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a.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학부를 졸업하기 전에 대학생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모두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 왔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수개월동안 해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고, 전공 수업을 마음 편히 들을 만한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환 프로그램 참여는 새내기 시절부터 저에게 숙원 사업과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2학년이 되고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싶었던 저는, 어느 새인가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귀찮게 여겨졌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수업을 듣는 것 등 교환 학생을 가서 마주해야 할 예상되는 난관과 어려움이 성가시게 느껴진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점차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하며 교환 학생을 가게 됐을 때의 기회비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용적인 측면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어떤 장학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저에게 교환학생 경비는 크게만 느껴졌고,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8학기 졸업은 힘들 수도 있다는 주위의 말들에 교환 프로그램에 투자해야하는 한 학기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교환학생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고민이 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제가 왜 이런 고민들을 뒤로한 채 결국 교환 학생을 가기로 결정했는지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솔직하게는, 2학년 2학기가 끝나갈 때쯤 되니 제 자신이 많이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고민의 무게보다 스스로에게 쉼의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교환학생을 무탈하게 마치고 돌아온 지금,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잠시 쉬어갈 시간을 주고 싶은데, 휴학은 내키지 않는 분들에게 교환학생을 정말 추천합니다. 학업에 대한 부담을 최소한으로 가지면서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아주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2학년의 시간동안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마주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경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 간접 경험도 물론 소중하지만 직접 경험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교환학생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나 시간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놓쳐버리는 것이 더 아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기대했던 대로 저는 교환학생을 가지 않았다면 배울 수 없었을 많은 것들을 이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면이 한정돼 있어 모든 것을 나눌 수는 없지만, 저는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제 시야가 그동안 얼마나 좁고 얕았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고, 어렵고 불가능 해 보이는 것을 기꺼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b. 미국과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이하 UT Austin)을 선택한 이유
우선, 영어권 국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2외국어 중 그나마 가장 자신 있었던 언어가 영어였고,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미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언어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비영어권 국가에 가서 새로운 언어를 처음부터 배우는 것보다 훨씬 큰 수확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영어권 국가 중에서도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제 전공을 고려했을 때 학부 졸업 후 유학을 가게 될 경우 미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의 어떤 학교를 가야할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어떤 언어를 배우고/강화하고 싶은지, 그리고 추후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어디가 도움이 될 만한지를 찾아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학업이나 언어 습득보다 여행에 방점을 두고 계신 분이라면, 솔직히 미국보다는 유럽을 추천합니다.
UT Austin을 선택한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서울대에서 1명 이상 파견하는 학교인가가 가장 큰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성격상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채로 혼자 해외에 나가는 것이 조금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학교 주변의 물가나 날씨 등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했습니다. 오스틴의 경우 미국 중에서도 물가가 싼 편에 속하고, 겨울에도 웬만하면 영하로 안 내려가는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에 오스틴을 선택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 준비 과정
저는 가을학기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가을학기 기준으로 2월 중순 쯤부터 기숙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기숙사의 여러 유형 중 Co-Op이라는 시스템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Co-Op 시스템을 가진 기숙사에 지원했습니다(Co-Op이 무엇인지는 아래 내용을 참고 바랍니다). CO-OP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숙사에는 ‘Halstead’, ‘Laurel’, ‘Nueces’, ‘21st Co-Op’, ‘Taos’ 등이 있는데, 이 중 5지망까지 지원서에 작성할 수 있습니다. 저는 Halstead와 Laurel을 각각 1지망, 2지망으로 지원했고 (나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는 Laurel에 살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기숙사의 전반적인 청결 상태나 위치 등을 생각했을 때 Laurel이나 Halstead가 가장 좋은 선택지인 것 같고, ‘21st Co-Op’이나, ‘Taos’는 지양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인 2월 중순 쯤에 UT International Office에 그쪽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토플 성적표, 서울대 영문 성적표, 은행계좌 잔고증명서 등을 제출했고, 이걸 기반으로 UT에서 4월 중순 경에 J-1 비자를 발급받는데 필요한 DS-2019 서류를 보내줬습니다. 이 서류를 받으시고 나면, 편한 날짜에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 심사 예약을 하고 비자를 발급받으러 가시면 됩니다. 비자 발급받는 과정에서 하나 중요했던 점은, 바로 '사진 크기'였습니다. 미국 대사관에서 요구하는 비자용 사진의 사이즈가 따로 있으니, 그 규격에 맞는 사진을 가져가셔야 합니다.
