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사실 저는 교환프로그램에 대하여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한 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와 귀국했을 때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져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환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1) 부모님의 권유 -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제가 더 큰 세상에 나가 시야와 관점을 넓히기를 원하셨고 거의 항상 교환학생에 대하여 언급하시고 권유하셨습니다. 이는 제가 교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첫 번째 계기가 되었습니다. 2) 먼저 교환학생을 간 친구 - 부모님의 권유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던 저는,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간 친구가 SNS에 게재하는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고 처음으로 교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3) 휴학 없이 달려온 3년 - 학점, 동아리, 진로에 대한 고민 등으로 점철된 학부 생활을 3년간 이어오니 쉬고 싶은 마음이 커져있었습니다. 하지만 휴학을 하기에는 별다른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으며, 아예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외국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어 교환을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된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NUS)는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전체 국가의 면적이 서울과 비슷할 정도로 작은 나라입니다. 사계절의 개념 없이 항상 더운 여름 날씨를 보이며, 건기와 우기의 차이만 있습니다. 파견 당시 건기와 우기를 모두 경험해 보았는데 확실히 우기일 때는 거의 매일 비가 오며 한번 올 때 아주 많은 양이 내립니다. 저녁에는 비교적으로 훨씬 선선해져서 걷기에 좋았습니다.
NUS는 아시아 최고 대학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교환을 지원할 때 NUS에 끌렸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름에 걸맞게 학부생들의 학구열이 꽤나 높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서울대학교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지만, 하나 차이가 있다면 이곳의 현지 학생들은 공부를 마친 후 늦은 밤부터 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NUS의 특정 기숙사에 이러한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으며 많은 현지 친구들이 늦은 밤 함께 야식을 먹으러 나가곤 하는데 이를 ‘supper’라고 부릅니다. 저 또한 가끔 현지 친구들과, 혹은 교환학생 친구들과 늦은 밤에 나가 supper를 먹곤 했습니다.
NUS의 캠퍼스는 서울대와 비교해봤을 때는 작지만 그래도 꽤나 넓으며 셔틀버스가 운행됩니다. 제가 교환을 간 시기까지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어 (중간에 대면으로 전환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과 건물이나 강의실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NUS 캠퍼스의 핵심 공간으로는 기숙사가 많이 모여 있는 University town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식과 외부 레스토랑을 포함한 다양한 식당들, 산책할 수 있는 넓은 잔디, 스타벅스, 헬스장, 인피니티 풀 등 다양한 시설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제 기숙사는 PGPR로 이곳과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버스를 타고 꽤나 자주 University town에 놀러가곤 했습니다. 기숙사를 고르실 때 University town Residence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추천 드리며, 설사 UTR에 배정되지 못하더라도 appeal 과정을 통해 추후에 기숙사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코로나 시국 속에서 교환을 다녀와서 준비할 서류들이 더욱 많았습니다. 그래도 크게 정리하면 NUS 등록 절차, 학생 비자 발급, 항공권 구매 및 코로나 제약 상황 확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NUS에서 등록을 위해 필요한 서류 제출 및 학교 측에서 주기적으로 메일을 보내 상기시켜줍니다. 따라서 메일함을 상시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절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강을 희망하는 과목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총 여섯 개의 강의를 정할 수 있었으며, 여석/수강 자격 인정 여부/우선순위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들을 수 있는 강의를 추후에 통보해줍니다. NUS의 경우, 12학점 이상(NUS 기준 세 강의) 듣는 것이 의무적이므로 이러한 위의 조건들을 잘 고려하여 강의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비자의 경우에는, 5개월 정도의 거주 권리가 부여되는 학생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이 역시 NUS 측에서 발급 절차를 상세히 알려줍니다. 발급 비용은 대략 10만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항공권의 경우, 제가 파견 가던 시기 코로나로 인해 항공이 막혀 있어 VTL로 지정된 항공 구매와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필수적이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제한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어 따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저는 사전에 신청한 여섯 개의 강의 중 세 개를 확정 받았습니다. 제 학과 특성상 교환교에서 전공 과목 학점을 인정받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듣고 싶은 강의들 위주로 신청하였습니다. 이후 복수 전공 학점 인정을 위해 Programming Methodology를 신청하여 수강했습니다. 또한 변경 기간에 몇 차례의 수정을 더 거쳐 최종적으로 Theatre Experience, Biological Psychology, Programming Methodology, 총 세 강의를 들었습니다.
