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홋카이도대학교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위치한 종합대학으로, 국립대학입니다. 전신이 삿포로농학교인만큼 농학 분야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고 공학 역시 다양한 연구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제학생 비율이 매우 높은 학교로, 학사, 석사, 박사 모두 국제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농학 등을 아우르는, 국제학생들을 위한 영어진행 강의가 많이 열립니다. 저는 파견 전에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로 갔기 때문에 영어 진행 강의를 들을 수 있는 HUSTEP Half-year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II. 학업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일본어 (문법, 회화, 한자)
대부분 한국인, 중국인, 대만인과 같이 한자언어권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한자 수업은 듣지 않고 문법과 회화 수업을 들었습니다. 문법은 주3회, 회화는 주2회이고 매일 과제와 퀴즈가 있습니다. 출석, 과제, 시험, 발표 등 오히려 다른 일반 강의 수업에 비해 일본어 강좌가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학생들은 한자도 이미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고, 일본어와 한국어의 유사성 때문에 대부분 어려워하지 않고 수업을 매우 잘 따라갔습니다. 수업료는 따로 지불하지 않고 다른 일반 강의와 똑같이 신청만 하면 언어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Gaming 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관계이론을 Statecraft라는 게임을 통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먼저 교수님께서 매주 국제관계이론에 대한 리딩을 나눠주시고 내용 확인 및 의견을 묻는 질문지를 주십니다. 수업의 절반은 이 질문지에 대해 랜덤으로 배정된 팀원들과 토의하고 교수님께서 코멘트를 해주십니다. 한번도 국제 정치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내용이 생소하고 어려웠는데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수업시간에는 Statecraft게임을 진행하는데, 각 조가 한 나라가 되어 가상세계를 구성하는 게임입니다. 실제 국제관계처럼 무역, 테러리즘, 전쟁, 스파이, 기근문제 등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게임에 반영되어있고 그와 관련된 결정을 주체적으로 각 나라들이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24시간 매일매일 계속 돌아가는 게임이라 지속적으로 게임에 접속해 다른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동맹을 제안했는지 등등 꾸준히 확인하고 게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매주 턴이 끝날 때마다 자기가 속한 나라에서는 어떤 행동을 했고 이 가상세계의 국제관계는 어땠는지 이론들과 연관지어 매주 메모를 납겨야 합니다. 학기말에는 퀴즈와 개인 에세이, 팀발표가 있습니다. 결코 쉬운 강의도 아니고 로드가 적은 강의도 아니었지만 서울대에서는 들을 수 없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입니다.
- Music Psychology
- Hokkaido : Then and Now
- Sustainability Studies beyond Hollywood Films
2. 외국어 습득 정도
- 일본어
일본어 수업이 월-금 매일 있어서 따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공부하는 시간은 많았지만, 수업시간 외에 일본인과 회화연습을 하는 등의 부가적인 연습을 해야 진짜 회화 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숙제랑 시험공부 정도만 하고 일본인 친구는 사귀지 못해서 일본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 영어
저는 일본에서 한국인 친구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외국인 친구들이라 하루종일 영어를 써야했습니다. 그 덕분에 영어 회화 실력이 많이 늘 수밖에 없었고 자신감도 많이 늘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를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어와 영어실력을 둘다 늘릴 수 있어 좋은 기회였습니다. 나중에는 친해진 친구들한테 한국어를 알려줘서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르쳐주었습니다.
3. 학습 방법
평가시스템이 서울대와 달리 절대평가이고, 성적에 크게 부담이 없는 교환학생 생활이다보니 오히려 공부에 순전히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들은 대부분 그룹 프로젝트와 그룹 발표를 해야하는 수업들이 많아서 자주 그룹원들과 만나 같이 준비해야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던 거에 비해 로드가 적었던 것도 아니고 모두 영어로 해야했지만, 훨씬 스트레스 받지 않는 상황에서 수월하게 잘 끝냈습니다.
수업 진행은 대부분 발표, 팀 프로젝트, 에세이, 시험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제가 들은 수업은 전부 강의식 수업이기보다는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 요구하는 수업들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영어로 말하고 토론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야 수업을 보다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교수님들께서도 각자의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감안해주시기 때문에 영어에 큰 자신감이 없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대부분 강의식 수업만 접해와서 일본에서 들은 수업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고, 수업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게 되어 저 또한 얻어가는 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보다 즐겁게 했습니다.
