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 생활을 하며 해외에서 무언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러다 2020년 초 전세계의 대학생들이 모여 외국 학생들에게 자신의 나라와 문화를 알리는 해외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약 한달 반 정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다른 문화권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정을 나누었다. 또한 이전까지 영어로 내 생각을 말하는데에 자신이 없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좀 더 나를 발전시킬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교환 프로그램 지원 안내문을 보았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영어권 지역에 가서 외국 친구들만 사귀는 거에 더하여 전공과 관련된 수업을 영어로 듣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는 마음으로 미국의 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 마침 지구환경과학부 학생으로서 한국 뿐만 아니라 지구의 다른 지역, 다른 환경에 대해 배울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그중 자연과학이 발달되고 많은 사람들이 석박사 학위를 위해 유학을 가는 나라였기에 더욱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러던 중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교환 프로그램이 취소가 되었고 졸업을 코앞에 둔 상태라 자포자기했었지만, 1년 뒤 다시 파견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어 많은 고민 끝에 나에게 있어서 다신 없을 기회라 생각하여 졸업을 미루고 참가하게 되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미국은 전세계의 학생들이 모여 연구하는 만큼 자연과학이 발달한 나라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파견간 학교는 University of Arizona로 미서부 Arizona 주의 Tucson이라는 도시에 있는 주립대학교이다. 단순히 나는 사막과 황야로 가득한 서부 영화를 떠올리고 Arizona 주도 매우 더운 곳으로 예상했으며, 그동안 들은 지질학 관련 전공 수업에서 그 지역에 대한 언급이 많아 지질학으로 유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알고 보니 자연과학과 Engineering을 비롯하여 Business나 Marketing 쪽도 강한 학교였다. 1885년도에 설립된 UofA는 이렇게 전공이 다양하여 학생 수도 약 3만 7천 명 정도나 되어 각 전공 건물, 도서관, 기숙사, 운동장, 경기장, 주차장 등을 수용하고 있는 학교 부지도 꽤나 큰 편이다.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도시 Tucson은 Arizona 주에서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차로 2~3시간 이동 시 멕시코 국경에 닿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문화는 물론 멕시코 문화가 많이 묻어있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영어와 스페인어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오히려 노인층에서는 스페인어만 사용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었다. 도시 내에도 버거집, 피자집 못지 않게 멕시칸 음식점도 많았다. 멕시코 외에도 남미, 아시아, 유럽 등 여러 문화권이 섞여 있기에 매년 10월 중 Tucson의 downtown에서 ‘Tucson Meets Yourself’라는 문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각 나라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부스나 푸드트럭을 열고 음식, 특산물 등을 팔고 음악 연주와 춤 공연을 볼 수 있어 마치 세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후는 앞서 예상했듯 8월달에는 섭씨 40도를 넘을 정도로 더웠지만 9, 10월에는 그만큼 덥진 않고 우리나라의 초여름 정도의 날씨였다. 11월 말쯤에서야 일교차가 커졌지만 낮에는 역시 더워 반팔을 입고 그 위 얇은 자켓을 걸칠 정도이다. 파견 당시 코로나로 인해 Arizona 주는 대중 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근처 마트나 시내에 갈 때 Sun Tran이라는 버스나 Sun Link라는 트램을 타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지만 배차 간격이 넓고 시간을 잘 지키지 않을 때가 많아 장거리 이동 시 Lyft, Uber를 이용할 때가 더 많았다. 교내에서는 Cat Tran이라는 셔틀 시스템이 존재하여 교내에서 이동할 때나 근처 마켓까지도 무료로 이동이 가능하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먼저 UofA 학교의 국제담당부서에서 메일을 받아 수강할 수업을 선택했다. 이때 선이수과목이 필요한 수업들이 대부분이라 관련된 수업을 들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본교에서 수강한 수업의 강의계획서를 영어로 번역하여 서류를 제출했다. 반대로 파견 학교에서 들을 수업이 본교에서 전공대체과목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본교의 교수님께 메일을 드려 알아보았다. 또한 파견 학교에 지불해야 할 Mendatory Fee에 대한 안내를 받았고, 그중 보험은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게 UofA는 요구 기준이 높아 국내의 유학생 보험으로 대체할 수 없었다. 보험과 별개로 예방접종 내역도 등록해야 했기에 근처 병원에 가서 영어 증명서와 의사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이후 기숙사를 결정할 때 이미 기숙사 신청이 끝난 시기여서 대기 명단에 등록해놓았고, 학기를 한달 앞둔 7월 말에 방 배정을 받았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비자였는데, 교환 학교 측과 메일로 연락을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늦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서류 신청을 했을 때 불충분한 내용이 있다고 제출 후 7일째 안내를 받아 보완하여 제출했는데 이후 2주 동안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출국 예정 날짜 이전에 비자 인터뷰를 예약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학교에 다시 메일을 보내니 바로 3일만에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굉장히 여유롭게 일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뷰 날짜가 추가되어서 출국 3주 전에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J1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교환 학생 비자이다보니 인터뷰도 가벼운 질문으로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모든 사무적인 준비를 끝내고 생활 면에서의 준비를 하였다. Arizona 주는 겨울에도 그렇게 춥지 않기에 겨울 옷이 필요하지 않아 짐 싸기에 수월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식기나 침구 등은 현지에 가서 살 생각으로 짐을 최소화하여 옷, 필기구, 비상약, 샤워 물품 등만 챙겨갔다. 