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Sciences Po Paris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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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치 대학이라고 알려진 Sciences Po Paris는 학부는 물론 제가 다녀온 Professional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PSIA)와 같은 전문 대학원까지 있습니다. Sciences Po 학부는 파리뿐만 아니라 Lille, Le Havre 등 지방 캠퍼스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굉장히 좋은 학교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프랑스어권에서는 인지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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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프랑스어 수업이 모두 제공되기 때문에, 원한다면 모든 수업을 영어로만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 처리 등의 과정에서 프랑스어 사용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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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도 석사 과정 중에 있어, 교환학생도 PSIA 석사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다른 과는 모르겠지만, PSIA는 확실히 연구 중심의 교육 기관이라기 보다 취업 준비에 훨씬 더 큰 초점을 둔 학교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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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스포 PSIA 과정 학생들의 진솔한 후기는 다음의 블로그 등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kenrose05.blog.me/221402925877; https://jrrrrrij.blog.me/221459661831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1) 수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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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출국 전 학교 측에서 메일로 수강신청 일시와 방법 안내가 오는데, 본교 학생들의 수강신청 이후에 교환학생들의 수강신청이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듣고 싶은 수업을 듣기 꽤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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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후 1주일간 주어지는 정정 기간을 활용하셔서 수업을 변경하실 수 있지만, 이는 Academic coordinator를 꼭 통해야 합니다. 이메일을 보내셔서 문의를 할 수도 있지만, 학기 초에 워낙 많은 학생들의 문의가 몰리기 때문에 직접 방문하시는 것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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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s Po Paris는 별도의 드랍이 불가능하니 첫 수강신청 때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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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7-8개의 수업을 듣고, 교환학생들은 최소 4-5개의 수업을 듣습니다.
(2)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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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e Universitaire라고 불리는 대학(원)생 기숙사 단지가 있는데, 이는 주로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국가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당 기숙사에는 자국 출신의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뽑지만, 해당 국적 이외의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쿼터가 따로 있습니다. 국가관 마다 시설 (및 비용)이 다릅니다. 통합 홈페이지를 통하는 것보다 개별 국가관에 직접 문의하시는 것이 방을 배정받기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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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한국관이 개관하였으나, 제가 지냈던 학기에는 인터넷 설치 미비, 온수가 2주 가까이 나오지 않는 등 크고 작은 시설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큰 장점이 없지만, 프랑스어로 집을 구하기 어려우신 분에게는 괜찮은 옵션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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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e에서 지내실 경우 소정의 이용료를 내시면 스포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시고, 다양한 학생들과의 교류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파리 시내로부터 꽤나 떨어져 있고 더럽기로 유명한 RER B 지하철을 타야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Josephine Flossaut
Exchange Program Coordinator
josephine.flossaut@sciencespo.fr
+33 1 45 49 86 83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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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istical Reasoning - 통계적 사고
STATA를 직접 사용하여 짧은 연구 보고서를 쓰는 것이 목적인 강의 입니다. 통계 이론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으며, 주로 박사 과정생들이 가르치기 때문에 강사에 따라 강의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강의입니다. 통계 패키지를 연습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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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Theory in International Arena - 국제 무대에서의 게임 이론
주로 경제학에서만 다루는 게임 이론을 국제 정치 영역의 맥락에서 적용하여 다루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한 배경 지식 없는 학생들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기본적인 게임 이론 모형들을 배우고, 이를 적용하여 최근 국제정치 이슈를 조원들과 분석하고 발표 및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기말 고사 역시 큰 부담 없이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적용한 문제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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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e and Politics - Backlash Against Globalization - 정치와 무역 - 세계화의 반발
국제 통상의 국내 정치 및 국제 정치적 이슈들을 다룹니다. 한 학기 동안 과제 한 번과 시험 한 번이 있으며, 교수님이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강의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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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se and Security Economics - 국방과 안보의 경제학
교수님이 프랑스 국방부의 현직자로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악센트가 강한 영어로 인해 수업을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고, 팀플 두 번으로 성적이 결정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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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Trade ? 국제무역