일본어 어학 수업은 매일매일 시험이 있습니다. 단어시험과 문법시험인데, 이 시험들의 평균 성적 또한 최종 성적에 반영됩니다. 때문에 오히려 일반강의들보다 일본어수업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는데, 보통 한국학생들의 경우에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다른 나라의 학생들보다는 수월하게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매일 수업에 가고 시험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일본어 실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III. 생활
-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보통 네이버 블로그에 각 나라별로 교환학생시 필요한 준비물이 잘 나와있습니다. 저도 이걸 참고해서 짐을 쌌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와이파이공유기를 가져가는 게 좋다는 글을 많이 봤습니다. 실제로 도착해보니 기숙사에서 와이파이를 쓰려면 공유기를 따로 준비해야 하고 우리나라에 비해 가격이 비싸 미리 준비해간 저는 매우 유용하게 썼습니다. 옷의 경우에는 겨울 옷들은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가을 옷만 챙겨가고 한국에서 택배로 부쳤습니다. 삿포로의 물가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고 마트나 100엔 샵에서 웬만하면 다 살 수 있어서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은 따로 없다고 느꼈습니다.
따로 어디에서 연락오거나 알려주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 신청입니다. 절차는 전혀 까다롭지 않으나 비자를 발급받기까지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도착하고 바로 다음날 홋카이도대학 서포터(국제학생들을 도와주는 학생들)가 기숙사로 와서 우체국은행과 구청을 같이 다니면서 계좌 개설, 전입신고 등 필요한 절차를 도와주었습니다.
심카드는 빅카메라라는 일본의 전자제품점(우리나라로 치면 하이마트 정도)에서 한달에 3기가, 가격은 천엔 정도에 구입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통신비가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로 잘 알려져있는 나라인데 삿포로는 걸어서 웬만하면 다 갈 수 있어서 교통비를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기숙사도 학교에서 걸어서 갈 수 있고 가장 큰 중심지인 삿포로역, 스스키노 등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전거로 많이 이동합니다.
3. 여가 생활
홋카이도대학의 기숙사는 국제학생들 전용으로 건물이 따로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건물에 사는 학생들이 대부분 같은 프로그램의 교환학생들이거나 유학생들이라 같이 등하교를 하게 됩니다.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끼리 뭉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여기서 굳이 한국인을 찾아서 연락하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여러 국적의 친구들이랑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고 영어나 일본어를 쓰게 되어 언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늘고 교환학생 생활을 보다 깊이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삿포로에는 스스키노라고 규모가 비교적 큰 번화가가 있습니다.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파티가 많이 열려 친구들이랑 거의 매주 가는 편입니다. 홋카이도대학의 국제학생 비율이 워낙 높다보니 외국인, 국제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파티도 자주 열려 파티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기도 합니다. 교환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끼리만 수업을 듣다보니 특히 일본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이런 파티가 몇 안되는, 일본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익히 알려져있듯이, 일본은 가라오케 문화가 발달하여 외국인 친구들과 다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아주 좋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문화지만 서양인 친구들은 자국에 전혀 없는 문화라 굉장히 좋아하고 신기해합니다. 학교 주변에도 꽤 있고 스스키노는 번화가인 만큼 당연히 가라오케가 굉장히 많습니다.
홋카이도는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인 만큼 꼭 방문해야 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같은 지역이더라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감탄을 자아내는 경치를 마구 뽐냅니다. 그런데 일본은 교통비가 비싼 편이라, 게다가 홋카이도 구석구석을 관광하고 싶다면 대중교통으로는 환승을 여러. 번 해야하기 때문에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합니다. 일본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국제면허증과 별도로 허가가 필요합니다. 허가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공공기관에 방문하여 하루 안에 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홋카이도에 눈이 굉장히 많이 옵니다. 삿포로에는 유명한 눈축제가 열려 전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옵니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는 홋카이도대학의 겨울방학입니다. 약 2주 정도 되는데, 저는 친구들이랑 일본의 따뜻한 지역인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6개월 교환학생 생활 이전에도 외국 대학에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환학생 경험은 여전히 새로 배우고 느끼는 게 정말 많았던 경험입니다. 삿포로에서 지내는 동안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는 거였는데 돌아온 지 세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항상 그립고 생각납니다.
우선 전세계의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동양인에, 여성으로서 다른 인종의 친구들을 만난다는 게 아예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이전에 혼자 유럽을 여행하면서 인종차별, 성차별을 수차례 겪은 지라 어느 정도는 늘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서로를 국적, 인종, 성별에 가두지 않고 ‘나’ 그 자체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국적, 인종,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었고 가끔은 서로의 국적조차 잊을 만큼 잘 어울렸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계기였습니다. 연고 없는 타지에서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혼자 생활을 시작하다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자신 혼자가 됩니다. 따라서 다른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한테 집중해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에 따라 나에 대해 더욱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주어진 일만 하기에도 바빠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 조차 없었는데, 비교적 여유로운 교환학생 생활에서는 여행도 하면서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돌아볼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