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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임O훈_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_2019학년도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4 January 2021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2019년도 1학기를 휴학했으며, 이 기간 동안 프랑스 투자은행에서 인턴을 진행했었습니다. 인턴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난 몇 년간 외국어에 대한 노출이 적었다는 점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고, 또한 입학 이후 군 입대, 복학, 인턴 등 쉬지 않고 학기를 진행해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복수전공을 진행하고 있는 과의 특성상 가을 학기 복학을 하게 될 경우 강의 수강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후, 국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하였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고려한 점은 외국어였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를 가든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은 영어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저는 군 복무 중 중국어를 독학한 경험이 있어서, 가능하다면 중국어를 말할 기회가 있는 국가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 본토의 경우 수업 자체가 영어로 진행되는 곳이 많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정도의 국가를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 홍콩의 홍콩과학기술대학교와 싱가포르의 난양 공과 대학을 최종적인 후보지로 선택하였고, 난양공과대학을 1순위로, 홍콩과학기술대학을 2순위로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지원 당시에는 싱가포르라는 국가에 좀 더 매력을 느껴서 지원한 것인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기간 중에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여러 이슈들이 불거져, 새삼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어느 국가를 선택하든 교환학생 생활 자체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권마다 작은 차이를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큰 틀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에 큰 관심이 있다면 해당 지역으로 가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특정 국가에 대한 로망이나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국가로 가고 싶은 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어떤 국가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인가에 조금 더 집중을 하여 국가와 대학을 선택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우선 저는 Temasek Foundation(이하 TF)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의 수혜를 받으며 교환학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Temasek은 싱가포르의 옛 이름이라고 하며, 현재는 Temasek Holdings 라고 하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TF는 Temasek Holdings에서 지원을 받는 단체로, 싱가포르의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교육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러한 활동 중,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오는 Inbound 학생들과 싱가포르에서 다른 국가로 교환학생들을 가는 Outbound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TF-LEaRN 프로그램이 있으며, 저는 해당 프로그램의 장학생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NTU로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확정되고 난 후, 담당자님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었으며 다행히 서울대학교에서 추천자로 선발되어 TF에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성적증명서, 에세이, 지도교수 추천서 등을 추가로 TF에 제출했고, 최종적으로 장학생으로 선발되게 되었습니다. 장학생에게는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데, 첫번째로 금전적인 측면에서 큰 혜택이 있습니다. TF-LEaRN 프로그램에서는 Inbound 학생에 대해서 왕복 비행기표 비용, 기숙사비 및 기타 교내 부담금이 지원되며, 총 2500 SGD에 상당하는 생활비 역시 지원됩니다. 학생 개인이 어떤 생활을 하는가에 따라서 생활비가 얼마나 여유있는지가 결정되겠지만, 저의 경우는 가장 처음에 환전해갔던 1000 SGD를 제외하면 4달간 추가적으로 싱가포르 달러로 환전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달러의 경우에는 싱가포르 인접 국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의 통화로 환전이 용이한 편이라, 생활비 지원금의 일부를 여행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TF-LEaRN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종류의 인적교류활동을 지원합니다. 우선 해당 프로그램은 아시아 국가 대학 한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저와 같이 Inbound 교환학생들과의 교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OT를 비롯하여, 싱가포르 일일투어, Friendship day, Leadership Forum, Farewell Party 등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유수 대학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환학생 한명에 대해서는 한명의 현지학생과 교수님이 배정되어 교환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현지학생이나 교수님과 많은 교류를 하지못했는데, 이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저의 경우에는 Singapore Night F1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이싱 행사의 티켓을 공짜로 받기도 했습니다. 레이싱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으나, 교환학생을 통 틀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총 15시간 정도의 봉사활동을 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제가 진행한 학기의 경우 근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싱가포르의 노인 복지와 유아 복지를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먼저 싱가포르와 NTU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전달하려 합니다. 싱가포르까지는 직항으로 약 6시간 20분정도가 소요됩니다. 원인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제가 검색했을 때는 한국과 싱가포르를 직항으로 오고가는 비행기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밖에 없었고, 가격대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아무래도 방학기간이면서 바캉스 기간인 8월 초 중순에 비행기를 예매한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다면 경유편을 이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인접한 국가들이며, 몇몇 말레이시아 도시의 경우에는 싱가포르까지 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 만약 조금 일찍 출국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말레이시아의 몇몇 도시들을 여행하고 싱가포르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NTU의 수강신청의 경우 수강승인, 수강신청, 수강정정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없는 과정이 수강승인인데, 이는 학생이 수업을 신청하기에 적절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승인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중국어2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중국어1 수업을 미리 이수했는지를 확인합니다. 몇몇 강의들은 교환학생의 수강이 금지 되어 있으며, 몇몇 전공과목의 경우 선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수강승인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언어 교과목의 경우 가장 낮은 수준의 강의가 아닌 다른 강의를 수강하고자 할 경우, 별도의 시험에 응시해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중국어 2수업을 수강하고자 했으나, 별도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대답을 받고 수강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강승인이 끝나고 나면 수강 승인된 과목(보통 10과목 이상) 에 대해서 자동으로 수강신청이 됩니다. 수강 승인 시에 우선순위를 정했던 과목 위주로 등록이 되어있으나, 저의 경우에는 마음에 드는 수업이 없어서 대부분 수강 정정기간에 시간표를 상당히 수정했습니다. 수강정정도 한국과는 조금 다른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오후 6시 이전에 수강정정(취소 및 등록)을 신청하면 오후 6시 이후에 일괄적으로 등록이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12학점을 수강 신청했으며, 3과목의 전공과목과 1과목의 운동과목(농구)을 신청했습니다.

