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공립 대학입니다. 호주 내 주요 연구 중심 대학들의 모임인 ‘Group of Eight’에도 소속되어 있을 정도로 전통이 유구하고 위상이 높습니다. 캠퍼스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면 걸어서 20분 내외의 거리로 꽤 크고, 대학의 중심 건물인 Quadrangle은 관광객들의 주요 포토 스팟이 될 정도로, 조경과 어우러진 유럽풍의 건물이 아름답습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세 개의 경제학 전공 강의와 하나의 교양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교양 강의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호주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색 있는 강의도 하나 정도 들어보고 싶어서 수강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Economic Environment of Agriculture (AGEC1006)
제가 수강한 과목 중 유일한 1000 단위의 수업으로 3000 단위의 수업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확연히 쉬웠습니다. 농업과 관련된 경제학의 기초 지식을 배우는 과목으로 자원의 희소성부터 비교 우위까지 경제원론 수준에 해당하는 내용을 배웁니다. 여기에 더해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농장의 유통 마진과 국제적인 농업 분야 무역 협상 등 농업에 특화된 내용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강의에서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주 1시간 있는 튜토리얼 시간에 엑셀을 활용한 실습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로 1년 동안 한 농장의 수입, 비용, 이윤 변화나 수요, 공급 변화 등을 엑셀 그래프로 그려보게 됩니다. 조교님이 엑셀을 처음 접해본 학생들에게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수업 시간에 배운 경제학을 실제로 활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 Industrial Organisation (ECOS3005)
서울대의 산업조직론 수업과 동일한 ‘Modern Industrial Organisation’ 교재를 참고합니다. PPT는 따로 없고, 교수님의 설명과 함께 아이패드 화면에 써주시는 내용을 받아 적는 수업 형식입니다. 튜토리얼 시간에는 사전에 교수님이 내주신 Problem set을 풀이해주십니다. 크게 기업의 이윤 획득 구조와 독점, 과점 등 시장의 형태, 가격 차별과 전략적 행동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산업조직론인지라 다른 경제학 강의에 비해 내용은 어려운 편이지만, 교수님이 그래프를 그려가며 천천히 차근차근 설명해주셔서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다만 과목 특성 상 앞 부분을 놓치면 뒷부분 내용을 따라가기 버겁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 초반 내용을 탄탄하게 익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Environmental Economics (ECOS3013)
‘환경’이라는 자원 배분의 문제를 경제학적 접근 방식에서 다뤄보는 과목입니다. 환경의 특성상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시장 실패와 환경 문제에서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도, 피구세 등 대안에 대해 배우고, 이에 더해 환경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조사 방법 또한 다뤘습니다. 환경에 경제학적 시각이 적용될 때 기존에 배우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 쓰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가장 유익했던 강의였습니다. 튜토리얼 시간에는 사전에 올려주신 Problem set을 다른 학생들과 함께 풀이하는데, 다양한 생각과 풀이 방법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Sport and Learning in Australian Culture (EDUH4058)
시드니대학에서는 교환 학생들만을 위한 교양 프로그램이 여러 개 열리는데, 그 중 스포츠와 관련된 강좌입니다. 수업이 이뤄지는 초반 6주에는 호주에서 인기 많은, 또는 호주의 특색 있는 스포츠들의 역사와 룰, 그 스포츠에 투영된 호주의 사회에 대해서 강의를 듣습니다. 7주부터는 교수님이 제시해주신 여러 개의 필드트립 목록 중 자신이 원하는 6개의 필드트립에 참여하게 됩니다. 필드트립 중에는 축구, 크리켓, lawn bowls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예외로 시드니의 대표적인 해변에 가 다른 학생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manly, bondi beach 필드트립도 있었습니다. 동양인이 생각보다 없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국적의 교환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고, 스포츠에도 관심이 있다면 이 강의를 추천합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호주에는 동양인을 비롯한 수많은 인종들이 섞여 살기 때문에 네이티브라 하더라도 다양한 악센트와 발음 속도를 가진 영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악센트와 사람마다 다른 말하기 속도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발음에 익숙해지고 듣기 능력도 향상되어 가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USYD 학생회와 시드니대학 한국인 연합(USKA)에서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신청 받는데, 배우고 싶은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과 1:1 또는 1:2로 매칭되어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외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3. 학습 방법
