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개요
1.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의 경우,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덴마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2014)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였는데, 행복지수가 높고 교육, 복지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나라에 직접 살아보며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 생활의 절반을 마쳤을 무렵에 느꼈던 전환점이 될 만한 무언가에 대한 갈증은 교환을 가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고, 망설임 없이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앞선 이유와 더불어 덴마크가 치안이 잘 유지되고 유럽권 국가 중에서도 영어 구사 수준이 높은 나라라는 점, 인종차별이 별로 없다는 점 역시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였습니다. 갈 수 있었던 덴마크 대학 중에 오르후스 대학교도 있었는데, 저는 사회학과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곳에는 사회학 수업이 없었고, 교통, 편의시설, 관광 등의 측면에서 이방인으로서 생활하기에는 수도인 코펜하겐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코펜하겐 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코펜하겐 대학교는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학이자 오래된 대학입니다. 2016년도에 ARWU(세계 대학 순위, 일명 상하이 랭킹) 평가 결과 유럽에서 두 번째로 훌륭한 대학이자 세계 순위 30위의 대학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기도 합니다. 캠퍼스가 단과대별로 4곳(City, North, South, Frederiksberg Campus)으로 나뉘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덴마크는 인구가 550만 정도이자 본토의 면적이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치는 작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1인당 GDP 순위는 세계 8위로, 손꼽히는 강소국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덴마크의 특징(코펜하겐의 특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이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 자전거와 날씨, 바다가 떠오릅니다.
덴마크는 ‘자전거의 나라’라고도 불릴 만큼 전역에서 자전거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펜하겐의 경우는 자전거 도로가 한국에 비해 훨씬 넓고,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비교적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고,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자전거를 대여해서 이용하시기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덴마크는 특히 가을과 겨울에 흐린 날이 많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곳입니다. 비도 자주 오는데, 바람의 영향과 더불어 자전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덴마크인들은 우산보다 우비를 많이 이용합니다. 북유럽인 만큼 여름에는 백야 현상까지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3시부터 해가 지기 시작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저는 늦겨울부터 여름 중순까지 생활하다가 왔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해도 길어지고 맑고 따뜻한 날이 많아져서 좋았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국에 속하는 덴마크, 그중에서도 코펜하겐은 셸란 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어디를 가든 바다와 항구를 보기가 쉽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산을 바다가 대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변이 공원처럼 조성돼있는 곳도 있어서 자전거 타기도 좋고, 저에게는 한국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바다를 보며 여유를 즐겼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3. 파견 대학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코펜하겐 대학교 교환학생 관련 업무 전반 : int-admission@adm.ku.dk
-사회학과 교환학생 관련 업무 전반 : Exchange@soc.ku.dk
-기숙사 관련 업무 전반 : contact@housingfoundation.ku.dk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덴마크 비자 신청 절차는 꽤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입니다. 10월 중순, 코펜하겐 대학교로부터 ST1 서류(비자 신청 서류)가 메일로 왔고 저는 이런저런 서류 준비를 거쳐서 11월 초 노르웨이 비자 센터에 가서 접수를 했습니다.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난 시점인 12월 초에 등기로 여권과 거주 허가증(비자)을 받았습니다.
ST1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Case Order ID(이하 ID)를 발급받는 것입니다. New to Denmark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발급받으면 되는데, 34만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영수증 인쇄를 놓치기 쉬운데, 비자 신청을 할 때 ID 발급 영수증을 함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인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ID 발급 후에 ST1 서류에 그것을 적으면 되고, 그 이후로는 혹시나 결제한 비용을 환불받을 일이 있을 때 환불받을 계좌를 쓰는 칸, 인적사항을 적는 칸 등이 나옵니다. 여권 번호, 학력 등을 기재하면 끝이고, ID만 발급받고 나면 서류를 작성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비자 신청 시에는 작성한 ST1과 각종 서류와 영수증들(아래 기재해 두었습니다.)을 챙겨서 노르웨이 비자접수센터(단암빌딩)로 가면 됩니다. 미리 노르웨이 비자 접수 센터에 인터넷으로 방문 날짜와 시간 예약을 하도록 돼 있고, 메일로 예약확인증이 왔습니다. 서류를 확인하고 간단한 인터뷰까지 마치면 비자 접수는 끝이고, 15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덴마크에는 처음 가는지, 왜 가는지, 일을 할 생각이 있는지 등을 여쭤보셨습니다.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됐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코펜하겐 대학교(UCPH)는 자체 기숙사가 따로 없습니다. Housing Foundation(이하 하파데)이라는 기관이 있고 이곳에 연계된 여러 기숙사 중 학생들이 하나를 택하는 식입니다. 하파데와 연결되어 있는 기관이 UCPH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각 기숙사마다 UCPH 학생 비율도, 거주하는 사람들의 출신 국가 비율도 다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숙사 신청 시스템이 특이한데, 기숙사 신청이 선착순이며 신청 날짜만 알려주고 신청 시작 시각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파데의 Office Hour 중에 메일이 올 거라고만 알려줬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후기들을 보면 대체로 한국 시각으로 저녁 8시 반 이후에 메일이 왔다는 정보가 많았었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저녁 6시 반쯤 메일이 왔기 때문에 신청 시작 시각은 장담할 수가 없어서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합니다.
