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저는 2017학년도 2학기에 영국 런던에 있는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에서 한 학기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 대학을 선택했던 이유는 제가 영국, 특히 런던에서 교환학기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영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영국식 발음 등을 직접 접해보고 싶은 생각에 런던에 있는 대학에 지원했습니다. 또한 제가 교환학기를 다닌 Queen Mary University 대학교는 세계적으로도 법학으로 유명한 학교인데, 향후 법학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고려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법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흥미를 가지고 있던 와중에 Queen Mary University는 좋은 선택이 되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우선 제 전공 과목과 관련된 수업들을 선택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법 과목 등을 수강신청 하였습니다.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이 진행되는 서울대학교와는 달리 전공, 우선순위, 지망 순위 등을 고려하여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지망하는 목록을 제출하면 학교에서 배정해주어 과목을 수강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8지망까지 제출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우선 순위로 듣고 싶었던 과목을 못 듣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전공과목 중 2과목과 법학 과목 하나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태의 기숙사 중에 자신이 희망하는 기숙사 유형을 3지망까지 적어서 제출하면 학교에서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배정해줍니다. 저 같은 경우는 3순위로 적은 기숙사가 배정되었는데, 8~11명의 학생들이 한 층에서 부엌을 공유하고 침실과 화장실은 개인실에 있는 형태의 기숙사였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서울대학교: 백문경. OIA. moonk@snu.ac.kr
QMUL: study-abroad@qmul.ac.uk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수강했던 과목은 Electronic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 학과에 개설된 과목 중 2개와 Law 학과에 개설된 과목 1개, 총 3과목 이었습니다. 과목 명은 각각 Design for Human Interaction, Interactive Media Design and Production, 그리고 Law in Asia였습니다. 제 전공과 관련된 과목과 법학 과목을 수강하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제한적이었고, 따라서 학부 수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Level 6를 주로 수강하였습니다.
먼저 Design for Human Interaction은 사람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차량 운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포착하고 이를 민속지학 방법을 통해 분석하는 레포트를 작성하였고, 주어진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를 분석하고 해석해보는 연습도 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VR 시스템과 관련하여 현황, 장점, 단점, 개선안 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위터에서의 다양한 사례와 트위터 이용 사례를 분석하여 트위터가 정말로 ‘소셜미디어’로서 기능하는지 분석하였습니다. 이 과목을 통해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정의와 구조 분석부터 시작하여 현재 미디어 현황에서 이와 같은 이론들을 어떻게 확장시켜볼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두 번째 과목인 Interactive Media Design and Production에서는 실질적으로 코딩을 활용하여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수업을 두 부분으로 나눠서 전반부에는 커뮤니케이션과 다양한 미디어의 기능 등의 이론적인 부분을 배웠습니다. 멀티미디어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고 이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배웠습니다. 강의 후반부와 실습시간에는 코딩의 개괄적인 내용과 실제 활용을 연습해보면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실력을 쌓았습니다. 가장 주요한 과제로는 팀활동을 통해 자신이 주제를 정하여 직접 자바스크립트나 플래시 등을 활용하여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발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Law in Asia는 동양과 법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오리엔탈리즘부터 시작하여 식민주의, 제국주의 등의 과정을 짚어가며 이 각각의 사건들 속에서 서양의 법이 어떻게 동양에 전파되었고 동양은 이를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흡수하였는지를 배웠습니다.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해 생각을 넓힐 수 있었고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을 바라봤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동양의 법체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서양과 동양의 법체계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가장 많이 향상한 부분은 일상 회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학문적인 읽기, 듣기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본토에 가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외국인과 소통하면서 얻을 수 있던 것은 학문적인 부분이라기 보단 실생활에서의 회화였습니다. 단순히 학문적인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던 영어 능력을 실제 생활에서까지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면서 한국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심도 있는 글쓰기를 수행해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 수준의 레포트를 작성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이를 통해 학문적 영어 글쓰기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사용하여 일차원적인 수준이 아니라 심층적인 논의를 다루는 것이 처음에는 버거웠지만 점차 발전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 학습 방법
