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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오O영_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_2017학년도 2학기 및 2018학년도 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7 December 2018

I. 파견대학

 1. 개요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NUS)는 싱가포르 남서쪽 켄트리지 부근에 위치한 국립 종합대학교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자 등록학생 수나 교육과정 면에서도 싱가포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학이다. 도쿄 대학교, 베이징 대학과 함께 아시아 3대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2011년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선정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아시아 3위, 세계 28위를 기록했다. 공학과 과학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1) 2017년 2학기

▣ Chinese 5

 싱가포르에 교환 학생으로 온 주된 동기 중 하나가 중국어 공부였기 때문에 중국어 과목을 수강하였다. 원래 레벨 테스트 결과로는 4단계 수업을 듣는 것이 추천 사항이었지만, 좀더 어려운 레벨에 도전하고 싶어서(중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해1단계부터 6단계까지 수업이 있는데, 이번 학기에는 6단계가 열리지 않아 5단계 수업이 가장 어려운 수업이었다) 교수님께 부탁하여 5단계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으나, 내가 가장 취약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말하기인데 말하기가 다소 강조되는 수업이라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다. 뉴스 비디오 촬영과 라디오 녹음을 하는 두 가지 개인 프로젝트가 있었고, 대만 선생님과 일대일로 화상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두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평소 수업 때는 많은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대신 중요한 문법 사항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뉴스 비디오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뉴스 듣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되어서 요새는 여가 시간에 중국어로 진행되는 라디오를 들으며 지내기도 한다.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문법들을 반복적으로 배우고 배운 문법에 해당하는 문장들을 만들어보는 등의 활동을 하다 보니 작문을 할 때도 그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 Computer-Aided Design and Manufacturing

 바이오시스템공학에서 기계 설계 및 제작 전반에 대해 배우지만, 실제로 기계를 제작하는데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배우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독학을 하거나 다른 과에서 개설되는 강의를 들으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마침 이번 학기에 이 수업이 개설되어 있어서 수강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수업이었다. 같이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도 나처럼 CAD(Computer Aided Design)나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실습 수업이라 생각하고 수강 신청을 했는데 수업이 매우 이론적이라 당황했다고 했다. 이 수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전반부에는 CAD, 후반부에는 CAM에 대한 내용을 각각 다른 교수님이 가르치셨다. 전반부에는 CAD 프로그램이 동작하는 이론적인 배경에 대해 다루었다. 점들이 주어졌을 때 그 점들을 연결하는 곡선을 추정하고, 그 곡선들을 모아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표면을 이루는 평면들을 추정하는 수학적 방법을 배웠다. 이렇게 추정한 식을 프로그램으로 저장하는 방법과 전형적인 모양의 표면을 제작할 때 그 표면을 이루는 수식을 만드는 보다 간단한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그리고 CAD가 활용되는 분야에 대해 조사하여 간단한 레포트를 제출하였다. 후반부에는 디지털 제조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CAM(Computer Automated Measurement)에 대해 간략히 다루고 3D 프린팅이나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장치 사용 시 툴패스를 결정하는 데 쓰이는 G-code 프로그래밍에 대해 자세히 배웠다. 또한 팀 프로젝트로  TEL(Technology-Enhanced Learning)을 이용하여 디지털 제조에 관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레포트를 작성하였다.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배우고자 했던 내용이 아니었고, 상당히 이론에 치우쳐져 있어서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흥미롭기는 했으나 미적분학 수준의 수학을 이용하여 CAD 동작 원리에 대한 간단한 수식을 유도하고 이용하며 적용할 줄 안다고 해서 실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G-code로 툴패스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해도 CAD 파일을 G-code로 자동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이미 존재하고, G-code가 한 학기의 절반을 투자할 정도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도 아닌데 왜 내가 이 수업을 듣고 있는지가 의문스러웠다.

 그렇지만 간만에 복잡한 숫자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공학 수업이었던 것 같다.