기숙사 신청 메일이 오고, 제공된 링크(Ocean Flow)에 들어가서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접속이 된 이후 메일에 적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습니다. 뒤이어 인적사항들을 입력하고, 남아있는 방 목록과 미리 정해둔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저는 ‘Signalhuset’이라는 기숙사를 선택했습니다.
기숙사 신청을 한 다음 날 계약서와 정보 제공 동의서 등의 서류가 메일로 왔습니다. 계약서는 덴마크어로 작성되어 있는데, 영어로 볼 수 있는 링크를 알려줘서 영어로 비교해보면서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와 Service Contract, 정보 제공 동의서를 인쇄-사인-스캔을 거쳐서 업로드했고, 비용 결제까지 한 후 확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12월 초에 기숙사 확정 메일을 받음으로써 기숙사 신청 절차를 마쳤습니다.
3. 기타 도움이 될 만한 내용
◆ 비자 신청 관련
-비자 신청 시 구비 서류: ST1(단면 인쇄), Case Order ID 발급 영수증, 통장 영문 잔고증명서(한 달 기준 11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체류 기간에 맞게 계산하시면 됩니다), 여권 사진 2매(6개월 이내에 촬영한 것), 여권, 여권 사본(커버 포함), 재학증명서(영문), 입학허가서, 비자 수수료 입금 영수증, 노르웨이 비자 센터 예약확인증
-수수료
*비자 면접일 이전에 베이징 주재 노르웨이 대사관 계좌로 수수료 5,300NOK(약 70만원)를 송금해야 합니다. 은행에서 송금하고 영수증을 받으시는 것이 제일 간편한 것 같습니다. 영수증에 이름, 생년월일, 여권 번호가 적혀있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것이 기재되는 칸이 없어서 저는 따로 적은 이후 은행 직인을 받았습니다.
*그 외로 노르웨이 비자 센터 업무 수수료 78,000원, 등기 비용 11,000원, 비자 신청 상황에 대한 알림 문자 서비스 비용 2,700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비용들은 모두 센터에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비자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한 달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최대는 3개월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고 하니 ST1 메일을 받은 이후 가능한 빨리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덴마크 현지에서 비자를 신청하고 발급받으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무비자로 90일까지 거주 가능해서 출국에 지장이 없고, 덴마크에서의 비자 신청 및 발급 절차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 방법 역시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 관련
-기숙사 신청 안내 메일에 기숙사 목록을 볼 수 있는 링크와 Booking Manual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기숙사 목록을 보면서 월세, 단과대와의 위치 등을 확인해 보면서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두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신청이 시작되면 마음이 급해서 기본적인 것들임에도 갑자기 헷갈릴 수 있고 당황할 수 있기 때문에 Booking Manual 역시 꼼꼼히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제가 생활했던 Signalhuset의 경우 월세가 70만원을 조금 웃돌았었고, 보증금은 두 달치 월세 가격이었습니다. Signalhuset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했었고, 대부분의 기숙사는 이보다 비쌌던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 신청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수강 신청 방법은 개설 강좌 확인/어떤 수업을 듣고 싶은지, 시간표가 겹치지는 않는지 확인/신청서 작성 후 메일 보내기, 이렇게 세 단계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업 신청과 관련해서 들어가야 하는 사이트 링크는 입학허가서에 나와 있었습니다. 저는 사회학과로 학과를 지원했었기 때문에 코펜하겐 대학교 사회학과의 수업 관련 링크 - Course plan Spring 2020 배너에 들어가서 2020년 봄학기에 열리는 수업과 각각의 강의계획서를 확인하고 세 가지 수업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신청서를 작성하고 기재되어 있는 메일로 보냈습니다. 참고로 사회학과에서는 수업 등록이 선착순이므로 되도록 빨리 신청서를 보내 달라고 했었습니다.
