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코로나 비대면 학기를 2년 이상 보내며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과제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20대는 학업에만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공부하는 것 이외의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했고 진로 고민이 많던 시기에 터닝 포인트를 갖고 싶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였습니다.
저는 중어중문학과 학부생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봉쇄가 심한 중국 혹은 대만에 가게 된다면 교환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과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많이 쓸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싱가포르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싱가포르의 여러 대학교 중 NUS는 2019년 기준 아시아권 1위로 꼽히는 대학교입니다. 싱가폴 최초의 종합대학답게 학과의 수가 상당하고, 서울대학교와 견줄 만큼 캠퍼스 크기도 꽤 큽니다. 다행히 교내 셔틀버스가 자주 운영되어 학교 안에서 이동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현지 학생들과 교환 학생들이 아주 많아 기숙사 시설도 캠퍼스 곳곳에 여럿 배치되어 있습니다. 기숙사생이 많기에 중앙동아리만큼이나 기숙사 동아리가 다양하고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기숙사별로 베이킹, 배드민턴, 테니스, 클라이밍 등의 동아리가 놀라울 정도로 많고 학생들의 참여도 아주 활발한 편입니다. 도서관, 체육시설, 학식당 등의 시설도 한 두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곳곳에 있어 캠퍼스 내에서도 지루하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1월부터 5월 초까지 싱가포르에 있었는데 1~3월에는 무덥다는 생각이 자주 들지 않았었는데 4월부터는 한국의 여름만큼이나 햇빛이 꽤나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차양이 잘 설치되어 있고 쇼핑몰 등 여가 시설도 역에서 연결된 곳이 많아 직접적으로 햇빛을 많이 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던 때에 교환을 준비해서 출국 전 준비해야 할 서류가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나아졌으니 그 외의 것만을 생각해보자면, 우선 교환 신청과 관련해서는, oia와 NUS에서 꾸준히 보내주시는 절차 관련 메일들을 잘 확인하고 설명대로만 하시면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신청 과정 중 기숙사 신청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 캠퍼스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University Town 쪽 기숙사들(RC4, Tembusu, Cinnamon, Alice and Peter Pan, UTR)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U town 기숙사 신청 경쟁이 꽤 치열하고 선착순 배정이 아니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 전략을 잘 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가령 에어컨 있는 방과 없는 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에어컨 있는 U town방이 가장 인기가 많기 때문에 1순위로 에어컨 ‘없는’ U town 쪽 기숙사를 신청해야 U town 기숙사에 배정되기 유리할 것입니다!
또 서울대학교 측에서는 함께 NUS 교환가는 학생들끼리 따로 연락할 수 있는 채팅방을 만들어주시지 않아 제가 번호를 여쭤봐 NUS카톡방을 만들었었습니다. 혼자 준비하기에는 절차도 많고 복잡하니 oia교환 담당자님께 번호를 여쭤봐 연락망을 만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ㅎㅎ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3-4개의 수업을 수강한다고 하여 저는 초반에 4개의 수업을 신청했지만 수업 변경 기간에 1개의 수업을 드랍하고 3개의 수업만 수강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일반 수업 시스템과 달리 NUS는 한 수업당 lecture만 있는 것이 아니라 tutorial이라는 참여(토론)수업이 격주에 한 번씩 있어 lecture와 tutorial 수업을 모두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제가 수강한 과목들의 lecture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는데 tutorial 참여 점수가 꽤 있어 매 수업 당 1시간 정도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수강한 세 과목입니다.
GEC1030 Metropolis: The City in World History
서울대에는 없는 교양 수업을 한 개 수강하고자 해서 신청한 과목이었습니다. 세계 여러 대도시들의 형성 과정과 그 역사를 간략하게 다루는데 내용이 부 담스럽지 않고 중간, 기말시험 없이 과제 4개와 참여 점수로만 평가돼 흥미를 갖고 수강했습니다. 교수님도 정말 열정적이고 친절하셔서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수업이었습니다.