 

▣ Global Issues

 국제적인 이슈들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이 강좌를 신청하였다. 수강 후기 중 읽어야 할 자료가 많아서 힘들었다는 말이 많았는데 실제로 한 주에 읽어야 할 양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제목과는 달리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Global Studies라는 전공을 소개하는 개론 과목이다. 수업의 전반부에는 세계화가 무엇인지, 세계화가 실재하는 개념인지, 또 세계화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후반부에는 좀더 구체적인 이슈들(환경 문제, 기술, 이민, 불균형, 부정적인 흐름, 세계화에 대한 대처들 등)을 소개하고 이들을 세계화의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이 수업은 강의에 더하여 튜토리얼이라는 소규모 토론 수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튜토리얼 시간에는 강의 시간에 다루는 교재와는 세계화에 대해 약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책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 교재에서는 Global Studies라는 학문 분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4가지 부문(세계화, 시간과 공간, 초학문성, 비판적 사고)을 소개했다.

 이 수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상을 다룬다기 보다는 ‘세계화’라는 개념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는 수업이었다.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거의 없었던 나로서는 많은 양의 읽기 자료와 그 속에서 등장하는,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되는 사건이나 개념들을 모두 이해하며 듣기에는 꽤 버거운 수업이었다. 또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는 단순 이해력을 측정하는 객관식 문항뿐만 아니라 통합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서술형 문항들도 나왔고, 과제로 한 가지 대상을 정해 그것이 어떤 식으로 세계화의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하는 레포트도 작성해야 해서 쉽지 않은 수업이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수업이었고, 또 요구되는 것들이 많고 배경 지식이 없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내게 부족했던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이 수업을 듣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그전에는 세계적인 이슈들에 대해 잘 알 지도 못했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지도 잘 알지 못했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그런 여러 이슈들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 있고 또 어떤 틀로 분석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하고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음 학기에는 다른 여러 분야(경제, 역사,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는 등의 방식으로 교양을 쌓을 계획이다.

 

▣ Effective Reasoning

 대학에 입학한 후 항상 철학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으나 시간표가 잘 맞지 않는 데다가 철학은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였다. 이 수업은 어떤 식으로 사고해야 하는지에 관해 다루는, 철학과에서 개설되는 논리학에 가까운 수업이다. 다루는 내용 자체는 연역법과 귀납법이 어떤 것인지, 논리적 오류의 대표적인 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률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생각들, 좋은 정의의 조건 등 일반론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적용하여 어떠한 논증이 잘 된 논증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까다로웠다. 수업에서 강조한 내용 중 하나는 효과적인 사고, 즉 널리 쓰이는 용어로는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 수업에서 다루는 논리적 형식 상의 무결함뿐만 아니라 논증이 이루어지는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퀴즈나 시험에서 실제로 그 내용을 적용하여 논증을 판단하는 연습을 하면서 제대로 사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 내가 그동안 얼마나 생각 없이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여러 자료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었다. 이것은 내 전공의 특성과 꽤나 관련이 있다. 어떤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고, 어떤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고 적용하여 최적의 설계를 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보다 적용이다. 그러면서 어떠한 지식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잘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저 수용적으로 배우기만 했던 나의 학습 태도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 또한 수업에서 다양한 논증을 접하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내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 수업을 통해 어떤 특정한 지식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사고해야 할지에 대한 개략적인 틀을 소개받은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2018년 1학기

▣ Chinese for Business and Social Sciences

 이 수업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싱가포르 학생들 중 자신의 중국어 실력을 증진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된 수업이다. 싱가포리언들은 보통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영어를 구사하지만,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는 여러 중국 방언들을 구사하는 등 중국어를 이미 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인 나에게는 무척 도전적인 과목이었다. 또,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싱가포르의 사회 문제, 광고, 성공적인 사업가의 이야기, 중국어 강연 듣고 평가하기, 독후감 쓰기, 기사 요약하기, 중국어로 토론하기 등 쉽지 않은 주제들이어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어려울 것을 알고 수강을 했기 때문에 열심히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들었던 것 같다.

 시험은 처음 보는 기사 3개를 요약하고 주어진 글을 읽은 뒤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었는데, 기사를 요약하면서 첫 수업 과제로 기사 하나를 읽으며 이해가 안 된다고 좌절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에 비해서는 기사를 읽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느꼈다.

