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국 상해 푸단대학교(복단대학교, Fudan University)는 북경대학교, 칭화대학교와 함께 중국에서 손꼽히는 중국의 명문 대학교입니다. 상해 양푸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해 곳곳에 여러 캠퍼스를 두고 있는 규모가 큰 학교입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푸단대학교에는 대외교류학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어 어학 과정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푸단대학교에서 실행하는 레벨 테스트를 받게 됩니다. 레벨은 A부터 I까지 있으며, 직접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과 일대일 상담을 한 후 레벨을 배정받아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게 되며, 매 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른 후 각각 성적을 받게 됩니다.
저는 한 학기 동안 D레벨과 E레벨에 해당하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정독 10교시, 듣기 4교시, 구어 4교시, 작문 2교시, 번독 2교시로 총 22교시 수업을 들었습니다.
각 수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 되었습니다:
가. 정독
독해 수업은 정독이라는, 조금 더 지문을 자세히 읽고 중국어의 표현 위주로 배우는 수업과 판독이라는, 중국어를 속독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둔 수업 두 가지로 나누어졌습니다. 정독 수업은 일주일 동안 한 단원의 진도를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여, 그 단원 안에 본 지문과 부수적인 보충 지문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지문 별로 어휘와 문법 포인트들이 있었고, 수업 시간에는 지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매 문장을 선생님께서 해석해주시며 새로운 단어들의 용법, 동의어나 반의어, 유의어들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각 단원의 마지막에는 그 단원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문법 포인트와 중국어 특유의 표현이 담긴 어휘 포인트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는 각 단원의 어휘들과 문법 포인트를 외웠는지 확인하는 문제가 나왔고, 주어진 단어나 문법 구조를 이용하여 작문을 하는 등의 형식이었습니다.
2. 구어
회화 책에 주어진 주제나 이야기를 듣고, 따라서 말하고, 이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개인발표와 조별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초반에는 중국어를 읽거나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선생님께 보내는 과제가 주어졌고, 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3분 내외의 분량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경험을 발표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시험은 3개의 주제에 대해 주어진 키워드와 문법 구조를 이용하여 3분 내외의 분량으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대본을 써서 외우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셨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회화를 할 때 머뭇거리게 되는 부분을 많이 없앨 수 있었던 수업이었습니다.
3. 듣기
세 개의 문장을 들려준 후 겹치는 문법 포인트를 받아 적거나, 지문을 듣고 지문과 관련된 문제에 답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의 듣기 수업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평을 많이 받는 수업이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같은 발음이지만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 중국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 등을 함께 가르쳐주시고 중요한 단어들은 강조하며 반복하여 알려주시기 때문에 일상회화 듣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작문
수업시간에 의견문, 여행기, 편지 등의 다양한 글을 쓰는 형식을 배우고 일주일에 한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지고 선생님께서 첨삭을 해서 돌려주십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이 중국어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나, 중국어 한자를 외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짧은 글을 쓰다가 뒤로 갈수록 써야 하는 글의 길이가 점점 늘어나서, 단계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처음에는 글쓰기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점점 더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는 구어적인 중국어를 많이 쓰게 되는데, 작문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격식 있는 글쓰기를 요구하셨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회롸를 통해 접하기는 어렵지만 안내문 등에서 반드시 접하게 되는 문어체 중국어를 많이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마. 번독
정독 수업처럼 지문을 읽는 독해 수업에 속하지만, 정독 수업은 선생님께서 지문 하나하나를 다 해석해주고 새로운 단어들을 설명해주시는 반면에, 번독 수업은 모르는 한자가 나올 때 아는 한자들과 문법 형식을 토대로 최대한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단어나 문법을 알려주시는 것 보다는 문장 구조 분석 등을 위주로 하여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사전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셨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다소 괴롭기도 했지만, 실생활에서 모르는 중국어를 접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지 알려주셨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한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외국어 습득 정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어학 수업을 들으면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밖에 없다 보니 중국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이나, 중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한 외국 학생들과 교류할 때는 편의를 위해서 영어를 쓰게 됐는데, 영어 연습이 된다는 생각에 크게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 외에도 영어보다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중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과 중국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의외로 그 과정에서 중국어가 늘기도 했습니다. 또한 택시를 타거나 물건을 사러 가거나 놀러 가서 만나게 되는 중국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회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중국어를 잘 못해도 잘 들어주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중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와 나이대가 비슷한 중국 사람들은 위챗 교환을 스스럼없이 하기 때문에, 중국 친구를 꼭 학교 안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 학습 방법
