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East Anglia)는 1963년에 문을 연 젊은 학교로,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2차 2시간 거리인 노리치(Norwich)에 위치해있습니다. ‘전통을 답습하는 대신 혁신을 추구한다’는 모토가 정말임을 느낄 수 있는 학교입니다. 영국 내 대학 순위에서는 13위, 학생만족도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업과 행정, 시설, 커뮤니티 등 모든 면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학교 크기는 서울대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안에 ‘브로드’(the Broad)라는 인공호수와 경치 좋은 잔디밭이 있고, 체육관, 펍, 서점, 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내 세인즈버리 미술관(Sainsbury Centre for Visual Arts)은 베이컨, 쟈코메티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기획전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특히 UEA는 영국에서 문예창작과가 처음 개설된 학교여서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합니다. UEA 문창과는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이안 맥이원(Ian McEwan) 등을 배출했으며 많은 현역 작가들이 노리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좋아하실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리치는 한적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중세 거리, 성당, 북적한 시장 등이 어우러져 있는 매력적인 소도시입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교환학생은 의무적으로 수업 3개를 수강해야 합니다. 교환 절차가 진행되면 UEA에서 이메일을 보내주고, 답장을 통해 듣고 싶은 수업 1-6순위를 적어 보내시면 됩니다. 그러면 학교측에서 신청을 해준 뒤 결과를 알려줍니다. 결과를 정정하고 싶으시면 학교에 간 뒤 직접 Study Abroad Office를 찾아서 문의하면 됩니다. 한국과 같은 수강신청 사이트가 없지만 Office 직원분들이 일처리를 친절하게 잘 해주십니다. 전 꼭 듣고 싶던 수업을 넣지 못했었는데, 방문 후 확인하니 공석이 생겨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수업 목록과 강의 설명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기숙사 신청은 UEA가 보내주는 이메일의 링크를 통해 accommodation 웹사이트에 들어가 진행하시면 됩니다. 절차가 복잡하지만 안내를 따르시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UEA 기숙사는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1인실입니다. 방 10개 당 주방 하나가 붙어있고 그 주방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플랫메이트(flatmate)라고 부릅니다. 기숙사 시설은 모두 좋습니다. 난방이 잘 돼서 겨울에도 한 번도 추위를 느낀 적이 없고 샤워 시설, 주방도 쾌적합니다. 다만 방음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전 사전 조사에서 조용한 환경을 선호한다고 말해 신입생이 적은 mature flat을 배정받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옆 라인이 매일 파티를 해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도 파티 소음 문제가 늘상 거론되니 이어플러그를 챙겨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Study Abroad Office
전화: +44 (0) 7789 875146
Alexandra Gibson (Study Abroad Coordinator)
전화: +44 (0) 1603 592797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세 과목 모두 Department of Literature, Drama and Creative Writing(LDC)에서 수강했습니다.
A. Creative Writing: Introduction (문예창작 개론. 교수님: Jacob Huntley)
프로 소설가 또는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신 교수님 3명이 각각 한 반을 담당해 진행되는 수업입니다. 매 시간 간단한 이론적 설명 뒤에 글쓰기 활동을 하고 발표와 토론을 하며 진행됩니다. 중간 과제로는 내적 독백(interior monologue), 기말 과제로는 최대 2000단어 길이의 단편 또는 시 포트폴리오를 제출합니다. 과제 부담은 크지 않으며 수업도 편한 분위기로 이루어집니다. 개론 수업이어서 깊이 있게 들어가진 않지만 현역 작가이신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B. The Art of Murder (추리소설의 이해. 교수님: Nathan Ashman)
제 대학 생활을 통틀어 가장 좋은 수업 중 하나였습니다. 강의 이름은 하드보일드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에세이 “The Simple Art of Murder”를 따온 것입니다. 추리소설(수업에선 “crime fiction”이라는 용어를 씁니다)의 역사를 개괄하는 수업입니다. 최초의 추리소설부터 빅토리아 시대 추리소설, 황금기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느와르, 도메스틱 스릴러, 포스트모던 추리소설까지 추리소설의 모든 면을 조망하는데, 장르적 재미에 대한 음미는 물론 문학적 분석과 문화적인 이해까지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이 추리소설 연구 권위자이신데 굉장히 열정적이시고 학생들을 잘 챙겨주십니다. 매주 소설을 한 권씩 읽기 때문에 로드는 많은 편입니다. 문학, 추리소설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C. From Pushkin to Chekhov: Nineteenth-Century Russian Fiction (19세기 러시아 문학. 교수님: Helen Smith)
19세기 러시아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매주 하나씩 다룹니다. 그런 만큼 작품에 대한 논의가 피상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지나가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수업이었습니다. 기말페이퍼만으로 학점이 부여되어 수업 부담은 적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생각하고 간 것보다 회화 실력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환경적으로 매일 영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한국에 있을 때보다 회화가 느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실생활에서 쓰이는 실용적인 표현을 많이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전 그동안 미국식 영어만 접했어서 영국식 표현을 알게된 것도 좋았습니다.