국제경제 분야의 고전적 이론에서부터 최근에 나온 이론적 논의까지 다루며, 교수님이 학생들의 참여를 적절히 유도하십니다. 과제는 따로 없고 시험 두 번이 있으며, 시험 준비 차원에서 TA 세션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국제경제학에 대한 흥미 및 이해를 키울 수 있는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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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랑스어로 수업을 듣기가 부담스러워서 모두 영어 수업을 들었으나, 나중에 후회하였습니다. 언어 수업이라도 좋으니 프랑스에 있는 동안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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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정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스포츠 및 예술 수업을 들을 수도 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꽤나 좋았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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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만 수업을 들을 경우 프랑스어는 거의 늘지 않습니다.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 것을 필수로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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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수업을 들을 경우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회화는 물론 학문적인 글쓰기 연습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3. 학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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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수업은 토론 위주이며, 대형강의 (magistral, lecture)에서도 교수님들에 따라 종종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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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수업 시간에 참여를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정답을 알고 말하는 것보다, 논리적 근거를 갖춰 그럴듯한 대답을 제공하는 자세가 높이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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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교에서는 글을 쓸 때, 사안의 중요성, 연구 질문 등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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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생활용품 및 의류만 가져가도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용품류는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싸기 때문에 공책, 펜 등은 한국에서 사서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다이소에 파는 전자레인지용 냄비, 젓가락, 텀블러, 휴대용 독서대 등을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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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의 경우 소위 말하는 프랑스의 약국 화장품이 한국에서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정착 단계부터 바로 쇼핑을 다니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용 중인 제품이 있다면 이를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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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및 생활용품 등은 Franprix, Monoprix 등의 마트에서 구할 수 있고,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면 Carrefour, Auchan 등 대형마트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마트 중 LIDL이라는 브랜드가 가장 저렴하지만 할인 마트 개념이라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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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식재료 등은 오페라/샹젤리제/15구 등에 위치한 한인마트에서 조달이 가능합니다. (햇반 하나가 2유로 정도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한국에 비해서 비싸기 때문에 저는 김, 고추장, 라면, 등은 조금 가져갔습니다. 일본 마트, 중국 마트에서도 쌀, 양념 재료, 라면 등을 구입할 수 있고, Auchan, Carrefour 대형 슈퍼에서도 (정체불명의) 외국 라면, 간장, 인스턴트 미소 된장국 등은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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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는 보통 800-1000유로, 교통비 70유로 (나비고 카드), 휴대폰 사용료 40유로 등이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고, 한 번 외식을 할 경우 넉넉히 30유로, 학생 식당 이용 시 4유로를 잡고 계산하시면 대충 한 달 생활비를 예상하실 수 있습니다. 외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주로 파스타를 해 먹거나, 집에서 간단히 고기를 구워 먹곤 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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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학생 복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CROUS라고 불리는 학생 식당들을 잘 사용하시면 5유로 이내로 배부른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가을 기준으로, 메인 요리 + 디저트로 구성된 한 끼 식사 가격이 4유로 미만이었습니다.) 학생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학기 초 CROUS 식당에서 학생 등록을 하여 카드를 만들어야 하고, 이후 이 카드에 돈을 충전하여 식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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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할 경우 단품 요리 하나에 최소 15 ~20 유로, 코스 요리 시 20 ~ 30 유로가 평균 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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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를 기준으로 맥주 약 5유로, 칵테일은 10유로, 에스프레소 커피 2유로, 카푸치노 5유로가 평균 가격이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2) 은행 및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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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행정은 느리고 불친절하기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한 학기 교환학생의 경우 굳이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카카오뱅크 등 국내 은행의 송금서비스 및 KEB 하나은행의 국제학생증카드, 우리은행의 SSUM 카드 등 해외 사용 수수료가 적은 카드를 만들어 가셔서 이를 이용하시는 것이 훨씬 편하실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카드를 발급받는 데까지 최소 1개월이 소요되고, 이를 위해서 은행에 여러 번 방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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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역시 프랑스 현지에서 심카드를 사셔서 선불 카드로 충전하는 식으로 사용하면 한 달에 5만원 내에 10GB 정도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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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병원에 가기 위해 꼭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학교의 메디컬 센터를 이용하시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다음의 웹사이트 등을 통해 필요한 시간 및 분야의 의사와 예약을 잡고 방문하시면 됩니다: https://www.doctolib.fr/; https://ipso.paris/fr/rendez-vous/cabinet/?fbclid=IwAR3Zoz-NvOCvgOhNz_YdO1r5Tqp070FoisjPIp5ukawZUt7C9-tfHWZAN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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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의료 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지만, 교환학생들의 경우 어떻게 측정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감기, 소화 불량 등 가벼운 증상을 대비하여 저는 한국에서 비상약을 가져 갔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때는 프랑스 현지 약국에서 증상을 말하고 처방이 필요 없는 약을 받았습니다.
