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파리정치대학((Institut d'Etudes Politiques de Paris)은 프랑스 사회과학 분야의 최상의 명문 그랑제꼴로, 프랑스 역사상 현재 Emmanuel Macron대통령을 포함해 30여명의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수많은 정계 인사들을 배출했습니다. 학부과정은 파리캠퍼스와 지방캠퍼스 6개로 나뉘는데, 낭시캠퍼스는 프랑스-독일, 디종캠퍼스는 동유럽, 푸아티에캠퍼스는 남미, 망통캠퍼스는 중동-지중해, 르아브르캠퍼스는 아시아, 랭스캠퍼스는 북미와 아프리카 지역학에 각각 특화되어 있습니다. 본인은 파리캠퍼스로 파견되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인터넷으로 진행됩니다.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강의종류별로 목록이 나오면 골라서 수강신청을 하고 이어서 다음 것을 하는 식인데 도중에 인원이 꽉 찬 강의는 회색으로 표시되며 더 이상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서울대만큼 빨리 끝나지는 않지만 인기가 많은 강의는 이렇게 도중에 다 차 버리기도 해서 대안을 짜 놓아야 합니다. 기숙사는 학내에 없고 이메일로 학교와 연결된 부동산 사이트를 보내줍니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좁아서 본인은 학기 시작 5개월 전에 미리 인터넷 및 우편으로 사설 기숙사에 등록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백문경, 국제협력본부, +82-2-880-2594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첫학기에는 Power of art, marketing and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understanding the city와 프랑스어 B1 plus 수업, 펜싱 수업을 들었습니다. 두번째 학기에는 Geopolitics of the middle east, initiation a l’entrepreneuriat(창업), 프랑스어 B2 수업, 페인팅 수업과 조정 수업을 들었습니다. Power of art 수업은 서양미술사의 흐름에 따라 정치와의 연관성을 짚어보는 Lecture 수업이었는데, 색다른 시각에서 미술사를 배울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마케팅 수업은 마케팅의 기초적인 이론을 다루는 수업이었으며 직접 마케팅 분야 종사자를 인터뷰하는 조별 과제가 주어졌었고 교수님의 아내분이 오셔서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understanding the city는 사회학 수업으로 매주 간략한 논평과 3번의 보고서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도시공간에 대한 사회학 이론들을 배운 후 이 이론에 따라 직접 자신이 선택한 장소에 머무르면서 관찰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흥미로운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중동의 지리정치학은 수니파 시아파의 분쟁을 중심으로 역사적 흐름을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프랑스인 교수님이 영어로 수업을 하시다보니 전달력이 떨어져서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발표가 오히려 듣기 좋았습니다. 창업 수업은 첫 시간부터 조를 짜서 각 조마다 주어진 초기 자금으로 돈을 벌어오는 과제가 주어졌었는데 저희 조는 학내에서 생오렌지를 갈아 주스를 만들어 팔았었습니다. 이후 현재 창업해서 CEO로 활동 중인 분들을 초청해 여러 차례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프랑스어 B1 plus과 B2 수업은 문법, 청해, 독해, 작문, 발표 등 언어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기에 유용한 수업이었습니다. 체육 수업 펜싱과 조정도 한국에서는 해보기 힘든 종목이어서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펜싱은 캠퍼스에서 떨어진 스포츠 센터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펜싱복과 검을 대여해줘서 다른 준비는 할 필요가 없었고 선생님께 동작을 배운 후 학생들끼리 겨루면서 연습했습니다. 조정은 파리 남서쪽의 센강가에 있는 스포츠 센터에서 조정 머신으로 동작을 연습한 후 직접 조별로 배를 타고 연습했습니다. 바람에 센 날은 나갈 수가 없어 실내에서 체력 단련만 하기도 했습니다. 페인팅 수업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캠퍼스 근처의 아뜰리에에서 원하는 만큼의 물감을 사용해 원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체육 수업과 미술 수업은 수강 신청이 따로 이후에 이루어지고 수강료를 따로 지불해야 합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저는 주로 영어로 된 수업들을 들었지만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프랑스어 수업이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 프랑스어 공부에도 꽤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B2 레벨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2시간만 수업하기 때문에 큰 실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고 프랑스어 실력을 많이 기르고 싶다면 프랑스어로 된 수업을 주로 수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종 동아리에 참여해 프랑스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도 좋습니다.
