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럿거스 대학교는 뉴저지 주의 주립대학으로 뉴 브른즈윅(New Brunswick) 캠퍼스, 뉴왁(Newark)캠퍼스, 캠든(Camden) 캠퍼스의 세 캠퍼스로 나뉘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파견 교환학생은 뉴 브른즈윅 캠퍼스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뉴 브른즈윅 캠퍼스만 해도 크게 네 개의 캠퍼스(Busch, College Avenue, Cook & Douglass, Livingston)로 구성되어 있고 on-campus에 거주하는 교환학생은 College Avenue에 있는 아파트에 배정받게 됩니다. 네 개의 캠퍼스는 보통 전공별로 나뉘어 있어서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해당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가을학기의 경우 우리 학교와 비슷하게 9월에 시작해 12월경에 끝나지만 봄학기의 경우 1월에 시작해 3월에 일주일 정도의 봄방학을 갖고 5월경에 학기가 끝납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럿거스에서 다음의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괄호는 학점 수)
1) Management Skills(3): 경영대 전공과목입니다. 그 학생들에게 전공 필수 과목이라 그런지 열의 없이 참여하는 학생들이 꽤 됩니다. 15주 동안 지속적으로 팀플을 하고 보고서 작성 및 발표를 하는 과목으로 한 사업체를 정해 문제를 파악하고 수업 내용에 맞추어 해결책을 찾아 컨설팅을 합니다. 수업이 강의다는 직접 실험 등을 체험해보는데 맞춰져 있어서 수업 자체를 흥미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한번은 교수님의 제안으로 학생들 앞에서 서울대학교를 소개하고 미국과 한국 수업의 차이점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 Finance for Entrepreneur & Small Business(3): 경영대 전공 과목으로 세부적으로는 Entrepreneurship이라는 전공에 속한 과목입니다. 소규모 기업의 재무라고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초 회계를 배우는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이번이 첫 대학 강의여서 강의의 틀이 완전히 마련되지 않아 그런 점도 있습니다.
3) English as Academic Discourse Fundamental(4): 다른 대학도 그런지 모르지만 럿거스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글쓰기 수업도 다양한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초급의 글쓰기 수업입니다. 사실 이 수업이 가장 기본 수업인지 알았다면 수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학기 말에 담당 교수님이 다음 단계가 아닌 다다음 단계로 월반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열심히 수강한 과목이고 덕분에 글쓰기 능력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수업 내용은 보통 두 가지 글을 선정해서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를 비교하는 글쓰기를 합니다. 약 5페이지 가량의 페이퍼를 총 4회 제출하고 그 외에 중간, 기말이 있습니다. 페이퍼는 최종 제출 전에 지속적으로 중간 첨삭을 받습니다. 저는 기한에 맞춰 쓰기보다는 최종 분량까지 다 쓰고 매 시간 새 글을 가져가서 남들이 첨삭 한 번 받을 때 세네 번 첨삭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교수님도 열심히 하는 학생을 위해 빠르고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해주십니다. 내용 자체는 쉬웠지만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 부족했던 저로서는 아주 도움이 많이 된 수업입니다.
4) Writing Center ? Tutoring(1.5) (Pass & Fail): 앞서 말했듯이 럿거스는 학생들의 글쓰기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글쓰기 센터가 캠퍼스 별로 있습니다. (뉴 브른즈윅 내의 4 개 캠퍼스를 의미합니다.) 글쓰기 Fundamental 수업을 들으면 필수로 튜터링을 받아야 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은 내가 미리 써 온 글을 럿거스 학생이 1:1로 봐주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눈 앞에서 아쉬운 요소들을 지적하긴 하지만 그만큼 직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알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5) Grammer Workshop(1.5) (Pass & Fail): 말 그대로 문법 수업입니다. 기초인 듯 아닌 듯 영문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부담없이 채울 수 있는 수업입니다.
6) Discussion/Presentation Skills: 발표와 토론 수업이지만 특히 간단한 발표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가끔 준비 없이 하는 즉흥적 발표도 있고 시장 선거 유세 등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습니다.
총평: 결론적으로 말해서 수업 자체는 아쉬운 부분이 컸습니다.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적어도 한두 개는(특히 자신의 전공은) 심화 강의를 듣는 것을 권장합니다. 럿거스 경영대의 경우 서울대와 선이수과목이 다른 데다가 제가 경영대가 아닌 국제협력본부를 통해서 갔기 때문에 자격이 안되거나 뒤늦게 인원이 다 차서 심화 강의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수강한 전공 과목이 기초과목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너무 쉬워서 열의를 갖고 시험 준비를 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기초 영어 수업도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듣기 때문에 굳이 교환학생을 와서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기초 영어 수업의 경우 수업을 듣는 학생의 80~90%가 중국인이고 그 외가 다른 나라의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수업 자체는 아쉬웠지만 다른 나라의 대학 수업 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수확이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 간에 격의 없이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외국어 습득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같이 간 한국인 친구들과 자주 만나며 시간을 보냈고 그럴 때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썼기 때문에 항상 영어 속에서 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의 매주 혼자 혹은 외국인 친구와 학교 영화관에 가서 자막 없이 영화를 감상했고(총 12회 방문),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 학기 동안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에 생활 영어는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영어가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워졌다고 자부합니다.
