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교토대학교는 일본 교토에 위치한 국립대학이다. 도쿄 대학교와 함께 일본의 명문 대학으로 손꼽힌다. 전신은 1897년 설립된 교토 제국대학으로 1947년 지금의 교토 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하였다. 교토 대학교는 전통적으로 이공계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다수 배출하기로 유명하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까지 교토대학교의 노벨상 6개는 모두 과학 분야에서 선정되었다. 2018년 10월 1일 노벨 생리학 의학상 수상자로 혼조 다스쿠 교토대학교 특별 교수가 선정되면서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한 명을 추가하게 되었다.
교토 대학교는 당초 이공계 대학으로 설립되었으나 이후 법대, 의대가 차례로 세워지면서 종합대학으로 승격되었다. 현재는 종합인간학부, 문학부, 교육학부, 법학부, 경제학부, 이학부, 의학부, 약학부, 공학부, 농학부의 10개 학부로 구성되어있다.
캠퍼스는 제 1 캠퍼스인 요시다(吉田), 우지(宇治), 카쓰라(桂)로 구성된다. 요시다 캠퍼스에는 학교의 상징인 시계탑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학교 마크에 그려져 있는 커다란 나무(楠木) 가 자리해 있다. 과거 제국대학 시절의 벽돌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요시다 캠퍼스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우지, 카쓰라 캠퍼스에는 과학, 기술 관련 연구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서울대학교와 달리 하나의 수업이 일주일에 한시간 반씩이므로 비교적 여러 개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특이하게도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의 최대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자신의 능력과 시간표가 허락하는 한 몇 개의 수업을 들어도 상관이 없다는 뜻. 단 교환학생들은 최소 6개의 과목은 수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과목이 6개나 된다고 하면 많게 들릴 수 있지만 시수로 따지면 서울대학교 기준 10~12학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규정은 아니다.
교환학생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의 카테고리로는 ‘교양 학부 수업(一般?養)’, ‘각 학부의 전공 수업(?門)’, ‘일본어 수업(교토대학교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부에서 어학 수업을 제공)’ 이 있다.
KUINEP 프로그램은 전세계에서 모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기본 언어는 영어이다. 교양 학부에서(Faculty of Liberal Arts and Science) 영어 수업을 꽤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주로 일본 역사나 사회, 대중문화 관련 수업들이 많다. 이 수업들은 한 마디로 ‘영어로 진행되는 교양 수업’ 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토대학교의 일본인 학생들도 졸업을 위해서는 영어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일본인 학생들(특히 저학년)과 교환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게 된다. 일본 학생들의 티오와 교환 학생들의 티오는 따로 제한이 걸려 있어서 인기 있는 수업(Japanese History 등) 같은 경우 추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수업 수준은 교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일본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비교적 낮기 때문에 오히려 교환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KUINEP 학생이라고 무조건 영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부의 수업 을 전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단, 전공 수업은 거의 다 일본어로 진행된다. 필자는 KUINEP 소속이었으나 일본어가 가능했기에 일본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주로 들었다. 영어 강의 2개, 일본어로 진행되는 강의 5개, 일본어 어학 강의 1개 총 8개의 수업을 신청하였다. (본교 기준 15~16학점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인상 깊었던 강의로는 문학부의 중국 문인화 수업, 교양학부의 세미나 수업(ゼミ), 경제학부의 관광 산업론이 있다. 중국 문인화 수업에서는 ‘문인화’ 라는 개념의 기원, 용례를 한 학기에 걸쳐 자세히 탐구하였는데 대학원 수준에 가까운 심도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교양학부의 세미나 수업은 일본 대학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미(ゼミ)라고 부르는 수업 형태이다. 교양학부의 제미는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제미의 ‘형태’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한 수업이다. 필자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가볍게 일본 대학의 제미를 경험해 보고자 ‘중국 실내 장식’을 테마로 하는 제미 수업을 수강했다. 수강생 4명이 돌아가면서 파트를 나누어 중국 실내 장식에 관한 영문 문헌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학기말에는 실제 서예나 회화 작품을 표구하는 표구사에 견학을 가서 표구 과정을 실제로 볼 수도 있었다. 