비행기 표는 출국 3달 정도 전인 5월 초에 구매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기가 끝난 후의 여행 일정으로 인해 '다구간' 여정으로 예매를 해서 '왕복' 여정보다는 다소 가격이 비싼 편이었습니다. 인천-오스틴/샌프란시스코-인천 티켓을 170만원 정도에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출국 날짜는 UT에서 국제학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날을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이 오리엔테이션은 필수는 아니지만, 개강 일주일 정도 전에 오스틴에 도착해 현지 적응을 하고, 각종 행정 처리(통신사, 학생증 카드 발급, 수강신청, 어드바이저와의 면담)를 했던 것이 이후의 생활을 편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2) 학업
저 같은 경우는 전공 수업을 좀 많이 수강한 편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최대 두 개까지 전공 수업 듣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저는 advisor한테 양해를 구해서 전공과목을 네 개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혹 전공 과목을 정해진 것보다 많이 듣고 싶으시면, 1~2개 정도는 양해를 해주는 듯 합니다. 또 UT는 학기 중반까지 수강하고 있는 과목 중 두 개를 Pass/Fail로 바꿀 수 있도록 해주니, 학점에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은 분들은 이 방법을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강한 과목은 Introduction to Clinical Psychology, Perception, Cognition, Psychology of Advertising 였습니다. 이 중 Introduction to Clinical Psychology는 온라인 강의였는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원할 때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물론 시험이나 과제 제출 등도 다 온라인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중 기억에 남는 강의는 L. Cormack 교수님의 Perception과 K. Pounder 교수님의 Psychology of Advertising 이었는데, 두 교수님 모두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시고,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았습니다. 두 수업의 로드도 적당한 편이었어서 여러모로 만족한 수업이었습니다.
UT의 모든 수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수강한 모든 수업들은 교수님이 수업 중에 강조하신 부분만 제대로 보면 수월하게 시험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수업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시험문제를 출제하실 때 변별력에 초점을 맞추시기보다 학생이 해당 수업 내용을 이해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시는 것 같습니다.
3) 기숙사
저는 앞에서 언급했던 CO-OP 이라는 기숙사 시스템에서 지냈습니다. 이는 UT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설 기숙사 시스템입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숙사의 시스템과는 살짝 다릅니다. 학생들이 식사 준비, 식사 후 정리, 기숙사 내 각종 장소 청소 등 모든 ‘집안일’에 대해 역할을 분담하고, 각 개인은 배정받은 ‘집안일’을 한학기동안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필수적으로 일주일에 네 시간씩 반드시 해야 하고, No Show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 등 꽤 엄격한 규정이 있습니다(물론 자신이 배정받은 시간에 그 일을 하지 못할 일이 생길 경우, 사전에 다른 친구와 맞바꾸거나, 다른 친구에게 그 일을 부탁하고 대신 시간당 $10을 그 친구에게 직접 줄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모든 집안일을 하는 만큼, 이런 시스템을 가진 기숙사는 다른 종류의 기숙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식사가 주중 점심, 저녁, 토요일 점심, 일요일 저녁 이렇게 12회 제공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식사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다른 기숙사의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또한 이곳은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치우는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다소 개인주의적인 다른 기숙사들에 비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단점을 꼽자면, 일주일에 네 시간씩은 고정적으로 기숙사의 일을 해 시간 사용의 자유로움이 상대적으로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일을 맡아서 주기적으로 하다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굳이 네시간을 꽉 채우지 않아도 일을 다 끝낼 수 있고, 앞서 말했듯 다른 일이 생기면 친구와 맞바꾸거나 친구와 ‘거래’를 할 수 있으므로 큰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개한 이 기숙사 시스템 외에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on-campus 기숙사에도 지원하실 수 있고, 사설 기숙사사인 Castilian이나 American Campus 등에도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4) 학업 외 활동
저는 한학기라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고자 했기 때문에, 학업 외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려고 했습니다. 우선 ‘Bridges International’이라는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매주 두 번씩 저녁마다 모여서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고, 게임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이 동아리는, 학생들로만 구성된 곳이 아니고, 전임으로 이 동아리 소속 학생들을 위해 봉사를 하시는 부모님 벌의 미국인 아주머니, 아저씨 분들도 함께 활동에 참여하십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교류하고 많은 것을 함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가정의 문화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친해진 인도와 인도네시아, 영국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학기말에 여행도 함께 다녀왔는데, 워낙 동아리 차원에서 하는 활동들이 다양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이 열려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봉사자 분들이 부모님을 대신하는 역할들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빈자리를 그나마 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심리학 전공수업이었던 ‘Cognition’ 수업에서 Lauretta Reeves 교수님이 자신의 연구를 도와줄 학생을 몇 명 모집했는데, 그 때 자원해서 교수님의 연구를 도왔습니다. 교수님과 1대1로 교류하면서 친분도 쌓고, 미국 대학교의 연구 환경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5) 교통
대중교통을 타면 어디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서울과 달리, 오스틴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다소 열악한 편입니다. 버스 노선은 꽤 다양한 편이라 어디든지 원하기만 한다면 갈 수는 있지만, 차로 가는 것보다 두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감안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UT 학생증이 있으면 오스틴 내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이기 때문에 시간만 여유롭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했던 버스는, 오스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 할 수 있는 ‘The Domain’까지 가는 801번 버스, 학교와 가까운 한인마트인 ‘한양마트’를 갈 수 있는 803번 버스였습니다. 또 공항까지 갈 수 있는 20번 버스도 학기 중에 미국 내에서 여행을 다닐 때 이용했습니다.
