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제가 파견되었던 도시샤 대학교는 일본의 역사 깊은 도시 교토에서도 오래된 대학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신도(shinto)나 불교를 생활 종교로 삼고 있는 일본에서 흔하지 않은 기독교 재단 학교입니다. 창립자인 니지마 조는 유학이 금지되었던 쇄국시대에 미국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이 대학을 세웠고 학내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본에 있는 대학이지만 캠퍼스 분위기는 사뭇 국제적입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많고 건물도 예쁜 서양식입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볼 수있고 교수님들도 외국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명문 사립대학교로 알려져 있어 도시샤에서 유학한다고 하면 일본 현지 분들이 대단하다고 해주실 정도입니다. 윤동주, 정지용 시인이 유학한 학교로 교내에는 두 시인의 시비가 있어서 한국 분들과 일본 분들의 헌화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토 어소의 바로 북쪽에 인문사회계 학생들이 다니는 이마데가와 캠퍼스가 있고 교토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교타나베 지역에 이공계 학생들이 다니는 교타나베 캠퍼스가 있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총 4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2과목은 일본어로 진행되는 일본어 문법과 회화 수업, 2과목은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각각 일본의 전통과 예술, 일본의 전통과 종교 과목이었습니다. 본래 전공은 공대이지만 공대, 자연대 관련 수업은 멀리 떨어진 교타나베 캠퍼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수강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수업은 기본적으로 1주일에 한 번, 1시간 30분 진행됩니다.
도시샤 대학은 교환학생에 대한 시스템이 상당히 잘 되어있습니다. 지원할 때부터 두 가지 트랙인 CJLC와 CGE로 나뉩니다. CJLC는 일본과 일본어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일본어 수업이 주 5회로 빈도 높게 진행됩니다. 반면 CGE 학생들은 일본어 수업에 참여할 의무는 없으며 좀 더 자유롭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CGE 클래스로 지원하여 교환생활을 하였습니다. 모든 유학생과 교환학생은 학기 시작 전에 일본어 능력시험을 봅니다. 이에 따라 레벨 1부터 9까지 나뉘어 해당학기 일본어 학습을 진행하게 됩니다.
저는 레벨 2를 받아서 문법 수업과 회화 수업 하나씩 수강하였는데 높은 레벨 친구들은 토론이나 작문 수업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어를 배우는 수업은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서는 영어로 보충설명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두 강의 모두 비슷한 실력을 가진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함께 수강하였는데 그래서 수업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회화 수업은 자주 쓰이는 문장구조를 배우고 대화해보는 것으로 구성되었고 이 수업에서 유럽, 아프리카 출신 친구들과 친해졌습니다. 시험도 교수님과의 일본어 회화, 친구와의 일본어 회화로 평가하는 식이었습니다. 문법 수업은 초급수준의 동사 활용법이나 높임말 등을 배웠는데 한국인에게는 낮설지 않은 언어라서 금방 익힐 수 있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수업이다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것을 추천합니다.
나머지 예술 수업과 종교 수업은 CGE에서 열리는 수업으로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본 학생들이 절반, 외국 학생들이 절반으로 구성되었고 두 수업 모두 같은 외국인 교수님께서 진행하셨습니다. 예술 수업은 이번 학기에는 일본의 정원에 대해서 공부하였는데 개인적으로 기다려지는 수업이었습니다. 정원의 기원과 일본 정원의 발달, 현대 정원까지 널리 배우는 시간이었고 마지막 5주간은 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일본 친구들과 어울려서 팀 과제를 진행하였는데 일본 친구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종교 수업은 일본의 젠(zen), 즉 선불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앞선 예술수업과 전반적으로 비숫하였지만 매주 수업을 마치기 10분 전에 꼭 둘러앉아 명상 시간응 가졌습니다. 그리고 두 수업 모두 학기 중간에 교토 남쪽 우지로 스터디투어를 갔는데 한 고찰에서 스님의 지도로 함께 명상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출발 전 1달 정도 일본어학원에 다녔지만 유창한 상태로 도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도착해서도 금방 실력 늘었습니다. 확실히 서구권에서 온 학생들보다 중국인, 한국인 학생들의 일본어 습득 속도가 빠릅니다. 일본 친구와 간단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화는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다만 한자릉 믾이 알아야하기 때문에 쓰기나 읽기는 습득 정도가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도시샤대학에 오는 영어권 국가 학생들이 많고 수업도 엉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기 때문에 오히랴 영어 실력을 신장시키기 좋았습니다. 저는 미국인 친구와 단짝처럼 지내서 영어 회화 실력이 이전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3. 학습 방법
도시샤대학은 학풍이 꽤 국제적인데, 학생들이 자치하는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저는 학내 국제교류센터에서 지원하는 국제학생교류 모임에 자주 참석하였는데 특히 매주 특정한 요일에 열리는 언어교환에 참여하였습니다. 매주 월요일, 수요일에는 영어, 화요일에는 한국어, 금요일에는 일본어로 대화하는 언어교류가 있어서 자주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본 친구들이 꽤 많아서 저도 일본어를 배우고 그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또 함께 수업을 듣는 일본인 친구와도 친해져서 함께 친구가 추천하는 맛집에 가거나 한국음식점에 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교환 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교재나 프로그램으로 언어 실력을 늘렸다기보다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회화 위주의 학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기본적인 물품들은 당연히 챙겨가야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이 한국과 크게 다른점은 없으므로 너무 짐을 많이 가져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이나 마트도 잘 되어 있고 교토 정도의 도시면 장보기도 어렵지 않아서 왠만한 제품들은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꼭 챙겨야할 것이 있다면 돼지코와 멀티탭 정도가 유용할 것 같습니다.