3. 학습 방법
학습 방법은 서울대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강의 내용을 노트북으로 필기하고 PPT를 공부했습니다. 발표를 할 때는 인터넷에서 내용을 조사해 PPT를 만들어서 하고 보고서를 쓰기도 하는데 외국어로 해야 한다는 점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입국 시 옷가지를 주로 챙겨오고 일부 생활 용품을 챙겨왔는데, 대부분 이케아나 마켓에서 팔기 때문에 너무 많이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택배 비가 매우 비싸서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왔다가 필요한 것만 사서 쓴 후 팔거나 버리고 가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전기 장판도 가져왔으나 1년 간 제가 머문 기숙사와 스튜디오는 그리 춥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레스토랑이나 시앙스포 캠퍼스 근처의 의류 매장, 카페 등은 물가가 매우 비싸지만 학생들은 주로 슈퍼마켓이나 학생식당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 와서 마음만 먹으면 큰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병원에 갈 때는 미리 인터넷으로 보험 적용이 되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rdv를 잡고 가야 합니다. 계좌를 열 때는 캠퍼스 근처의 societe generale에서 처음에 선물로 돈을 일정 정도 넣어주기도 하고 일이 생길 때마다 같은 지점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rue de bac 지점의 이 은행에서 여는 것이 좋습니다. 1년 머무는 경우에는 대학생 전용 교통 요금제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하철 창구에서 imagine-R를 신청하겠다고 하고 신청서를 작성해 사진과 rib 등을 우편으로 보내면 교통카드가 옵니다. 잃어버리면 매번 40유로를 내고 재발급받아야 합니다. 파리 지하철에서 흔히 돈을 안 내고 그냥 넘어가서 타기도 하는데 걸리면 50유로를 내야 합니다. 핸드폰의 경우 free 통신사에서 개통했는데 인터넷이 느린 구간이 많기는 하나 3G 무제한에 매달 20유로라 가장 합리적인 요금제를 쓸 수 있습니다.
3. 여가 생활
파리에는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말고도 미술관이 정말 많고 시기별로 다른 주제의 흥미로운 전시회들이 열립니다. 지하철의 광고들만 유심히 봐도 다양한 전시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파리 친구들이 생기면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Nuit blanche(밤새 파리 각종 명소에서 열리는 문화예술축제), 노트르담 성당 영상쇼, foire du throne놀이공원, LGBT퍼레이드, 혁명기념일 불꽃놀이, 엘리제궁 개방일 등 매년 열리는 행사뿐 아니라 주말마다 파리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파티와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잘 follow up하면 파리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학교 동아리도 잘 참여하면 알찬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일본 문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프랑스인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었고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겨울 방학에는 스포츠 동아리에서 주최한 스키 보드 캠프에 참여해서 10여일 간 프랑스 알프스에서 알차게 매일 보드도 타고 파티도 하면서 친구들도 사귀었고 여름 방학에는 Paris Tel aviv 동아리에서 주최한 이스라엘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10여일 간 예루살렘, 사해, 사막, 텔아비브 등을 여행했습니다. Jeunes Europeens 단체에서 주최한 벨기에 브뤼셀 여행도 다녀왔는데 유럽 의회도 견학하고 시앙스포 지방캠퍼스에서 온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프랑스는 겨울방학이 한 달이고 1월 말에 학기가 시작하는 대신 학기 중간중간에 일주일씩 방학이 있습니다. 시앙스포에서는 2월 말 봄방학, 4월 초 부활절 방학과 10월 말 가을방학이 있습니다. 저는 봄방학 때는 모로코에, 부활절에는 체코에, 가을방학 때는 네덜란드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입학 전 여름방학 때는 스페인에, 귀국 전 여름방학 때는 크로아티아, 베를린과 이비자에 다녀왔습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각 도시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도시가 예쁘게 꾸며지기 때문에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기에 좋았습니다. 특히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릴 등 북프랑스 지역과 근처 벨기에의 브뤼허가 예뻤습니다. 또 12월에 리옹에서 열린 빛축제가 아주 인상적이었고 여름에는 니스, 모나코의 바다가 아름다웠습니다. TGV Max라는 대학생들을 위한 기차 요금제가 있는데, 한 달에 일정 요금을 내면 특정 시간에 무제한으로 TGV를 탈 수 있어서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기에 좋았습니다. 이를 이용해 마르세유, 보르도, 랭스, 몽생미셸 등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파리 한인교회에도 종종 다녔는데, 이단이 아닌 곳으로 잘 찾아가면 다들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기꺼이 주시고 정보도 많이 알려주십니다. 한식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한국인이 그립다면 비기독교인이어도 환영해주시기 때문에 찾아가기 좋습니다. 또한 프랑스존이라는 한인 사이트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정보나 벼룩시장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파리에서 보낸 1년은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풍요롭고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늘 경쟁에 시달리고 해야 할 일들에 쫓기던 환경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듣고 싶은 수업들을 듣고, 세계 각국 출신의 외국인들을 만나고, 여유롭게 파리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구경하던 경험들, 방학이나 주말마다 다닌 여행들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입니다. 음식, 카페, 빵집, 바, 클럽, 거리, 마주치는 사람들 등 매일이 선택과 우연에 의한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숙사 입주 초기에는 룸메이트와 맞지 않아 개인실로 옮기기도 했고, 이후에는 스튜디오로 이사를 하는 등 고생스러운 일도 겪었고, 프랑스어 학원을 등록해 체류증을 연장하고, 길거리에서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등 프랑스의 악명 높은 행정절차와 인종차별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경험들도 제 시야를 넓혀주고 독립심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저를 더 강하게 해주는 값진 경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갈 좋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첫사랑과 연애를 했던 행복한 추억들, 일상에서 느꼈던 여유와 소소한 감동들, 프랑스어에 대한 애착,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해, 자아성찰 등 여행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값진 자산을 얻었습니다. 좋은 학교, 좋은 도시에서 행복한 1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