기숙사의 경우에는 기본 2인실로 배정이 됩니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거나 다른 사유가 있을 경우 1인실로 배정받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저는 대상자가 아니라서 2인실에서 생활했습니다. NTU에는 상당히 많은 기숙사가 있으며, 시설이나 위치도 천차만별입니다. 싱가포르 특성상 에어컨이 필수적인데, 몇몇 기숙사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도 입주시에 주는 에어컨 카드를 충전해서 사용해야하므로, 한국에서처럼 에어컨을 항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룸메이트와 공동으로 충전해서 사용하시는 방법이 조금이나마 에어컨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기숙사, 단과대 단위로 Canteen 이라고 불리는 구내식당들이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제 기준 맛도 괜찮은 편이라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교환학생마다 돈을 관리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저는 통장을 개설하기 귀찮아서 그냥 현금을 주로 사용하되, NETS Flash Pay 카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NETS Flash 같은 경우 NTU의 학생증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며, 거의 모든 가게와 식당에서 사용가능합니다. 또한 교통카드 기능도 있어서 버스나 MRT(지하철)을 탈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싱가포르 역시 환승기능이 있으니 사용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큰 매력 중 하나는 해당 국가와 근처의 나라들로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삼은 목표 중 하나가 여행이었기에, 가능한 많은 나라들을 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학기 시작이후 첫 몇 주 정도는 비자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싱가포르에 있는 시기인데, 저는 이 기간 동안 싱가포르 내부를 여행했습니다. 우선 TF-LEaRN에서 만난 친구들과 차이나타운, 센토사 섬 등을 여행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이 National Day 였던 관계로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구경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싱가포르의 National Day는 전 싱가포르가 기대하는 아주 큰 행사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교환학생들과 국립박물관이나 국립미술관 및 각종 축제를 구경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이나 국립 미술관의 경우에는 학생증을 제시할 경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행에서 박물관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여러 박물관을 돌아다녔는데, 학생증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싱가포르에는 국립박물관 이외에도 여러 박물관이 있는데, 제가 갔을 때는 몇몇 박물관이 내부수리를 이유로 휴관 중이라 방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 공항은 규모도 상당히 크며, 근처 다른 국가로의 비행편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저는 금요일에 수업이 없었던 관계로 주말을 이용한 여행을 꽤 많이 다녔는데, 비행기 표가 저렴하고, 근처에 여행하기 좋은 국가들이 많은 만큼 교환학생 기회를 이용해서 자주 여행을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첫 여행은 가족과 함께한 여행으로,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바루라는 도시로의 여행이었습니다. 저는 싱가포르에서, 가족은 한국에서 출발해서 코타키나바루에서 만났으며, 실질적으로는 3일간 여행을 했었습니다. 사실 코타키나바루의 Kota는 말레이어로 ‘도시’라는 의미이고, 행정구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키나바루라고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코타키나바루’ 라는 단어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코타키나바루는 세계 3대 석양으로 유명한 곳인데, 저도 가족들과 함께 석양을 구경했었습니다. 다만, 다른 말레이시아의 주요 도시와는 다른 섬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시에 석양과 몇몇 모스크를 제외한다면 관광지가 상당히 제한적이라서 이를 고려해 여행계획을 세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접한 나라다보니, 말레이시아를 상당히 자주 방문했었습니다. 코타키나바루 여행 이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말라카, 페낭을 방문했는데 세 국가 전부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언급했듯,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버스로 왕래할 수 있는데, 저의 경우 주말을 이용해서 짧게 여행을 다니다보니, 시간이 많이 드는 버스는 잘 이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하며 주중에는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버스를 이용할 경우 입국심사장에서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다만 그러한 점을 제외하면 버스도 상당히 괜찮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 비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저렴하고, 영어가 상당히 잘 통하는 국가입니다. 