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외고에서 프랑스어과를 전공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3년, 대학교에서 2년 동안 불어와 프랑스어 문화를 배우면서 프랑스 현지에 가서 꼭 장기 체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환프로그램에 신청하기 전까지 학점 관리도 열심히 하고 불어 공부도 나름대로 꾸준히 하곤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1순위로 지망하던 파리 7대학에 합격했고 그 순간 느꼈던 기쁨과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 파리 7대학에 지원한 이유
저는 교환생활을 통해 무엇보다 프랑스어 향상과 프랑스 문화 직접체험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인 파리로 교환을 오게 되었습니다. 파리 대학들 중 7대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7대학은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CROUS라는 기숙사가 보장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파리는 집을 구하기가 힘들며 집값이 정말 비싸기로 유명한데 집을 직접 발품 팔아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CAF라는 기관을 통해 매달 주택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택보조금은 한 달 집세의 30~40 퍼센트 정도의 적지 않은 액수이기 때문에 꼭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7대학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학교가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위치하고 7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바로 근처에 위치한 기숙사(Grands Moulins, Lepaute)에 배정받으므로 통학의 어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Pitie-Salpetriere라는 기숙사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 기숙사 Pitie-Salpetriere에 대한 짤막한 설명위치: 메트로 5호선 Saint-Marcel 역 바로 앞에 위치한 Pitie-Salpetriere 병원 안에 위치함. 구글 맵으로는 위치 찾기가 어려우니 Accueil에 위치를 물어봐야 함.장점: 교통이 매우 편리함. 근처에 메트로 5호선, 6호선, 10호선, RER C가 있으며 버스정류장도 많음. 단점: 지어진 지 꽤 오래되어 시설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님. 입주 초기 빈번한 공사로 온수가 작동되지 않았고, 난방도 퇴소 전까지 작동되지 않아 Accueil에서 빌려준 온열기구로 겨울을 남.
파리 7대학에 지원한 세 번째 이유는, 이 대학에 한국학과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교환을 갈 수 있는 파리 대학교들 중 7대학에 유일하게 한국학과가 있었습니다. 저는 언어학과로 교환을 갔지만 한국학과 수업도 들었는데, 한국학과 수업을 들으며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과 친해지기 쉬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학과 수업 등록을 하면서 만난 프랑스인 친구와 많이 친해져 아직까지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또한 7대학 한국학과에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신 선배님 두 분이 교수로 재직 중이셔서 제 꿈인 한국어 교사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처리해야 할 각종 행정 처리
가) 출국 전
a. 비자
비자는 파견 학교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의 인터뷰 후 저의 경우 두 달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먼저 캠퍼스 프랑스에 각종 서류를 제출한 후 인터뷰 날짜가 잡히면 첫 번째 인터뷰가 진행되고 그날 주한프랑스대사관 인터뷰 날짜를 잡게 됩니다. 대사관 인터뷰 후 비자가 나오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프랑스 입국 날짜보다 비자가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 대사관 사이트에 수시로 들어가서 빈 날짜가 생긴다면 인터뷰 날짜를 앞당기셔야 합니다.
b. 아포스티유
아포스티유는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발급해주는 서류로서 CAF에서 지급되는 주택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입니다. 한국에서 아포스티유를 받은 후 그 서류를 프랑스로 가져가서 주불한국대사관에서 번역을 받은 후 CAF 신청 시 제출하면 됩니다.
c. 집 보험 및 여행자보험
집 보험은 기숙사 입주 시 필요한 서류입니다.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갈 수도 있고 프랑스 은행계좌를 열면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갔습니다. 여행자보험 또한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갔습니다.
√ 파리 가기 전 챙겨간 중요 서류 1) 여권 사본 5부 2) 비자 사본 5부 3) 디드로 입학허가서 원본 및 사본 3부 4) 기숙사 거주증명서 3부 5) 증명사진 및 여권사진 여러 장 6) 집보험 및 여행자보험 관련 서류 |
나) 파리 도착 후
a. 은행계좌 열기
7대학과 연계되어 있는 은행은 Societe Generale이라는 은행이므로 이곳에서 계좌를 여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 계좌로 적지만 돈을 넣어주기도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8 rue Elsa Morante, Paris, France)에서 계좌를 열었습니다. 영어로도 업무 처리가 가능합니다. 미리 헝데부를 잡을 필요는 없고 개강하자마자 바로 은행에 가서 업무 처리를 하실 수 있습니다.