버스를 이용해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나, carpool을 할 친구들이 있는 경우에 저는 lyft나 uber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했습니다. 제가 생활하는 동안, Lyft가 Uber에 비해서 할인 쿠폰도 자주 나왔고, 책정되는 가격도 Uber에 비해서 싼 편이었습니다.
6) 물가
오스틴이 미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물가가 싼 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물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곳에서 외식을 하려고 하면 팁을 포함해서 기본 15$는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마트에서 파는 과일이나 야채 등 식재료는 비교적 싼 편이니, 예산에 따라 현지 마트(HEB)에서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마트 체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HEB에서 대부분의 상품과 식료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니, 버스를 타고 가거나, 차가 있는 미국인 친구와 친해져서 그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함께 마트에 가거나, 아니면 가고자 하는 친구들끼리 lyft를 불러서 그 마트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7) 음식
제가 한국에 있을 때도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음식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가끔 한국음식이 생각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한양마트’라는 한인마트에 가서 한국 식재료를 사다가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학교 주변에 있는 한인 식당을 찾아가도 되는데, ‘한양마트’ 옆에 위치한 ‘만나 식당’이 정통 한식당 중에는 학교와 가까운 편이고, Guadalupe Street의 Dobie Mall(Target 건물) 2층에 있는 Oma’s Kitchen은 푸드코트 형식으로 되어 있어 부담 없이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특이하게 느꼈던 점은, 멕시코 음식이 정말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텍사스가 미국 남부에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교환학생 기간동안 멕시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었습니다. Co-Op 기숙사에서 나오는 음식도 멕시코 음식이 정말 많았고, 학교 행사나 동아리 행사에서도 주로 멕시코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멕시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Chipotle’라는 패스트푸드점을 추천합니다.
8) 통신사
'Mint Mobile'이라는 작은 통신회사의 유심칩을 사용했습니다. Mint Mobile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대형 통신사(AT&T 나 T-mobile)에 비해서 가격이 절반 이상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6개월 동안 매달 8GB의 모바일 데이터를 제공하고, 통화/문자가 무제한인데 총 가격이 $60이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이 회사가 대리점이나 상점이 오프라인에 전혀 없고 온라인에서만 구매/결제/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만약 유심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원과의 전화 연결이 다소 답답한 면이 있었습니다.
특히 'Mint Mobile'을 사용한 주위 친구들을 봤을 때 어떤 유심칩이 걸리느냐에 따라 복불복으로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통신비용을 절약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9) 환전/은행
저는 출국 전 미국에서 결제해도 수수료 혜택이 있는 카드 두 종류를 발급받아 갔습니다. 하나는 신한 체인지업 체크카드, 다른 하나는 하나 비바G 체크카드였는데 두 종류 다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세부적인 혜택에서의 차이는 차치하고,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신한 체크카드는 '외화 통장'에서 외화가 결제되는 것이고, 하나 체크카드는 '한화 통장'에서 외화가 자동 환전되어 결제되는 것입니다. 신한 체크카드를 사용하려면 신한 한화 통장 계좌에 있는 돈을 외화 통장으로 입금을 해서 환전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에 한화를 한꺼번에 미국 달러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 체크카드는 결제를 할 때마다 자동 환전이 되기 때문에, 신한 체크카드에 비해 환율이 낮은 시기의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한 체크카드의 경우 주말에는 한화 통장에서 외화 통장으로의 입금이 불가한 반면 하나 체크카드는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부모님이 바로 입금해주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스틴에 도착하자마자 학교 앞에 있는 UFCU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UFCU이든 다른 미국의 규모 있는 은행이든 미국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하나쯤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Toss' 나 '카카오 페이' 같은 개념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외국인 친구들과 돈을 주고받으려면 'Venmo'라는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Venmo를 이용하려면 미국 통장이 꼭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UFCU 은행의 경우 학교와 제휴하는 은행이어서 교환학생이라 하고 비자서류, 여권과 학생증을 보여주면 통장 발급이 쉽게 가능합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텍사스 주에만 있는 작은 은행이다보니 ATM 기계가 많이 없고, 여행을 가서 급하게 현금을 인출해야 할 때 불편함을 겪는 점입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학기 동안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니, 미국에서 지냈던 시간이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데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전혀 할 수 없었을 다양한 경험들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익숙하고 편하게 생각하던 모든 삶의 부분들을 잠시 뒤로한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통해 저는 제 자신의 한계를 깰 수 있었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와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한다면, 교환학생 기간 동안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마치고 왔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과 짧은 호흡의 대화를 하면서 그들이 저한테 물어본 질문들- 심리학을 전공해서 무엇을 하고 싶어? 졸업 후에 계획은 어떻게 돼? - 에 답을 하는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할 수 있었고,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친구들이 제가 말하는 저의 꿈에 대해 무언가 코멘트를 해 주기도 하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질문을 해줬던 것이 참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당장 일주일, 이주일 앞에 있어날 일들만 고민하고 생각하기에 바빴는데,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제안과 의견들은 저의 계획과 꿈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좁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로 교환학생 프로그램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합니다.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상황과 여건을 마련해 주신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