학교 수업을 듣는 것 이외에는 따로 중국어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이 있으면 그 전날 복습하긴 했지만,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기만 해도 중국어 실력이 충분히 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시고 질문을 환영하시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질문을 많이 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과 수다를 떨면 선생님께서 굉장히 반기시며 많은 대화를 하게 됩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상해 물가는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조금 싼 편입니다. 식비는 학교 식당을 자주 이용하거나 직접 만들어먹는다면 굉장히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식당이 입맛에 아주 잘 맞지는 않았고 기숙사 주방이 열악하다 보니 주로 시켜 먹거나 외식을 했습니다. 그래도 식비가 부담스럽거나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옷 같은 경우에는 한국이랑 가격이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싼데,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제 취향과는 맞지 않아 옷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니클로에서 샀습니다. 타오바오에서 옷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주변에서 실패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상해가 겨울에 기온이 낮지는 않아도 습해서 굉장히 추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전기장판을 챙겨가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타오바오에서 싸게 살 수는 있는데, 전선이 다 보일 정도로 질이 많이 안 좋기 때문에 한국에서 작은 전기장판 정도는 챙겨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한 학기 짜리 비자였기 때문에 중국공상은행에서만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공상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해도 계좌를 만드는 것은 어려움은 없으나, 중국은 일 처리가 느리기 때문에 계좌를 빨리 개설하고 싶으시다면 은행 문 열기 전에 가서 기다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은행 문 열기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앞에 네 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공상은행 계좌를 만들어가면 그 계좌에 입금하여 바로 중국계좌로 사용이 가능하다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고 저의 한국 체크카드에서 현금으로 필요한 만큼 위안화로 뽑은 후 다시 공상은행계좌에 넣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유심카드는 학교 북구체육관 옆에 붙어 있는 리엔통에서 천막을 쳐놓고 행사하는 곳에서 샀습니다. 거기서 방에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를 묶어서 같이 파는 행사도 하니, 방에 인터넷을 놓고 싶으신 분들은 거기서 카드를 사실 수 있습니다. 공유기는 따로 사셔야 합니다.
상해에서 몇 번 아프기는 했는데, 한국에서 챙겨간 약으로 해결하거나 교내 의료 시설을 이용했습니다. 중국에서 큰 병원을 가려면 아주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가서도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교내 의료 시설 중에 광화루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보건소 같은 곳이 있습니다. 학생증 카드를 꼭 지참하셔야 하고, 의사 선생님들께서 친절하신데 영어를 잘하시진 않기 때문에 중국어로 필요한 용어들은 미리 찾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상해 교통비는 서울에 비해 굉장히 쌉니다. 지하철과 버스는 한번에 4위안, 3위안 정도 하고 택시비는 기본 요금이 14위안입니다. 지하철은 서울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끊깁니다. 일반 택시보다는 디디가 더 편하고 안전하고(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가격이 싸다는 생각에 택시보다는 디디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자전거도 굉장히 중요한 교통 수단인데, 기숙사에서 수업을 듣는 건물들이 걸어서 15-2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있으면 굉장히 편리합니다. 중고 자전거를 북문 근처에서 팔기도 하고, 광화루 근처에 자전거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원래 기숙사 근처에도 있었는데 제가 도착한 지 한달 만에 공사를 시작해서 거기가 현재 어떻게 바뀌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새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학교 안에서 자전거를 300위안 주고 샀습니다.
3. 여가 생활
저는 상해에 있는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많이 가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상해 안에 있는 관광지는 거의 다 가봤고, 그 밖에도 다쫑디엔핑에서 호평을 받은 음식점이나 카페, 바도 가보고 그냥 돌아다니면서 좋은 곳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대학로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요가원에서 요가를 배웠습니다.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분들도 계셨고, 중국어를 잘 못해도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주시기 때문에 즐겁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중국어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상해에서 가까운 큰 도시로는 항저우, 쑤저우, 난징이 멀지 않기 때문에 당일치기나 1박2일 여행으로 좋고, 우전이나 주가각이라는 수향 마을들도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꼭 방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처음 도착해서는 고생도 하고, 답답한 부분도 많았지만(특히 중국인들의 일 처리 속도) 지금 이 보고서를 쓰면서도 상해가 많이 그리울 만큼 상해에서 보냈던 한 학기는 저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상해에, 혹은 푸단대학교에 가시게 될 분들도 저만큼, 혹은 저보다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