사회학 전공 외에, 코펜하겐 대학교에는 DCC(Danish Culture Courses)라는 교환학생 전용 수업이 있습니다. 이 수업의 수강 여부는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서울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파견 학교에 별개의 신청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을 의미합니다)을 할 때 미리 체크했습니다. 이 역시 입학허가서에 제시된 링크로 들어가 DCC 강좌 목록이 올라오면 그중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한 후 신청서를 작성하고 메일로 보내면 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Danish Society - A sociological Perspective
: 교환학생 전용 강의로, 여러 교수님이 매주 돌아가면서 들어오시고 복지,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제재를 중심으로 덴마크 사회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소개해 주십니다. 시험(기말 에세이)은 수업에서 다룬 제재와 관련된 선에서 덴마크 사회에 대한 질문을 하나 선정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서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수업을 통해 막연히 좋은 사회라고 생각했던 덴마크의 여러 이면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말 에세이를 쓰면서 덴마크 사회의 문제라고 인식했던 부분의 원인을 분석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수업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Understanding Crime and Criminal Justice
: 제가 들었던 수업 중 가장 무난했습니다. 초반에는 범죄학의 이론과 범죄적 정의에 대해 다루고, 이후로는 성범죄, 디지털 범죄 등 실제적인 범죄 유형들을 테마로 하여 수업이 전개됩니다. 수업마다 교수님이 제시하는 질문에 대한 조별 토론도 한 번 이상 이뤄졌습니다. 후반부에 fake news, moral panic을 주제로 관련 이론, 사례를 발표하는 방식의 팀플이 있었고 시험은 특정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과 예방방안을 수업에서 다룬 텍스트를 기초로 하여 서술해보는 것이었습니다.
-Protest Movements, Culture, and Social Change
: 수강했던 네 개의 수업 중 가장 어려웠지만, 사회학의 섬세함과 통찰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수업이었기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업은 교수님이 주도적, 일방적으로 이끌어나가시기보다는 텍스트를 읽고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면 그에 응답하고 함께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제공해주시는 텍스트들이 굉장히 좋았고, 판데믹(Pandemic) 상황에서의 사회 운동을 주제로 한 웨비나(Webinar)에도 참여 기회를 주셨는데 여러 나라 학자들의 현시대에 대한 진단, 사회 운동의 변화 등에 대한 식견을 들어볼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시험은 교수님께서 던진 두 가지 질문 중 하나를 골라 그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방식이었고, 학술적 글쓰기를 강조하시기보다 수업에서 다룬 텍스트를 반영해서 자유롭게 글을 써보라고 하셨습니다.
