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교토대학(京都大?)은 1897년 설립되어, 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명문대학으로 대표되는 국립대학입니다. 일본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를 비롯하여 이공계 연구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엘리트 관료를 양성하는 도쿄대와는 정반대로 자유로운 학풍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교토대에서 제공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는 일본인 학부생과 똑같이 일본어로 전공 수업을 듣는 GE(General Exchange)와 영어로 진행되는 교양 수업을 들으며 일본어 공부에 집중하는 KUINEP이 있는데 저는 GE 프로그램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교환학생에 합격하면 대학 쪽의 담당자가 해당 학기에 개설되는 과목 리스트를 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우선 어떤 과목을 수강할 수 있을지 대강 가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 간 직후 첫 오리엔테이션 날에 학부별로 수강신청 방법을 알려주고 튜터를 배정해준 후 해당 학부의 편람을 책자로 배부합니다. 이를 토대로 개강 첫 주차에 각 수업 OT에 들어가본 후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청하면 됩니다. 교양과목은 '전학공통(全?共通)'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의 교양수업과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전학공통 과목은 인터넷으로 신청하지만, 전공과목은 각 학부별로 수강신청서가 있어서 자필로 수업명을 기록한 후에 사무실에 제출해야 합니다. 학부마다 신청서 양식이 조금씩 다르므로 따로따로 적어서 해당 학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습니다만, 우리나라처럼 수강신청 전쟁을 벌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전학공통(교양) 과목은 이따금씩 수강인원제한이 있는데 추첨을 통해 선발하거나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킨 학생만 수강을 허가해주기도 합니다.
기숙사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요시다, 슈가쿠인, 오바쿠, 우지, 미사사기 기숙사 등과 사설 기숙사인 미즈키, 사츠키 등이 있습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우선순위를 매겨서 신청하면 랜덤으로 기숙사를 배정해 줍니다. 요시다를 제외하면 모두 학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으며, 특히 오바쿠와 우지는 교토시가 아닌 교토부 우지시에 소재해 있으므로 통학에 약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편 요시다 기숙사는 학교 부지 내에 있어 등교하기에는 편리하지만 다른 기숙사에 비해 기숙사비가 비쌉니다. 자세한 내용은 교환학생 합격 후 보내주는 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슈가쿠인 기숙사에 배정받았는데, 버스/전철과 도보로 30분이면 학교까지 넉넉히 갈 수 있으며 자전거로 가면 더욱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기숙사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1인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도 넓고 wifi도 제공해 주는 등 시설은 양호합니다(남자방이라 샤워실은 공용이긴 합니다만, 샤워부스가 다 독립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빨래는 한 번에 200엔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기숙사가 역에서 매우 가까우며(걸어서 30초!) 주변에 식료품점도 많아 생활이 편리했습니다(특히 미사사기나 오바쿠는 역에서도 멀고 편의시설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어가 된다는 전제 하에 기숙사 직원분들도 친절하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간혹 교환학생들끼리 파티를 즐기는(!) 경우가 있어 시끄러울 수는 있습니다(기숙사의 문제는 아니지만).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Utako FUJITA
International Education and Student Mobility Division, Kyoto University
Yoshida-honmachi, Sakyo-ku, Kyoto, 606-8501, Japan
Tel: +81-(0)75-753-2561, Fax:+81-(0)75-753-2562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종합인간학부(?合人間?部) 소속이었습니다. 이는 도쿄대로 치면 교양학부, 우리나라로 치면 자유전공학부에 해당하는 학부로, 문·이과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때문에 학점이수에 문제가 없다면 문학 수업부터 생물학 수업까지 자유자재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저는 GE 프로그램으로 전공수업도 모두 일본어로 들었으며 지도교수와 튜터도 배정받았습니다. 배정받은 연구실은 한국철학, 한일관계 등을 연구하는 곳이어서 연구실 멤버들(대학원생들)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전공으로는 네 과목(지도교수님이 가르치는 '동아시아비교사상론연습'을 비롯하여 프랑스 철학을 다룬 '히스토리 오브 아이디어즈A', 냉전사를 다룬 '국제관계론ⅠB', 근대 소설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이즈미 교카의 작품을 읽는 '일본어학·일본문학ⅢB' 등)을 수강했고 교양으로는 두 과목('사회학', '편견·차별·인권')을 수강했습니다.