GEC1001 Chinese Music, Language and Literature(in English)
Lecture는 비대면 녹화 강의로 진행되었고 중국, 홍콩, 대만 등 중국과 밀접 한 관련이 있는 국가들의 노래, 시 등에 대해 알아보고 분석하는 수업이었습 니다. 수업시간에 관련 영상도 많이 보여주시고 너무 깊게 다루지는 않으셔서 가볍게 수강하기 좋았습니다. 시험은 없고 과제와 큰 팀플이 하나 있었는데 대부분의 NUS 학생들처럼 팀원들도 모두 열심히 참여해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CH1001E Retelling Chinese Stories: Change and Continuity
비슷한 주제를 서로 다르게 다루는 두 영화를 비교 분석하는 수업입니다. 수 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을 할애해 영화 두 편 중 한 편을 보여주셔 서 학생들의 부담이 적었습니다. 또 교수님께서 제가 교환학생인 점을 고려해 중국영화에 자막이 없는 경우 영어 자막이 있는 버전을 메일로 보내주시기도 하셨고, 수업 이해가 잘 되는지 연락도 오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과제는 큰 팀플 하나와 기말고사였는데 팀플은 특정 영화를 주제로 40분가량의 발표를 하는 것 이었고 기말고사는 한 학기동안 본 영화와 관련한 질문에 서술하는 시험이었습니다. 로드가 많지 않아 큰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영화를 여럿 접해보고 싶으신 분께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2. 생활
2.1. 기숙사
우선, NUS 기숙사는 에어컨이 있는 방과 에어컨이 없는 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는 U town 에어컨 있는 방을 1순위로 신청했었는데 슬프게도 에어컨이 없는 PGPR에 배정되었습니다. 본인이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전 에어컨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기숙사 입소 후 U town사무실과 PGP 사무실에 여러 메일을 보내며 기숙사 변경 요청을 했습니다. 계속 메일을 보내고 사무실에 찾아간 노력 끝에 약 일주일 만에 기숙사를 U town(RC4) 에어컨 있는 방으로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교환학생들이 여러 사유를 들며 방 변경을 요청했고 대부분 성공했습니다. 혹여라도 원치 않는 방에 배정되신다면, 받아질 때까지 메일을 계속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두드리면 열립니다!!
2.2. 생필품 구매
기숙사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자마자 이케아와 다이소로 향해 이불, 베개, 샤워용품, 빨래바구니 등의 생필품을 구매했습니다. 한국에서 파는 것들은 싱가포르에서도 대부분 팔기 때문에 많은 짐을 챙겨오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챙겨갔던 것 중에 가장 잘 사용했던 것은 6구 멀티탭과 상비약, 탁상시계, 드라이기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상비약의 경우, 저는 한국에서보다 자주 아팠어서 챙겨갔던 약을 거의 다 먹었습니다. 물론 교내와 학교 근처에 클리닉이 있긴 하지만 몸이 약한 편이신 분들은 비상 상비약품을 갖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학교 밖의 병원에서는 교내에서보다 병원비가 좀 드는 편인데 보험을 드셨다면 거의 다 보험 청구가 가능하니 꼭 청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3. 기타
NUS 교내에 식당이 꽤 많은데 타이완, 말레이, 웨스턴, 한식, 중식 등으로 분류되어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고 공차, 스타벅스도 있어 교내에서 매끼 잘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는 배달 문화가 잘 되어 있어 foodpanda나 grab 등으로 음식을 기숙사 앞까지 배달시킬 수도 있어 꽤 편리했습니다.
또 저는 Carousell 이라는 중고거래 어플로 스케이트 보드와 탁상용 램프도 구매했었고 Shopee라는 쿠팡과도 같은 어플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했었습니다. 싱가포르 교환 가시는 분들도 현지인처럼 위의 어플을 이용해 보시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ㅎㅎ
2.4. 여행
싱가포르로 교환을 가게 되면 동남아시아 여행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데 저는 코로나 시국에 교환을 가게 되어 초기에는 그 이점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교환 학기의 절반 시점부터 해외 여행 규제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여 학기 중 reading week와 종강 직후에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싱가포르로 교환을 가시게 될 경우 reading week 때 갈만한 동남아 국가 여행 계획을 잘 짜서 알찬 교환 생활 되시길 바라요!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코로나로 인해 NUS 교환이 한 학기 미루어져 준비 기간이 꽤 길고 힘들었지만 교환은 제가 살면서 한 선택 중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해서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며 제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제 또 이렇게 하고 싶은 만큼만 공부하고 놀고 싶은 만큼 충분히 놀 수 있을지 생각이 들어 벌써 아쉽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와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제 대학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고 힘을 가지고 달려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교환 학기 전에 휴학도 해서 갈지말지 고민이 되었었는데 그 때의 제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취업, 학점 등의 이유로 교환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ㅠ!! 교환학생 프로그램 정말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