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제 전공이 영어영문학과인 만큼 원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며 영어 회화 및 작문 실력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권의 가치관을 배우고자 했으며 이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고자 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라이스 대학교는 미국의 텍사스 주 휴스턴 시에 있습니다. 주변이 대학 병원 밀집 지역이어서 매우 도시화 되어 있고 한적한 주택가가 근처에 있습니다. 라이스 빌리지 (Rice Village)라고 하는 쇼핑가가 도보 1시간 거리에 있어서 의류, 침구류, 세안 도구 등을 구매하기 좋습니다. 식당과 간식을 살 수 있는 카페도 꽤 있습니다. 반면 한국처럼 편의점이나 마트가 근처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은 대형마트에서 한 번에 구매하는 게 좋습니다. 날씨의 경우 1~2월은 한국의 초겨울만큼 쌀쌀하고 3~4월초는 날씨가 풀리지만 여전히 저녁에는 자켓과 긴팔을 입어야 합니다. 옷은 되도록 적게 챙겨오시는 게 나중에 귀국할 때도 편리합니다. 4월말부터 5월까지는 낮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저녁에 선선해집니다. 봄에는 캠퍼스 나무들에서 꽃가루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알러지 및 비염 있으신 분들은 약을 챙겨오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봄 학기를 다녀왔기 때문에 여름 및 가을 날씨는 자세히 알려드리지 못하나 휴스턴은 기후가 매우 덥고 습하기로 유명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지원 당시 어학능력을 인증할 수 있어야 하므로 어학성적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으면 미리미리 재시험을 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TOEFL 성적을 제출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합격 된 후 저는 교환 가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예방접종 및 출국용 코로나 19 검사 등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19 검사는 방역 조치에 따라 항공사에서 출국 며칠 전에 받아야 하는지 공지하기 때문에 탑승할 비행기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코로나 19뿐만 아니라 독감 예방접종, MMR 예방접종 기록, 결핵 검사 등을 대학이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서류를 대학이 요구하는 날짜에 맞추어 제출해야 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기숙사가 배정되지 않습니다.
예방접종 및 코로나 검사보다 중요한 것이 비자 준비입니다. 비자 준비 서류를 미리 꼼꼼히 챙기고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신청서는 온라인으로 작성하는 데 오래 걸리고 사이트가 일정 시간 후 자동 로그아웃되기 때문에 까다로웠습니다. 출국 시 반드시 필요한 만큼 비자 신청은 교환학생 프로그램 합격 후 빠른 시일 내에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행기 티켓도 미국에서의 학기가 시작되기 2~3달 전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짐은 봄학기를 대비해 한국의 봄/가을용 옷과 반팔 몇 벌을 챙겼으며 기본적인 세면도구와 침대 시트(도착 시간이 늦어 쇼핑 없이 자야 할 경우), 노트북, 달러화 등을 가져갔습니다. 전자기기를 충전하기 위해 플러그에 끼울 변환기를 미리 가져가셔야 좋습니다. 이불이나 베개, 헤어드라이기 등 부피가 크거나 전기제품(120V이기 때문에)들은 기숙사에 도착하고 현지에서 구매하였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기숙사 생활
라이스 대학교에는 11개의 칼리지 College 들이 있는데 이는 기숙사 및 소속 반 같은 개념입니다. 학부생들은 1학년 때 모두 칼리지에 배정받고 기숙사에서 지내며 2, 3, 4학년들도 대체로 기숙사에서 지내는 듯합니다. 칼리지 별로 개성이 뚜렷하고 자신만의 전통이 있는 등 단합력도 뛰어납니다. 저는 Sid Richardson College의 신설 빌딩에 배정받았는데 기숙사가 넓고 깨끗하여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룸메이트 없이 화장실만 공유하는 1인 기숙사실을 배정받았습니다. 기숙사에는 스터디룸이나 휴식실, 공용 부엌 등이 있습니다. 국제 학생들은 종종 부엌에서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2층에는 세탁실이 있는데 세제만 구매하면 무료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택배는 기숙사 주소로 받을 수 있는데 1층 택배룸에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거나 궁금한 일이 생기면 칼리지 코디네이터 (College Coordinator)에게 문의하면 됩니다. 기숙사마다 전체 운영을 담당하시는 분들인데 친절하게 도와주십니다. 제 기숙사는 층마다 학교의 교원 중 몇 명이 기거하며 학생들에게 안내를 해주거나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기숙사 층마다 스터디룸과 TV를 볼 수 있는 로비 공간도 있어서 다른 기숙사생들과 교류하기도 용이합니다. 식사는 meal-plan에 가입하였는데 아침, 점심, 저녁 때마다 식당에 학생증을 가져가면 뷔페식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캠퍼스에 식사를 제공하는 servery 식당이 약 5곳이 있는데 메뉴가 조금씩 다르니 미리 식단을 보시고 찾아가도 됩니다.