NUS의 모든 강의들의 공통점이자, 서울대 강의들과의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서울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 시간이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는 이론 강의(lecture)로 이루어져 있지만, NUS의 경우 이론 강의(lecture)와 tutorial(주로 토론 시간)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학생들의 실제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Theatre Experience
NUS 교환 귀국보고서를 미리 읽어보며 가장 많이 접했던 과목입니다. 보고서에 언급돼 있었던 것과 같이 제가 갔던 시기 역시 코로나로 인한 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실제로 연극을 함께 보러 가는 등의 활동은 없었습니다. 매주 퀴즈가 있으며 연극 관련 에세이 한 편, 포트폴리오 제작하는 팀플 하나, 그리고 기말 퀴즈로 성적이 부여됩니다. 교수님께서 성적을 꽤 잘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Biological Psychology
역시 매주 퀴즈가 있으며 두 번의 in class 퀴즈와 한 번의 기말고사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 Programming Methodology
C 언어 전반에 대해 배우는 강의입니다. 매주 코딩 과제가 있으며, 주에 한번 있는 tutorial 시간에는 실시간 코딩 퀴즈가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역시 평가에 포함됩니다. 조교님과의 소통이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져 만족했던 강의입니다.
2) 현지 생활
싱가포르는 작지만 밤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고층 빌딩의 다운타운, 낮에는 여름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있는 나무들의 초록 빛깔, 그리고 이들을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이 매력적인 도시 국가입니다.
처음에는 날씨가 다소 더워 입맛이 없어지기도 했었지만 2-3주 정도 지나자 더운 날씨에도 적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후에 알맞게 그늘과 가림막이 어디든 잘 설치돼 있는 편입니다. 이러한 가림막은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아주 효과적으로 기능했습니다. NUS 캠퍼스 안에서는 갑자기 비가 오더라도 우산 없이 가림막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늘을 믿고 교환 생활 중반부부터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더니 꽤나 많이 탔습니다.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선스틱을 가져오시거나 꼼꼼히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교환 생활 두세 달 차에는,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웬만한 곳들은 거의 다 가보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 가볼 수도 있었지만 저는 주로 좋았던 곳, 맛있었던 곳들을 또 방문했습니다. 캠퍼스에서 지하철로 20분 거리인 Sentosa, Marina bay sands, 한국의 이태원을 닮은 Holland village, Chinatown 등 갈 때마다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Marina bay sands가 위치해 있는 시내에는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아서 가도 가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를 떠날 즈음에는 이러한 장소들과 유독 정이 들어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외식과 관련하여 단점이 하나 있다면 외식 물가가 비싸다는 점입니다.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의 경우 세금이 따로 붙으며, 비싼 곳의 경우 10%의 service charge와 7%의 tax까지 붙습니다. 이러한 세금을 제외한 음식 가격만 고려하여도 결코 싼 편은 아닙니다. 이렇듯 식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른 곳에서라도 지출을 줄여서 먹고 싶은 음식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습니다. 가끔 돈을 아끼고 싶을 때는 학식을 먹었습니다.
여행의 경우 주로 시험 기간 전에 주어지는 Reading week를 활용했습니다. 첫 번째 reading week에는 태국, 두 번째 reading week에는 말레이시아, 그리고 학기 말에는 발리(인도네시아)를 다녀왔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끝을 한 달 정도 남겨두고서 거의 매일 했던 생각은 ‘내가 싱가포르로 교환을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제 친구는 제가 싱가포르에 오지 않았더라도 한국에서 잘 학교를 다니고, 할 일을 하며, 늘 그렇듯 잘 지냈을 거라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교환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전혀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는 교환을 통해 인생에서 몇 없을 행복으로만 가득한 순간들, 현실에서 잠깐 물러나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스스로 교환 전의 저와 교환 후의 제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끼며, 이런 좋은 변화 속에서 함께 있어준 싱가포르에서의 많은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교환의 기회를 주신 국제협력본부, 그리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심 없던 제게 늘 관심을 일깨워주시고 무한한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께도 역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혹시 교환을 고민하고 있으시다면,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가져다 줄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에 투자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