계좌 개설 신청 후 집으로 계좌 관련 우편이 여러 차례 오기 때문에 수시로 우편함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한 달 이내로 계좌가 개설되지만 저 같은 경우 서류 한 장이 미비되어 두 달이 넘게 계좌 개설이 안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 계좌 정보(RIB 번호) 제출이 필수인 CAF와 Imagine R 신청이 계속 미뤄져 주택보조금을 12월부터밖에 받지 못하였고 Imagine R 신청 또한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은행 측에서 문자나 편지가 오지 않는다면 반드시 은행에 직접 찾아서 본인 서류 처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서류 처리에 문제가 있어도 당사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은행 측에 정말 놀랐습니다.
b. 아포스티유 번역공증 받기
CAF 신청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며 주불한국대사관으로 가시면 됩니다. 원본을 복사하여 사본을 마련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c. Navigo 발급받기 또는 Imagine R 신청하기
나비고는 프랑스 메트로, RER, 버스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로 주·월 단위로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지하철역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발급 시 증명사진이 필요합니다. 역마다 다르지만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에서 증명사진을 찍으실 수도 있습니다. 한 달에 약 60유로 정도입니다.
Imagine R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통권으로 한 달에 30유로 정도만 내면 됩니다. 그러나 발급 시 RIB(본인 은행계좌 정보)가 필요하며 해지하는 데 오래 걸린다기에 저는 나비고를 충전하여 쓰거나 carnet(편도 티켓 열 개 묶음)를 사용했습니다.
d. 기숙사 입주하기
기숙사 입주 날에는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입주 전 기숙사 accueil 근무시간을 확인하고 필요 서류를 잘 챙겨서 가셔야 합니다. 저는 9월 2일에 기숙사 입주를 했는데, 입주하는 학생들로 줄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리셉셔니스트가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자기 순서가 되면 가져온 서류들을 제출하고 보증금 300유로와 한 달 집세(같은 기숙사라도 방마다 집세가 상이한데 저 같은 경우 한 달에 407유로였습니다.)를 한 번에 카드로 지불합니다. 현금 결제는 불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 후 리셉셔니스트와 함께 배정된 방으로 올라가 방을 둘러보게 됩니다. 방 도착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EDF라는 전기 회사에 전화하여 계약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어로도 상담이 가능합니다. 전기료를 두 달마다 또는 매달 결제할 수 있으며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후 이케아에 가서 각종 생활용품을 사고, 기숙사 바로 앞에 위치한 마트인 모노프리에서 청소용품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귀가했습니다.
e. 프랑스 통신사 가기
교환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프랑스 통신사는 Free mobile입니다. 저는 메트로 Madeleine 근처에 있는 매장에 갔습니다. 매장에서 무인 기계를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해 결제하고 심카드까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직원에게 물어봐가며 진행할 수 있는데 제가 간 시간은 평일 오후 4시쯤이었는데 사람이 매우 많고 직원들도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기계에서 나오는 지시사항을 잘 따르면 문제없습니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심카드 크기를 선택하기 전에 자신의 휴대폰에 내장되어 있는 심카드의 크기를 먼저 확인하여 알맞은 크기의 심카드를 뽑아야 합니다.
f. CAF 신청하기
주택보조금 CAF는 은행계좌가 열리자마자 가능한 빨리 신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한 달이라도 빨리 주택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온라인으로 신청을 한 후 서류 제출을 위해 CAF 기관(101 Rue Nationale, 75013 Paris, France)에 가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CAF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다음 여섯 가지입니다.