2. 학업
학업은 개인적으로 서울대학교에 비해 로드가 적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이스는 이공계열로 유명한 학교이기 때문에 인문학부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제공되는 수업도 적습니다. 따라서 이공계열로 교환을 가는 학생은 시험이나 과제량이 제 경험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은 ENGL 377, ENGL 300, ENGL 269, ENGL 101, HART 228으로 총 15학점을 수강했습니다. 모든 강의가 에세이 위주로 성적을 내며 ENGL 101은 매주 퀴즈가 있었습니다.
ENGL 377 ‘영문학과 예술’ 수업은 명화와 영화를 예술적으로 묘사하는 글쓰기를 배우는 수업으로 약 2주에 한 번씩 짧은 에세이를 써갔습니다. 시험이 없어서 로드는 가벼웠고 수업 중 수시로 교수님께서 작품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셔서 영어 말하기가 중요한 수업이었습니다.
ENGL 300 ‘영문학 연구의 관례’는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 사회, 젠더, 기술, 인종과 관련된 이론들을 다루었습니다. 난이도 있는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많은 양의 리딩이 요구되는 수업이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문학 속 주제를 다양한 분야와 연관되어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전공자로서 매우 유익한 강의였습니다. 시험은 없고 참여도, 에세이 3개로만 성적을 산출하여서 과제 당 점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ENGL 269 ‘공상과학과 환경’은 시나 소설뿐만 아니라 만화책,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상과학 문학의 발전 과정과 주제의식을 탐구해보는 수업이었습니다. 강의에서 공상과학 소설을 다루는 경우를 한국에서 많이 보지 못해 매우 신선한 수업이라 생각되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모둠 발표 한 번과 3 번의 장문 에세이, 참여도, 매주 제출하는 단문 에세이가 있으며 시험은 없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매우 친절하시고 학생들의 문의 및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수업에서 다루어주셔서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습니다.
ENGL 101 ‘객관적 영작문’은 틀을 깨도록 교수님께서 요구하시는 수업이었습니다. 영문학 수업으로 되어 있지만, 존재론적 이론을 다루는 철학적인 강의내용이 많아서 글을 쓰는 데 많은 고민을 요구했습니다. 에세이 6편을 써야 하는데 주제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특이하여 제 자신의 한계를 도전해볼 수 있었던 인상 깊은 강의였습니다.
HART 228 ‘건축 역사 입문’은 고고미술학 일선으로 선택한 수업으로 매주 교수님의 강의와 학생의 발표로 이루어진 강의입니다. 개별 중간 발표 한 번, 최종 발표 한 번, 참여도로 성적이 산출되며 세계 각지의 유명한 건축물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던 수업입니다. 건축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음에도 쉽게 들을 수 있었으며 로드도 적었던 수업입니다.
모든 수업이 어느 정도의 참여도를 요구해 영어로 발표나 대화를 하기 힘들다면 듣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영문학과에서 개최하는 강좌는 에세이가 과제의 대부분을 차지해 글쓰기 능력이 많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얼마나 유려하게 글을 쓰는지보다 주장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지를 눈여겨보기 때문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정확한 문법을 중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모르는 것이나 상의할 것이 있으면 미리 공지해놓은 면담 시간(Office Hour)에 교수님을 방문해 편하게 면담을 할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고 도움을 청하기를 권합니다.
3. 학교 밖 생활
학교 밖으로 외출할 때는 주로 버스나 지상 열차를 이용하였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학생들에게 매달 6달러를 충전해주는 메트로카드를 무료로 제공해줍니다. 휴스턴은 워낙 규모가 큰 도시기 때문에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미리 가장 가까운 타깃 (Target)이나 월마트 (Walmart) 같은 대형 마트를 검색해보고 가서 한꺼번에 물건을 사와야 합니다. 여가 생활로는 근처 미술관이나 갤러리아 (Galleria) 쇼핑몰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외에도 방문하지는 않았으나 자연사 박물관이나 공원도 있으니 학업 중간중간에 휴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OISS(Office of 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 교환 프로그램 담당 부서)에서 외국 학생들을 위해 휴스턴 관광지를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때도 있으니 안내 메일을 잘 확인할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학생회나 개별 동아리 등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이벤트나 파티 등이 있으므로 학교 메일 혹은 기숙사 게시판을 살펴보시면 재미있는 행사에 참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3월 중순 즈음에 Spring Break이라고 약 2주간의 방학 기간이 있는데 그때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학교의 복지가 무척 잘 되어 있으며 학생들과 교수님 모두 친절한 교육 환경에서 지내다 올 수 있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지에서의 생활이 긴장되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만큼 직접 배우고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으로서 한층 더 성장한 느낌입니다.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대학 생활을 경험해보면서 학업에 있어서 저의 부족한 점들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던 만큼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교환학생을 가실 분들도 많이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제 귀국 보고서가 교환 여부 혹은 생활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