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최근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며 교환학생 파견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아는데, 제가 갔을 때인 2021-2 에는 코로나 시국에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꼭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는, 예전부터 보고 자란 미국, 해외 영화/드라마/유튜브 등등을 바탕으로 해외생활이 오랜 로망이기도 했고, 이때 아니면 언제 해외에 나가서 그것도 학생의 신분으로 장기간 체류해보겠나 하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사실 외국인으로써는 그 국가에 대해 온전히 체험하기에 한계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학생'이라는 신분은 그나마 나은 대우와 혜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미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일본 친구들의 홈스테이를 받으며 문화교류를 해본 경험이 있고, 정말 좋은 추억과 인연으로 남아있기에 이번 교환을 통해 정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서 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중간에 부모님의 만류도 있었고, 실제로 취소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19년도부터 지속된 코로나를 겪으며 느낀 것은 정말 예측 불허한 바이러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교환을 취소하고 기다린다 해서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었기에 교환을 가기로 결정하고 차근차근 출국 준비를 하던 와중, 다행히도 백신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어 잔여백신으로 화이자 2차까지 접종하고 운 좋게 자가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웨스턴대학교는 캐나다 런던이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대학교입니다. 브레샤, 킹스콜리지, 그리고 휴론 이렇게 세 개의 협정교가 존재하는데, 협정교 학생들이 웨스턴으로 수업을 들으러 오기도 하고 웨스턴 내부의 gym, 식당 등등을 공용으로 사용합니다.
학교 내부에 UCC라는 건물이 있는데 학생회관 같은 곳으로 각종 행사를 주최하기도 하고 1층에 네다섯 개의 식당과 cafeteria가 있어 공강 시간에 주로 이 곳을 활용했습니다. 그 옆으로는 Spoke라는 카페 겸 바가 있는데, 학교 안에 바가 존재한다는 것이 처음엔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여기는 베이글이 맛있기로 유명한데, 특히 할라피뇨체다치즈베이글을 추천합니다. 밤엔 술집으로 변하기 때문에 학기 초반에 교환학생 친구들과 단체로 모임을 가질 때 이 곳을 주로 방문했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밴드가 와서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교내 아르바이트인 ‘event staff’를 지원해서 했었는데, 매우매우 추천합니다! 주로 교내 스포츠 행사 (풋볼게임, 배구, 농구, 등등)에서 보조요원으로 일하는 것인데 필참인 풋볼 경기를 제외하고는 자체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해서 나올 수도 있었고, 대부분 international 학생들을 채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 웨스턴의 장점 중 하나가 캠퍼스가 굉장히 아름답다는 것인데, 건물들이 하나하나 앤틱하고 특히 가을에 단풍이 물든 캠퍼스는 너무너무 아름답습니다. 시설도 나쁘지 않아서 공강시간에 주로 건물을 옮겨다니며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international building이 가장 공부하기에 좋고 자연친화적 디자인으로 되어 있어 마음의 평화를 찾으러 자주 방문했었습니다. FIMS 건물도 조용하고 넓어서 추천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일단 비자 준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썼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6개월 미만의 수학의 경우에는 스터디퍼밋을 요하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 경우에도 발급을 받아야한다는 지침이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준비해야 할 서류나 절차가 복잡해서 비자 준비에만 한 달 가량을 소요한 것 같습니다. 준비 과정은 네이버 검색하시면 블로그 등에 상세하게 나와 있을 것입니다.
그 외로는 집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학교 홈피에도 집 중개 사이트가 있고 기타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활용했습니다. 4개월밖에 안되는 단기 렌트여서 열 명 중의 한 명 꼴로 집주인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근성으로 꾸준히 구하다보니 한 달 만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집을 구하다 보니 여러 제약이 있었는데, 사기 방지를 위해 꼭 집주인과의 영상통화, 룸투어 등을 추천드립니다.