경제 학부의 관광 산업론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일본의 관광 산업에 대해 매 주 관련 업계의 연사들이 와서 릴레이 식으로 강의를 하는 수업이다. 일본의 관광 자원 테마파크, 교통시설, 숙박시설 등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필자는 KUINEP 으로 지원하였지만 N2를 보유한 상태였고 일상 회화는 문제 없는 수준이었다. 대학교 수업을 듣기에는 다소 모자란 실력이었지만 도전의식을 가지고 일본어 수업을 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강의 자체에서 고급 일본어 어휘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으며 일본어로 서술형 답안을 써 본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만약 일본어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학부에서 제공하는 일본어 수업을 꼭 수강하기를 추천한다. 커리큘럼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필자는 고급 청해 수업을 들었는데 실제 일본어 방송을 보면서 스크립트에 단어나 표현을 채워 넣고, 그 표현들을 공부하는 방식이었는데 실력 향상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청해 뿐 아니라 독해, 쓰기, 말하기 등 모든 영역의 일본어 수업이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일본어 수업은 교토 대학교에 정규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기 때문에 주로 중국인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게 된다.
일본어를 꾸준히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던 덕에 7월에 시행하는 JLPT 시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회화 실력에서도 유의미한 향상을 느낄 수 있었다.
3. 학습 방법
교토 대학교의 강의 방식은 본교와 별 차이가 없다. 강의형 수업이 많으며 한 학기에 보통 1, 2회의 시험이나 과제가 있다. 교환학생이 주로 듣게 되는 교양 학부 수업의 전체적인 로드는 많지 않으므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단 각 학부의 전공 수업은 꽤 난이도가 있는 편이므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일본어 진행 강의에서 치러지는 서술형 시험은 교수에게 미리 요청하면 외국인 학생에 한해 사전을 지참할 수 있게 해 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문의해 볼 것.
일본어 회화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일본인 친구들과의 교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달에 한번 정도 교환학생과 일본인 학생들이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나 일본인 친구들은 주로 영어에 관심이 많으므로 외모로도 구별이 잘 안가는 우리는 찬밥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KIZUNA 라운지 (국제 교류를 위한 장소로 요시다 캠퍼스에 위치) 에 가서 언어 교환 파트너를 직접 구하는 편을 추천한다. 필자는 KIZUNA 에서 운 좋게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친구를 만나 한 학기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일본인 친구들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지만 K pop의 영향으로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은 꽤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의외로 쉽게 친해질 수 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일본과 한국의 생활 환경은 큰 차이가 없다. 각종 생활 용품은 일본 현지 드럭스토어,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전부 쉽게 구할 수 있다. 110볼트를 사용하므로 한국의 전기 용품을 사용하려면 어댑터가 필요하다. 드라이기나 커피포트의 경우 한국에서 가져가도 전압이 안 맞아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현지에서 구매해야 한다. 중고물품을 파는 리사이클 숍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운이 좋다면 말도 안 되게 싼 값에 상태가 좋은 전자제품을 구할 수 있다. 단 겨울에 파견 나갈 시 바닥 난방이 없으므로 전기 장판을 챙겨가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가 수준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게 느껴진다. 교통비는 정말 심각하게 비싼 편이며 교환학생은 통근 할인권도 끊을 수 없으므로 비싼 교통비를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 외식비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500~600엔 선에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도 많지만 조금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1000엔~2000엔은 든다고 보면 된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교환학생은 모두 의료 보험에 가입하므로 혹시 병원에 갈 일이 생겨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토 대학교 부속 병원이 있으므로 무슨 일이 생기면 그곳으로 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상처나 감기 등은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약품들로 거의 다 해결이 가능하다.