√ 카프 신청 시 필요한 서류 1) 여권사본 2) 비자사본 3) 오피 4) 출생증명서(아포스티유 번역공증 받은 것) 5) 카프용 거주증명서(기숙사 측에서 추후 나눠줄 것임) 6) RIB(은행계좌 개설 후 나오는 계좌번호) |
기관에 서류를 제출한 후에는 CAF 어플을 휴대폰에 설치해서 수시로 주택보조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일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서류 미비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관에 직접 찾아가서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셔야 합니다. 저는 은행계좌가 늦게 개설되는 바람에 12월과 1월 분의 돈밖에 받지 못했는데, 1월 집세를 결제할 때 수당받은 보조금을 제하고 집세를 냈었습니다. 기숙사에 따라 따로 본인의 계좌로 수당받은 주택보조금 전부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숙사 리셉셔니스트에게 이야기해서 사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g. 오피(Confirmation de la validation de l’enregistrement de votre visa) 등록
오피에 대한 정보는 대사관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비자를 받을 때 알 수 있는데, 비자 시작 시점 이후 3개월 이내에 자신의 비자를 전산적으로 등록하는 절차입니다. 중요한 절차이니 잊지 마시고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다) 수업 등록
수업 등록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환학생 대상 오리엔테이션에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파리에 도착하기 전에 선배들의 말과 귀국보고서를 참고해서 관심 있는 강의들을 미리 정리했습니다. 교환학생의 수강신청 기간은 정규 학생들보다 늦을 수 있기 때문에 과마다 수강신청 기간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파리 7대학의 경우 서울대처럼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게 아니라 각 과목의 과 사무실에 직접 들러 secretaire에게 자신의 학번과 교환학생임을 밝힌 후 수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특히 한국학과의 교환학생 수강신청 기간이 많이 미뤄져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때 과 사무실에 헛걸음을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과 사무실 앞 게시판에 붙어 있는 정보나 과사 근무시간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강신청이 모두 끝나면 learning agreement에 강의이름, 강의코드, 학점을 적어 자신의 coordinateur pedagogique(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누군지 알려줌)에게 서명을 받고 이를 스캔해서 7대학 교환학생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야 합니다. 만일 learning agrement에 처음에 적은 강의들에 변경사항이 생겼다면 서울대 국제협력부에 변경된 learning agreement를 메일로 보낸 후 서울대 측 서명이 된 learning agreement를 coordinateur pedgogique에게 제출한 뒤 서명을 받으셔야 합니다.
제가 들은 강의는 총 세 과목입니다. 화, 수, 목요일에 수업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언어학과 강의로는 L’initiation de l’enseignement du FLE(프랑스어교과교육론)와 Phonetique(음성학), 한국학과 강의로는 Linguisque coreenne(한국 언어학)을 수강했습니다. 프랑스어교과교육론 같은 경우 서울대에서 저희 과 3학년 전필 과목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미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보다 더 심도 있는 개념과 폭넓은 참고자료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음성학의 경우, 제가 평소 프랑스어의 발음 체계에 대해 관심이 많아 선택한 과목이었습니다.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이과적인 부분도 많고 발음기관에 대한 과학적 이해도 필요해서 예상보다 어려운 강의였습니다. 그러나 매 수업시간에 조별활동이 있어 프랑스인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좋았고 생소한 음성학적 개념들을 찬찬히 고민하며 이해해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수강한 과목 중 가장 만족도가 컸던 과목은 한국 언어학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언어학 개념을 프랑스어로 배우는데 중간중간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언어학적으로 비교·대조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과 수업을 들으니 친구 사귀기에도 아주 편했습니다.
