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 미국 여행을 다녀온 뒤에 미국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습니다. 새로 경험하는 것이 없으니 다른 고민을 해도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 두렵고 싫증 날 무렵 교환학생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해서 사고의 근거를 다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에 다녀왔습니다. 서울대학교 파견교 중 뉴욕으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 가장 용이한 지역에 위치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학교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본 귀국 보고서보다는 구글 검색으로 얻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Fraternity 혹은 동아리 등을 통해 학생 내 교류가 활발한 편이고 다른 학교와 스포츠 대항전도 열리기 때문에 기대하진 않았지만, 미드에서 보던 “미국 학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별도의 비용 없이 학교 시설, 운동 프로그램,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강을 끼고 있고 녹지도 있어 조깅과 산책을 자주 할 수 있었고, 음식점, 카페, 간단한 식료품점도 기숙사 주변에 꽤 있었기 때문에 편리했습니다. 학교 메일로 총기, 강도,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곤 했지만 제가 머무는 동안은 친구들과 함께라면 밤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치안이었습니다. 지역 특성상 한인 유학생, 한국계 미국인도 매우 많고 한인 마트, 음식점도 꽤 있어서 한국이나 한국 음식이 그립진 않았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전반적인 준비 타임라인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로부터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Rutgers global 웹 페이지에서 다시 교환학생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부터 비자 관련해서 담당자가 메일을 주고, 줌 미팅도 열립니다. 담당자가 비자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는데 그걸 받아야 비자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비자 인터뷰를 잡고 실제로 비자가 나오는 기간에 대한 보장이 없어서인지 담당자를 재촉했던 기억입니다. 메일을 자주 확인하면 수강 신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지, 학교의 코로나 대처 상황은 어떠한지와 같은 정보를 업데이트 할 수 있습니다. 학교 담당자가 상당히 친절하게 답변해 주지만 일 처리는 늦다는 것을 감안하고 준비하시면 마음이 편하실 듯합니다. Tuition fee도 담당자 안내에 따라 내면 됩니다. 기숙사비와 보험료가 들어가고 저는 한화로 약 700만 원 정도 지출하였습니다. (학교마다 편차가 큰 것으로 알고 있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
기숙사 입소 일정이 늦게 나오기도 했고, 기숙사에 2차 백신까지 접종 완료한 사람만 입소할 수 있었는데 당시 상황이 불확실해서 표를 늦게 발권한 탓도 있겠지만 코로나 여파인지 두 해 전보다 왕복표가 약 70만 원 정도 비쌌습니다. 보통 국제 학생 입소는 개강 1주 전 주말에 있기 때문에 이를 가정하고 출국을 미리미리 계획하시면 경제적일 것 같습니다.
환전
환전은 2~300$ 정도 해 갔습니다. 비자, 마스터 카드 외에 시티카드 글로벌 월렛을 만들어 갔는데 개강 1주 만에 지갑을 잃어버려서 쓰질 못했습니다. 달러 가치가 낮을 때 글로벌 월렛 내에서 미리 달러화로 환전을 해 두었다가 ATM에서 수수료 1$에 현금을 인출해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위 방법으로 생활비를 모두 인출한 뒤 PNC 계좌에 옮겨 쓸 생각이었으나, 대안으로 PNC 계좌에 해외송금 한 뒤 체크카드를 썼습니다. 애플 월렛이 되어서 굉장히 편리했고 태그만 하면 뉴욕 지하철은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JFK에서 기숙사까지 이동 경로 고려
뉴욕에는 공항이 세 개 있는데 한국 직항이 있는 공항은 JFK 국제 공항입니다. 기숙사까지 초행이기도 하고 짐도 있어서 한인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공항에서 차를 맞추는 서비스도 있었지만, 한인 택시와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시간에 저를 픽업하고 교통 체증과 관계없이 확약한 대로 운행이 진행된다는 게 장점인 것 같고, 약 200$ 지출했습니다. 교통 체증이 없다는 가정하에 우버나 리프트를 타는 게 30% 정도 저렴했을 것 같습니다. 우버와 리프트가 익숙한 분이시라면 우버나 리프트 이용을 추천해 드립니다.
