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NC State University는 주도에 해당하는 Raleigh 라는 도시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구 40만 명 정도 되는 소도시지만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샬럿(Charlotte) 다음으로 큰 도시이므로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편의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NC State은 UNC Chapelhill과 Duke University와 더불어 Research Triangle이라는 연구 및 개발 지역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채플힐을 라이벌 대학교로 여기기도 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위치상으로는 미 동부의 중간 지역이지만 남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농업이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백인의 비율이 다른 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고 개신교의 색채 또한 매우 강합니다. 미 서부나 동북부에 비하면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편이고 이민자가 적은 동네지만 동시에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날씨는 제가 느끼기에 한국과 매우 비슷했는데 여름은 한국보다 덜 더웠지만 햇볕이 매우 강했고 10월까지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10월 중순에서 말 정도부터 가을이 시작되었고 12월에는 폭설이 내리기도 했지만 한국만큼 춥지는 않았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 방법은 교환학생 승인이 난 후 해당 학교의 Study Abroad Office 담당자가 메일을 보내 알려줍니다. 제가 듣고 싶은 과목과 그 과목이 제 전공 졸업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적어서 스캔 후 보내면 최대한 그 시간표대로 수업을 짜주십니다. 만약에 시간표에서 강의 시간이나 강의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얼마든지 가서 바꿀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Waiting List에 들더라도 한국과는 다르게 인원이 빨리빨리 빠져서 웬만하면 원하는 과목 모두 수강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강 과목이 필요한 수업을 듣더라도 담당자 혹은 교수님께 말씀 드리면 이 또한 별 문제 없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학기 중간중간에 수강 과목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기거나 상담이 필요하면 배정된 Academic Adviser에게 찾아가시면 됩니다.
기숙사의 경우 저는 교환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Alexander Hall에 지원했지만 그 해 학칙이 변경되는 바람에 신입생들이 의무로 기숙사에 살게 되어, 저를 포함한 많은 교환학생들이 기숙사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Theory Raleigh (현 Signature 1505)라는 학교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제가 입주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라 시설 면에서는 매우 완벽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1인실이고 공동 거실과 부엌, TV가 있기 때문에 생활 자체는 한국보다도 윤택하고 여유롭습니다. 운동시설이나 수영장, 스터디룸, 라운지 등이 갖춰져 있고 가끔 Residence Appreciation Week에 매일 간식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숙사에 비해 비용이 1.5배인데다가 매니지먼트의 일 처리는 체계가 정말 하나도 잡혀져 있지 않습니다. 이메일로는 답장 자체를 하지 않으며 직접 문의를 해도 말이 매번 바뀝니다. 기숙사와는 달리 영어로 계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 하우스메이트가 잘못 걸릴 경우 주말마다 파티가 이어지는 점과 정전이 세 번 정도 일어났던 점 등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보증금 문제가 있는데 두 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납부하면 move out 후 한 달이 지난 후에 미국 수표를 발행해주는데 현지인이 직접 찾아가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서 아직도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1) HI 222
1688년 명예혁명 이후의 영국사를 배우는 강의입니다. Charles Ludington 교수님이셨는데 봄 학기에는 명예혁명 이전 강의를 여시고 가을 학기에는 제가 들은 수업을 여시는 것 같습니다. 전공 분야인 영국사에 대해서는 정말 해박하시고 수업 또한 ppt에 없는 설명을 매우 길게 하셔서 필기 따라가기가 어렵지만 꽤 재미있는 편입니다. 학생들에게 질문도 많이 하셔서 참여를 이끌어내고 특히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히 해주십니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편인데 영어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면 점수를 잘 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실 겁니다. 로드라곤 글쓰기 과제가 세 번 정도 있었고 기말 시험 한 번이 전부였습니다. 한 학기 내내 정말 흥미진진하게 따라갔던 수업이라 교양 강의로서도 추천해드리는 바입니다. 암기보다는 학생의 의견을 정말 중시하셨고 미국의 독립전쟁에 대해서 학생들끼리 당시 혁명가들처럼 열띤 토론을 벌이게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2) HI 254