추천하는 수업으로는 '편견·차별·인권'이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팀 티칭 수업으로, 자이니치(재일 조선인)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의 백정이라 할 수 있는 부라쿠민에 대한 차별, 여성차별, 장애인 인권 문제 등을 다룹니다. 팀티칭이기는 하지만 각 선생님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해박하셨고 구성이 매끄러워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매 시간 코멘트 페이퍼를 수업 종료 직전에 제출하는데 그에 대한 답변도 해 주셔서 인권 문제에 대한 일본 학생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전공 과목은 내용이나 교수자에 따라 방식이 매우 달랐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사에 맞추어 수강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원래 일본어를 공부했었고 N1 자격증이 있어 독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회화나 작문에는 자신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어로 진행되는 강의의 경우 전문 용어와 칸사이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아 학기 초에는 그리 잘 알아듣지는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매주 수업을 듣고 연구실 멤버들과 다니면서 조금씩 회화·듣기 실력이 늘어 학기말 쯤에는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구사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의외로(?) 작문도 자주 했는데, 여러 수업에서 매주 코멘트 페이퍼를 요구하였고 학기말 레포트를 쓰면서 튜터에게 체크를 받기도 하면서 한국어와는 다른 작문법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믹한 일본어뿐 아니라 현지에서 생활하며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생활 일본어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단히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친구들의 경우 현지에서 일본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하였고, 저 또한 연구실 멤버를 제외하면 그리 많은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습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다만 GE는 수가 적고 대부분이 KUINEP으로 온 학생들인데, 많은 (특히 서구권에서 온) 학생들이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교환학생들끼리 모이는 장소에서는 영어를 기본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 오히려 영어 실력이 부족하여서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3. 학습 방법
자유로운 학풍을 자랑하는 교토대학답게 빡빡한 과제나 리딩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시험이나 리딩의 부담은 서울대 전공과목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적었고, 기말 레포트도 A4 3~4매 정도를 요구하여 여유로웠습니다. 주제 또한 교수자가 하나로 정해주기보다는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직접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학습량 때문에 제가 소속된 종합인간학부는 '히마소진(한가로워 보이는 종합인간학부생)'이라 놀림받는 경우도 많은데, 그만큼 학업 성취를 위해서는 본인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접근해 가야 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일본의 겨울은 실내가 추운 편입니다. 히터를 아무리 틀어도 끄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이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방한대책을 잘 세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교환학생(유학생)들이 전기장판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전기장판을 가져가지 못해 현지에서 유탄포를 구매하였고, 그 외 필요한 가전제품도 현지에서 조달하였습니다. 학기 초에는(특히 2학기보다 1학기에) 학생 리사이클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잘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외에 상비약 등, 한국 물건이 익숙하고 또 저렴한 것은 미리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가가 비싸다고는 들었으나 (최저임금 등을 고려할 때)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습니다. 다만 환전해서 가는 교환학생(유학생) 입장에서는 비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100엔샵이나 동네의 저렴한 할인마트(식료품점)를 찾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외식비(특히 술값)는 한국에 비해 정말 많이 나오고 과일값도 비싼 편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 교통비도 비싼 편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①식사 : 기숙사에서 자취를 하거나 학생식당에서, 혹은 외식을 하는 선택지가 있겠습니다. 교토대 학생식당은 항상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골라담는 시스템이어서 한 학기 동안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다(밥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받아가기 때문에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밥을 싸와 먹는 학생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근처에도 여러 식당이 있어 찾아다니며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소위 '맛집'들은 오사카에 더 많이 포진해 있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교토는 오사카에 비하면 고풍스러운 가게가 많지만 싸고 저렴한 집은 드문 편입니다.) 저는 라멘을 좋아해서 학교 앞 단골 라멘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본 음식이 한국에 비해 전체적으로 짠 편이기 때문에 이따금씩 질리기도 했습니다.