다만, 이슬람국가여서 그런지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죄악세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저는 담배는 피지 않지만 높은 술값 때문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수도로 보통 KL이라고 줄여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도인 만큼 많은 관광지가 있으며,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도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바투 동굴이라고 불리는 힌두교 사원이 기억에 남는데, 계단에 있는 원숭이들과 거대한 동상, 동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KL 옆에는 말라카라고 하는 도시가 있는데, 해안 도시이며 오랜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입니다. 마치 경주처럼 도시 전체가 문화재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관광지도 많아 한번쯤 방문할 가치가 있는 도시입니다. 저는 말라카에서 먹었던 라이스볼이라는 음식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겉보기에는 밥밖에 넣지 않은 것 같지만 맛은 그냥 밥과는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여담이지만 후에 찾아보니 닭 육수로 밥을 지어서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페낭이라는 도시 역시 말라카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우기라 몇몇 유명한 관광지들을 볼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됩니다. 켁록시(Kek Lok Si) 사원이라고 불리는 절이 있는데(한국어로 극락사), 엄청나게 큰 불상 아래쪽에 미키마우스 석상이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NTU는 Recess week와 Reading week라고 불리는, 개강 중이지만 수업을 하지 않는 주가 존재합니다. Recess week는 중간고사 기간, Reading week는 기말고사 기간 직전입니다.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이 시기를 이용해서 긴 여행을 가는데, 저는 Recess week를 통해서 인도네시아 여행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여러 매력적인 도시가 있습니다만, 저는 recess week를 이용해서 화산투어와 발리여행을 했습니다. 화산투어는 인도네시아의 유명화산인 브로모 화산과 이젠 화산을 여행하는 것인데,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며(보통 새벽1~3시 사이) 낮밤이 바뀌기 때문에 신체적인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경치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수라바야라는 도시에서 출발하는 투어를 예약했는데, 요기자카르타에서 출발하는 여행보다 차를 타는 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님에도 상당히 오래 차를 타고 가야했는데, 보통 브로모 화산을 먼저 방문하고 이젠 화산을 나중에 방문하는 코스가 보편적인 것 같았습니다. 첫날 브로모 화산 중턱에서 숙박을 하며, 다음날 새벽 3시에 일어나 지프차를 타고 화산에서 일출을 보며, 곧바로 아침식사 후 이젠 화산 아래에 있는 호텔로 이동하여 다음날 이젠 화산에서 일출을 구경하게 됩니다. 이젠 화산의 경우에는 새벽 12시 정도에 일어나서 등산을 해야 하는데, 지독한 유황냄새 때문에 산 중턱부터는 방독면을 끼고 등산을 해야합니다. 일정만 보면 고생밖에 하지 않은 여행처럼 들리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여러 번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학생들도 갔으면 좋겠습니다. 브로모 화산에서의 일출과, 이젠 화산 뒤쪽으로 펼쳐지는 Green Lake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입니다. 이젠 화산에서 내려오면, 이후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이젠 화산 바로 아래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발리로 이동했습니다. 화산 투어의 여파로 피곤이 누적되어 있었던 저와 제 친구는 발리에서 3일 정도 휴양을 한 후 recess week를 마무리했습니다.

학기 말이 다가오며 몇몇 수업이 종강을 하고 여행을 갈 시간이 좀 더 확보가 되었습니다. Reading week에는 베트남 여행을 길게 다녀왔습니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사파, 하롱베이를 다녀왔었는데, 세 도시 모두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최근에 베트남에서의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아져서 그런지 사람들도 정말 친절했으며, 특히 사파 투어 같은 경우에는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을 다녀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다만 제가 사파에 갔을 때는 며칠 동안 비가 내려 트래킹을 하는 내내 길이 미끄러웠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등산화를 들고 가거나 빌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 도시 모두 하루 이틀은 있을 만큼 관광할 곳이 많고, 베트남 전반적으로 물가도 저렴하기에 정말 즐거운 여행을 보냈습니다.