저는 튜토리얼이 아닌 일반 강의의 경우에는 시드니대학의 Canvas 사이트로 자주 수업을 들었습니다. 현장 강의인 경우에는 교수님의 발음이 명확하지 않거나 속도가 빠르면 놓치는 내용이 많기도 하고,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로 필기를 동시에 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끝난 후 반나절 정도가 지나면 모든 강의 녹취가 canvas에 업로드되어 수업 화면과 함께 이용 가능합니다. 강의 속도나 말 크기도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게 활용했습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시드니대학 근처 Broadway shopping mall이라는 대형 쇼핑몰에서 거의 모든 물품이 구매 가능합니다. 김치, 컵반, 라면 등 대표적인 한국 제품들 역시 학교 정문 앞 GR buy라는 아시안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시드니는 특히 호주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학교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시내에만 나가면 여기 저기 한국 슈퍼마켓과 음식점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순대, 곱창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 웬만한 한국 음식들은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가 한국보다 싼 대신, 공산품은 더 비쌉니다. 특히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외식을 하는 경우 최소 $15(약 12000) 이상은 잡으셔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재료를 사서 방에서 요리해 먹으면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의료의 경우 호주에 도착하기 전에 학교에서 요구하는 보험에 가입했지만 수학 기간 중 한 번도 사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약과 영양제 같은 경우에는 Priceline pharmacy 등 시내의 여러 큰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학교와 근처 Broadway에도 분점이 있는 Commonwealth bank를 이용했습니다. 카드와 연결된 계좌로 자주 사용하는 smart access 계좌와 함께, 큰 돈을 보관하는 net bank saver 계좌도 함께 개설했습니다. 한국에서 큰 돈을 가지고 호주에 왔기 때문에 카드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net bank saver에 대부분의 돈을 안전하게 넣어놓고, 쓸 만큼의 돈만 앱을 이용해 smart access 계좌로 그때그때 옮겨 사용할 수 있어 유용했습니다. (net bank saver 계좌는 처음 은행에서 계좌를 열 때 말하면 함께 개설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교 정문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Urbanist Glebe 2인실에 거주했습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공식 기숙사는 아니지만 시드니 대학 학생들만 살 수 있는 사설 기숙사였습니다. 밥은 따로 제공되지 않았고 룸메와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식비를 아낄 수 있고 원하는 메뉴를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밤에는 기숙사 앞 골목에 가로등이 없어서 무서울 때도 있었습니다.
3. 여가 생활
여행을 좋아하는 저라, 교환 학생 기간 동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습니다. 학기 중에는 시드니 근교 Blue Mountain이나 Port Stephens, 또는 시드니 내의 여러 명소들로 구경을 다녔고 중간 방학 때는 멜버른, 기말 방학 때는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 학기 종료 후에는 케언즈와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드니에서는 관광지로 잘 알려진 Bondi Beach나 오페라 하우스도 좋았지만 Watsons Bay, Manly Beach, 타롱가동물원, 달링하버, 하이드파크, St Mary’s Cathedral 등 숨겨진 볼거리들이 더 알차고 아름다웠습니다. 시드니 대학교에 가게 된다면 주말마다 시드니 구석구석을 구경해보시길 바랍니다. 교환 학생 막바지쯤 돌아보니 생각보다 가보지 못했던 곳이 많아서 급하게 여기저기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는 일과가 끝나고 학교 옆에 위치한 Victoria Park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시드니는 세계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도시 중 하나라고 하는데, 날씨가 맑을 때 잔디밭에 앉아 있으면 파란 하늘과 어울린 자연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에 주위에서 호주의 인종차별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의 의견으로는 시드니의 인종차별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동양인, 특히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이 어딜 가나 정말 많아서 동양인이라고 소외감을 느낄 틈도 없었고, 그런 동양인들을 대하는 서양인들의 태도도 상냥했습니다. 또한 시드니는 치안이 좋아 소매치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한국에 돌아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드니에서의 생활이 문득 그리워질 정도로 정말 행복한 한 학기였습니다. 영어 능력 향상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간 교환학생이었지만, 국경을 넘는 소중한 인간관계와 자립심, 다양한 경험과 여행을 통한 행복을 덤으로 얻은 것 같습니다. 제 대학생활의 꽃으로 기억될 한 학기를 만들어주신 국제협력본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