②의료 :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반드시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물론 건강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합니다). 덕분에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을 때도 의료비가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병원마다 진료시간이 다르고(특이하게 주로 오전과 저녁에 운영하고 낮 시간대에는 닫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평일 중 하루는 쉬는 병원도 많으니 가기 전에 반드시 진료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서비스가 좋은 대신 대기시간이 긴 편이었습니다.
③은행 :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으나 JASSO 장학금을 입금받기 위해 통장이 필요했으므로 우체국에서 계좌를 개설하여 반 년 간 이용하였습니다.
④교통 : 교토에서는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관광지에 가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버스 운임이 230엔이고 환승 제도도 잘 되어 있지 않으므로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버스 1일권도 있어 요긴하게 사용하였으나 18년 3월부로 1일권 값이 500엔에서 600엔으로 오른다고 들었습니다. 이외의 교통수단으로는 지하철과 전철이 있습니다. 슈가쿠인 기숙사에 산다면 에이잔 전철을, 오바쿠 기숙사에 산다면 케이한 전철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정기권을 끊는 것을 강력하게 권합니다(외국인 학생은 학생 정기권은 이용할 수 없고, 일반 정기권을 끊어야 합니다).
⑤통신 : 저는 라인 모바일 유심을 구입하여 사용하였습니다. 한 달에 12,000원 정도의 저렴한 플랜으로 만족스럽게 사용했습니다. 다만 짧은 기간(5개월) 사용하는 것인지라 해지시 위약금 문제 등을 고려하여 그냥 전화 없이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는 플랜을 택했는데 생각보다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이곳저곳에 여행을 다니려는 경우에는 전화가 절실하므로 자신의 계획에 맞게 요금제를 택하기를 추천합니다.
3. 여가 생활
갓 일본에 도착한 10월에는 비가 자주 내렸지만, 겨울에는 화창한 날이 많았기 때문에 교토 이곳저곳을 놀러다녔습니다. 교토는 도시 전체가 거의 평지로 되어 있고 옛 수도답게 수많은 사찰과 신사, 박물관 등이 있어 시간을 넉넉히 두고 걸어다니며 보기에 좋은 곳입니다. 특히 벚꽃철과 단풍철에는 일본 내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꼭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라 교토 시내를 흐르는 카모가와 강변에만 가더라도 교토의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외에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이따금씩 시간이 나면 교토 이외의 칸사이권 도시에 놀러가거나(주로 오사카, 고베. 그 외에도 히메지, 와카야마, 나라, 시가 등) 카와라마치에서 쇼핑을 하며 휴일을 보냈습니다. 일본의 철도에도 관심이 있어 교토-오사카권의 여러 전철/지하철을 타거나 교토역 근처에 있는 교토철도박물관에 종종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학업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시간표만 잘 맞추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비싼 교통비 때문인지, 학생들은 자전거를 정말 많이 이용합니다. 다만 현지인들의 자전거 속도는 정말 빠르고 이따금씩 위험천만하게 다니기도 하기 때문에 길을 걸을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저도 번화가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자전거와 부딪힐 뻔 했습니다).
또한 밤의 교토 거리는 생각 이상으로 어두운 편입니다. 가로등이 있기는 하나 서울처럼 환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는 데다가 번화가를 벗어나면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특히나 여성의 경우) 심야에 오랫동안 돌아다닐 때는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자유로운 학풍답게 학생들도 굉장히 자유분방합니다. 종합인간학부의 경우 학업부담이 적어 많은 학생들이 3회생(3학년)까지 동아리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거나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오죽하면 교수님들도 교양수업에서 자주 빠지는 학생은 한결같이 종합인간학부였다고 농담으로 언급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동아리를 비롯하여 자신의 취미 활동에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교토대 축제인 NF(November Festival, 11월제)는 그 절정을 볼 수 있는 행사입니다. 교토대 축제 자체는 재미없기로 소문났지만 한 번쯤은 교토대 학생들의 열정의 집대성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가깝고도 먼 나라, 라는 상투적인 표현도 있는데 저는 이번 일본 교환학생을 통해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모습을 매우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어)를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현지에서 생활한 것은 처음이어서 여러 일본인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행운이었습니다. 조금은 번잡한 서울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교토에서 반 년 간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아마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마 일본 교환학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각자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문이든 어학이든 취미든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적극 활용하여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기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