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해외에 나가서 산다는 것은 제게 낯설고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고 설렘보다는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청했습니다. 항상 낯선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안정된 선택만을 하던 제가 좀 더 과감한 사람이 되길 바랐습니다. 해외에 혼자 나가면 인신매매를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겁쟁이가 살고 보니 다 사람사는 곳이라는 걸 깨닫고 오길 바랐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두려움으로 피하기보단 좀 무서워도 도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교환학생을 간 곳은 Tu Berlin입니다. 말 그대로 베를린에 있는 공과대학입니다. 사실 처음에 교환학생을 지원했을 때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네덜란드의 학교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5월에 갑작스레 교환학생프로그램이 취소되었고, 당시 아직 지원이 끝나지 않은 학교들이 거의 없어서 Tu Berlin을 급작스럽게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은 다른 독일 지역들과 다르게 굉장히 국제적인 도시로 이민자들이 많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도 많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에 능통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유럽국가들로 여행을 갔을 때 영어권이 아니면서 베를린보다 영어가 잘 통한다고 느낀 국가가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이 아주 많은 도시라 외국인들을 대할 때 전혀 편견이 없다는 것을 오시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를린만의 이런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도 유럽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겨울의 독일 날씨는 정말 독보적으로 안좋습니다. 저도 독일의 겨울 날씨에 대해 들어보았고 각오도 하고 갔지만, 정말 우울하고 해도 정말 짧습니다. 여행을 자주 가지 않았더라면 우울증에 걸렸을 것 같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날씨 우중충한 날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꿀꿀한 날씨입니다. 일주일 내내 하얀 구름으로 가득차 해를 못 보는 때도 있습니다. 가장 해가 짧을 때는 8시 반에 해가 떠서 3시부터 어둑해지기도 합니다. 날씨에 민감하시거나 선택권이 있으시다면 2학기보단 무조건 1학기를 추천합니다. 베를린 친구들도 베를린은 여름이 가장 아름다운데 제가 그 때를 못 보고 간다는 것을 아쉬워했고 저도 많이 아쉽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비자
5월에 갑작스레 학교를 결정하게 된 탓에 비자를 미리 받기에는 이미 예약이 꽉 차있었습니다. 미리 받아서 가시려면 2달에서 3달 전에는 대사관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셔야합니다. 하지만 가서 비자를 받은 사람으로서 비자를 미리 안받고 가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오래 머물다가 오시려면 오셔서 한 두 달 있다가 비자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 슈페어콘토와 보험
제가 미리 신청하고 온 것은 슈페어콘토(생활비를 미리 송금해 놓고 달마다 입금받는 계좌)와 보험이었습니다. 저는 슈페어콘토와 보험을 한번에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가입했습니다. 공보험인 Barmer와 Coracle이라는 회사의 상품이었습니다. 공보험과 슈페어콘토를 한 번에 가입할 수 있고 수수료 할인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슈페어콘토도 재정증명서로 대체할 수 있고 공보험도 사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 측면에서 재정증명서, 사보험이 훨씬 저렴하니 잘 알아보시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저는 코로나 상황에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기 더 편리한 공보험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독일에서는 가다실9가가 공보험으로 환급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다실9가를 맞으려면 1회에 15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니 독일에서 2번만 맞고 와도 공보험과 사보험의 비용차이가 크지 않겠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혹시 가다실 9가를 맞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슈페어콘토도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비자를 받기에 좀 더 확실한 방법이라하여 혹시나 출국한 상황에서 비자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피하고자 가입하고 갔습니다. 하지만 보험과 슈페어콘토 둘 다 가서 가입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큰 문제는 없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자랑 마찬가지로 여유가 있으시면 미리 준비해두시고 가면 더 마음편하게 교환기간을 시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준비물
경험상 가져오면 좋았겠다 싶었던 것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수건, 샤워타올
저는 수건을 챙겨갔지만 생각보다 독일의 수건이 너무 비싸서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수건이 바디타올 사이즈가 대부분이라 최소 7유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돌아올 때는 짐칸이 모자라서 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집에 수건이 남으신다면 무조건 챙겨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추가로 Siegmunds hof에 오시는 분들은 공용화장실을 이용할 때 샤워가운이 있으시면 정말 편할겁니다. 근데 샤워가운도 생각보다 비싸서 마지막까지 살까말까 고민만 했네요. 한국 송월타월에서 사는 수건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싼데 사올 걸 하는 생각을 많이 했네요.