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기 힘드므로 독서를 좋아하시면 몇 권 들고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현지 물가는 교통비를 제외하면 서울에서의 생활과 거의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단 교통비는 최소 2배에서 먼 거리의 경우 5배까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학교를 나가는 날은 거의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도시샤대학교는 학생식당의 규모가 크고 메뉴도 20가지 정도 됩니다. 메인 디쉬와 사이드 디쉬를 따로 사야하지만 대략 500엔 선이면 배부르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학교 근처의 라멘집이나 야끼소바, 카페에서 식사를 할 때도 있었는데, 작은 대학가지만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꽤 있습니다. 동시에 교토의 오래된 식당을 단골집처럼 갈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었습니다. 학교 밖에서 외식을 할 경우에는 교토가 워낙 식당들이 저렴하지 않아서 꽤 지출이 크지만 그만큼 맛있는 식당이 많습니다. 여행으로는 다 갈 수 없는 교토의 맛집들을 다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배정받은 기숙사는 조리시설이 방 안에 있어서 해먹는 날도 많았습니다. 근처 식료품점에서 달걀이나 라면을 사서 간단하게 해먹으면 한끼에 300엔 미만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도착하면 국민보험을 들기 때문에 의료혜택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픈적이 없고 상비약을 들고 가서 혜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은행은 유학생들이 사용하는 우체국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일본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가게들이 많고 현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기숙사까지의 거리가 꽤 멀었지만(6km 가량) 저는 도착 며칠 후 중고로 자전거를 사서 통학했습니다. 에이린이라는 자전거 매장이 교토 도처에 있는데 여기서는 10000엔 정도에 괜찮은 중고 자전거를 살 수 있습니다. 다시 팔팔 때 500엔 밖에 돌려받지 못했지만 워낙 교통비가 크기 때문에 큰 절약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교토는 평지가 많고 도로가 반듯한 격자로 계획된 도시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통신은 OCN이라는 저가형 통신사의 플랜을 사용하였고 교토 역 바로 옆의 빅카메라에서 손쉽게 개통할 수 있었습니다.
3. 여가 생활
저의 교토에서의 생활의 절반은 사실 여가 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였지만 도시샤대학교 에서도 사진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학기 초에 동아리 모집 공고가 도처에 붙고 개강 며칠 전에는 동아리소개제도 하니 관심있는 분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사진찍는 것을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자주 교토의 유명한 사찰, 신사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가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가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좋은 점은 한국처럼 노래방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가라오케는 한국의 노래방보다는 비싸지만 학생 할인, 평일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한국 노래도 많기 때문에 친구들과 종종 가서 스트레스를 풀다 오고는 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고대사와 근대사를 아울러 한국과 갈등이 있는 일본이라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학생할인을 받고 들어간 교토국립박물의 정원에는 경기도에 있는 조선왕릉인 태조릉을 재현한 곳이 있었는데 문인상, 무인상 등 석물이 한국에서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도야마를 여행할 때도 그런 석물들이 일본 성 앞에 놓여 있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반면 매달 첫째주 수요일에는 교토의 번화가인 산조 가와라마치에서 작은 캠페인이 열립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일본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은 집회인데 이를 주최하고 참여하는 것은 다름아닌 일본의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정치사회에 무관심하고 어른들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나서서 알리시는 모습에 감격하는 한 편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매달 첫째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산조 가와라마치에 가보시길 바랍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토에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결정한 교토행 교환학생이었습니다. 이곳에 잠깐 살아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교토로 떠났습니다. 사진찍기가 취미인 저로서는 5개월간의 생활은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역사의 무대가 된 사찰, 신사가 도처에 있고 조금만 나가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펼쳐지며 거리거리가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도시라서 등하교길도 즐거웠습니다. 교토 시내를 흐르는 가모가와라는 강을 해질녘에 따라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교토에서 산다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환학생을 갈 거면 자주 못 가는 유럽이나 미국을 가라고 했지만 저는 그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생각했던 것 보다 넓었고 가 볼만한 곳이 많습니다. 또, 생활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짧게나마 생활하면서 느끼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와 달리 일본 사회는 변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오랜 전통과 문화가 지켜지는 점도 있지만 조금 답답한 면도 있었습니다.
저는 교토도 사랑했지만 여행을 정말 자주 다녔습니다. 한 달에 한번은 꼭 다른 지방으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고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만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저는 4학년 2학기를 마치고 뒤늦게 초과학기에 교환학생을 떠났습니다. 1년을 더 다녀야 했기 때문에 결심이 어려웠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떠나지 않았다면 후회하면서 졸업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꼭 교환학생은 하고 졸업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인생에서 다른 통찰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좋은 인생의 기회를 주시고 경제적으로도 지원해주신 국제협력본부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