종강이후 싱가포르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약 10일정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기간은 베트남의 호치민과 무이네에 투자했었습니다. 6일정도의 여행이었으며 이중 4일 정도는 호치민에, 나머지는 무이네를 방문했습니다.. 하노이 여행이후 베트남 여행의 매력을 느껴서 다시 한번 가기로 결정한 것인데, 비자문제 때문에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한국인인의 경우에는 베트남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데, 무비자 입국을 이용한지 15일이 지나기 전에 다시 베트남을 입국하면 따로 비자를 신청해야 합니다. 그 사실을 알고있었기에, 전자비자를 다시 신청하고 비행기를 타려는데, 제 서류의 성별이 Female로 적혀있어서 다시 비자를 급히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아마 전산오류였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베트남 이민국에 연락을 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이미 신청했던 투어들을 전부 취소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긴급비자를 통해서 입국을 했습니다. 다만 호치민과 무이네 모두 멋진 도시였습니다. 무이네는 호치민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약 6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인데, 두 개의 사구(沙丘)로 유명합니다. 말이 사구지 작은 사막 같은 곳인데, 이곳에서 지프투어도 상당히 매력적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다녀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막을 직접 가보았던 것은 처음이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에서 애썼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동아리 활동 역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있는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NTU에서 KLP라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아리와 기숙사 농구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KLP는 많은 한국인 교환학생이 신청하는 동아리인데,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현지 학생, 혹은 교환학생들에게 한국어 강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저는 대만에서 온 친구를 만나서 따로 언어교환을 진행하기도 한 것이 상당히 유익했습니다. 한주에 한번 정도 수업을 진행하며, 초급반은 영어로, 중급반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초급반을 맡았는데, 한국어를 영어로 강의하면서 얼마나 한국어가 가르치기에 어려운 언어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중국어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데, 두 언어 모두 한국어와는 다른 점이 많아서 생각보다 강의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만 한국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데, 심지어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의 영향으로 SKY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한국 연예인이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상당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저와 친했던 케나다에서 온 친구도 매주 ‘러닝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본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이 단과대학 단위로 이루어지는 서울대학교와는 다르게 NTU의 경우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이 기숙사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기숙사 농구 동아리 활동을 했으며, 화요일 혹은 수요일에 3시간 정도 연습이 진행되었습니다. Interhall game이라는 기숙사간 리그 경기에 대비하는 것이 연습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대회 기간이 제 출국 이후인 1월이었던 관계로, 초기에는 열심히 연습에 참여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든 스포츠 동아리를 경험하지는 못해서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만, 대부분의 스포츠 동아리는 한국의 동아리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다만 처음 스포츠를 접하는 학생들이 꽤 있는 한국의 동아리와는 다르게 싱가포르의 동아리는 고등학교나 중학교에서 클럽 스포츠를 경험하고 오는 학생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4학년 1학기에 신청했습니다. 졸업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시점이라 시간낭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고, 이 시간을 조금 더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대학 입학 이후, 기존의 인간관계와 일정기간 단절된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여행했던 경험은, 비록 졸업이나 취업과는 무관한 것이지만 대학생활을 돌이켜 보았을 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저는 NTU에서 농구 수업을 수강했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운동 수업과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느 수업이든 동아리 혹은 고등학교 클럽 등에서 꽤나 높은 수준의 실력을 쌓고 수강을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해당 종목의 운동을 처음 해보는 학생도 있습니다. 수강 전 학생들의 실력간 편차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특히 운동 수업의 경우 강의 성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약간의 난항이 있는 것은 어느 대학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수강했던 농구수업은 약 5~6명의 학생이 한 조를 구성하며, 기말 평가에 조 단위로 3:3 경기를 진행하여 팀 성적과 개인의 역량을 성적표에 반영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조에는 인도계 현지학생이 한명 있었는데, 농구 수업을 수강하기 전에는 동아리나 클럽 팀 경험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팀 연습이나 개인 연습 시에도 다른 학생들의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기말 평가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기말 평가 때 놀랐던 점은, 상대팀이 실력이 부족한 저의 팀원을 배려해주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져주는 모습을 보이고, 노력해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NTU의 학생들 역시 서울대학교 학생들만큼이나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며, 평가 방식이나 과정에 매우 민감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는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여유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은 유치원에서나 배울 법한 훈계라고 생각합니다. 머리가 굵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이런 쉽고 간단한 규칙을 당연하게 실천을 하고 있는 NTU 학생들을 보면서, 제가 왜 그런 모습을 보고 놀라야만 하는지, 또 왜 저는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입생 때 들었던 교양수업에서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문장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모든 인간은 보수적이다” 라고 하는 말씀입니다. 인간은, 그리고 모든 동물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 내재되어 있으며, 자신이 태어나서 몸담고 있는 환경은 그 자체로 자신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에 이를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는 의미였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외국이 한국보다 우월하다는 태도는, 자국의 역사나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숭상하는 문화만큼이나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익숙했던 장소, 당연하다고 여겼던 행동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 다른 행동들은 관찰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며 제가 원래 있었던 곳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 이젠 화산을 새벽에 오르고 있었을 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쏟아질 듯한 별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공적인 불빛이라고는 없는 자바섬 한가운데, 산 중턱에서 본 하늘은 그야말로 절경이었습니다. 평소 별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바로 눈앞에서 빛나는 듯한 별들이 박힌 검은 하늘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별들 중에는 남반구에서만 볼수 있는 남십자성이 있었다는 것을 조금 더 시간이 지나간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점만 빼면 남십자성은 북반구의 북극성만큼이나 찾기 쉬운 별자리입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조금 더 그 별자리가 낭만적으로 들리는 것은 한국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국에서의 앞으로의 생활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그것처럼 늘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만 가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한 학기 동안의 즐거웠던 기억들은 남십자성처럼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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