2. 고춧가루, 참기름
요리는 정말 안하는 편이더라도 외식물가가 워낙 비싸고 특히 한식은 더 비싸니 챙겨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고춧가루는 팔지만 kg단위로 크게 팔아서 비싸고 사실 많이 쓸 일은 없으니 껌통처럼 작은 통에 조금만 챙겨가도 유용해요. 참기름도 간장계란밥 해먹거나 요리할 때 자주 쓰는데 작은 것도 10유로씩 팔더라고요. 한 통만 챙겨가면 6개월 동안 유용하게 잘 쓸 것 같아요. 그리고 웬만한 한식제품들은 아시아마트에서 대부분 판매하고 있으니 많이 사갈 필요없습니다. 고춧가루처럼 조금 챙겨가면 오래 쓸 수 있는 것들을 효율적으로 챙기시길 바랍니다. 저는 중간에 집에서 매실액기스 챙겨올걸 하는생각은 했습니다. 액기스나 다시다같이 짐 안되는 것들로만 조금씩 챙겨오세요. 만약 짐칸이 남는다면 처음 적응하는 기간동안 먹을 햇반정도는 좋을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정신이 없어서 장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수강신청
원래 코로나 시기가 아닐 때는 수업 시간표를 보고 수업을 찾아가서 들은 다음 그 자라에서 수강신청을 하면 된다는 후기만을 봤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훨씬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수업마다 신청 방법이 달랐고 수업진행 방식도 달랐으며 신청하는 사이트도 3가지인데 어떤 사이트는 교환학생의 접근이 안되어서 결국 조교님께 메일을 보내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수업신청 방식이 학교내에서도 정리가 잘 안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혼란스러운 일들이 있었으나 저는 결국 온라인으로 신청가능한 온라인 수업만을 수강했습니다. 제가 겪은 수강신청의 곤란함은 학기마다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었다고 생각이 되고 시스템이 계속 바뀌고 있던 중인데다가 당시 학교 서버가 해킹을 당했던 시기라 자세히 설명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조교님과의 메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교환학생을 가서 수강신청 중 모르는 게 생기셨다면 낯설더라도 바로 메일을 보내셔야 합니다.
2) 기숙사
저는 Siegmunds hof라는 기숙사에 살았습니다 가장 저렴하고 학교와 가까우며 교통이 좋기 때문에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귀국보고서를 보셔도 아실 것이며 학교에서 기숙사 소개자료를 주실 때도 쓰여있지만 정말 매일 파티를 합니다. 파티문화가 익숙하시지 않은 분들은 당황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파티라고 해봐야 공용공간에서 술먹고 노래를 크게 틀고 춤을 추는 게 다입니다. 노래를 정말 크게 틀고 새벽까지 계속되며 일주일에 3번 이상씩 진행될 때도 있었으니 방위치가 잘못 배정되면 잠을 못 주무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방의 위치가 공용공간에서 좀 떨어진 위치였어도 파티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이니 소음에 예민하신 분들은 미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공용공간에서 담배를 피는 게 일반적이니 담배 냄새를 많이 싫어하시는 분들은 견디기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용공간을 사용하고 파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대체하기 어려운 장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행사들이 줌으로 대체되었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들었지만, 기숙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기숙사생들이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새로운 학생들에게 항상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파티 소음과 공용공간의 위생상태를 보고 기숙사 선택을 후회했으나 기숙사에서 만나서 친해진 사람들이 생기면서 Siegmunds Hof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뒤로 갈수록 들었습니다. 또한 기숙사 그룹 채팅방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어서 사소한 정보들도 물어보기 좋았고 잠시 물건을 빌리거나 도움을 구하기도 좋았습니다. 공용공간은 공용이기 때문에 가진 한계점들이 있지만, 1인실 방 내부자체는 창도 넓고 뷰도 좋아서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장단이 확실한 기숙사이니 고민해보시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결론적으로는 공용공간의 위생문제 소음문제 등은 적응이 된 후 괜찮았고 기숙사 친구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3) 메일과 예약
독일은 문서의 나라입니다. 아직까지도 편지로 서류들을 처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정말 귀찮고 이해가 안되는 시스템들이 많지만 적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일처리에는 예약이 필요하니 미리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약 절차가 어렵지는 않지만 예약이 안되면 방문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미리 해둬야 마음이 편합니다. 떠날 때 필요한 거주지해제신청(압멜둥)도 예약이 필요한데 떠나기 두 달 전쯤에 예약을 해두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약 내역도 항상 이메일로 옵니다. 편지함도 자주 확인해보셔야합니다. 거주지등록(안멜둥)을 한 뒤에 오는 세금번호도 편지로 오는데 이를 계좌에 등록하셔야 계좌유지가 됩니다. 또한 메일 보낼 일이 정말 자주 생깁니다. 모든 게 전화 한 번 핸드폰 앱 홈페이지로 한 번에 끝나는 한국과는 아주 달라 정말 귀찮습니다. 그러나 이메일이나 편지함 확인을 게을리 하셨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칠 때도 있으니 꼭 꼼꼼히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4) 출국 시기
저는 졸업 전과 대회 일정으로 출국을 늦게 했습니다.(9월 27일 출국) Tu berlin은 학기가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학교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겨울이 될수록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나빠지고, 학기가 2월말까지 진행되어 마지막에는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리 들어가서 기숙사에 적응하고 그 시기에 여유를 즐겼다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다가 미리 가면 기숙사를 떠나면서 짐을 정리하는 친구들이 파는 침구류, 밥솥 등을 싸게 구할 수 있느니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른 일정이 없으시면 미리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코로나 상황으로 출국 2주 전까지도 가는 게 맞을까 가서 후회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끝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제 교환학생 기간동안 락다운이 걸리진 않았고 클럽 이외의 모든 것들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갔기 때문에 얻은 것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갔다오니 드는 후회는 1년할껄하는 후회밖에 없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하면서 가서도 처리해야할 일들이 많고 돌아올 때도 처리할 것들이 많아서 정말 정신없이 보내긴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서 귀국이 꽤나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귀찮고 익숙치 않은 일처리들을 물어봐가며 해내는게 교환학생의 중요한 한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 문화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나가서 보니 한국의 독특함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이 다른 곳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교환학생이 아니었다면 못 만났을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글로만 말로만 배웠던 문화속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고 그 친구들이 직접 보여준 다른 나라의 문화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짧다면 짧은 5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움주신 부모님과 학교관계자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