 적 외국 거주 경험이 있으시다면 훨씬 적응하시는데 편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스피킹이 능숙하지 않아 처음엔 애를 많이 먹고 자신감도 많이 하락했었습니다. 그래도 친해진 친구들(모두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었으나 저보다 영어를 훨씬 잘했습니다)이 생겨 함께 대화하다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던 것 같습니다. 특히 돌아오기 직전 UCL의 Global citizenship 프로그램으로 런던의 시민단체(Islingtion Playground Association)의 일을 열흘 가량 도왔었는데 그 때 특히 영어 실력이 상승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 리딩할 때는 단어책을 펴두고 공부하는 느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훨씬 영어 텍스트를 접하고 읽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줄어든 것, 그리고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오그라들지 않게 되는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다행히 저는 브렉시트 직후 시기에 영국에 거주하게 되어 물가가 상대적으로는 낮아졌습니다. 사실 런던은 워낙 대도시라 돈만 있으면 모든 물품들을 구할 수 있으며 어댑터와 멀티탭 등도 혹시 까먹으셨다면, 영국사랑이라는 영국 거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중고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계절에 맞고 옷가지들 들고 오시고 앞서 말씀드렸듯 어댑터와 멀티탭 정도, 그리고 혹시 나중에 외국 친구들에게 선물줄 한국스러운 선물들 정도 들고오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1년 동안 살기에 짐이 많아서 도착 2개월 전쯤 해상으로 짐 한박스를 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해상이 오래 걸려도 가격이 훨씬 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때는 잃어버려도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들 위주로 보냈습니다. 사실 밥이 나오며 학교에서 도보거리의 기숙사에 사시고 절박하게 아껴쓰신다면 왕창 절약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도 이왕 런던이라는 도시에 사는 이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은 가끔 누려봐야겠지요?
2. 여가 생활
런던에 계실 때 아래의 여가 생활들을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꼭 알차게 누리고 즐기시길 바라요!
- 여행 : 런던 지역과 영국 구석구석, 유럽 전역, 그리고 터키와 러시아까지도 상대적으로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지금도 조금 더 부지런히 구경하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귀차니즘을 극복하시고 부지런히 눈에 담고 오시길! 일단 메가버스는 조금만 일찍 예매해도 정말 파격적으로 싸기 때문에 영국의 지역 도시들은 메가버스를 이용해서 다녀오시면 좋습니다. 또한 UCL과 UCL의 교환학생 Society에서도 자주 영국의 지방 도시들을 함께 떠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므로 이에 참여하셔도 좋습니다. 런던의 경우 저는 월정액권이 아니라 Top-up을 하여 교통카드를 썼기에 교통비를 아끼려고 멀리는 자주 못간 경향이 있고 도보거리만 주구창창 구경했었는데 그것이 살짝 아쉽습니다. 이왕 가신 거 런던의 다른 zone들도 구석구석 구경하시고 오시면 좋을거에요!
다른 유럽지역으로 여행 가기에 런던은 최고의 도시입니다. 파리로 유로스타를 타고 다녀오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비행기값이 비성수기에는 정말 싸므로 서울-대구 다녀오시듯 가볍게 자주 다녀오시면 좋을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한번 나가면 연속해서 다른 국가들을 여행을 다녀와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런던을 거점으로 하고 가끔 여기 저기 국가들을 여행 다녀오는 것이 더 편안하고 많은 것들을 구경하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더해 모로코와 터키를 다녀왔는데 이 여행 또한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떠나는 경험도 신선했고 무엇보다도 무슬림 국가와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또한 모로코로 여행 온 다른 여행자들과 교류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터키를 간 시기는 공교롭게도 에르도한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투표가 51%으로 통과된 바로 직후였습니다. 이에 대해 카파도키아와 이스탄불의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고 특히 터키의 종교 및 정치와 관련해 책으로만 배웠던 내용을 직접 가서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 학술행사: 런던은 여러 학술행사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열리는 곳입니다. 무료로 오픈된 세미나도 상당히 많고 학생은 할인해주는 학술행사들도 많으니 늘 이메일을 체크하고 행사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들을 정기적으로 보면서 흥미로운 행사들에 참여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저는 LSE에서 개최한 북한 관련한 학술세미나에도 참여했었고, 젠더와 인권 관련한 강의들, 또한 당시 브렉시트 협상이 한창이었으며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였으므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 그리고 트럼프의 미국과 관련한 강연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 운동: 학교의 Gym은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고 다양한 GX프로그램들이 있어 강추합니다. 코어운동, 줌바댄스, 요가 등 GX프로그램들도 정말 다양하고 선생님들도 흥이 넘쳐서 함께 즐겁게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건강하게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봉사활동: 저는 Amnesty International 동아리에 들어가 지역 학교의 점심시간 동아리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의 봉사, Law 전공에서 실시하는 Grassroots project로 지역학교의 citizenship education 시간에 선생님 대신 저희 팀이 법과 정의, 인권에 대해 수업을 하는 봉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UCL의 Global Citizenship 프로그램을 통해 런던 기반의 시민단체인 Islington Playground Association에서 일하면서 이 단체의 홍보영상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했었습니다. 모두 저에게 너무나 뜻깊은 일이었고 사실 봉사라고 하기엔 제가 도움이 된 부분은 거의 없고 제가 배운 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러한 미안함에 울적함을 느낀 적은 있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면 임했지 한 것을 절대 후회하진 않습니다. 여러분도 가능한 모든 경험들을 해보시길 바라요!
- 뮤지컬과 연극: 런던의 뮤지컬... 정말 감동적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사실 뮤지컬을 제 돈 주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런던에서 본 뮤지컬들은 정말 너무나 좋았습니다. dayseat를 활용하기 위해 아침에 한 시간 가량의 줄을 서긴 했지만 모두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들이었습니다. 강추에요!
저는 Kite Runner라는 소설을 중학교 때 상당히 인상깊게 보았는데 마침 그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공연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연극으로 보니 그 감동이 더 컸습니다. 아쉽게도 이제는 막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연극들이라도 꼭 보시길 바라요!
- 박물관과 미술관 등 : 놀랍게도 런던은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이 공짜입니다. 정말 들어가보면 무료인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퀄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쉬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영박물관은 실망스러웠고 오히려 Imperial War museum, London museum 등과 같은 다른 주제들의 박물관들이 더욱 좋았습니다. 관심있는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 캠페인: Refugee Welcome난민들을 환영하는 캠페인, Women rise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이 함께하는 캠페인 등 다양한 캠페인들이 런던에서는 매일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께 연대해보는 경험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Lush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마침 Lush에서 여러 charity들과 시민단체들을 한자리에 모두 모아 알리는 행사를 열어서 참여했는데 상당히 좋았습니다. 매년 여는 것 같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길!
3. 기타 보고 사항
제가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써서 부정확하거나 변화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중요한 정보는 한번씩 다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나름대로 많은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쉬움과 그리움은 많이 남습니다. 그래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여유로운 행복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배우고 또 많이 웃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교환 학기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