라) 귀국 전
귀국 전에는 기숙사 퇴소, 은행계좌 닫기, 통신사 해약하기 등 크게 세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기숙사 퇴소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은 기숙사마다 상이하지만 저의 경우, 1월 31일에 기숙사에서 나왔는데 보증금을 2월 말에 받을 수 있다 하여 리셉셔니스트에게 저의 한국 계좌 정보를 준 후 기숙사를 나왔습니다. 또한 기숙사를 나오기 전 방 상태를 점검 받아야 하는데, 파손된 물건이 있다면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제하고 돌려줄 수도 있기 때문에 망가진 부분이 있으면 되도록 퇴소하기 전 기술자를 불러 문제를 해결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은행계좌를 닫을 때에는 직접 해당 은행지점에 찾아가서 은행계좌를 해지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경우에 따라 헝데부(rendez-vous)를 잡아야 할 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 그 자리에서 종이와 펜을 받아서 종이에 은행계좌 해지 요구에 대한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면 은행직원이 그 편지를 봉투에 동봉해서 본사에 보냅니다. 은행계좌를 닫고 싶은 구체적인 날짜나 시기를 명시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 해약을 할 때는 먼저 자신의 해당 통신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계약해지 탭에 들어가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나오는 편지 양식에 맞춰 편지를 쓴 후 제시되는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됩니다. 프랑스는 서류의 나라이기 때문에 뭐든지 이렇게 편지를 써서 직접 우체국으로 가서 보내는 과정이 많습니다. 그만큼 행정처리 속도도 느린 편이라는 것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3. 파리 생활 팁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저는 집 앞 모노프리와 리들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모노프리가 훨씬 가깝긴 하지만 저는 훨씬 가격이 더 싼 리들에 가기 위해 25분 정도를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식재료가 싸고 외식비가 매우 비싼 편이니 웬만하면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한인마트는 Place d’Italie 쪽에 있는 ABC마트나 Opera와 Charles-Michels 근처에 있는 K-Mart를 이용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제품들이라 비싼 편이지만 라면은 한국 가격과 비슷하기 때문에 자주 구입했습니다. 학식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밖에서 밥을 사먹는 것에 비해 정말 저렴한 수준입니다. 보통 3~4유로 선이며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나름 괜찮습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파리는 어딜 가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도시입니다. 교환생활을 하면서 여러 유럽도시에서 여행을 했는데, 파리가 가장 위험한 것 같았습니다. 저의 경우, 9월 말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샤를드골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지갑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가방 문이 열려 있음을 깨달았고 지갑만 사라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 지갑 속에는 현금 25유로 정도, 가져온 모든 한국 카드, 서울대 학생증, 디드로 학생증, 한국카드 공인인증 카드 등 정말 모든 것이 들어있었습니다. 카드를 모조리 잃어버려 부모님께 돈을 받을 수도 없었고 여행 내내 친구가 돈을 저 대신 다 내주었습니다. 제가 가장 후회한 부분은 카드를 하나라도 다른 곳에 분산해서 두지 않았던 점과 대중교통에서 소지품에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어딜 가나 소지품을 조심하는 편이었는데 그날따라 방심을 했던 것입니다. 파리를 포함하여 유럽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해서 경찰서에 신고를 해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99퍼센트입니다. 그러니 사전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 친구들만 해도 현금지갑, 휴대폰, 노트북, 에어팟 등을 도난당한 사례가 정말 많았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제가 작년 여름 처음으로 파리에 와서 기대에 부풀어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6개월 간의 파리 생활을 뒤로 하고 다음주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6개월 동안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파리 생활을 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시기에 지갑 소매치기를 당했고, 느린 은행 행정처리 때문에 몇 주 동안을 친구의 카드를 사용하며 지낸 적도 있었고 한국에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중요한 소포의 행방을 찾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겹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우울감 속에서 지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제 주변엔 저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친구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려움들을 친구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제가 인복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욱 강해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 세상 어느 낯선 도시에 떨어져도 살아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제 교환생활의 제1 목표였던 불어 실력 향상도 어느 정도 실현되어서 뿌듯합니다. 언어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데 6개월 간 프랑스어로만 친구들과 대화하는 연습을 하고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생활 표현들을 알아가는 재미와 즐거움이 정말 컸습니다.
저와 함께 파리에서 교환생활을 한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파리를 ‘애증의 도시’라고 표현합니다. 파리라는 도시는 누구 할 것 없이 외국인에게는 달콤함과 동시에 쓴디쓴 맛을 보여주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이지만 돌아보면 기분 상하는 인종차별들, 느린 행정처리, 관광객을 상대로 벌어지는 여러 범죄들, 깨끗하지 못한 지하철이 존재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거리들, 파리 특유의 회색지붕의 오스마니아 풍 건물들, 풍미 있고 유일무이한 프랑스 치즈와 와인, 매일 아침 거리를 거닐면 들리는 내가 사랑하는 언어인 프랑스어가 있는 파리는 제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해주었습니다. 혹시나 교환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떠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교환프로그램은 단순히 다른 나라에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삶에 대한 소중한 가치들을 배울 수 있는 계기로서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교환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때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