(4)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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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대중교통은 꽤나 잘 갖춰진 편이라 생각합니다. Carte Navigo를 만드셔서 월마다 이용료를 내시는 정액권을 사용하시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입니다. 나이에 따라 학생권을 발급받을 수도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다만 지하철, 버스 등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고, 특히 지하철의 경우 위생 상태가 열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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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파리는 걷기 좋은 도시기 때문에 교통비는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5) 기타
가구, 생활용품 등은 현지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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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France zone (재불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벼룩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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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소품, 식기 등: H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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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IKEA
3. 여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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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는 정말 다양한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것도 좋고 (학교를 통해 등록할 수도 있고, Cite 프로그램도 좋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등을 돌아다니면 한 학기가 금방 갑니다. 방학을 활용하여 가까운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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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tille, Canal Saint-Martin, Montmartre 등이 젊은 이들에 많은 바들이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센느 강 가에 앉아서 맥주 한 잔을 즐기기도 합니다.
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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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시작된 Gilets Jaunes (노란 조끼) 시위가 아직 이어지고 있는데, 시위가 있는 토요일에는 대부분의 파리 지하철역이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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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위기 이후 이민자, 외국인을 보는 프랑스인들의 태도가 적대적으로 변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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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경우, 아시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및 성차별에 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리 사람들도 저녁에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피하라고 하며, 기차 역 근처, 파리 북부 등 일부 지역은 치안이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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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퍼가 없는 에코 백 등은 피하고, 핸드폰 및 지갑 등 귀중품 등을 카페, 식당, 역과 같은 공공 장소에 두고 다니면 안 됩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석사생이 교환학생을 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4학기의 석사 과정 중 사실상 교환학생을 나갈 수 있는 학기는 3학기가 유일한 것 같은데, 이를 위해서는 미리 영어 점수, 논문자격시험, 졸업 필수 과목 등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도 교수님과의 상의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사 유학을 염두에 두고, 외국 교수님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입학 직후부터 교환학생을 위해 착실히 준비했습니다. 학부 때 교환학생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는데, 석사 과정에서라도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학부생의 경우 교환학생은 마냥 즐겁고 노는 시기라고 인식이 되지만, 저는 석사과정 중, 특히 박사 지원 기간동안 연구실에서 떨어져 지내는 것이 살짝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교수님께서 제 상황을 잘 이해해주신 덕분에 해외에 있는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메일 및 메신저를 활용하여 교수님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은 시간적으로 위험이었지만, 금전적으로도 타격이 컸습니다. 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단 한 번 밖에 없을 지도 모르는 파리에서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에 이것저것 활동을 늘리다 보면, 파리의 물가가 통장을 금방 가볍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교환학생을 통해 저는 한국에 있었더라면 생각조차 못했을 소중한 교훈들을 배우고, 값진 경험을 쌓고 올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이 즐겁기만 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종차별도 당해보고,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있어 한계를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해외 박사 유학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보다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수 있었고, 좋은 인연들 또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학우들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알맞은 목표 설정을 통해 즐겁고 유익한 교환학생 학기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