은행의 통장 개설은 재류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원칙적으로 가능하나 까다로운 편이다. 한 학기 체제의 경우에는 통장을 만들어 주는 곳이 우체국 은행(ゆうちょう銀行)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우체국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했는데 은행의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을 검색하여 비슷한 이름을 가진 범죄자(?)가 있으면 당일 발행이 불가하고 추가적인 확인 작업이 들어간다고 하여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교토의 교통은 편리함과 거리가 멀다. 교토의 주 교통 수단으로는 버스, 지하철, 자전거가 있다. 시내 버스는 한 번 승차시 230엔 균일 요금제로 운영되나 배차 간격이 길고 관광객으로 인한 혼잡도가 엄청나다. 지하철은 노선이 다양하지 못하고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오사카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나, 학교에서 교토 시내로 이동할 시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긴 하다. 대중교통이 이렇다 보니 교토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바로 자전거이다. 길이 좁은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많다 보니 자전거 타기가 쉽지는 않지만, 본인이 교토 곳곳을 많이 돌아다닐 계획이라면 중고 자전거를 (약 일만엔, 십만원 전후로 기어가 없는 중고 자전거 구입이 가능함) 구입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통신은 미리 한국의 인터콜이라는 업체로부터 유심을 임대해 가서 사용했다. 데이터가 무제한이었으나 속도가 느린 점을 제외하고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3. 여가 생활
교토는 천혜의 관광 자원을 보유한 도시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절경을 이룬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청수사, 금각사, 은각사를 제외하고도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신사들이 셀 수 없이 많으므로 이곳저곳 탐색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카모가와 (교토를 흐르는 강)를 산책해도 참 좋다. 단 여름은 심각하게 더워서 낮에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혹시 대도시의 북적북적함이 그리워진다면 한 4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나가면 오사카에 도착하므로 도시 생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나라, 고베 등 간사이 지방의 매력적인 도시들도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다만 교통비가 조금 비쌀 뿐이다.
교토대학교 내에서 관심이 있는 서클이나 부활동이 있다면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 부활동의 경우 단기 교환학생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지만 서클은 보통 자유로우므로 한 학기 동안이라도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4. 기타 보고 사항
교토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 중 슈가쿠인과 요시다 신관을 제외하고는 요시다 캠퍼스 통학이 상당히 힘들다. 특히 교토시가 아닌 우지시에 위치한 오바쿠 기숙사에 배정된다면 통학이 편도 한 시간이 넘어가게 된다. 본인은 오바쿠에 배정되었으나 기숙사를 포기하고 스스로 셰어하우스를 구해서 살았다. 자취방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기간이 짧아서 추가적인 요금이 들며 가구가 구비되어 있지 않으므로 몸만 들어가서 짧게 살다가 나올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교토 대학교 주변에도 자전거 통학 범위 내 셰어하우스가 상당히 많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대부분이 외국인을 응대하고 있기 때문에 집 구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한 셰어하우스의 장점 중 하나는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오바쿠 기숙사에 배정받아 통학이 막막하거나 기숙사 추첨에 떨어졌다면 셰어하우스를 적극 고려해 보길 바란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일본은 워낙 가깝기도 하고 머나먼 타지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아서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실제로 한국과 생활 환경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편한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외국은 외국인지라 외롭고 힘든 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어나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백 퍼센트 전달 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 일본인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일본어 능력의 한계 등 여러 고민이 있었고 교환학생이 끝난 지금도 그것들을 완벽히 해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일본인 친구들이 몇 생겼으며 조금 엉망진창이더라도 일본어로 대학 레포트를 써서 제출해 본 것, 자전거를 타고 혼자 금각사와 료안지를 돌아보는 등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교토는 특색 있는 도시다. 서울, 도쿄 등의 대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시골같은 느낌이 강한 만큼 생활편리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으나 나지막한 건물과 도시를 둘러싼 산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풍경,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한 집 걸러 나오는 문화 유산들은 교토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교토와 같은 곳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다시 있을까 싶다.
*혹시 교토 교환학생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chrry01@naver.com으로 문의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