휴대폰
한국 통신사 요금제를 일시 정지 해 두고 한국에서 유심을 사 갔습니다. 미국 번호가 필요해서 출국일보다 조금 빨리 개통을 했던 기억입니다. 한 달간 그 유심을 쓰다가 알뜰 통신사인 민트 모바일을 사용했습니다. 중간에 캐나다로 여행을 간 일이 있었는데 민트 모바일 해외 로밍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라 한국 유심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이런 점도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필품 배송
기숙사 방문 바로 앞으로는 배송이나 배달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기숙사 밑 카페에 아마존 픽업 락커가 있습니다. 저는 학교 계정으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서 이불이나 침대 시트 등 도착 당일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해 두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Free trial을 하시면 6개월 동안 배송이 무료입니다. 적어도 삼일은 락커에 보관할 수 있으니 미리 필요한 것들을 구매해 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학교 우편 주소도 따로 생기는데요. 학교 우편 락커로도 배송을 받을 수 있으니 미리 배송받으실 것 있으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과서의 경우 Barnes and Nobles 혹은 아마존에서 프린트된 것, 중고, 새 것을 구매할 수도 있고 대여할 수도 있어 미리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기숙사
네 명이 한 flat을 쓰고 두 명이 한방을 쓰는 구조입니다. 부엌과 거실이 있어서 요리하고 생활하기에 편리했습니다. 5층에 세탁 장소가 있고 약 3$에 세탁과 건조를 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교환학생 네 명이 같은 flat을 쓰기로 되어 있던 것 같은데 운 좋게 미국 로컬 친구가 들어와서 홍콩, 미국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다 보니 겪는 문제도 있었지만, 각자의 관심사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부재
다른 학교에 파견된 친구와 비교했을 때 교환학생 간 교류, 교환학생-재학생 간 교류를 촉진하는 프로그램 혹은 분위기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다행히 기숙사 플랫 메이트를 기반으로 친구를 만들 수 있었고, 미국 로컬 친구가 파티를 몇 번 열기도 해서 파티에도 가며 놀았습니다. 학업 외 활동, 동아리 등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은 Rutgers의 단점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배드민턴 동아리에만 들어갔지만, 제 룸메이트는 상당히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해서 펜싱, 라크로스, K-pop 댄스 동아리, 홍콩 학생회에서 활동하며 친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학업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듣기 힘든 과목, 가장 미국적인 과목을 듣는 걸 목표로 열정적인 시간표를 짰습니다. 그런데 개강 첫 주 수업을 듣고, 뉴욕에 갈 수 있는 횟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듣고 싶은 두 과목을 남기고는 모두 “쉬운 수업”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학업과 관련된 조언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가을 학기에 가신다면 1~2학년 수업에 신입생이 많기 때문에 듣고 성적을 받기에 수월하실 것 같습니다. 4학년 수업은 과제, 글쓰기와 토론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Race나 Ethnicity 관련된 수업을 들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실제로 Rutgers는 인종 다양성이 높은 편이기도 하고, 수업에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적 배경을 지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점 인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쉽습니다. 규정을 잘 확인하고 수강 신청과 수강 신청 변경을 하시길 바랍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Rutgers로 저 혼자 파견된다는 사실, 금전적인 지출, 코로나라는 변수, 늦은 일 처리 때문에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는 바쁘고, 답답하고,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들고, 두려웠습니다. 거짓말처럼 미국 땅에 발을 딛자마자 설렘으로 바뀌었고, 아직도 교환학생의 추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내향형이라 그런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파티에 매주 가는 식의 흔한 ‘교환학생 로망’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하루를 온전히 제가 구상하고 선택할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은 날에는 공부했고, 운동을 하러 가고 싶은 날에는 운동을 하러 갔고, 흥미로운 대화들을 원하는 만큼만 할 수 있었고, 수업을 하러 가고 싶지 않은 날에는 죄책감 없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룸메이트와 다른 지역들로 여행을 간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튼 어떤 제약도 없는 상태에서 제가 하는 선택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귀국하기 직전에 오미크론에 감염되면서 그간의 행복과 비례한 불안과 우울을 겪긴 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교환학생 생활이었습니다. 저에 대해, 제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에 대해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이런 경험을 하고 한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저의 짧은 경험과 두서없는 회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