외에도 본인인증 시 필요할 수 있다고 하여 한국에서 우체국 알뜰폰을 개통해 두었고, 한식이 그리울까봐 여러 조리식품을 챙겨 갔는데 가보니 있을만한 것들은 전부 K 마트에 있고 한식집도 꽤나 있어 딱히 필요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런던이 작은 도시임에도 상황이 이러했으니 대도시에 가시는 분들은 더욱 걱정할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이는 필수는 아니지만 제가 추천 드리는 것인데, 저의 경우 필름카메라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겨가서 틈이 날 때마다 찍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러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고, 추억을 생생히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블로그나 동영상 등등 틈이 날 때마다 기록해 두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지나고 보니 그 상황에서 했던 생각이나 감정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학업
저는 principles of microecomics, principles of macroeconomics, introduction to sexualities, entertainment industries 총 4과목 12학점을 수강했고, 이 중에서 6학점만 학점 인정을 받았습니다. 경제 수업들은 그나마 아는 내용이라 수업 듣기 수월했지만, 나머지 두 과목은 기본지식도 없고 생소한 주제이기도 해서 참여를 많이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지생활
현지생활에 대해 말하자면, 제가 갔을 당시 코로나 때문에 기숙사 제공이 되지 않아 쉐어하우스에 살았는데, 학교에서 버스로 한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룸메 4명과 집주인 부부 이렇게 대규모로 집을 쉐어해야 하는 악조건이었습니다. 그래도 룸메이트인 네덜라인들, 캐나다인, 중국인과 다 함께 지내며 다른 문화에 대해 직접 경험하고 추억도 많이 쌓고 오히려 현지 학생처럼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 대학교는 기숙사비가 비싸서 2학년 때부터 주로 친한 친구들과 함께 룸쉐어 형태로 지낸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주로 유럽 교환학생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 교환 오티를 갔었는데,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한 학기를 보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와 홍콩인 친구 두 명을 제외하고 전부 유럽인이어서 당황했지만,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대해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들의 홈파티 문화, 개방적인 마인드, 가지각색의 영어발음 등등에 적응하면서 흡수되어 재밌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화차이로 인해 적정 수준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못함을 알게 된 후로는, 평소에는 주로 동양 친구들과 놀다가 교환무리에서 큰 모임이나 파티가 있을 때 참석하여 다같이 만나는 식으로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주로 주말에는 메이슨빌 몰이라는 곳을 갔는데, 런던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이자 백화점입니다. 주말마다 그곳으로 장을 보거나 쇼핑하러 가면, 웨스턴 대학 후드티를 입고 있는 학생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영화관, 오락실, 바 등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어 친구들끼리 어울려 놀기 좋습니다.
런던은 교통이 안 좋고 딱히 할 만한 것이 없었기에 친구들과 놀거나 동아리, 학교 활동을 하며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체계적이고 개성 강한 동아리들이 많기 때문에 학기 초 동아리 소개제를 ucc에서 하는데, 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저는 동아리만 5개 정도 가입하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으로 활동을 못한 동아리가 꽤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왕이면 관심 있는 동아리들을 전부 등록해놓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그 중 해리포터 동아리에서는 실제 기숙사 배정부터 시작해 Trivia night, Yule ball, Slugghorn’s party 등등 다양한 활동을 주최해서 동아리들 가운데 가장 활발히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가을학기에 갔기 때문에 할로윈, 땡스기빙,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를 전부 거기서 보내고 왔는데 서양의 명절인 만큼 땡스기빙 때는 다양한 국가 친구들이 각자 나라 요리를 가지고 모인다던지, 할로윈 시즌엔 전부 코스튬을 입고 홈파티를 다닌다던지 등등 매일 매일이 축제 같고 행사가 끊이지 않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외국은 가을학기가 1년의 시작이기 때문에 신입생 행사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 또한 가을학기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단점은 캐나다의 경우 11월부터 시작해 강추위가 오기 때문에 활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여행
학기 시작하기 전인 8월에는 토론토, 10월 땡스기빙에는 퀘백, 11월 reading week에는 벤쿠버, 그리고 12월 종강 후 귀국하기 전에 엘에이, 뉴욕, 보스턴을 차례대로 다녀왔는데 이렇게 후회 없이 여행을 다녀온 점이 뿌듯하고 덕분에 추억도 정말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방학이 많고 교환학생 특성상 스케줄이 자유롭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활용하여 많이 다녀오시길 추천 드립니다.
-현지 은행
스터디 퍼밋이 있으시다면 현지 은행계좌 한 개 정도는 만드시길 추천드립니다. 국제학생 친구들과 거래하거나 월급을 받는 등 현지계좌가 있는 점이 편할 때가 은근히 많습니다. 저는 cibc 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유심
유심은 미리 한국에서 유심공구카페를 통해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현지 fido지점에서 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미리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체크카드
카드는 하나 비바X카드를 사용했고, 가장 유학생들이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거래수수료가 적다고 해서 택했습니다. 다만 cibc를 개설한 후로는 주로 현지카드만 사용했습니다. 이 외에도 네이버 치면 다양한 카드사가 비교되어 정리돼 있으니 검색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흔히들 교환학생 시기를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지칭하고는 하던데, 다녀와 보니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느낀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틀에 박힌 생활과 제한된 범위의 친구들과만 교류하였다면, 교환학생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맞닥뜨리며 이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들의 문화에 흡수되어 보기도 하고, 타지에서 혼자 외국인으로서 살아보기도 하는 경험들은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값지고 재밌는 경험들이었습니다. 또한 국제학생 친구들과 교류하고 학교의 피어가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영어 실력도 굉장히 많이 늘어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한 달 간은 적응하느라 외로움도 타기도 하고 방황했었지만, 오히려 그랬던 경험들도 전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의 기반이 되어준 국제협력본부 정말 감사드리고, 혹시라도 현재 교환학생을 고민 중이시라면 꼭 다녀오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