3. 학습 방법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정규 학기를 다닐 때보다 수업 수가 적어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학습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이 리딩 위크(Reading Week)를 제공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 프린터, 스터디 좌석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자주 이용했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우선 short-term study visa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챙겨가셔야 합니다. 왕복 비행기표, 도착한 당일 머무를 숙소 정보, 교환학생 증명서(UEA에서 보내준 Certificate), 한국 통장 잔고 증명서, 보험 서류 사본 등이 필요합니다. 위 비자가 있으면 영국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도착하신 공항에서 발급해줍니다. 전 노리치 공항으로 가서 심사가 간단했습니다. 런던 히스로 공항은 심사가 더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침구, 수건 등은 한국에서 미리 주문해 기숙사 방으로 배달되도록 하실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식기과 주방 용품은 학생회관에서 첫 2주 정도간 열리는 pots and pans sale에서 구매하실 수 있어 가져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오실 때도 British Heart Foundation 기부함에 기부 형식으로 반납할 수 있습니다.
노리치는 11월 중순까지도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로 따듯하며 한겨울에도 영하 5도 정도로밖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꺼운 옷은 많이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전 겨울 옷은 최대한 적게 챙겨갔습니다. 시내 쇼핑센터가 잘 돼있어서 웬만한 옷은 괜찮은 가격에 사입을 수 있습니다. 노리치는 영국에서 비가 가장 적게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오면 하루종일 오는 경우가 많고 다른 지역을 여행하실 경우 비가 많이 오므로 접이식 우산을 가져오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우산을 잘 안 팔아서 의외로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 영국에서 한국 인기가 높아 학생회관 마트에 김치, 라면, 우동, 각종 반찬, 만두, 유자차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팝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학관 마트나 시내 동양식품점에서 햇반은 팔고 있지 않습니다. 햇반은 런던 한인마트에서만 팔아서 일정량 챙겨가셔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유심카드 제거 핀, 이어플러그, 동전지갑이 있으면 유용합니다(한국보다 동전 쓸 일이 훨씬 많습니다). 학교 체육관은 시설이 매우 좋지만 한국 헬스장과 달리 옷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용을 원하시면 운동복을 챙겨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교환학생은 한 학기에 8만원 정도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많이 비쌉니다. 한국 생활비의 두 배가 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식, 교통, 영화, 교내 빨래방 등 대부분이 비쌉니다. 하지만 옷, 책 등은 저렴한 편입니다. 특히 식재료가 싸서 직접 요리를 해드시면 생활비를 절약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내 마트나 식당, 카페 등은 가격이 저렵합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학교 정문에 의료센터가 있지만 한 학기 파견되는 학생은 등록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보험을 들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생회관에 Barclay 은행이 있지만 이 역시 한 학기만 있는 학생은 계좌 계설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은행 옆 ATM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준비해가는 수수료 면제 체크카드를 주로 쓰며 생활했습니다. 버스 탈 때 등 한국보다 현금을 쓸 일이 많아 평소에 현금을 얼마가량 갖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전 점심은 가끔 간단히 해먹고 저녁은 INTO라는 건물 카페테리아에서 주로 먹었습니다. 아시아 학생들 유학을 돕는 건물인데 이곳 카페테리아에서는 오리엔탈식 음식을 제공해서 저녁으로 먹기 괜찮습니다. 메인 카페테리아는 Campus Kitchen이라고도 불리는 Zest입니다. 샐러드, 샌드위치, 버리또,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을 팔고 주말에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팝니다. Zest 위층에서는 샌드위치와 치킨텐더, 과일, 음료 등 다른 메뉴를 팝니다. 자주 먹으면 질릴 수 있지만 음식맛은 좋은 편이며 비교적 균형 잡힌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 카페가 좋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Ziggy’s인데 빵과 디저트가 맛있습니다. 이밖에도 Union Cafe, Sainsbury Cafe 등 학교 곳곳에 카페가 있습니다.