3. 학습 방법
특별한 학습 방법을 갖기엔 수업이 너무 쉬웠습니다. 시험 준비도 거의 하지 않거나 전날 밤에 잠시 했는데도 높은 성적이 나와서 내 본 학교가 문제인지 럿거스가 문제인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한 과목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글쓰기인데 약 한 달 후가 페이퍼 최종 제출인 숙제가 나오면 숙제를 낸 바로 다음날까지 다 써서 최종본을 가지고 계속 첨삭을 받았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입국 시 거의 유일하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이 되는 휴대전화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미리 알아본 후 공항의 유심 자판기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친구를 보니 한국에서 유심을 사서 가면 월별로 갱신할 때마다 절차가 번거로운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우버나 리프트를 불러서 저렴한 가격에 학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유심을 사서 가지 않아서 처음에 택시 타고 갔는데 팁을 포함해 90달러 정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암트랙을 이용해서도 갈 수 있지만 가격이 20달러 정도라서 짐도 많다면 우버/리프트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은 오지에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있는 짐을 다 싸서 가지 않아도 달러 결제가 되는 카드만 있으면 아마존을 통해 빠르고 쉽게 구매가 가능합니다. 공산품이 그렇게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옷 같은 것을 구매할 때도 아울렛이나 메이시스 같은 백화점을 이용하면 꽤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합니다. 일단 가서 해외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debit card를 발급 받는 것을 첫 번째로 하면 됩니다. (학기가 끝나고 서부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우리 학교로 치면 농협 같은 PNC은행 말고 서부에도 지점이 있는 BoA나 Chase에서 계좌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사서 먹느냐 만들어서 먹느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사서 먹을 경우 최소 기본 10달러는 줘야 하고 괜찮으면 20~30달러 정도입니다. 반면 요리해서 먹을 경우 재료가 굉장히 저렴합니다. 예를 들면 특히 닭고기가 저렴해서 닭다리 1파운드에 0.7달러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사먹는 것과 요리를 적절히 병행하면 됩니다. 학교 다이닝홀을 이용할 경우 밀 플랜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손해이므로 점심시간에 그때그때 다이닝홀에 가서 사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의료는 사실 아프지 않는 것이 최고입니다. 필수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하지만 이 의료보험으로 크게 혜택 받기는 어렵습니다. 무료 진료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무료인 만큼 서비스도 많이 별로라고 합니다.
은행은 우리학교의 농협 같은 곳이 PNC인데 학교에 ATM도 있고 이용하기 편하지만 서부에는 지점이 없기 때문에 서부 여행을 계획 중이면 근처 다른 은행에서 계좌 만들기를 추천합니다.
럿거스는 네 개의 캠퍼스 사이에 고속도로가 지나갈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따라서 캠퍼스를 다닐 때는 학교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캠퍼스 간 이동을 합니다. 종류가 워낙 많아서 처음에 헷갈리지만 적응되면 럿거스 어플로 도착시간도 알 수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AT&T에서 유심을 구매해서 이용했습니다. AT&T의 단점이 인적 드문 시골 고속도로즈음 가면 신호가 잘 안 잡힙니다. 이처럼 다른 통신사에 비해 연결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혹시 근처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면 빛을 발합니다. 통신사간 계약으로 추가요금 없이 미국 요금제로 데이터 및 통화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멕시코 등 아메리카 대륙의 나라. 남아메리카는 불확실).
3. 여가 생활
저는 이번 교환학생을 하면서 초점을 여행으로 잡았고 수업 결석 가능 횟수를 열심히 계산하며 거의 매주 미국의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대중교통은 주로 메가버스나 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필라델피아, 보스턴, 워싱턴,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동부의 지역을 여행했고, 미국에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미국인 노부부의 초대로 랭커스터라는 시골 지역도 여행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퀘벡으로 로드트립도 다녀왔습니다. 흑인, 백인, 황인, 남미계 모두 있는 다채로운 구성이었습니다. 봄방학에는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와 올랜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학기가 끝나고는 캐나다와 미국 서부를 여행했습니다. 이렇게 여행을 많이 가서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만큼 뉴욕을 소홀히 갔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버스로 한 시간이면 맨하탄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우선순위를 타 지역에 두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야 여전히 뉴욕에서 못 가본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라이언킹도 관람하지 못했고 유명한 마천루에 올라가지도, 소호에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즈바도 가고 로터리가 당첨되어 뮤지컬도 저렴하게 보는 등 즐거운 추억도 많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외국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을 경우 OT 참여와 동아리 가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초반에 우리 학교로 치면 국제협력본부 같은 곳에서 교환학생을 위한 OT와 행사 등을 진행하는데 이 때 부끄러워하지 말고 용기 내서 말 걸고 대화를 하면 지속적으로 연락할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넘기면 실질적으로 다시 이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습니다. 또한 동아리를 가입해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데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여행에 초점을 맞춰서 동아리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해 아쉽지만 계속 했다면 더 많은 친한 친구를 사귀었을 것입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생활은 다른 다녀온 사람들의 말처럼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은 아닙니다. 처음 서류를 준비할 때부터 많은 귀찮은 요구 서류를 처리해야 하고, 가서도 전혀 다른 문화와 질서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 문제를 겪고 그 낯선 기분으로 인해 외롭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환학생 기간이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중한 시간 덕분에 직접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볼 수 있었고 흔히 말하는 글로벌한 삶이 나에게 얼마나 맞는지 혹은 얼마나 별 다를 게 없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약 반 년 간의 새로운 경험이 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삶의 방향을 조금은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