-Danish Culture Course(DCC) ? Course in Danish Culture
: DCC는 7.5ects 혹은 15ects로 들을 수 있는데, 저는 전자를 택했고 출석만 하면 됐던 수업이었습니다(후자를 택할 경우 기말 에세이를 제출해야 합니다). 매주 다른 교수님이 들어오시면서 덴마크의 역사부터 현대 문화까지 다양한 내용을 개괄적으로 다루십니다.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수업이었고, 교환학생 전용 수업인 만큼 매년 덴마크의 명소를 여러 곳 탐방하는 수업이 진행되지만 이번 학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고, 3월 중순까지 대면 수업이 이뤄지다가 이후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3. 학습 방법
DCC를 제외하고 제가 수강한 수업들은 출석 체크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만큼 학생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자신이 참여하는 만큼 배워간다는 기조를 교수와 학생이 공유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또한 수업과 시험에서 텍스트를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업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업 전에 시간을 들여 텍스트를 꾸준히 읽은 것이 영어를 완전히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흐름을 따라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말 시험(에세이)을 준비할 때도 그동안 수업에서 다룬 텍스트를 구조화해 볼 필요가 있는데, 미리 읽어둔 덕분에 에세이를 조직화할 때 필요한 내용을 정리된 텍스트 안에서 가져오기가 수월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텍스트를 읽고 수업을 들으면서도 공부가 되지만, 학기 말에 어떻게 그간 읽은 글들을 주제에 맞게 활용하고 녹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덴마크어를 따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일상에서 보이고 들리는 언어는 덴마크어이지만, 덴마크인 대부분이 영어를 잘하고 타인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덴마크어를 배우고 싶으시다면 학교에서 개설하는 덴마크어 강의를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의 경우, 스피킹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 스피킹을 잘 못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서히 영어가 늘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혼자 지내고자 하면 그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많이 참여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5. 기타 도움이 될 만한 내용
한국에서보다 수업 분위기 자체가 자유롭고 활발하며 훨씬 여유있게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영어 리스닝과 스피킹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텍스트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많고 서로 이해해주기 때문에 수업과 수업참여에 대한 걱정을 많이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야 할 물품
기본적인 물품들 외에, 밥을 직접 해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기밥솥을 가져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책을 몇 권 가져가시는 것도 추천해드립니다. South Campus 도서관에 한국 책이 제법 있는데, 대출이 안 되는 책도 많고 원하는 책을 찾기는 더더욱 쉽지 않아서 저는 책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가장 아쉬워했던 것 같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덴마크, 그중에서도 코펜하겐의 물가는 한국의 2배 정도입니다. 기숙사비부터 시작해서 교통비, 외식비 등 물가가 상당히 비쌉니다. 그나마 공산품이나 과일, 채소 등은 한국과 값이 비슷하고, 고기류는 할인할 때 한국보다 싸게 파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덕분에 기숙사에서 음식을 요리해 먹으면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매달 한국에서 생활하는 수준의 1.5배 정도의 비용이 들었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당 : 앞서 서술한 것처럼 외식비가 비싸 식당은 자주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직접 요리해서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료 : 덴마크의 경우 덴마크 국민이 아니더라도 CPR이 있다면 무상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 신청을 완료하고 덴마크로 온 후 CPR을 신청하고 받게 되는데, CPR은 의료카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카드에 주치의의 병원 주소가 나와 있고, 병원을 방문하고 싶을 때 전화 혹은 인터넷으로 날짜를 예약한 후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 : 저는 한국에서 카드를 가져갔었고, 현금을 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덴마크 은행을 이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Dansk Bank 등을 통해서 계좌를 개설하고 카드를 만들면 아무래도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겠지만, 계좌 개설 절차가 꽤 복잡하고 한국 카드를 쓴다고 하더라도 수수료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꼭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통 : 코펜하겐은 버스, 메트로, 기차 등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메트로의 경우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생활하기 편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었기 때문에, 저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이후로는 자전거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한 달에 3-4만원 정도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고 중고거래도 꽤 많이 이루어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있기 때문에 저는 코펜하겐에서만큼은 자전거와 함께 생활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통신 : 저는 Lebara라는 유심을 사용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이나 덴마크 곳곳의 Kiosk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어플을 통해 Top-up 가능합니다. 통신비가 저렴해서 저는 주로 한 달에 데이터 100GB와 적당량의 통화, 메시지가 제공되는 18,000원 정도의 패키지를 이용했습니다.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데이터 5GB 정도가 무료였기 때문에 초반에 다른 나라 여행을 갔을 때도 무리 없이 사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저는 학교에서 따로 동아리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멘티로 참여했었습니다. 사실 사회학과 멘토-멘티 프로그램에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인문대(South Campus)의 QA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멘토 친구에게 초반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습니다(저는 사회학과 소속이었지만 제가 들었던 DCC 수업이 인문대 개설 강좌였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QA 프로그램에 늦게 참여하게 됐었지만, 덴마크에 가기 전에 멘토와 매칭이 되면 멘토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서 숙소까지 가는 것을 도와준다고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수도 있고 덴마크 현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QA 프로그램과 같은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덴마크는 유럽 곳곳을 여행하기에 괜찮은 위치에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3월 중순 국경이 봉쇄되기 전에 스웨덴 말뫼, 노르웨이 트롬쇠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그 외에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여행 등을 계획했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무산되었습니다. 4-5월은 덴마크도 락다운(Lock-down) 조치가 시행되면서 거의 나다니지 못했고, 종강 후 6월부터 귀국하기 전까지 친구들과 덴마크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유럽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국 여행을 많이 못 다닌 것은 아쉽지만, 한 나라에 오래 머물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사람이나 어떤 일이 아니라 생경했던 도시와 나라에 정이 드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덴마크에서 생활하면서 위험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습니다. 간혹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신변에 위협을 느꼈던 적은 없었고, 밤에 돌아다니기에도 괜찮았습니다.