미국의 근현대사를 배우는 수업인데, Chris Laws 교수님은 대학 강의를 처음 맡으신 교사 출신의 박사과정 학생이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고등학교에서 할 법한 프로젝트를 학기 내내 수행해야 했는데 물론 기말고사 기간에 벼락치기로 하긴 했지만 학기 내내 스트레스가 매우 컸습니다. 프로젝트 결과물 제출은 물론이고 미국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15분짜리 개인 발표를 준비해야 했고 교수님이 한 학기 동안 발표를 준비시켜주신다고 그룹 토론 및 발표를 매주 시키셔서 수업 갈 때마다 긴장되고 어려워했습니다. 퀴즈와 시험도 여러 번 있어서 성적에 대한 부담도 컸고 S/U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남부 미국인이 미국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현재 미국 대학생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그리고 말 그대로 ‘미국사’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등 가장 많은 것들을 배운 수업 중 하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비록 한 학기 생활한 것이 전부지만 이 수업을 통해 미국인들의 역사관, 정치관, 종교관 등 다양한 이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3) HI 263
아시아 문명의 역사 수업인데 저는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배워서 다행스럽게도 내용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이 수업은 딱 서울대 교양 강의 정도에 해당해서 매우 쉬운 중간, 기말 시험과 서평 세 번이 로드의 전부였습니다. 강의 중간에 토론이나 질의응답, 퀴즈도 없어서 미국 학생들도 졸거나 딴짓을 많이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굉장히 연세가 많으신 Dr. Gilmartin께서 수업을 하시는데 예상과는 달리 수업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참고 자료 하나 없이 모두 교수님 머릿속에서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을 하시는데 천 년이 넘는 대륙의 역사를 술술 설명하시는 것이 정말 놀랍고도 흥미롭습니다. 강의 진행 속도도 적당해서 필기하는 데에 문제가 없고 수업만 잘 들으면 시험은 정말 쉽습니다. 미국 학생들도 교양 수업으로 많이들 듣는 수업이니 서양인의 관점에서 아시아를 배워보고 싶다면 추천해드립니다.
4) IS 200
서울대에는 없는 국제학이라는 분야가 신기하고도 낯설어서 신청하게 된 국제학 입문 강좌입니다. 교수님 성함은 Carol Anne Lewald 이셨고 문화인류학 전공자셨습니다. 국제학은 크게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정도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제가 배웠던 내용을 나열하자면 세계화란 무엇인가, 세계시민주의, 세계 경제의 출현, 세계 안보 문제, 정체성의 문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인권 문제 등이었습니다. 사실 여러 분야의 기초 내용을 섞어 놓은 느낌이어서 배우는 게 딱히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미국의 관점에서 현대 세계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고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참여 없이는 수업을 아예 진행하시지 않으셔서 미국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로드는 시험 세 번과 Response Paper 두 번, 수업 참여 및 태도가 전부인데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로드였던 것 같습니다.
5) PS 201
미국 정치 입문 수업인데 정식 명칭은 American Politics & Government 입니다. 미국 정치 자체가 궁금하기도 했고 북미정상회담 및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웠던 시기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 계신 Bolek Kabala 강사님께서 수업을 하셨는데 강의 시작하고 한 10분 정도는 Current Events라고 하여 따끈따끈한 정치 이슈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후로는 한국과 똑같은 강의식 수업을 하시고 교과서 내용을 한 학기 내내 다룹니다. 로드는 퀴즈와 중간, 기말 그리고 기말 보고서였는데 시험과 퀴즈보다도 리딩을 매주 해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초반에는 주말마다 꼬박꼬박 리딩을 해갔지만 중간 이후에는 안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이나 시험 난이도 자체가 높은 수업이 아니니 미국 정치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싶은 분께 추천해드립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사실 한 학기 미국 생활로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일상적인 기초 회화 표현들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마스터할 수 있게 되며 외국인 친구와도 손짓, 몸짓, 뉘앙스를 동원하여 꽤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주 리딩 과제를 통해 일상 영어가 아닌 학술적 영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된 점도 좋았습니다. 많이 읽다 보면 영어 표현들을 글쓰기 과제에 다시 써먹을 수도 있고 수업 시간이나 교수님과 대화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혹시 영어 글쓰기 과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학교 tutoring center에 상담을 요청하셔서 도움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룸메이트와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등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3. 학습 방법