 사실 말하기를 더 늘리고 싶어서 이 수업을 신청했던 점도 있는데 중국어를 정말 잘하는 싱가포리언들 사이에서 말을 하려니 주눅 들어서 말하기 연습은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과제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강연을 한 강연자에 대해 발표하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중국어로 읽고 독후감을 말하기, 기사를 요약하여 라디오 녹화와 비디오 촬영, 광고를 만들어 시연하기, 사회 문제에 관련된 기사를 바탕으로 조별 발표하기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수업을 듣기 전보다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 수업은 원래 교환학생은 전산 상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없는데 교수님의 허락을 받으면 들을 수 있으니 좀 괴롭더라도 본인의 중국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Engineering Visualization & Modelling

 이 수업은 CAD 프로그램 중 하나인 Solidworks를 사용하는 법을 이론 설명과 실습을 통해 배워보는 수업이었다. 원래 지난 학기에 CAD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Computer Aided Design & Manufacturing이란 수업을 수강했는데 그 수업은 생각과는 달리CAD와 CAM의 작동원리에 대해 배우는 매우 이론적인 수업이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실제로 CAD를 실습해 볼 수 있는 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 시간에는 간단한 이론(도면 그릴 때의 규칙, 시점, 나사의 종류, 실제 산업에서의 이용 등)을 다루고, 튜토리얼 시간에 조교와 함께 컴퓨터실에서 Solidworks 실습을 하였다.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 설명이 그 주에 진행되는 실습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론 수업도 지루하지 않게 들었다. 실습 시간에는 한 주에 하나씩 도면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하지만 매주 실습할 내용이 미리 IVLE과 수업과 관련된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수업 전 조금이라도 그려보고 가면 실습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중간에 막히더라도 조교님에게 질문하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평가는 튜토리얼 시간에 총 두 번 조교의 도움 없이 주어진 도면만 보고 입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조합까지 하는 것과 마지막에 컴퓨터실에 모여 IVLE 퀴즈 형태로 진행되는 이론 시험 결과를 합산하여 이루어졌다. 이론 시험은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만 잘 정리해서 시간 내에 풀면 되는 오픈북 시험이었기에 어렵지 않았으나, 실습 시험은 상당히 어려웠다. 주어진 도면이 꽤나 복잡했고, 부품도 여러 개였으며, 완성된 형태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CAD를 많이 다루어 보고 여러 기계 장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수업에서 다룬 수준에 비해 많이 어려운 시험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완성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이 수업(ME2103)은 ME2102를 신청한 학생과 같이 진행하는데, 교환학생들은 ME2103은 신청할 수 있었으나 ME2102는 신청할 수 없었다. 두 과목의 차이는 ME2103은 3학점이고, Recess Week까지만 수업을 하고 끝나지만, ME2102는 학기말까지 수업을 하는 4학점 수업이라는 점이다. 교수님이 첫 수업 때 ME2103은 신청한 사람 수가 매우 적고(모두 교환학생이었다), 두 수업의 차이가 ME2102는 Recess Week 이후에 다른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기 때문에 ME2102로 전환하고 싶은 학생들은 전환해도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후반부에 진행하는 내용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지난 학기에 들은 수업과 주제가 겹치는 것 같았다) 전환을 하지 않았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4-5명 정도였던 것 같고, ME2102를 듣는 학생은 100명 가까이 됐었던 것 같다) 튜토리얼 등록이나 휴강 후 보강 시간에 대한 안내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좀 불편했다.

 종합해보면 여러 행정 상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들으려고 했던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나는 수업 내용에 꽤 만족했다. 그리고 지난 학기에 들었던 수업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어서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 Tropical Horticulture

 이 수업은 싱가포르의 열대 식물과 관련된 많은 분야를 아우르는 수업이다. 이 수업도 교환학생은 전산 상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없는데,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학과 허락을 받아서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식물, 특히 재배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도 했고,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 싱가포르에서만 들을 수 있는, 싱가포르에 대한 수업을 하나쯤은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즈음에 이 수업을 알게 되어 듣게 되었다. 지난 학기에 싱가포르를 돌아다니며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인공 식물원, 공원 등 각종 녹지, 건물과 어우러진 수직 농장 등을 보며 생활과 정원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하나의 정원 같은, 싱가포르의 모습과 도시 계획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런 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조경 디자인 원리, 싱가포르의 공원들, 싱가포르의 농업 정책, 식물을 키우는 법, 잔디 관리법, 새로운 재배법, 병충해 관리법 등에 대해 미리 주어진 수업 자료를 읽어오고 수업 시간은 교수님께서 그에 대한 질문을 받아 보충 설명을 해주시는 식으로 진행된다. 격주에 한 번 있는 튜토리얼 시간에는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실습(청경채 심기, 접붙이기, 흙 구분하기 등)을 하거나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조별 발표도 진행한다. 또 매 수업과 튜토리얼 시간마다 IVLE 퀴즈를 보는데, 이 퀴즈가 쉽지는 않았다.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뿐만 아니라 검색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도 있었다.