6. 기타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저는 하나 비바 체크카드를 이용했는데, 후불 교통 카드 기능이 있는 국제학생증 카드를 쓰시기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결제 시에 국외 카드의 경우 매번 영수증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국제학생증 카드를 쓰면 그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현금 인출 시에는 Dansk Bank가 제일 수수료가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보통 마트에서 현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카드로 그 금액만큼 결제를 하고 현금을 받을 수 있는데, 국외 카드의 경우 그것이 불가하다고 들었습니다.
-덴마크에 도착하시면 CPR카드와 핑크카드(사실상의 신분증)부터 만드시길 바랍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관련 정보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Nem ID는 OTP같은 개념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는 아닌데(계좌를 개설하고자 하신다면 필수입니다), 이후에 CPR을 해지할 때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했습니다.
-덴마크에는 Rema1000, Netto, Irma, Bilka 등의 마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Rema1000이나 Netto가 가격이 싼 편인데, ‘minetilbud-Tilbudsaviser’라는 어플을 활용하시면 마트별로 물품 가격을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못 타셔서 메트로를 타고 학교를 다니셔야 한다면, 통근권을 끊으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덴마크 메트로 노선은 zone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저는 학교를 다닐 때 zone 2개를 오가야 했는데, 한 번 메트로를 탈 때마다 3,000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고 비싸다는 생각에 통근권을 끊었습니다. 저는 제가 주로 이용하는 zone 2개를 지정해서 통근권을 끊었고, 통근권 사용 시 한 달간 지정한 zone을 무제한으로 다닐 수 있습니다. 9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한달 치 교통비를 거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결제하는 것보다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에 오시면 Rejsekort라는 교통카드를 만드시게 될 텐데, 코펜하겐 중앙역으로 가셔서 Personal 카드를 만드시길 권해드립니다. Anonymous 카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일정 보증금을 카드에 남겨야 하고 혹여나 내리면서 태그를 안했을 시에 내야 하는 벌금도 훨씬 많기 때문에 번거로우시더라도 중앙역에서 Personal 카드를 만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환학생 준비과정을 인스타그램에 남겨두었습니다. 계정은 @juhee_denmark 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물어봐 주세요:)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모든’이라는 단어는 쉽게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친구들과 덴마크에서 함께 보낸 ‘모든’ 시간이 행복하게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방인으로서의 감각이 차츰 쌓여가면서 문득문득 저를 덮쳐오던 외로움이 잠시에 그칠 수 있었던 것도 곁에 있던 친구들 덕분이었습니다. 같이 놀고, 여행하던 것만 좋았던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르게 살아온 친구들과의 대화와 낯설게 느껴지던 여유로움 속에서 나를 더 알아갈 수 있었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들, 멋진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던 밤들을 무수히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찾게 된 건 그동안 쌓인 생각의 겹 덕분도 있겠지만 친구들과의 대화와 그에서 비롯된 앎, 다짐의 역할이 컸을 것이 분명합니다.
수기를 마무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못다 한 시간의 의미를 정리하는 일은 앞으로의 저의 몫이리라 생각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머물며 물가에서 윤슬을 바라볼 때면, 그 기간동안 바다를 조금이라도 닮아 보다 깊고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그저 그 바람이 나를 매번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이 아니기를 바라볼 뿐입니다. 교환이라는 일종의 ‘사건’을 거친 제가 앞으로 어떤 항로를 택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나아갈지 설레기도 합니다.
누군가 교환을 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면 여력이 되는 한 꼭 가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예상과 같이 흘러가기만 해도 좋겠지만, 다르게 흘러갈지라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넓은 세상에서의 호흡을 선택할 많은 분들을 마음 깊이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코로나 19의 확산 속에서도 이번 학기 교환 생활을 무사히 마치신 모든 분께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