실제로 가져가지 않은 물품들은 Target이나 Walmart에서 저렴한 물품들로 구매하여 생활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Arizona 주로 바로 가기 전, California 주에 친척들이 있었기에 일주일 정도 지내며 미국의 문화를 배웠다. 그동안 식당에서의 매너 혹은 결제 방법, 마트의 종류, 대학생들의 생활 등을 함께 경험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택스와 팁을 비롯한 결제 방식에 놀라면서도 한 끼니에 30달러 가량 나오는 미국의 물가에 엄청 충격을 받았었다. 또한, 한 끼의 양이 엄청나 남은 음식을 to go 해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다행히도 학교가 있는 Arizona 주는 California 주보다 택스가 낮아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할 즈음, Tucson으로 이동하여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다. 기숙사는 2인실에 공동 화장실을 쓰는 것으로 기숙사 신청 당시에 작성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룸메이트를 배정해주었다. 기숙사에서 지냈던 경험이 없어 걱정도 되었지만 마침 생활 습관이 크게 다르지 않은 멕시코 교환학생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었다. Move-in 다음날, 같은 기숙사에 배정된 프랑스 교환학생 친구와 함께 Target에 장을 보러 가서 옷걸이, 접시, 냄비 등 필요한 물품을 구비했다. 식사는 학생증인 Cat Card에 Cat Cash를 충전하여 교내의 식당에서 사 먹을 수 있었으며 Mealplan을 신청했기에 tax free 혜택과 추가 3%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꼭 교내의 식당이 아니더라도 학교 근처 또는 시내의 몇몇 식당, 카페에서도 Cat Cash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멕시코, 프랑스 친구와 셋이서 주말에 쇼핑, 레스토랑을 간다거나 밤에 방에서 영화를 보거나 학교 경기장에서 하는 농구 경기를 보러 가는 등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각자 나라의 언어, 문화에 관해 얘기를 자주 나누었다.
수강 신청을 할 때 강의계획서를 받지 못하여 신청한 수업 중 하나가 나의 예상과 매우 달랐다. University of Arizona에도 우리 학교의 수강 변경 기간과 같이 초반 일주일 동안 수업을 바꿀 기회가 있어서 다른 수업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수업들은 매주 과제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으며 과제들마다 가산점 문제가 주어져 후에 중간, 기말고사의 점수를 보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업 중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질문을 유도하고 이에 학생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자유로운 분위기임을 몸소 체험하였다. 또한, 과제를 함께 하는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질문에 대해 아주 상세한 답변을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다르게 간단하게 한 줄 정도로 답변하는 친구들을 보며 학업에서의 초점이 매우 다름을 느꼈다. 물론 과제 채점 결과, 점수에서 차이가 나긴 했지만 대부분 성적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미국의 대학생으로 지냈던 가을 학기 동안에는 연휴와 행사가 많았다. National Coffee Day, National Burger Day 등의 기념일이 많아 학교 이벤트단체인 UofA Web에서 버거, 타코, 피자 등을 시시때때로 무료로 나누어 주곤 했다. 그 외에도 국가적인 공휴일로 Labor Day, Columbus Day, Veteran Day, Thanksgiving Day 연휴가 있었는데 수업은 물론 근처 카페, 레스토랑도 대부분 문을 닫아 공휴일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할로윈 때는 기숙사에서 해리포터 컨셉의 파티를 열어 호박 꾸미기, Trick or Treat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위에 언급한 Web에서 여러 문화를 아우르는 이벤트도 많이 주최했는데 대표적으로 히스패닉계 사람들을 기념하는 National Hispanic Heritage Month 기간 동안 잔디밭에서 디즈니 영화 Coco를 상영하기도 했다. 라틴계 학생들 말고도 UofA에는 한국 학생들도 꽤 있어 한인 학생회가 조직되어 있다. 내가 파견 간 학기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들이 막 끝나고 다시 대면으로 바뀐 학기라 그런지 한인 학생회가 아직 정립되고 있는 시기이긴 했지만, 서울대학교에서 함께 파견 간 친구와 함께 참여하여 그곳의 한인 학생들과도 친목을 다지며 생활에 필요한 팁들을 얻기도 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무엇보다 한 학기만 경험하고 오는 것이 아쉽다고 가장 먼저 생각이 들었다. 한창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즐기려던 찰나 얼마 안있어 학기가 끝나고 어느새 기숙사에서 짐을 싸다 보니 적어도 1년은 있고 싶었다. 그새 정들었던 룸메이트와 프랑스 친구와도 헤어질 생각에 슬펐지만 SNS로 소통할 길이 있고 코로나 상황이 차쯤 나아지면 서로의 나라를 찾아갈 수도 있기에 다시 만날 기약을 하며 헤어졌다. 미국에 있는 기간 동안 전체적으로 코로나 상황이라 더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에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싹 사라지기도 했다. 기숙사에 있다 보니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는데, 평화로운 작은 도시에서 수업과 과제가 끝난 오후에는 학교 캠퍼스를 한 바퀴 돌거나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기도 하고 혹은 할 일 없이 공원 의자에 앉아 있으며 대학 생활 동안 없었던 여유를 만끽하며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다 보면 그만한 여유를 다시 찾을 기회가 없을 것 같기에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래도 가끔 가다 내 자신에게 리프레쉬를 주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1차적으로 기대했던 목표인 영어 실력 향상을 많이 이루었으며 돌아와서도 그 감을 잃지 않게 수련을 더욱 열심히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