 이 수업에서는 총 세 번의 조별 과제도 진행한다. 첫번째는 실험을 하고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고(과학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을 연습시키기 위함), 두번째는 각 조마다 배정된 주제에 관해 인터뷰나 조사 등을 통해 주제 발표를 하는 것, 마지막은 원예 작업 후 남은 쓰레기를 이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다. 실험은 세 종류가 있어서 조별로 고를 수 있었는데, 우리 조는 미래에 식량 자원이 부족해졌을 때 단백질원으로 곤충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귀뚜라미를 청경채를 먹어서 키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주제였다. 다른 조와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어 실험한 뒤 결과를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실험 자체는 어려운 것이 없었지만 다들 통계 분석을 해 본 적이 없는데 R을 이용하여 분석을 한 뒤 결과를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제 발표는 우리 조의 주제가 골프장이었는데 다들 골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발표 준비에 난항을 겪었다. 조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조원들끼리 의견 충돌도 있었고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조원들도 있었으며, 이번 학기 목표 중 하나가 여행 다니기였던 내가 조별 과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번도 써 본 적 없는 프로그램들을 스스로 익혀서 분석을 하고 시안을 그리고 보고서를 쓰고, 조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노력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도전해본다’는 측면에서는 이 수업을 들은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Chinese Music, Language and Literature

 이 수업은 중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문화권(중국, 대만, 홍콩)과 국민의 다수가 중국어를 구사하는 문화권(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의 중국 대중 음악의 발전 과정과 중국 문학, 영화 등의 다른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다. 중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중국어 노래를 좋아해서 였을 정도로 중국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싱가포르에 가기 전에 수강신청을 할 때부터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에 여러 중국 노래도 들려주시고, 가사가 중국 고대시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하기도 하고, 영화 장면을 보며 그 당시 사회상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매번 수업에 갈 때마다 흥미롭게 들었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교수님께서 영어로 풀어서 설명해 주시기는 하지만 많은 자료들이 중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어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았다.

 평가는 수업 시간에 다룬 노래 중 하나를 골라 짧게 그 노래가 감명 깊었던 이유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이용해 작성해보는 것, 조별로 주걸륜의 노래 중 하나를 배정받아 분석한 뒤 발표하는 것, 개인별로 교수님이 선정한 말레이시아의 래퍼인 Namewee의 노래 중 하나를 골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튜토리얼 시간에 토론에 참여하는 것 총 네 가지를 합산하여 진행되었다. 이전에 Namewee의 음악을 접한 적이 있었고, 주걸륜은 원래부터 유명한 가수이고 그의 콘서트에도 가 본 적이 있어서 즐겁게 과제를 했던 것 같다. 다만 과제를 하면서 많은 자료가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좀 어려움을 겪기는 했다. 사실 노래를 분석적으로 듣고 보고서를 쓴다는 것이 생소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교수님께서는 노래에 담긴 사회 문제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더 해보는 것을 원하셨던 것 같은데 노래 자체의 의미와 나 자신과의 연결점을 통한 주어진 노래에 대한 이해 정도까지만 보고서에 담아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평가 기준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알려줬다면 그에 맞춰서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한 학기 동안 좋은 노래들과 함께 즐겁게 들은 수업이었다는 생각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나는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어 실력을 더 늘리고, 또 영어도 좀 더 배웠으면 좋겠다! 싶어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영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다 보니 여러 억양에 익숙해졌고,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논문이나 책을 영어로 읽다 보니 확실히 영어에 익숙해졌다.

 싱가포리언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 친구들과 언어교환을 하기도 했다.(중국어-한국어) 또 중국어 수업이 잘 개설되어 있어서 수업들을 들으며 중국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간단한 중국어를 알면 편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중국어로 말하는 데에 있어서 이전에 비해 익숙해진 것 같다.