핸드폰은 유심침을 구매한 뒤 사용하시면 됩니다. giff-gaff, three 등의 통신사가 있는데 유심칩은 시내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구매해야 합니다. 데이터, 통화 등은 한 달마다 top up과 add on이라는 절차를 걸쳐 사용하시면 됩니다. top up은 자기 계정에 돈을 충전하는 것이고, add on은 요금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top up만 한 뒤 데이터와 통화를 쓰면 값이 비싸게 나가기 때문에 무조건 top up한 돈으로 요금제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top up은 TESCO 등의 편의점에 돈을 낸 뒤 하실 수 있고, add on은 그 뒤 통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하시면 됩니다. 한국에 비해 요금제가 많이 저렵합니다. 그리고 Three 유심침은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교 안 와이파이는 한국에 비해 속도가 느릴 뿐 거의 대부분의 장소에서 잘 터집니다. 노리치 시내의 public wi-fi도 잘 되는 편입니다.
25, 26번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실 수 있습니다. 탈 때마다 기사에게 현금을 지불하고 왕복 또는 편도로 표를 끊으시면 됩니다. 6개월, 1년 패스 등이 있는데 현지 학생들도 시내에 빠짐없이 매일 나가지 않는 이상 패스를 사는 것이 더 손해라고 말합니다.
노리치 시내에 GreaterAnglia 기차역이 있어 영국 내 여행을 다니기 편합니다. 표는 인터넷에서 예매하실 수 있는데, 약간의 비용을 내고 youth railcard를 끊으시면 기차를 3-4번만 타도 본전을 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시스템이나 기차 내부 서비스는 질이 좋지 않습니다. 좌석을 예매해도 열차별로 티켓에 찍힌 좌석과 관계없이 아무데나 앉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노리치에서는 길가에서 바로 택시를 잡아 탈 수 없고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용 직전에 전화를 해도 10분 내로 도착합니다. ABC Taxi, Canary Taxi가 가장 큰 회사입니다.
3. 여가 생활
노리치 시내는 크기는 크지 않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선 거의 대부분의 카페와 식당, 펍은 유서도 깊고 맛과 분위기도 아주 좋습니다. 영국 음식은 맛이 없기로 유명하지만 노리치는 맛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전 저희 과 오리엔테이션 때 지역 출판사가 만든 Norwich 여행 책자를 받았는데 퀄리티가 아주 좋습니다. 이 책자에 나온 곳은 다 가봐도 될 정도로 안내가 잘 돼있습니다. 책자는 학교나 동네 서점에서도 판매합니다.
카페, 식당으론 Stranger’s Coffee, Cafe Gelato, Bar Tapas, The Bicycle Shop, Grosvenor Fish Bar 등을 추천합니다.
또, Unthank Road에 있는 Cantonese Kitchen과 Colman Road에 있는 East Authentic Chinese Takeaway에서는 배달을 해주는데 맛이 좋습니다.
Norwich Cathedral, Norwich Castle 등의 유적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투어를 듣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시내에는 작은 강도 있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마켓도 있습니다. Jarrold’s는 3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백화점입니다.
노리치 근처인 노포크(Norfolk)로 가시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전 런던에 당일치기로 들러 연극과 뮤지컬을 자주 관람했습니다.
사교가 걱정되실 수 있지만 플랫메이트끼리는 말 그대로 ‘식구’가 돼서 저절로 친해지게 됩니다. 한 플랫에 다양한 나이와 국적의 학생들이 배정되고, 낯을 가리는 학생이 있더라도 먼저 다가가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여서 부담 없이 친해질 수 있습니다. 같이 저녁을 해먹기도 하고, 할로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등을 하며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습니다. 학생회관에서는 거의 매주 다양한 공연과 파티가 열리고, 학교 학생들이 주관하는 연극이나 음악 공연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시내 ODEON 극장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체육관에서는 헬스 외에도 농구, 수영, 라켓볼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학교가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특히 교환학생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챙겨줍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어디는 주저 말고 질문하면 금방 도움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지하 1층을 “01”, 지상 1층을 “0”, 지상 2층을 “1”이라고 부르고, 식당에 들어가면 직원이 올 때까지 손을 흔들어 부르면 실례인 등 세세한 부분에서 문화 차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활하면서 자연히 익혀져 재미있는 경험의 일부였습니다.
뉴욕이나 런던처럼 북적한 대도시 생활을 즐기신다면 노리치가 안 맞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유와 문화의 향기가 베어있는 소도시를 원하신다면 노리치는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에게는 교환학생 생활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수강한 수업들 모두 제 진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돌아오고서도 계속 연락할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스스로 여러 일을 헤쳐나가며 한국에서 혼자 자취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4개월이 객관적으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의 4개월보다 길게 느껴져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의 생활은 두고두고 도움과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