첫째는 수업을 빼먹지 않고 가는 것이고, 둘째는 리딩입니다. 제 전공 수업은 한국에서는 딱히 리딩을 강조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모든 수업이 리딩이 기본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과목에서 30쪽씩만 내줘도 일주일에 300쪽을 읽어야 하는 과제 양 때문에 초반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습니다. 저는 중간고사 시험 기간 이후에는 리딩이 밀려서 나중에는 거의 포기하게 되었지만 리딩만 잘하셔도 수업 따라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고 또 실제로 교수님들도 리딩을 해왔다는 전제하에 수업을 하시기 때문에 혹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리딩 예습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리딩 때문에 한국과는 달리 한 학기 내내 학업 부담이 심했는데 미국은 게다가 시험이 세 번 있는 수업이 많아서 시험 기간 또한 꽤 길었습니다. 도서관이 시험기간에는 24시간 동안 열기 때문에 한 번 밤을 샌 적이 있는데 저 외에는 밤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해드리지는 않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출국 전 짐을 쌀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옷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현지에 가면 싼 옷이 널렸으니 최소한으로 가져가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음에도 조금 더 챙겼는데 딱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어떨지는 사실 직접 가서 경험하기 전까지는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나시부터 반팔, 긴팔, 얇은 후드티, 기모 외투, 경량 패딩, 롱패딩 등등 종류별로 조금씩 가져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은 옷이 싸다고 하는데 이는 저렴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지 사실 한국에서 입던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쇼핑을 한다면 Crabtree Valley 몰로 가게 될 텐데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접근성이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닙니다.
음식은 외식을 할 경우 매우 비쌉니다. 미국 학생들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대부분 장을 봐서 요리해먹거나 기숙사 학생들은 밀플랜을 신청해서 먹습니다. 외식을 하면 패스트푸드라도 기본 7,8 달러는 나올 것이고 조금이라도 괜찮은 곳을 간다면 12~15 달러는 나옵니다.
교재비도 한국에 비해 매우 비쌉니다. 저는 문과라 그런지 리딩 교재만 해도 한 과목당 두 권씩이었고 서평용 책까지 총 200달러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책에 밑줄이나 형광펜을 긋는 등 더럽게 쓰는 편이라 책을 대여하지 않고 아마존에서 중고로 구매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돈을 아끼는 방법은 학교 서점이나 아마존 프라임에서 책을 빌리는 것입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의료는 출국 전 Waiver 신청을 해서 한국에서 유학생 보험을 따로 든 것을 증명하면 됩니다. 현지 학교 보험은 제 기억으로 150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에서 보험을 들고 가서 현지 보험은 waive out 하셔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한화손해보험을 들었는데 한 학기 기준 약 4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예방접종 요구사항을 다 채우지 않으면 미국 학교에 가서 돈을 내고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저는 이미 요구사항을 다 충족시켰고 서류를 스캔해서 보내기까지 했는데 예방접종 중 하나가 2차로 맞아야 되는 주사가 있었고 저는 그것을 서류 제출 후 한국에서 맞았으나 기록에는 남지 않아 미국에 가서 한번 더 맞아야 했습니다. 또한 결핵 검사도 한국 서류를 인정하지 않아 한번 더 피 검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방접종도 비용이 꽤 있는 편이니 출국 전에 꼼꼼하게 챙기셔서 저처럼 같은 주사 두 번 맞는 일 없도록 하셨으면 합니다.
은행은 보통 지점이 제일 많은 BoA나 Wells Fargo에서 계좌를 여는 경우가 흔한데, 저와 다른 한국 교환학생들은 학교 은행인 PNC에서 했습니다. 사실 혜택이나 서비스 면에서 큰 차이는 없는데 저는 학교 학생회관 내에 은행이 있다는 점이 편리했고 무엇보다 체크카드에 학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PNC를 골랐습니다. 한국 카드는 인출할 때마다 ATM기에 3유로 + 인출 금액의 1.0 % 이상을 지불해야 하지만 현지 카드는 수수료 없이 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생활비를 송금해주실 경우, 한꺼번에 많이 뽑아 현지 계좌에 넣어놓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또한 씨티카드나 하나 비바카드를 만들어 오시면 인출할 때 수수료가 적게 들고 현지 구매할 때도 카드사 수수료가 적게 나갑니다. 저는 미국 ATM기 수수료가 한국 카드 이용 수수료보다 많이 나와서 씨티카드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교통은 일단 Wolfline 이라고 무료 교내 셔틀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캠퍼스가 정말 큰데 버스 노선이 다양해서 강의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이동할 수도 있고 체육관에 가거나 공대와 섬유 연구 쪽의 Centennial Campus로 갈 일이 있을 때, Hunt Library로 갈 일이 있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저의 경우 먼 거리는 아니지만 밤늦게 도서관에서 집으로 갈 때도 Bell Tower에서 내려주는 노선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그 외에도 5달러만 내면 학교 학생들은 랄리 시내버스가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다운타운에 가거나 쇼핑몰 혹은 멀리 있는 마트에 갈 때 버스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만 배차 간격이 30분이나 1시간이며 제시간에 도착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집에서 출발할 때 구글맵을 통해 버스 도착 시간을 꼭 확인하고 나가시길 바랍니다.