 

 3. 학습 방법

 수업들이 대부분 스스로 학습하기를 요구하며, 주어진 자료를 읽어오고 그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토론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부를 할 때 수업 내용만 잘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서 의문점을 생각해보고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입국 시 필요한 물품으로는 멀티 어댑터, 멀티탭, 개인 화장품, 개인 의약품(한국 약국에서 외국에 나갈 건데 필요한 약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해 줌), 개인 서류 스캔본(영문 성적표 등), 노트북, 노트북 충전기, 핸드폰 충전기, 가디건 등 긴팔 옷(교실이나 쇼핑몰 같은 곳은 매우 추울 수 있음), 격식 있는 옷(발표할 때나 파티 참석 시 입을 원피스 등), 공유기(방에서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 꼭 필요함), 한국 기념품(엽서, 열쇠고리 등 외국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 금융 관련 물품(외국에서 결제 가능한 카드, 스마트폰 뱅킹, 보안카드, 공인인증서), 수영복, USB, 보조배터리, 선크림, 벌레퇴치용 제품 등이 있다. 그 외 필요한 물품들은 생활하면서 필요할 때 구입하면 된다. 학교 근처에 여러 쇼핑몰이 있고, 이케아도 버스 타고 3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생활 용품을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방에 이불, 매트리스 커버, 베개가 없기 때문에 가지고 오거나 도착 당일 이케아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지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학교 내의 학생 식당은 4싱달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학교 밖으로 나가면 한 끼에 20싱달 정도 든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보통 학교 내의 학생 식당이나, 밀플랜이 있다면 기숙사에서 한다. 내가 머물던 기숙사에는 아침과 저녁에 밀플랜이 있었는데 음식이 그다지 맛있지는 않기 때문에 밀플랜이 아깝다고 꾸역꾸역 먹지 말고 정신 건강을 위해 맛없어 보일 때는 밖에 나가서 사 먹는 것이 낫다. 밀플랜이 많이 남으면 아침에 음식을 2-3개 받아서 락앤락 통에 담아두고 점심으로 먹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학교 밖으로 나가면 음식 값이 훨씬 비싸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기숙사에 공용 주방이 있어서 요리를 잘 하는 경우에는 요리를 해서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의료 시설로는 학교 내에 UHC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나는 장학금 수령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계좌를 개설해야 해서 DBS에서 계좌를 열었었다. 학교 내 YIH에 DBS 지점이 있다. (나는 거기 있는지 모르고 클레멘티에 가서 계좌를 만들었었다ㅠㅠ) DBS는 ATM도 싱가포르 곳곳에 있고, DBS 카드로 이지링크도 가능하고 넷츠 결제도 되기 때문에 계좌를 열면 상당히 편하다. 하지만 6개월 이내에 계좌를 닫으면 돈을 내야한다고 하니 한 학기만 있는 사람들은 굳이 계좌를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DBS 카드는 싱가포르 밖으로 나가면 사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농협카드 수수료가 나쁘지 않아서 싱가포르 밖에서는 농협카드를 사용했다.

이지링크 카드를 구입하면 버스와 MRT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지링크 카드는 편의점에서 보통 판매한다. 내가 있던 기숙사는 유타운의 CAPT였는데, RC4쪽으로 나가서 길을 건너면 있는 정류장에서 196번을 타면 부오나 비스타에, 33번을 타면 이케아와 차이나 타운에 갈 수 있었다. 또 기숙사에서 나와 Yale-NUS College를 가로질러 나가서 길을 건너 있는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면 클레멘티에 갈 수 있다. 또 타운 그린(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면 있는 셔틀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수업을 가거나 켄트리지 역에 갈 수 있다.

공항에 내리자 마자 편의점에서 유심 카드를 구입하여 통신 문제를 해결했다. 유심 회사는 싱텔과 스타허브 두 종류가 있는데, 싱가포르 안에서 사용하기에는 싱텔이 더 연결 상태가 좋지만 싱가포르 밖으로 여행을 나갈 경우 스타허브 유심 사용 시에는 자동 로밍이 되기 때문에 편했다. 나는 스타허브를 사용했는데(사실 공항 편의점에 싱텔이 없어서 스타허브를 살 수 밖에 없었다) 해외 여행 시 무척 편리해서 좋았다. 스타허브 어플을 깔면 남은 금액을 확인하거나 충전을 쉽게 할 수 있다.

 

 3. 여가 생활

싱가포르에서 할 수 있는 여가 생활로는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하지만 나는 주로 방에서 잠을 잤다. 낮이나 밤이나 밖에 나가면 너무 더워서 방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자는 게 최고의 여가 생활이었던 것 같다.