QMUL에서의 학습 방법은 서울대학교에서의 방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QMUL에서는 기본적으로 ‘리딩’을 가장 많이 강조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더 개방적인 수업 환경이다 보니 미리 주어진 읽기 자료를 토대로 학생과 교수 간 질의 응답도 많았고 적극적인 수업 참여가 필요했습니다. 다량의 읽을 자료를 소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수강하는 과목 수와 시간이 적다보니 강의 시간 외 여유시간이 있었고 이 시간을 활용해 리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QMUL에서 느낀 점은 강의 시간 안에서의 지식 전달과 배우는 방법 보다는 스스로 읽기 자료를 통해 많이 생각해보고 깨우치는 것을 훨씬 중요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출석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자기주도학습을 강의보다 더 강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시험도 객관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전부 레포트를 작성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단순 암기식이라기 보다는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를 확장하여 스스로의 논점을 만드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따라서 읽기 자료를 충분히 읽고 의문이 드는 점은 스스로 다른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였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약 6개월 동안 아예 새로운 곳에 가서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짐을 챙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에 많은 양의 짐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치약, 로션, 샴푸 등의 생필품은 단기로 필요한 양만 소량 챙기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사는 것이 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자신이 교환학생을 가는 시기의 계절을 고려하여 옷을 넉넉히 챙겨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제 경우 겨울에 한국보다 기온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두꺼운 겉옷(패딩)을 챙겨가지 않았는데, 영국 바람이 한국 못지 않게 매서워서 매우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날씨와 관련된 옷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챙겨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의 경우 거의 모든 면에서 물가가 비쌉니다. 한국 물가의 1.5~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체감했습니다. 때문에 기숙사에서 요리를 직접 해먹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친구들과 센트럴 런던에 가서 식사를 하거나 학교 근처 레스토랑에서 먹거나 학교 식당에서 주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식당 자체도 꽤 비싼 편이어서 그냥 외부에서 식사를 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의료나 은행의 경우 사용할 일이 없었고 교통은 주로 버스나 튜브(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런던에서는 Oyster Card를 발급하여 사용하는데 한 번 발급받으면 충전하여 계속 한 카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후불식 교통카드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이스터 카드의 종류에는 단순한 충전식도 있고 Travel Card라고 해서 일정 기간 동안 정액제로 내는 방법도 있는데, 자신이 런던을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라면 금액을 계산해서 더 저렴한 쪽으로 구입하는 것이 낫습니다. 또한 Young Person Card라고 16-25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를 인터넷으로 발급받아서 오이스터 카드와 연동시키면 일정 비율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1년으로 장기 교환학생 가시는 분이라면 Student Card를 발급받아 연동하는 것이 더 큰 할인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3. 여가 생활
런던은 여가 생활하기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센트럴 런던에 가면 오페라, 뮤지컬 등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고 매일 아침 선착순 표를 구하면 평소보다 훨씬 싼 가격에 티켓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런던에는 기차역이 매우 많은데 이를 이용해서 근교로 여행을 잠시 떠나거나 근처의 다른 나라에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시간표를 짤 때 공강을 잘 활용하면 여행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집니다. 한국보다 대학 강의 시간이 적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 내에서 여러 이벤트도 많이 개최하고 파티 등도 주최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면 다양한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며 영어 실력 향상의 측면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좁은 시각을 극복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며 성숙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로 생활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지만, 자아 성찰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생김새, 언어, 문화가 전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섞여 생활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차차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전에는 경험해 본 것이 제한적이라서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른 나라에서 다른 문화들을 접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크고 다양한지 직접적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진정한 나에 대해 고민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었고 앞으로 제가 뭘 할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며 진정한 내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영어 실력을 향상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 교환학생 경험이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