통신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at&t 지점에 가서 유심칩 살 건데 한 달에 몇 기가 정도 필요하다고 말씀 하시면 직원이 plan을 추천해줍니다. 저는 Cameron Village에 있는 지점에 가서 한 달 8기가에 40 달러 정도하는 플랜을 가입했고 귀국할 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지시키고 왔습니다. 학교가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제 아파트 또한 와이파이 이용이 원활해서 저는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중간 중간에 여행 다닐 때 필요할 것 같아서 넉넉하게 구매했습니다.
3. 여가 생활
서울에 비하면 랄리는 여가나 문화 생활이 매우 제한적인 편입니다. 현지 학생들도 수업 시간 외에는 동아리나 스포츠 클럽 활동을 하거나 친구네 아파트에 모여 파티를 열거나 운동 경기를 보러 가거나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등 딱히 별 게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무슨 낙으로 사는가 궁금하시겠지만 제게는 그 여유 속에서 오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한국의 시끌벅적한 놀이 문화, 밤 문화도 물론 정말 즐겁고 다이나믹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니 그곳의 생활 리듬에 적응이 되어 꼭 왁자지껄한 놀이만이 노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트에서 장 봐서 요리해먹는 즐거움이라든지, 가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괜찮은 카페를 발견하는 즐거움, 과제나 시험이 없는 저녁에 학교 극장에서 무료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 친구들과 하루 날을 잡아 쇼핑몰에 놀러 갔다오는 즐거움, 근처 공원에 구경 나가는 즐거움 등등 소소한 행복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가을에는 NC State Fair가 있어서 랄리 외곽에 일시적인 놀이공원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저는 fall break 때 워싱턴 디씨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Thanksgiving 때는 플로리다로 내려가서 디즈니랜드와 마이애미 해변에 놀러 갔습니다. 평상시에 소도시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크고 웅장한 도시로 나오면 또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 랄리는 미국 중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북부로 가든 남부로 가든 거리가 적당해서 여행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샬럿에도 한 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의도 정도의 느낌인데 당일치기로도 적당하고 오랜만에 도시 공기를 쐬러 나가기에도 좋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저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KCC(Korean Conversation Club)에 가입해서 활동했는데 그다지 추천해드리지는 않습니다. 듣기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였고 백 명 가까이 되는 바람에 가장 큰 강의실을 빌려서 활동했으며 한국인 멘토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제가 갔을 때는 그저 소수의 케이팝 마니아들이 전부였습니다. 그들은 매우 친절했고 같이 한국음식점에도 몇 차례 갔었지만 동아리로서 활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동아리들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남을 갖기 때문에 저는 친목이든 어떤 활동을 하든 이게 과연 가능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다른 교환학생들도 동아리 활동은 잘 하지 않아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많이 없지만 혹시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스포츠 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친구 사귀기에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학교 체육관 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고 학생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클럽이 아니더라도 가서 운동하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 요가나 스피닝, 카디오 댄스 등 그룹 레슨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보통 교환학생의 경험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 말은 백 번 천 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한 학기 동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해진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 다운 것이 뭔지 알아가는 시기였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주변의 시선, 사회의 시선 때문에 정말 많이 위축되고 억눌려 있었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비록 랄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놀러 다니기도 쉽지 않고 학업 부담도 적지 않지만 그곳에서 그곳 학생들과 똑같이 일상을 경험하며 얻는 즐거움과 배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느끼게 되는 생활의 속도와 리듬 그리고 시야의 넓이는 한국에 있었더라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것들입니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을 깎아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얻지 못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고,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즐거움이 교환학생 학교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교환학생을 떠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주저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