싱가포르 내 여러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다만 주요 관광지가 학교에서 꽤 멀리 있기 때문에 한번 나가기가 쉽지 않다. 싱가포르에는 공원도 많고 녹지 조성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근처 공원에 가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추천한다. 물론 매우 덥기 때문에 3-4시 이후에 나가는 것이 좋다.

싱가포르에서는 주변국으로 여행 다니기가 편하다.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비행기표가 싸기도 하고 비행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나는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조호바루, 말라카, 페낭), 인도네시아(바탐, 발리, 브로모&이젠 화산, 라부안바조), 베트남(다낭, 호치민, 무이네), 태국(방콕, 아유타야, 치앙마이, 치앙라이, 골든 트라이앵글), 미얀마(양곤, 바간), 캄보디아(시엠립, 시아누크빌, 프놈펜), 홍콩, 마카오, 대만, 호주(멜버른, 시드니)로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그 나라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나 다른 사람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서 혼자 간 적도 많았는데, 그전까지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만 혼자 다니는 것이 안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비행기가 결항되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지고,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고, 개에 물릴 뻔하기도 하고, 택시 기사가 짐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장염에 걸리기도 하고, 예약한 버스가 안 오기도 하고, 타고 가던 택시가 고장 나서 고속도로에 멈춰 있기도 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첫번째 학기에는 여행을 딱 한번 가고 두번째 학기에 많이 다녔는데, 그래서 두번째 학기에는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계획을 잘 조정해서 다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4. 기타 보고 사항

  1) 싱글리시

 처음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은 싱글리시였다. 사실 1년을 보낸 지금도 완벽히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지내다 보면 어느정도 익숙해지는 것은 맞다.

 

2) 날씨

 싱가포르는 항상 여름이다. 날씨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더운 날씨 자체는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날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지내면서 가장 그리웠던 것은 날씨의 변화였다. 가을과 겨울이 너무 그리워서 부모님께 한국에서 단풍잎을 좀 보내 달라고 하기도 했다.

        

3) 기숙사

 NUS 내에서 교환학생들이 주로 파견되는 기숙사는 UTown Residence 혹은 PGPR(Prince George’s Park Residences)이다. 그 외에도 5개의 RC(Residential College)와 Halls of Residence들이 있다. UTown Residence는 현지 학생들은 대학원생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고, 교환학생의 수가 매우 많다. 유타운(UTown)에 있는 여러 시설(수영장, 학생 식당, 헬스장, 강의실, 독서실, 컴퓨터실 등)과 가깝고, 셔틀버스 정류장과도 가깝다. PGPR은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학교 밖으로 나가기가 편리하지만, 여러 교내 시설이 있는 유타운과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배정 후 유타운으로 기숙사를 옮기는 사람들도 많다. Halls of Residence에 배정된 한국인 교환학생은 내 주변에는 없었다.

 RC는 총 5개가 있는데, 현지 학생들은 보통 신입생 때 RC에 입주하여 2년 동안 지낸다고 한다. 2학년이 끝난 이후에도 RC에서 지낼 수는 있지만 지내려면 어떤 자격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들었다. 각 RC마다 RC 생활의 목표가 다르며, 각자의 목표에 따라 학생들이 들어야 하는 수업도 다르고 동아리같은 학생 자치 활동들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 Tembusu College는 학구적인 분위기이고, Cinnamon은 University Scholars Programme이라는 장학 프로그램에 선정된 학생들이 주로 머문다고 한다. 내가 살았던 College of Alice and Peter Tan(CAPT)은 학생들 간의 교류나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이고, Residential College 4(RC4)는 시스템적 사고를 강조하며, RVRC는 꼭 들어야 하는 수업 중 이력서 작성이 있는 등 취업 쪽과 관련 있는 커리큘럼을 가진 RC이다.

 RC에서 생활할 경우 밀 플랜을 반드시 신청해야 해서 주중 아침과 점심, 토요일에는 아침을, 그리고 일요일에는 저녁을 기숙사 1층에 있는 다이닝 홀에서 먹게 된다. 다이닝 홀은 보통 2개의 RC가 공유하는데, Tembusu와 Cinammon이 함께 쓰고, CAPT와 RC4가 같이 쓴다. RVRC는 유타운에 있는 다른 RC들과 달리 University Health Center(UHC) 근처에 있어서 혼자 다이닝 홀을 쓴다. 다이닝 홀은 식사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의 장(웰컴 디너, 할로원 디너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식사 시간이 아닐 때는 학생들의 공부 장소로도 활용된다.

 나는 TFI LEaRN이라는 장학 프로그램에 선정이 되어서 RC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보통 RC에는 교환학생이 그리 많지 않고 현지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엔 외롭기도 했는데, RC에서만 하는 여러 행사들에도 참여하고 다른 교환학생들이나 싱가포리언들과 교류하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다. 특히 CAPT가 RC들 중에서도 가장 활동적으로 노는 분위기라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나는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없어서…) 대신 CAPT에 있는 Reading Group 중 하나에 참여했다. 리딩 그룹은 각 그룹의 주제에 맞는 책이나 자료를 읽어 와서 함께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현지 학생들은 리딩 그룹 참여가 RC 졸업 요건과 관련되어 있어 참여하는 것 같았다. 내가 참여한 리딩 그룹의 주제는 Minorities & Languages였는데, 동남아시아의 언어 특성과 언어 정책 등에 대해 다루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언어와 정치, 언어와 개인의 정체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매주 리딩을 해서 리딩 그룹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어떨 때는 스트레스였고 가서 싱글리시를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았기에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던 나에게는 남는 것이 많았던 활동이었다. 리딩 그룹은 매 학기 조금씩 다른 주제로 열리고, 8회 정도 진행되며, 신청은 학기 초에 이메일로 오는 링크로 신청할 수 있다. CAPT에서 머무는 사람들은 리딩 그룹 참여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CAPT에는 정원 동아리, 연극 동아리, 사진 동아리, 각종 운동 동아리 등 정말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고, 각 동아리마다 체험 세션이 있어서 시간과 체력만 된다면 많은 활동들을 해 볼 수 있다. 동아리 외에도 매주 행사(학기 초에는 주 5일 행사가 있을 때도 있었다)가 있고, 교환학생들을 위한 버디 프로그램도 있어서 그것들만 참여해도 한 학기가 다 지나간다. 이런 여러 행사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저녁 시간표는 꼭 비워 두길 추천한다.

 

4) 그 외 활동

 나는 2학기 이상 체류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Host Program에 참여했는데, 우리 그룹의 호스트를 맡으신 가족이 너무 잘해주셔서 마치 싱가포르에 제 2의 집이 있는 기분이었다. 1년 동안 머무는 사람들은 꼭 신청하면 좋겠다. 학기 시작 전에 메일로 신청 링크가 온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싱가포리언들이 모여있는 KCS(Korean Culture Society)라는 그룹이 있는데 매주 목요일 저녁에 활동을 한다. 나는 수업과 시간이 겹쳐서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른 분들은 많이 가서 다른 한국인들도 만나고 싱가포리언 친구들도 많이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ILE(International Language Exchange)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학기 초에 신청을 하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동안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기획하여 진행할 수 있다. 한국 음식을 준비하고 수업 자료를 만드는 게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때 한국에서 들고 온 개량 한복을 입었는데 외국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런 행사에 갈 일을 대비하여 한복 하나 정도 준비해가는 것도 추천한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싱가포르에서 보낸 두 학기는 사실 꿈 같은 교환학생 생활은 아니었다. 웃었던 날들보다는 울었던 날들이 많았고 즐거운 순간보다는 힘들고 우울했던 일들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을 새로 만났지만 언제나 나는 그 속에서 철저히 혼자일 수 밖에 없음을 느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또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무언가를 포기했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는 걸,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교환학생 생활은, 한 마디로 ‘낯선 일상’이었다. 나에게 익숙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방인이었고, 또 혼자였다. 나는 내가 ‘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부분에서부터 다시 하나씩 내 정체성을 정의해가야 했다. 
 싱가폴에서, 기숙사에서 나는 분명 일상적으로 살고 있었으나 그 모든 순간들이 너무나 낯설었다. 무엇을 위해 이곳에서 표류하고 있는지 모호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전과 많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음.. 그냥 좀더 고독하고, 겁 없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싱가포르를 떠나면서 든 생각은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돌아갈 짐을 싸는 나에겐 딱히 후회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싱가포르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리울 때가 올 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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